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를 미치게 하는가!!

더치페이200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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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결혼한지 2년이 되었고, 아직 아이는 없습니다. 

아이를 낳았어야 정상인데, 요즘 자꾸 제 자신과 결혼 생활이 무슨 '상품'처럼 느껴져서

아이는 커녕, 모든 '관계'에 대한 환멸이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저희는 맞벌이 부부이고, 처음부터 남편의 민주적인(?) 요구에 따라 자기 통장은 자기가 각자 알아서 관리하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제가 조금쯤은 자기중심적이고 계산적인 남편을 만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처음 연애할 때부터 그게 단점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점을 빼면 특별히 흠 잡을 점은 없었고 단점 없는 사람은 없다고 여겼기에 포용하면서 살다보면 고쳐질 거라 여기고 결혼까지 했습니다.    

남편은 저보다 무려 9살이나 연상이구요. 첫째 남자라는 것, 둘째 경력이 많다는 것. 일단 두 가지 조건에서 저보다 훨씬 돈벌이가 좋습니다. 그런데, 모든 면에서 더치페이를 요구합니다. 

예를 하나 들자면, 신혼 초에 침대 커버를 사러 갔을 때에 시장 아주머니가 '8만원'이라고 하니까, 저더러 3만원이나 4만원을 달라고 요구해서 심기가 불편했던 적이 있었고, 얼마전에는 이사 문제로 새 가구를 사는데 자기가 80만원 쓸 동안, 제가 60만원 밖에 안 썼다면서 이삿짐 비용을 저더러 내라고 해서 아주 섭섭했던 적이 있습니다. 

 

한편, 저희 엄마는 직설적으로 말하면 손해보기를 싫어하는, 약간 물질적인 분이십니다. 결혼할 당시에도 제 남편이 우리쪽에, 아무리 여자라도  집값의 일부는 내야 한다, 고 주장해서 '당장 결혼을 취소하라'고 난리가 난 적이 있습니다. 남편이, 패물을 간소화하자고 건의했을 때도, '그렇게는 딸을 시집보낼 수 없다'며 한치도 물러서질 않아 결국, 짠돌이 남편이 물러선 적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추석-설날 때에나 외국여행 후 저희가 자신의 기대에 못 미치는 간소한 선물을 사가지고 오면 "둘이서 버는 것들이..." 하면서 노골적으로 비난을 하곤 합니다. 

 

이런 두 사람이 얼마전 설날 때, 또 선물 문제로 대판 싸우고 다시는 연락을 안합니다. 문제는 엄마가 굴비 선물을 트집 잡으면서 시작되었는데,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기면 될 것을, 매사 따지기 좋아하는 저희 신랑이 따지고 들면서 일어났습니다. 

물론, 저희 엄마 성격이 유별난 건 저도 압니다. 하지만 그 불같은 성격을 모르는 바도 아니고, 꼭 그렇게 식구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사위라는 사람이 장모 말에 딴지를 걸어 싸움을 만들어야 했는지...

나중에 서울로 돌아와 말이라도 먼저 잘못했다는 전화를 주라고 했더니 죽어도 그렇게는 못한다고 버티어 오늘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엄마는 자꾸 제게 전화를 걸어 "에라, 이 등신아. 어떤 놈이 그렇게 나이를 처먹고도 어린 자기 마누라한테 뭐든 반반씩 내자는 치사한 제의를 하냐.. 이 등신아."라고 한숨을 쉬고, 제 남편은 그런 것은 염두에도 안 두고 이사를 며칠 앞둔 지금도 자기가 얼마를 냈느니, 내가 얼마를 냈느니.. 계산하느라 바쁩니다. 

 

정말 한심합니다. 아무리 고치려 해도, 고쳐지질 않습니다. 오히려 고치려는 절더러 뭐라고 합니다. "넌 돈 벌어서 어디다 쓸건데? 남자니까 더 많이 써야 한다는 보수적인 생각은 뜯어고쳐. 여자도 이제 독립적인 위치에 서야지, " 라구요.

엄마는, 그런 이기적인 놈하고 사느니 차라리 이혼을 하라고.. 아니면 직장을 때려치우고 집에 한번 들어앉아 보라고, 그 놈이 한번 어쩌나 보라고 자꾸  부추깁니다.  

정말, 달리 할 말이 없고, 남편이고 엄마고 다 보기 싫으니 때쳐치우고 한달만 조용히 산속에 처박혀 명상집이나 읽고 싶네요. 님들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현명한 처신에 관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