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념

차차2003.03.16
조회285

참 운이 좋았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름대로 좋은 직장을 얻었었거든요..

이후 IMF를 겪으며 취직에 고민하는 후배들을 보며 운이 좋았다고 생각 했습니다.

좋은 사람 만나 결혼 했습니다.

그 사람은 IMF때부터 잘 안풀렸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로 무장하고 한파를 견뎠습니다.

2002.12월31일날 그 사람이 그러더군요.힘든 시간들이 많았는데 저와 어린 딸을 생각하면 앞으로 아무리 힘들어도 자신 있을것같다고요..참 고마웠습니다.

맞벌이를 하며 딸하나 키우기가 참 힘들었는데 잘 커주어서 벌써 내년이면 학교에 간답니다.

주위 사람들이 부럽다고 해요. 또 하나의 행복이랍니다.

그런데 어제는 직장에서 다른 부서 사람과 크게 싸웠습니다.

조근조근,냉철하게 했어야 하는데 흥분해 버렸습니다.-나보다 어린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 반,할 말 했다는 마음 반,복잡한 마음으로 퇴근 하였습니다.

집에 가니 멀쩡하던 아이가 열이 나 있었고 싱크대위에는 설걷이가 가득 했습니다.

신랑에게 한 단어 했습니다. "설걷이!" 그러자 "내가 설걷이 하는 기계야??"하더군요.

평소 다정한 남편 이었습니다.일도 잘 도와 주는 남편이었구요..

화가 났지만 낮의 냉철하지 못 했던 후회를 되세기며 아이에게 약을 먹이고 설걷이를 하고 저녁을 먹고 피곤해서 누웠습니다.  

절약하고 뛰어다니며 돈 모아 잠시 주식에 넣어 두었다가 묶였습니다.

포기하고 다시 돈 모아 빌라에서 아파트로 옮길려고 하니 뛰어버린 아파트값에 주저 앉았습니다.

풀릴듯 말듯 잘 안풀리는 남편의 일에 셀러리맨의 마지막 자존심, 여차하면 내려고 속 주머니에 간직한 사표도 그 빧빧한 힘을 잃었습니다.

뉴스마다 들리는 경제위기,국제정세의 긴박함에 짜증이 납니다.

엄마는 가끔 엄마가 살던 시대보다 너희들 사는 시대가 더 어려운것같다고 하십니다.

화가 나고 힘이 듭니다.

그래도 살아야겠지요.

출근전에 아이의 이마를 짚어 보았습니다.-열이 내렸더군요.

밑에집 아줌마에게 아이를 부탁하는 전화를 해야겠습니다.-퇴근후 어제 만든 장조림도 한접시 가져다   드리고요..

남편에게 운전 조심하라고 전화도 해야겠고..

어제 싸운 사람과는 어떻게 화해하지??-좋은 방법 좀 가르쳐 주세요..

하루하루 사다보면 좋은 집 이사 갈 날도오겠지요..

행복하세요..30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