공대생의 사랑 이야기 <3-42화> 이별

바다의기억2006.10.07
조회5,932

민족의 대명절 추석입니다.

 

다들 친척들과 오손도손 즐거운 시간 보내고 계신지...

 

전 부모님께서 시골 내려가신 덕에

 

명절밥은 고사하고 생명 유지에 애로사항이 꽃피고 있습니다.

 

 

======================= 집근처 식당이 다 문을 닫았다 ======================

 

한나 - ........


기억 - 정말 미안해.



한나는 말이 없었다.


더 이상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


그저 미세한 떨림만이 그녀의 손을 타고


저릿하게 전해져올 뿐이었다.



한나 - 오빠 나빠요.



= 톡.... 톡톡.... =


내 가슴 위로 그녀의 눈물이 방울져 떨어졌다.


그 눈물방울들은 이론상의 속도


(2x중력가속도x높이)^(1/2) 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내 가슴 깊숙한 곳까지 뚫고 들어왔다.


푹, 푹, 푹.... 하고.



기억 - ...... 미안.


한나

- 이럴 거면 왜 me too 라고 말했어요?


그땐 아무라도 상관없었어요?



기억

- 한나 너한텐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달라. 지금 알았어.



한나

- 언니는 이미 다른 사람이랑 사귀고 있잖아요.


그건 어떻게 할 거예요?



기억

- 기다릴 거야.


돌아오지 않는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


이 자린 비워둘 수는 있어도...


다른 사람에게 줄 순 없을 것 같아.



내 결심을 들은 그녀는


이내 원망스럽다는 듯 주먹으로 내 가슴을 내려쳤다.


문제는 그 위력이 몹시 강력했다는 것.


물론 여기엔 내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영향도 있겠지만,


자세가 제대로 잡힌 그녀의 파운딩은


마냥 넋 놓고 맞을 만큼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 퍽, 퍽, 퍽퍽 =


한나 - 나빴어, 나빴어, 나빴어나빴어나빴어.....


기억 - 컥, 잠깐, 한나야, 아파, 진짜 아파.


한나 - 어디요? 마음이요?


기억

- 아니, 갈비뼈. 갈비뼈 아직 다 안 붙었어.


나중에 몸 좀 낫거든 그 때 다시 때리면 안 될까?



한나 - ...... 미워 죽겠어!


기억 - ......!!



아무래도 괜한 화를 자초한 것일까.


그녀는 이전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강렬한 펀치를 내 가슴 중앙에 꽂아 넣었다.


뼛속까지 스며드는 충격에


비명도 못 지르고 괴로워하는 사이,


그녀는 내 가슴위에 엎드려 엉엉 울기 시작했다.



기억 - 쿨룩...... 미안.



난 힘겹게 몸을 가누고 그녀의 등을 다독여 주었다.


그때, 손바닥에 느껴지는 딱딱하고 얇은 끈의 촉감.



기억 - .... 응? 속옷은 입었네?


한나 - 지금 그게 중요해요?


기억 - .... 아니.


한나

- 정말... 자꾸 분위기 깨니까


마음 놓고 울지도 못하겠잖아요!



기억 - 아니.... 난 그저....


한나 - 그렇게 아쉬우면 직접 벗기든가!


기억 - 아, 아냐. 내가 잘못했어.


한나 - 잘못하긴 또 뭘 잘못해요?


기억 - .... 그... 그냥 전체적으로.


한나 - ..... 바보.



그제야 내 몸 위에서 내려간 한나는


옆에 있던 이불로 몸을 둘둘 감싸고 등을 돌린 채 누웠다.



한나 - 나가요. 나 잘 거야.


기억 - 응.... 푹 자.



난 조심스레 그녀의 방문을 나서 밖으로 향했다.


풀어진 남방 단추들을 다시 채우며


신발을 신고 현관을 나서는 순간,


밖에서 들려오는 섬뜩한 짐승의 숨소리.



피카츄 - 즈르르르르를......



.... 잠시 잊고 있었다.


나 혼자선 이 문을 들어올 수도, 나갈 수도 없다는 걸.


지금 기분이 몹시 상해있을 한나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그녀의 도움이 꼭 필요했기에


난 다시 그녀의 방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 찰칵 =



기억 - 한나야, 미안한데 피카...


한나 - ........



별 생각 없이 그녀의 방문을 열고 고개를 내민 순간,


난 보고야 말았다.


환한 방 안에서 티셔츠에 팔을 끼우고 있는 그녀를.....


= 삐이이이이잉.....=


여과 없이 그대로 드러난 그녀의 반라를 본 순간,


귓가에서 찡한 이명이 울리면서


의식이 아스라이 멀어지는 게 느껴졌다.


빨리 문을 닫고 나간 뒤


그녀에게 사과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이미 정신과의 연결이 단선된 육체는


간신히 몸의 균형만을 유지하고 있을 뿐,


어떤 명령도 듣지 않았다.



= 이 육체는 10초 뒤 자동으로 쓰러집니다. 남은 시각 00:00:03 =


한나 - 꺄아아아~~.....



어두워지는 시야와 함께


페이드아웃되는 그녀의 비명소리를 뒤로한 채,


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아깐... 용하게 버텼구나.





한나

- 나 참 한두 번도 아니고 간 떨려서 살겠어요?


정말 놀랄 사람은 따로 있는데


왜 오빠가 쓰러져요?


그것도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엉큼하게.



기억 - .... 미안.


한나 - 아무튼.... 행운을 빌게요.


기억 - 고마워.



간만의 셧다운에서 깨어난 뒤


한나의 배웅을 받으며 길을 나선 나.


이제부터 진짜 솔로라는 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지만


그쪽이 오히려 홀가분하니 좋았다.



내가 언덕길을 내려가는 동안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그녀가 소리쳤다.



한나

- 오빠! 나한테 춤 가르쳐달라고 했던 건


아직 유효한 거예요?



기억

- ...... 아니, 이제 충분해.


역시 민아랑 같이 할 수 있는 연극이 좋아.



한나 - 흥! 깐깐하긴.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있을 것 같아요?


기억 - 이런 기회라면....... 쭉쭉빵빵한 미녀랑 춤출 기회?


한나 - 알긴 아네요.


기억 - ...... 정말 고마웠어. 이 은혜 잊지 않을게.


한나 - 몰라요. 자존심에 스크래치 제대로 갔어.


기억 - 미안~. 다음에 슈퍼베이컨치즈햄토스트에 아이스티 사줄게.


한나 - ....... 정말이죠? 약속했어요?


기억 - 응. 그래.



한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상기체 분자 같던 그녀.


정신없이 바뀌는 탱고 리듬 같던 그녀.......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그녀와 함께하는 동안


난 참 많은 것을 깨닫고, 또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