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사랑은 어떤 색깔입니까? ... (6) 설아와 데이트를 한 다음 날부터.. 학교에서 재훈은 유명세 아닌 유명세를 치루고 있었다. 그럴만도 했다.. 그 유명한 윤설아가 직접 강의실 앞까지 찾아와서 낚아채고 가는 장면을 눈 앞에서 직접 봤으니.. 사실 아니라고 잡아떼기도 애매한 상황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과건물을 걸어가는 도중도중에 여기저기서 자기를 보며 쑥덕쑥덕 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물론 그런 사소한 뒷담화들이 신경쓰이는 건 아니였지만 .... 수업 시작보다 조금 일찍 들어간 강의실에서 평소처럼 민혁이 재훈을 반겼다. “ 오호.. 김재훈 오랜만에 아가씨랑 데이트 하더니.. 얼굴이 환한데?? ” “ 제발.. 너만이라도 참아주라. ” “ 왜??.. 우리학교 제일 퀸카를 모시고 데이트 하셨는데.. 너 이제 우리학교 남자들 공공의적이야.. 알지?? “ “ 그런 직책은 정중히 사양합니다 설아랑은 그냥 친구라니까..친구.. ” “ 다 처음엔 그냥 친구.. 아는 오빠동생이지... ” “ 너무 앞서 가지마세요 .. 김민혁씨..!! ” 그 순간.... 재훈의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기 위해 핸드폰을 든 재훈은 거기 적혀있는 글자를 보고 두 눈을 깜빡거렸다. 핸드폰 액정화면서 선명히 ‘ 우리자기. ’ 라는 네글자가 찍혀있었다. “ 뭐지 이건?? ” “ 뭔데?????... ” 재훈의 반응이 신기한 듯 핸드폰을 바라보던 민혁이 핸드폰에 새겨진 글자를 읽었다. “ 우리 자기??.. 뭐야 이건...레터링인가?? ” “ 으흠.. 오빠 외로워요..뭐 그런거 아냐?? ” “ 전화번호는 .... 그냥 일반 전화번혼데?? 010으로 시작하는... 한 번 받아봐.. ? ” 호기심 반..의심 반으로 전화를 대고 통화버튼을 누른 재훈이였다. 그러자.. “ 야~~ 무슨 전화 받는데 이렇게 오래 걸려?? ” “ 윤설아....... ” 신음처럼 목소리가 세어나와서.. 민혁은 물론 강의실 몇몇의 시선이 이쪽으로 실리는 것을 느끼고는 다시 고개를 돌리는 재훈이였다. “ 야..너 이거 뭐냐??.. 우리자기??? ” “ 어제 내가 바꿔논건데?? 마음에 들지 않아?? .. ” “ 전화번호 지울거야!!!!! ” “ 수업중이야??.. 점심 언제 먹어?? " 설아의 특기 말 싸그리 무시하기에는 여전히 대책이 안 서는 재훈이였다. 그 상황에서도 꼬박꼬박 대답을 하는 것 밖에 재훈으로서는 별다른 대책이 없었다. “ 이 수업 끝나고 먹겠지..뭐.. ” “ 알았어!!!시간맞춰서.. 과건물로 갈게..같이 먹자 바이바이.. ” “ 야 이봐 설아야... 윤설아.. ..... ” - 삐.........삐..........삐.............. 애타게 불러봤지만 이미 전화는 죽어서 통화대기음만을 남기고 있는 상황이였다. 어쩔 수 없이 핸드폰을 닫고 올려다보니 민혁이 새초롬한 눈동자로 한껏 재훈을 째려보고 있었다. “ 요즘은 친구끼리 자기라고 부르는게 유행인가 보군 ” “ 하하..그게 요즘 신종유행이라네....니 번호도 자기라고 해줄까?? ” “ 죽인다? ” “ 정말 죽일거 같은 표정 하지마.. ” “ 어 잠깐 이건 뭐야?? ” 순간 뒤에서 목소리가 들리나 싶더니 재훈의 손에서 확~ 하고 핸드폰이 사라졌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강의실에 들어와 뒤에서 가만이 얘기를 듣고 있던 미경이 갑자기 재훈의 핸드폰을 낚아챈 것이였다. “ 야..뭐야 넌. 왔으면 인사나...... .................... 허걱..... ” 재훈의 말은 무시한 체 폴더인 재훈의 핸드폰의 액정을 민혁에게 보여주는 미경...... 거기엔 선명하게 설아의 사진이 화면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었다. 순간 민혁의 목소리가 커졌다. “ 이야.. 저것도 유행이냐??.. 친구사진 메인화면으로 해놓기?? ” “ 하하.. 그런가보네.. 니 사진.. 메인화면으로 바꿔줄까? ” 난감한 듯이 머리를 쓰다듬는 재훈.. 그제서야 어제 호랑이 사진을 찍겠다면서 자기 핸드폰을 뺏아간 설아의 행동이 떠올랐다. 사진은 안 찍고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길래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 “ 아예 글자까지 적어놓으셨구만... 우리 예쁜이?? 우엑... 토하겠다.. ” “ 야 내가 한거 아니야!!!.. 어제 설아가..... 자기멋대로... . ” “ 이 자식..아주 복에 겨웠구만... !!!! ” 한껏 질투어린 시선을 보내는 민혁과.. “ 축하해.. 여자친구 생긴거.. ” 아주 담담하게 말하는 미경.. (이렇게 담담한 것이 더 무섭다.......) “ 이봐 아니야.. 아니라고!!!.. 내 말 좀 믿어줘 아니야!!!!!!!!!!!!!!!!!! ” “ 뭐가 아니라는 건가??. 김재훈군? ” 돌아보니 어느센가 강의실로 들어온 교수님이 놀란 표정으로 재훈을 쳐다보고 있었고 강의실을 꽉 채운 학생들이 전부 재훈을 쳐다보고 있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놀이를 할때같이 그 자리에서 얼어버린 재훈... .. “ 아무것도 아닙니다..하하.. 교수님.. 안녕하세요.. 하하.. ” “ 수업시간 됐으면 조용히 수업준비를 하도록하게..쓸데없이 떠들지 말고.. ” “ 네.. . 죄송합니다.. ” 고개를 숙이며 자리에 앉는 재훈..... 설아에 대한 압박때문인지 수업시간은 금방 지나가 버리고 예정데로 설아와의 스페셜한 점심식사가 재훈을 기다리고 있었다. “ 미경아 안녕.. 민혁이도 안녕..~~~ ” 강의실앞에서 막 나오고 있던 재훈일행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넨 설아는 이내 ..손에 든 묵직한 가방을 들어보였다. “ 너희들 같이 먹을래?? 설아표 특제 도시락 세트.!! ” “ 난 사양.....!! 나중에 무슨 말 들으려고. 둘이서 잘 먹어라.. ” 먼저 발을 뺀 건 미경이였다. “ 나!! 난 같이 먹어도.......... 아앗...... ” “ 너도 그냥 따라나와.... ” 미경에게 끌려나가는 민혁.. “ 저..저기 얘들아 나 혼자두고 가지마..... ” 흔히 공포영화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절규를 재연하는 재훈.. “ 얼레??. 어떡하지??.. 이거 굉장히 많은데... 하여튼 근처에 벤치로 가자.. ” 그리고 마냥 신나있는 설아... 테이블이 함께 설치되있는 야외 벤치로 재훈을 끌고간 설아는 즉시.. 테이블에 가지고 온 도시락을 풀어놓았다. “ 애들거까지 다 싸왔는데..어쩔 수 없네.. 니가 다 먹어.. ” “ 내가 고릴라냐!!!!!! ” “ 고릴라한테 내가 도시락을 왜 싸 주냐?..뭐 귀여운 원숭이면 몰라.. ” 재훈이 절규를 할 만큼 설아가 가져온 도시락은 어머어마한 것이였다. 도시락의 단골 주인공인 김밥을 비롯해서.. 조연으로 사랑받는 각종 튀김에.. 불고기를 비롯하여..잡채며 김치 및 각종 나물까지... ... ........... “ 오늘은 특별히 한식버전이야... 다 내가 만든거니까 맛있게 먹어..?? 알았지? ” 그리고 귀여운 표정의 설아가 짓는 무시무시한 협박까지..... “ 꼭 다 먹어야 돼??., 알았지?? ” “ 근데 정말 니가 만든거냐?? ”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가장 만만한 김밥을 들어올려보는 재훈.. “ 당연하지!!.. 나 윤설아..별명이 요리윤인걸.. !!!. ” “ 독같은거 들어있는 건 아니겠지.? ” “ 그건 장담 못함.. ” 들고있던 김밥을 마치 요리연구가처럼 입으로 가져가던 재훈은 곧 냉정하게 김밥의 맛에 대한 평가를 내렸다. “ 생각보다 맛있다?? ” “ 그치??.. 역시..나의 솜씨는...하핫.. ” “ 생각보다........!!!!! ” 하지만 그 맛은 여전히... 의심스럽기만 했다. 다시 김밥을 하나 집어넣으며 .의심을 숨기지 않는 재훈.. “ 근데 정말 니가 만든거야??.어디서 산거 아니냐?? ” “ 다 먹어야 해!!! 알있지?? ” 또 무시당하는 재훈이였다. - 근데 이거... 어떻게 다 먹지.... ....... 그로부터 약 30분 후.. 설아는 동그란 눈을 크게 뜨고 재훈을 쳐다봤다. “ 정말 다 먹었냐??.. 고릴라... ..... ” “ 다 먹으라며.. ..우,.우훔.. ” - 으윽.. 배가 터질 것 같다.. “ 야...그래도 그게 양이 얼만데..다 먹으란다고 진짜 다 먹냐..!! 고릴라야!! 그냥 알아서 남기거나 하면 돼지...... “ “ 직접 만들었다며..!! ” “ 그거야.. 그렇지만...... ” “ 아..몰라.. 배불러서 말도 힘들다 말 시키지마.. ” “ 기다려.. 가서 소화제라도 사올게.. ” 설아는 힘들어하는 재훈을 남겨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학교 매점에서 간단한 드링크를 팔고 있는 것이 생각났다. - 하.. 정말.. 미련한거야.. 아니면.. 착한거야....... 고래를 설레설레 젓는 설아였지만..웬지 자꾸 웃음이 났다. - 정말 계속 귀여워진다니까..이 아이..... 한편, 혼자서 벤치에 앉아서 본의 아니게 임신부의 고통을 체험하게 된 재훈에게... 누군가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 후... 보기좋다.. 김재훈?? ” 목소리의 주인공을 올려다본 순간 재훈의 표정은 급격하게 굳어졌다. 짙은 갈색의 머리에.. 샤프한 느낌의 턱선과 오똑한 콧날이 이지적인 느낌에.. 쌍커풀이 진 선한 눈동자였지만 그 속에 눈빛만큼은.. 오싹할 정도로 날카로웠다. - 신경아....... . 아까부터 이쪽을 보고 있는 건 알았지만.. “ 무슨 일이야?? ” 그러지 않으려고 했지만 얼굴이 굳어진 만큼 목소리도 딱딱하게 흘러나왔다. 그런 재훈만큼이나 상대인 경아의 얼굴도 차가웠다. “ 잼있네.. 민지혜.. 그리고 윤설아....... 하나를 잡아도.. 대어를 잡는건가?? “ “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거야?? ” “ 지혜 못 잊는다며 갖은 폼은 다 잡더니........ 그래서 결국 잡은게 그 유명하신 윤설아인가.. 수지맞는 장사네.............. 좋겠어. “ “ 그런거 아니니까.. 마음대로 생각하지마.....!!! ” 둘 사이에 흐르는 금방이라도 폭팔할 것 같은 강렬한 기류...... 하지만 시한폭탄같던 그 분위기에..... 마지막 폭발직전의 순간.. 설아가 그 사이를 뚫고 들어오며 ..타이머가 멈췄다. “ 재훈아 소화제 여기...... ..헉헉.................. ” 그러다 문득 눈 앞에 경아가 자신을 쳐다본다는 걸 의식하고는 설아 역시 경아쪽으로 눈동자를 놓았다. 한 쪽은 차가운 눈동자로.. 그리고 다른 한 쪽은 의아한 눈동자로.. “ 윤설아씨? 듣던대로 미인이시네요....... ” “ .....? ” 앞 뒤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무슨 말을 해야할지 머뭇거리는 설아를 두고 경아는 다시 재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 지켜볼거야.. 니가 지혜 이름 말 할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 그리고는 재훈이 무슨 말도 꺼내기 전에 몸을 돌려 사라졌다. 아직도 골라지지 않은 숨을 헐떡거리며 경아를 바라보는 설아... 문득 재훈의 눈에 그런 설아의 모습이 들어왔다. “ 야 너.. 뛰어왔냐??.. 그냥 천천히 걸어갔다오지.. ” “ 너 당장이라도 폭발할 거 같아서 아 맞다..이거 먹어.. ” 손에 든 드링크를 내미는 설아.. ...그리고 말없이 받아드는 재훈... 저 알 수 없는 여자에 대해서 무슨 일인지 묻고 싶었지만.. 재훈의 표정이... 복잡해 보여서 그러지 않기로 했다. 웬지 여기서 물어서는 안 될 문제일 것만 같았다. ...... 그리고...직접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
당신의 사랑은 어떤 색깔입니까? ... (6)
당신의 사랑은 어떤 색깔입니까? ... (6)
설아와 데이트를 한 다음 날부터.. 학교에서 재훈은 유명세 아닌 유명세를 치루고 있었다.
그럴만도 했다.. 그 유명한 윤설아가 직접 강의실 앞까지 찾아와서 낚아채고 가는 장면을
눈 앞에서 직접 봤으니.. 사실 아니라고 잡아떼기도 애매한 상황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과건물을 걸어가는 도중도중에 여기저기서 자기를 보며 쑥덕쑥덕 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물론 그런 사소한 뒷담화들이 신경쓰이는 건 아니였지만 ....
수업 시작보다 조금 일찍 들어간 강의실에서 평소처럼 민혁이 재훈을 반겼다.
“ 오호.. 김재훈 오랜만에 아가씨랑 데이트 하더니.. 얼굴이 환한데?? ”
“ 제발.. 너만이라도 참아주라. ”
“ 왜??.. 우리학교 제일 퀸카를 모시고 데이트 하셨는데..
너 이제 우리학교 남자들 공공의적이야.. 알지?? “
“ 그런 직책은 정중히 사양합니다 설아랑은 그냥 친구라니까..친구.. ”
“ 다 처음엔 그냥 친구.. 아는 오빠동생이지... ”
“ 너무 앞서 가지마세요 .. 김민혁씨..!! ”
그 순간.... 재훈의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기 위해 핸드폰을 든 재훈은
거기 적혀있는 글자를 보고 두 눈을 깜빡거렸다. 핸드폰 액정화면서 선명히
‘ 우리자기. ’ 라는 네글자가 찍혀있었다.
“ 뭐지 이건?? ”
“ 뭔데?????... ”
재훈의 반응이 신기한 듯 핸드폰을 바라보던 민혁이 핸드폰에 새겨진 글자를 읽었다.
“ 우리 자기??.. 뭐야 이건...레터링인가?? ”
“ 으흠.. 오빠 외로워요..뭐 그런거 아냐?? ”
“ 전화번호는 .... 그냥 일반 전화번혼데?? 010으로 시작하는... 한 번 받아봐.. ? ”
호기심 반..의심 반으로 전화를 대고 통화버튼을 누른 재훈이였다. 그러자..
“ 야~~ 무슨 전화 받는데 이렇게 오래 걸려?? ”
“ 윤설아....... ”
신음처럼 목소리가 세어나와서.. 민혁은 물론 강의실 몇몇의 시선이 이쪽으로 실리는 것을
느끼고는 다시 고개를 돌리는 재훈이였다.
“ 야..너 이거 뭐냐??.. 우리자기??? ”
“ 어제 내가 바꿔논건데?? 마음에 들지 않아?? .. ”
“ 전화번호 지울거야!!!!! ”
“ 수업중이야??.. 점심 언제 먹어?? "
설아의 특기 말 싸그리 무시하기에는 여전히 대책이 안 서는 재훈이였다.
그 상황에서도 꼬박꼬박 대답을 하는 것 밖에 재훈으로서는 별다른 대책이 없었다.
“ 이 수업 끝나고 먹겠지..뭐.. ”
“ 알았어!!!시간맞춰서.. 과건물로 갈게..같이 먹자 바이바이.. ”
“ 야 이봐 설아야... 윤설아.. ..... ”
- 삐.........삐..........삐..............
애타게 불러봤지만 이미 전화는 죽어서 통화대기음만을 남기고 있는 상황이였다.
어쩔 수 없이 핸드폰을 닫고 올려다보니 민혁이 새초롬한 눈동자로 한껏 재훈을
째려보고 있었다.
“ 요즘은 친구끼리 자기라고 부르는게 유행인가 보군 ”
“ 하하..그게 요즘 신종유행이라네....니 번호도 자기라고 해줄까?? ”
“ 죽인다? ”
“ 정말 죽일거 같은 표정 하지마.. ”
“ 어 잠깐 이건 뭐야?? ”
순간 뒤에서 목소리가 들리나 싶더니 재훈의 손에서 확~ 하고 핸드폰이 사라졌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강의실에 들어와 뒤에서 가만이 얘기를 듣고 있던 미경이 갑자기
재훈의 핸드폰을 낚아챈 것이였다.
“ 야..뭐야 넌. 왔으면 인사나...... .................... 허걱..... ”
재훈의 말은 무시한 체 폴더인 재훈의 핸드폰의 액정을 민혁에게 보여주는 미경......
거기엔 선명하게 설아의 사진이 화면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었다.
순간 민혁의 목소리가 커졌다.
“ 이야.. 저것도 유행이냐??.. 친구사진 메인화면으로 해놓기?? ”
“ 하하.. 그런가보네.. 니 사진.. 메인화면으로 바꿔줄까? ”
난감한 듯이 머리를 쓰다듬는 재훈.. 그제서야 어제 호랑이 사진을 찍겠다면서 자기
핸드폰을 뺏아간 설아의 행동이 떠올랐다. 사진은 안 찍고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길래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
“ 아예 글자까지 적어놓으셨구만... 우리 예쁜이?? 우엑... 토하겠다.. ”
“ 야 내가 한거 아니야!!!.. 어제 설아가..... 자기멋대로... . ”
“ 이 자식..아주 복에 겨웠구만... !!!! ”
한껏 질투어린 시선을 보내는 민혁과..
“ 축하해.. 여자친구 생긴거.. ”
아주 담담하게 말하는 미경..
(이렇게 담담한 것이 더 무섭다.......)
“ 이봐 아니야.. 아니라고!!!.. 내 말 좀 믿어줘 아니야!!!!!!!!!!!!!!!!!! ”
“ 뭐가 아니라는 건가??. 김재훈군? ”
돌아보니 어느센가 강의실로 들어온 교수님이 놀란 표정으로 재훈을 쳐다보고
있었고 강의실을 꽉 채운 학생들이 전부 재훈을 쳐다보고 있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놀이를 할때같이 그 자리에서 얼어버린 재훈... ..
“ 아무것도 아닙니다..하하.. 교수님.. 안녕하세요.. 하하.. ”
“ 수업시간 됐으면 조용히 수업준비를 하도록하게..쓸데없이 떠들지 말고.. ”
“ 네.. . 죄송합니다.. ”
고개를 숙이며 자리에 앉는 재훈.....
설아에 대한 압박때문인지 수업시간은 금방 지나가 버리고
예정데로 설아와의 스페셜한 점심식사가 재훈을 기다리고 있었다.
“ 미경아 안녕.. 민혁이도 안녕..~~~ ”
강의실앞에서 막 나오고 있던 재훈일행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넨 설아는
이내 ..손에 든 묵직한 가방을 들어보였다.
“ 너희들 같이 먹을래?? 설아표 특제 도시락 세트.!! ”
“ 난 사양.....!! 나중에 무슨 말 들으려고. 둘이서 잘 먹어라.. ”
먼저 발을 뺀 건 미경이였다.
“ 나!! 난 같이 먹어도.......... 아앗...... ”
“ 너도 그냥 따라나와.... ”
미경에게 끌려나가는 민혁..
“ 저..저기 얘들아 나 혼자두고 가지마..... ”
흔히 공포영화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절규를 재연하는 재훈..
“ 얼레??. 어떡하지??.. 이거 굉장히 많은데... 하여튼 근처에 벤치로 가자.. ”
그리고 마냥 신나있는 설아...
테이블이 함께 설치되있는 야외 벤치로 재훈을 끌고간 설아는 즉시..
테이블에 가지고 온 도시락을 풀어놓았다.
“ 애들거까지 다 싸왔는데..어쩔 수 없네.. 니가 다 먹어.. ”
“ 내가 고릴라냐!!!!!! ”
“ 고릴라한테 내가 도시락을 왜 싸 주냐?..뭐 귀여운 원숭이면 몰라.. ”
재훈이 절규를 할 만큼 설아가 가져온 도시락은 어머어마한 것이였다.
도시락의 단골 주인공인 김밥을 비롯해서.. 조연으로 사랑받는 각종 튀김에..
불고기를 비롯하여..잡채며 김치 및 각종 나물까지... ... ...........
“ 오늘은 특별히 한식버전이야... 다 내가 만든거니까 맛있게 먹어..?? 알았지? ”
그리고 귀여운 표정의 설아가 짓는 무시무시한 협박까지.....
“ 꼭 다 먹어야 돼??., 알았지?? ”
“ 근데 정말 니가 만든거냐?? ”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가장 만만한 김밥을 들어올려보는 재훈..
“ 당연하지!!.. 나 윤설아..별명이 요리윤인걸.. !!!. ”
“ 독같은거 들어있는 건 아니겠지.? ”
“ 그건 장담 못함.. ”
들고있던 김밥을 마치 요리연구가처럼 입으로 가져가던 재훈은
곧 냉정하게 김밥의 맛에 대한 평가를 내렸다.
“ 생각보다 맛있다?? ”
“ 그치??.. 역시..나의 솜씨는...하핫.. ”
“ 생각보다........!!!!! ”
하지만 그 맛은 여전히... 의심스럽기만 했다.
다시 김밥을 하나 집어넣으며 .의심을 숨기지 않는 재훈..
“ 근데 정말 니가 만든거야??.어디서 산거 아니냐?? ”
“ 다 먹어야 해!!! 알있지?? ”
또 무시당하는 재훈이였다.
- 근데 이거... 어떻게 다 먹지.... .......
그로부터 약 30분 후.. 설아는 동그란 눈을 크게 뜨고 재훈을 쳐다봤다.
“ 정말 다 먹었냐??.. 고릴라... ..... ”
“ 다 먹으라며.. ..우,.우훔.. ”
- 으윽.. 배가 터질 것 같다..
“ 야...그래도 그게 양이 얼만데..다 먹으란다고 진짜 다 먹냐..!!
고릴라야!! 그냥 알아서 남기거나 하면 돼지...... “
“ 직접 만들었다며..!! ”
“ 그거야.. 그렇지만...... ”
“ 아..몰라.. 배불러서 말도 힘들다 말 시키지마.. ”
“ 기다려.. 가서 소화제라도 사올게.. ”
설아는 힘들어하는 재훈을 남겨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학교 매점에서 간단한 드링크를 팔고 있는 것이 생각났다.
- 하.. 정말.. 미련한거야.. 아니면.. 착한거야.......
고래를 설레설레 젓는 설아였지만..웬지 자꾸 웃음이 났다.
- 정말 계속 귀여워진다니까..이 아이.....
한편, 혼자서 벤치에 앉아서 본의 아니게 임신부의 고통을 체험하게
된 재훈에게... 누군가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 후... 보기좋다.. 김재훈?? ”
목소리의 주인공을 올려다본 순간 재훈의 표정은 급격하게 굳어졌다.
짙은 갈색의 머리에.. 샤프한 느낌의 턱선과 오똑한 콧날이 이지적인
느낌에.. 쌍커풀이 진 선한 눈동자였지만 그 속에 눈빛만큼은.. 오싹할
정도로 날카로웠다.
- 신경아....... .
아까부터 이쪽을 보고 있는 건 알았지만..
“ 무슨 일이야?? ”
그러지 않으려고 했지만 얼굴이 굳어진 만큼 목소리도 딱딱하게 흘러나왔다.
그런 재훈만큼이나 상대인 경아의 얼굴도 차가웠다.
“ 잼있네.. 민지혜.. 그리고 윤설아.......
하나를 잡아도.. 대어를 잡는건가?? “
“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거야?? ”
“ 지혜 못 잊는다며 갖은 폼은 다 잡더니........
그래서 결국 잡은게 그 유명하신 윤설아인가..
수지맞는 장사네.............. 좋겠어. “
“ 그런거 아니니까.. 마음대로 생각하지마.....!!! ”
둘 사이에 흐르는 금방이라도 폭팔할 것 같은 강렬한 기류......
하지만 시한폭탄같던 그 분위기에..... 마지막 폭발직전의 순간..
설아가 그 사이를 뚫고 들어오며 ..타이머가 멈췄다.
“ 재훈아 소화제 여기...... ..헉헉.................. ”
그러다 문득 눈 앞에 경아가 자신을 쳐다본다는 걸 의식하고는
설아 역시 경아쪽으로 눈동자를 놓았다. 한 쪽은 차가운 눈동자로..
그리고 다른 한 쪽은 의아한 눈동자로..
“ 윤설아씨? 듣던대로 미인이시네요....... ”
“ .....? ”
앞 뒤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무슨 말을 해야할지 머뭇거리는 설아를
두고 경아는 다시 재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 지켜볼거야.. 니가 지혜 이름 말 할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
그리고는 재훈이 무슨 말도 꺼내기 전에 몸을 돌려 사라졌다.
아직도 골라지지 않은 숨을 헐떡거리며 경아를 바라보는 설아...
문득 재훈의 눈에 그런 설아의 모습이 들어왔다.
“ 야 너.. 뛰어왔냐??.. 그냥 천천히 걸어갔다오지.. ”
“ 너 당장이라도 폭발할 거 같아서 아 맞다..이거 먹어.. ”
손에 든 드링크를 내미는 설아.. ...그리고 말없이 받아드는 재훈...
저 알 수 없는 여자에 대해서 무슨 일인지 묻고 싶었지만..
재훈의 표정이... 복잡해 보여서 그러지 않기로 했다.
웬지 여기서 물어서는 안 될 문제일 것만 같았다. ......
그리고...직접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