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어요.. 그런데 안죽어요..

다시 사는 이...2003.03.14
조회932

유진 피터슨의 책 제목을 약간 변형하여 제 글의 제목으로 도용함을 사과드리면서 시작해야겠네요..

31살..아주 어릴때 전 '30살까지 그 오랜기간 동안 도대체 무얼하며 살까?'라는 고민을

했던적이 있었습니다..저를 낳아주신 부모님의 연세가 이미 불혹을 접어들 당시였음에도 말이죠..

하지만 철없음으로 대표되는 유아적 고민에선 정말 심각한 문제였었습니다.

그래서 흔히 삼류든 일류든 소설에 나오는' 난 30살이 되면 멋지게 죽을꺼야..'

라는 상상으로 유년의 얼마간을 보낸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왠걸요..죽어도 오지 않을듯한 20대라는 광영은 지금 돌아보면 후회와 아쉬움으로

점철된 기억으로만 남아있네요..

 

오늘 문득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아무 사심없이 그냥 제 결심을 누구에겐가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너무 많은 후회와 아쉬움에 침잠하는 저를 이렇게라도 끌어 올리고 싶습니다..

아니 이미 저는 밝은 곳으로 나왔습니다.

그래서  알수 없는 많은 님들과 밝은 삶을 약속하고 싶습니다.

 

대학에 합격했을때 밝은 미래가 보장되어 있는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와본 대학이라는 곳은 한심하기 그지 없었고..(물론 젊음 특유의

오만함이 많이 작용되었으리라 지금에야 생각됩니다..)

전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군대를 갔고 제대하고 1년 성실하게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뿐이였죠.. 여전히 뭔가 잃어버리고 있다는 느낌에 전 부모님을 속이고

학교를 그만뒀습니다..

그리고 제 20대는 부모님에 대한 거짓과 스스로에 대한 오만으로 가득차 갔습니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것 다해보고 나름대로 여러가지 경험을 쌓는다고 온갖일을 다해

보았습니다.. 아니 온갖일은 아니군요.. 편한것만 찾았으니까..

그렇게 일년일년이 지나다 보니 영원히 계속 될것 같은 20대는 끝나버렸고

그동안 쌓아왔던 거짓말은 눈덩이 처럼 불어나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차라리 요즘 문제가 되는 카드빚이였으면 좋으련만(미안합니다..

혹시 이글을 읽으시는 분들중에 빚이 많으신 분이라면..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상처는 커보이고 타인에 대한 배려는 약하니까요..) 

제가 낭비 한것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시간과 사람들의 신뢰에 대한 배신이였습니다..

더이상 이 상태로는 안되겠다는 위기감.. 아니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도피이자 책임회피였겠죠..올해 집으로 가 부모님께 모든걸 고백했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였겠지만 부모님은 크신 사랑으로 용서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전 또 오만해졌습니다. '그래 이제 부터 다시 시작하는거야 그럼 되지 뭐..'

하지만 불성실하고 교만한 저를 하늘은 용서하지 않았습니다..(결과론적으론 용서한 것이지만..)

5년 전부터 등쪽에 조그마한 혹이 났었고 점점 커졌지만 생활에 아무런 불편이 없는지라

올해까지 방치해뒀습니다..새로 시작하는 마음에 수술을 받으러 외과를 찾았지만..

왠걸요.. 무슨 삼류 소설처럼 점점 일은 꼬여갔습니다..

중간에 많은 일들이야 굳이 얘기 할 필요도 없이 결과는 연부 육종(soft tissue sarcoma)이라는

한국에선 조금은 희귀한 암이였습니다.

부모님의 얼굴은 굳어지셧고 전 말할 것도 없겠죠..

더구나 5년이나 방치 한것이라 전이의 가능성이 거의 100프로였습니다..

이쯤되면 앞으로 죽을자의 고백이 이어질것이겠죠..

MRI필름으로 보이는 커다란 덩어리는 마치 이제껏 쌓아온 제 죄의 모습처럼

제 눈에 깊이 각인 되었습니다..

하지만 정말이지 다시 소설처럼 지금까지 아무런 전이도 일어나지 않았고

수술도 워낙 잘되어서 (이 종양이 생기는 부위가 팔다리 관절 혹은 후복강..등인데

수술의 어려움으로 성한 조직도 들어내는 경우가 많다더군요..)단지 종양만 들어내고

성한 조직은 그대로 보존이 되었습니다.. 등에난 경우는 정말 특이하다더군요..

하지만 암은 암..지금은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고 추이를 보아 항암치료를 결정하게

된다고 합니다..

부모님은 치료받는 동안 쉬라고 하셧지만 전 이 병의 원인을 너무도 잘 알것 같았습니다.

바로 오만하고 불성실한 제 삶 때문이겠죠..

부모님을 설득해서 다시 학교로 왔습니다.

다행이 학교 병원이 바로 옆이라 치료에는 별 무리가 없네요..

재입학하고 다니는 학교는 너무도 변해 정말 적응이 안되지만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이 정말 부담되기도 하지만 (저를 아는 후배들 몇이 아직 졸업을 안했

더라구요..)KTF선전의 주인공 처럼 늦깍이 학생으로 열심히 생활하려 합니다..

순간순간 예전의 오만과 게으른 생활의 유혹이 있기도 하지만 잘이겨내려고 합니다..

 

두서없이 너무 길어진 글에 죄송스럽네요. 하지만 제 심정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습니다..

약간의 알수없는 가슴벅참에 하고픈 얘기들중 너무도 많은것을 빠뜨렸지만

저 그냥 열심히 살아보려합니다.

전 죽은 사람이였습니다..그리고 이 병으로 인해 죽는다해도 아무런 할 말이

없는 사람입니다.그 사실을 충분히 알기에 앞으론 겸허히 그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세상을 살려합니다..그리고 항암 치료를 받을 확률이 반반입니다. 안받는다면

너무도 감사한 일이겠지만 설혹 받는다 해도 그리고 고통스럽다 해도 이제는 웃으며 이겨낼 수

있을것 같습니다.. 어쨌든 하늘은 저를 버리진 않았으니까요..

님들보고 어떻게 살라는 말은 제가 감히 할 자격이 못됩니다.

그냥 어느 31살 먹은 사람의 하루 일기라고 생각하고 읽어 주셧으면 감사하겠습니다..

모두들 행복하세요.. 그리고 뿌린대로 거둔다라는 말이 세상에는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알게 모르게 적용 된다는것도 아시면서 착하게 살기들 바랄께요..

그리고 누군가 널 위하여 기도한다는 성경말씀처럼 저를 위해 기도해주시는 분들도

계셧으면 좋겠네요.. 좋은 밤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