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희씨 보세요.

크라라2006.10.16
조회767

남편 일 때문에  만나고 싶다는 메일 받았어요.

약속 장소에 나가지않겠다는  답장을 보냈는데...

 

지난 몇 달동안  보내준 메일로  대충 상황을 알고 있기에

굳이  만나서까지  제가 해야 할 말은  없을 것 같아서..

현희씨가  할 말이 무언지  이미   경험으로 알고있답니다.

남편의 숨겨진  여자로  행복하다고 하셨지요.

그러면서도  저를  만나고 싶어한다는 건  이미 님도

현실을  알기때문입니다.  그러나  인정하고 용납 할 수가 없는 탓이지요.

동거하고 있는  남자를 완전히 믿지못해 , 처음엔 사랑이라 믿었던 감정이

그 남자는 아니란 걸 알기 때문인거지요.

살아보니  그 남자가 아무것도 아니란 걸 이제  알았기 때문이지요.

 

님도  전혀 원하지않는  삶 속에서  여기까지  밀려왔듯이

타인의 시선엔  부정하고  몰상식한 일도  당사자의 입장에서 모두

이해되고 용납되듯이....

왜 이혼해주지않고  이렇게 사느냐고 했지요?

이혼해주다.....

누가 이혼을 원한다고 생각하세요?

남편이  이혼을 원하는데  안해주고 뻗대는  고약한  마누라로 보이나요?

집안 행사 때마다  들리는 남편이 , 집에 들어오면  핸드폰 밧데리 빼버리는 남편이

아이 성적 체크하고 , 진학상담하는 남편이, 지난 달엔  친정아버지 칠순잔치에

밤새도록  술마시고 형부랑  동네가 떠들썩하게  노래하던 남편이 님의 눈엔

그렇게 보이나요?

불쑥  찾아와 속 옷을 벗어놓으면  빨래비누로  비벼빨며  폭폭하게 삶아 내어   눈이

부시게 하이얀 옷을  입고 아침을 나서는  그남자가  님의 눈엔  아내가 징글하고

아이들이 혹같은  여기는 가장으로 보이나요?

 

온 나라가 어렵던  그 해에  벌여놓은 사업으로  온 집안 친척들에게 끼친  피해가

어쩔 수없어  집을 나가야했던  그 사람이  의욕도 없이  더구나 경제적  능력없이

살아가는  방법이 되어버린  빌 붙어 살기란 걸  모르겠어요?

숨겨진 여자라 했지요?  두번째? 세번째 후훗....  아마  이젠 발가락 곱아야 할 것같네요.

이혼 ...  남편보다 더많은 날들을 생각했지요.

하지만  달리 뽀족한  방법이 있지않았어요.  해야할 이유도 없었고요...

경제적인 이유로  ....  남편이 못 벌면  여자가 벌면 되잖아요.  누가 벌던

생활비하고  이자 떼주고  없으면 없는대로 살 수밖에 없잖나요.

이혼한다고  떼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재벌 남편이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큰 돈아닌  잔돈은  여자가  벌기 쉬운  세상이잖아요.

다행히  손 맛이 있어  반찬도 만들어 팔고  식당엘  나가요.

주위에  이혼 한 가족들...  무척 힘들게  살더군요.

시댁 친정  모두 단절하고 살아가더군요.  자녀들 생활도  엉망인 채..

이혼녀....

이 사회에서는  냉대와  천시의 단어더군요  아직은...

아주 돈이 많던지  전문직이 아닌  여자한테 이혼녀란 딱지는

마치 주홍글씨로 통하더군요.  국세청에 근무하는 남편 친구한테

세무상담을 하러 간 어느 이혼녀는  머리가 다 뽑혔다지요...

낯선 남자와는  절대  이야기도  해서 안되는...

 

...................

그런 편견보다는  대충  내 식대로 편하게 살려고  마음 먹게 된 것은

시어머님  장례를  치런 후입니다.

월남 한  시댁어른은  가까운 일가친척 없습니다.

시숙은  십여년전  사고로 돌아가셨으니..

제가 그 의 손을 놓으면  그에게는 아무도 없습니다.

아내도.. 아들도...딸도...

호적에만  없는 게아니라  그가  돌아올 곳도 없습니다.

 

현희님....

아시지요?

남편의 핸드폰  비밀번호가  잠겨있다는 건  남편 마음이  잠겨있다는

뜻입니다.  연락 없는  며칠동안의   여행은  처가집 행사이며 

대답없는  그의 침묵은  바로 님에 대한  무관심입니다.

동정이든 사랑이든  님에게도 큰 상처가 아니길 바래요.

 

전...  지금처럼 이  반지하 방에서  그를 기다릴거예요.

지방 근무중인  아빠를  가진  다른 집  아이들처럼

우리 아이들도  지방에서 가끔 올라오는  아빠를 기다리며...

그렇게  또  지낼겁니다.

 

님의 현명한 판단이  오래걸리지않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