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남친의 6년사귄 옛 여자친구와의 편지들을 발견했습니다......

..........2006.10.12
조회13,604

아이디 빌려씁니다

글이 길어질거 같습니다

 

제 나이..25..

올 겨울부터 사귄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저보다 3살 많구요..

 

며칠전 오빠가 치과 예약좀 변경해달라면서 치과 아이디랑 비번을 알려줬습니다.. (오빠는 버스안)

시간을 변경해주고.. 문득 든 생각이.. "이 비번.. 다른 사이트도 모두 같지않을까...?

오빠.. 여자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뭐 뒤져도 나오는게 없더군요

그러다 오빠 싸이를 가봤습니다.

오빠가 싸이에 사진첩이랑 다이어리정도만 열어두거든요..

그날 문득 게시판에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게시판을 살려서.. 들어가봤습니다.

세가지 폴더가 있더군요.

오빠가 끄적인 내용들과.. 방명록 대신 사람들이 적어놓은 내용들.. (모두 옛날 날짜들)

그리고 문제는.. 마지막 폴더..." ♡ "

 

게시판에 몇백개의 글들이 있었습니다.

처음엔 오빠가 쓴글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요..

오빠가 전에 사겼던 여자친구.. 주변사람에게 한번 들었던.. 6년을 사겼다던 여자..

사귀면서.. 그여자가 오빠 아이디로 로그인해서 쓴 글이더군요.

 

2003년 여름부터.. 2004년 가을정도까지 쓴 글들..

편지, 일기, 문답 많이도 썼더군요.. 밑에는 오빠의 리플들이 달려있었고..

그 글속에서 오빠는 제가 아는 오빠가 아니었습니다.

그 여자를 "울 이쁜 여보야 "라고 부르더군요.

제가 자기라고 불러달라고 그렇게 부탁해도  싫어했으면서...

그 여자가 보는 제 남자친구는 애교덩어리의 귀여운 남자친구였습니다.

전화통화도 기본 2-3시간. 그래도 우린 할말이 너무 많다며.. 아주 닭살이더군요..

저랑은 간단하게 5-10분 정도. 원래 전화통화 길게 하는거 싫어한다고 했었죠..오빠가..

 

참 많은 추억들이 있더군요..

인정하기 싫지만.. 그 둘은 너무 잘어울리더군요.. 서로 너무 사랑하는게 눈에 보였구요..

매일 밤마다 근처 공원에서 자전거도 타고 인라인도 타고.. 운동하고..

책을 사도.. 늘 둘이 같은 책을 두권 사서.. 같이 읽었다네요..

뭐든 같이 했더군요.. 뭐든..

맛있는 걸 먹어도.. 혼자 안먹고.. 혼자먹게 될 경우엔 손수 포장해서.. 가져다주고..

한번은.. 오빠가 갑자기 치킨이 너무 먹고싶어서.. 치킨을 샀는데.. 그여자 생각이 나더랍니다.

그래서 그걸 곱게 배달해주고 왔다네요..ㅋ

책, 음악, 스포츠... 모든 것에서 둘은 함께했더군요..

 

오빠의 리플중..

"널 내품에 안고있으면 너무 좋아. 너랑 하고싶고 그런게 아니라 그냥 품에 안고만 있어도 행복해

 정말 내게 꼭 맞는 사람같아. 이게 천생연분이겠지? 난 결혼이란거 생각해 본 적도 없고

 내 인생이 너무 소중해서 남 돌볼 겨를이 없어 할 생각도 없었는데.. 너하고라면 꼭 하고싶어 "

"우리 같이 살면 내가 널 안고 안놓아 줄지도 몰라"  등등...

실제로도.. 여자가 쓴 글을 보니.. 뭐.. 오늘은 하루종일 나 안고만 있어서.. 암것도 내가 못했다는 둥..

벌써 4년이나 사겼는데.. 질리지도 않냐면서.. 그런 글들을 참 많이도 썼더군요

 

그리고.. 가장 어이없고 화났던 오빠의 리플..

" 너말고 다른 여자를 만날 생각은 한번도 해본적 없어.

  설령 우리가 헤어지더라도.. 난 다른 여자를 쉽게 만나지 못할거 같아..  만나더라도.. 난 그여자 모습

 속에서 널 찾을 지도 몰라. 아니.. 그여자를 너라고 생각할거 같아"

이거 보는 순간.. 억장이 무너져 내리더군요.. 

 

그렇게 잘 맞고 사랑하면.. 잘 사귀던가..

헤어졌으면 깨끗히 다 지우든가..

화도 나고 왠지 도저히 저 여자 자리를 내가 채우지 못할거란 생각이 절실하게 들더군요.

 

그여자.. 궁금했습니다. 오빠가 그토록 사랑헀다던.. 여자..

뒤지고 뒤져서 알아봤습니다.

예쁘더군요.. 뭐랄까.. 밝고 딱 정말 사랑 많이 받고 자랐다는 느낌?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헤어질까.. 헤어져버릴까..

하지만 그러기엔 제가 오빠를 너무 사랑했습니다..

무엇보다..  제게서 그여자 모습을 찾기엔 저와 그여자는 많이 달라보였습니다.

오빠를 믿자...

넘어가보려 했습니다.

오빠가 싸이를 잘 안하니까.. 게시판을 닫아두니까.. 몰랐던 거라고..잊어버린 걸 꺼라고..

과거일뿐이니.. 잊자고..

 

그런데....

그여자 선생이더군요.. 초등학교 선생님..

오빠도... 선생님입니다...

그게 뭐가 그리 큰 문제냐구요..

 

그여자 다이어리 중에.. 지난 겨울에 쓴 글이 있더군요

내가 선생님이 되고..

네가 선생님이 되고...

일할때 같이 일하고.. 퇴근할때 같이 퇴근하고.. 방학때는 오붓하게 둘만의 시간을 갖자고..

아주 예전에.. 우리 약속했었지..

반밖에 지키지 못한 약속

 

이렇게요..

 

전에 오빠가 그랬습니다.  (제가 뭘 물어봐서 대답해주다 한 얘기였지만..)

자기는 대학도 안갈 생각이었다고..

그냥 적당히 일자리 구해서 돈 벌고.. 꾸준히 모아서 가게나 차릴까 했었다고..

미래.. 비전 이런거 없었다고..

그러다 자기 주변 어떤 사람때문에.. 뒤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하고.. 대학을 갔다고..

전 그때 고등학교때 은사님으로만 알았습니다. 아직도 정말 친하게 지내는 선생님이 몇분 있더라구요

그런줄만 알았는데.. 그 주변어떤 사람이 저 여자였더군요.

 

순간.. 분명 옛여자인데도 불구하고.. 전 세컨드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정말 모르겠습니다..

싸이에 있는 글.. 알면서도 안지운걸까요..? 전 깜빡한걸거라 생각했는데..

과거일뿐이라 생각헀는데.. 지금은.. 현재의 오빠는 내거라 여겼는데..

오빠의 직업도.. 미래도.. 비전도.. 모두 그여자의 뜻이었다 생각하니.. 암담합니다..

 

제게 잘해준다해도.. 화가 날텐데.. 억울할텐데..

글속 오빠의 모습과.. 제게 대하는 모습이 너무 다르니.. 더 의심가고.. 화납니다

 

오빠 친구에게 슬쩍 물으니..

둘 확실히 헤어졌다고.. 벌써 2년이나 지난 일일뿐이라고 믿으라고만 합니다.

 

그 둘.. 싫어진것도 아니고.. 당시 서로 바쁘고.. 주변환경이 여유가 없어서..

늘 사소한걸로 싸우고 다투고 반복하다가.. 합의하에 헤어졌다더군요..

그럼 아직도 못잊고 있을수도 있는거잖아요..

 

헤어져야합니까... 휴.. 정말 미치겠습니다..

 

-----------------------------------------------------------------------------------

 

많은 조언들 감사해요..

오빠가족이 어제 오빠 아버님 고향에 가신다고 다들 내려가셨어요.

오빠는 집에 있구요..

안그래도 끼니 잘 거르는데 걱정되서.. 집에서 간단하게 국이랑 밑반찬 싸들고 갔습니다.

오빠 씻는동안 그냥 오빠 입고 나갈 옷이나 꺼내줄 생각에 옷장 문을 열었는데

안쪽에 큰 상자 하나가 있더군요.

 

수두룩합니다. 편지.. 사진..

네.. 편지 사진 뿐이면 추억이니까 못버리겠다.. 정말 천번 양보하고 봐줄수있습니다만..

초콜릿각, 낙서같은 메모들, 캔뚜껑, 펜, 여자 화장품과 헤어에센스.. 옷과 구두.. 연습장.. 참고서..

별거  다 있더군요..

물론 저도 별 잡다한게 다 있길래 버릴거 모아둔건가..? 했습니다.

 

오빠가 씻고나오더니.. 뭐하냐더군요..

당당하게 물었죠.. "이거 뭐야? 쓰레기야?"

표정 굳어지더니..

" 나 너가 뭘해도 웃으며 받아줄수있지만 적어도 내가 하지말란 건 하지않았음한다" 하더군요

저.. 이게 뭔지나 말하라고.. 따졌죠..

암말 안합니다... 저도 가만 있었습니다..

오빠 한참 있다가.. 예전 여자친구에게 받은것들 이라네요..

초콜릿 각도.. 캔뚜껑.. 연습장.. 참고서.. 모두 다.. (이것말고도 별거 다있습니다)

그여자가 초콜릿사주면 겉포장은 뜯어서 모아두고.. 참나..

오빠가 이런성격 아니거든요.. 남자답고.. 그런 사람인데..

여자 화장품들은.. 그 여자 몸에서 늘 나는 향이 있는데 그게 헤어에센스였대요.. 따라 샀다고..참나..

몰랐냐고.. 이거 있는지 몰랐냐고 물었더니.. 안대요.

왜 안버리냐고 물었습니다. 아직 못잊었냐고.. 나랑 어떻게 사귀냐고.. 그러면서 싸이얘기도 헀습니다.

읽어보진 않았다고 거짓말했죠.. 믿진 않겠지만..

 

오빠... 절 한참 쳐다보더니.. 상자 주면서.. 나갈때 버려라 이러고.. 옷가지고 화장실로 들어가더군요.

옷입고 나와서.. 한참을 있다가..

넌 내가 그여자에게 꽤나 잘해준걸로 보이겠지만.. 해준게 아무것도 없었다고..

늘 받기만 했다고..

여유가 없어서.. 사는게 여유가 없어서..

물질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제대로 사랑해준 기억조차 없었다고..

그런데도 뭐가 좋은지.. 누가 봐도 아쉬울거 없는 여자가.. 자기만 바라보더라고..

집착하지않고.. 내게 뭔가 바라지않고..

자기는 그냥 늘 같은 자리에 있을테니.. 언제든 오라고..

뿌리치고 다 포기하고 도망가려는 자기를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웃으면서 기다려줬다네요..

오빠가 잘해준건 6년동안.. 마지막 2년정도뿐이었다고..

이번엔.. 여자가 진로문제로 집안 트러블이 생기면서.. 주변상황이.. 복잡해졌고

잘해줄 자신이 없다며.. 내 문제만으로도 너무 힘들어서.. 널 힘들게 할까봐 겁난다며..

여자가 떠났다고 합니다..

 

오빠는 그여자가 소중하답니다..

지금은 사랑하지않지만.. 오빠 인생에서 지울수없는 소중한 사람이랍니다

사랑해서.. 놔둔게 아니라..

늘 고맙고 미안한 소중한 사람이라.. 소중한 기억이라 두었다고 합니다.

그 기억을 잊으려고 할수는 있겠지만.. 아마 잊지못할거라 합니다.

 

그리고는 나가버렸습니다.. 늦었다고..

비번 아니까.. 싸이도 지우고 싶으면 지워. 냉하게 이말 한마디 더하고요..

 

뭡니까..

그래도...그래도..알면서 안버린거면.. 오빠 잘못이잖아요..

버리라고.. 다 지우라고.. 하는거 보면..  믿어야했는데.. 긁어 부스럼 만들었나.. 하는 생각도 들고..

 

어쨌든 그 상자.. 버리진 못하고..(아무래도 오빠 소중한 추억이니까..)

잘 대화해보고.. 제가 받아들일수 있다면.. 오빠가 절 조금만 설득해준다면..

돌려줄 생각으로 가져왔습니다.

오빠 수업끝나면 얘기해보자... 하는 맘으로..

 

그런데요...

그 상자에 통장이 하나 있는데요..

그여자이름으로 된 통장입니다.. 200만원 들어있더군요.

년도를 보아하니.. 오빠가 전역하고.. 대학가려고.. 공부할때.. 여자가 돈을 보태준거 같고..

오빠가 조금씩 쓴 모양입니다.

문제는.. 지출 내역만 있던 통장에.. 불과 4달전 날짜로.. 200이 다시 채워져있더군요.

오빠이름으로..

이거 뭔뜻입니까..

왜 그 통장에 오빠가 200을 입금해놓은 거죠?

통장 돌려줄 생각이었던건가요??

알면 알수록.. 점점 더 제가 초라하고.. 뭐하는건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과거.. 저도 과거있지만.. 그것도 그거 나름이지요..

안아볼려고.. 감싸안고 가보려고 하는데.. 힘이 드네요..

 

복덩이를 차는 걸 수도 있지만..

차라리 눈에 보이는 적이랑 싸움하는게 낫지.. 과거 추억이랑 싸움하는거..비참하고..초라하고..

못해먹겠네요.

 

솔직히 오빠 말.. 이해도 하나도 못하겠어요.. 이런 제가 어린거겠죠..

얼마나 더 어른이 되어야 하는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