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에 관한 짧은 메뉴얼(남성용)

2003.03.18
조회1,472

왠지 제목을 너무 거창하게 쓴거 같은데, 네이트 톡에 소개팅에 관한 글이 올라와서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적어봅니다. 제가 95학번이었으므로 그당시에 했던 소개팅이기에 조금은 낡은 시대가 지난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요즘 대학 1,2학년은 아무래도 또 다른 생각을 갖고 있고 놀거리도 더 다양하니까요.

 

여튼 대학 새내기부터 3학년 정도까지 소개팅, 미팅 다 합쳐서 약 50번정도 했네요. 날라리 양아치라고 보실지도 모르겠지만 그런건 아니구요(적어도 제생각에는 ^^;) 단지 첫눈에 빠져버리는 첫번째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해서(일명 첫사랑을) 그런 삽질을 했습니다. 결국 38번째에 그런 여자친구를 만났고 제 인생에 후회 없을만큼 예쁘고 착한 아이와 남자 인생에 평생 기억된다는 첫사랑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소개팅의 대박 확률은 1/38이라고 말하곤 하죠. 이건 서로 첫눈에 반한다는 머 그런 것의 확률입니다. 그리고 소개팅이 50번이 넘어가는건 첫번째 여친과 깨지고 그 후에 좀 더했기에 그리 된겁니당.

 

여튼 서론이 길었고 경험하다 나온 노하우를 써볼께요.

 

1.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하나.

 처음에는 다 그렇듯이 일단 호구조사가 서로 진행이 될껍니다. 그리고 말은 서로 괜찮다면 빨리 놔버렸습니다. (동생이라도 호칭만 오빠정도로 하고 말은 놓는방향으로) 대충 기본적인게 끝났으면 최대한 광범위하게 이것저것 물어봅니다. 학교, 학과, 영화, 음악, 인터넷, 음식, 이성 등등의 좀 쉬운 문제들을 물어봐서 서로 공통관심사가 통한다고 느끼는 부분을 캐치해서 이야기를 진행시킵니다. 흐름이 끊기지 않게 질문을 많이 던지고 경청하고 맞장구 쳐주면서 간간히 자신에게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 같은것들을 첨가해 줍니다.  요지는 자연스러움입니다. 이것은 여자에게도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2. 만나서 뭘 하나..

 만나는 건 보통 커피숖이 될꺼고 보통 5,6시쯤 소개팅이 시작되니 커피 마시며 이야기좀 나누면 밥먹을때가 될껍니다. 당연히 그 후는 밥먹으러 갈꺼고 밥먹구 난 후에는 서로 취향에 맞게 당구(포켓볼이겠죠?)한겜 하러 가거나 저같은 경우는 오락실에 가기도 했습니다. 여튼 밥먹구 배부른 상황이니까 약간 몸을 움직여주는 곳이 좋을듯 합니다. 요즘은 놀거리가 더 많을테니 선택의 폭이 더 넓으리라 생각됩니다. 이정도면 해도 뉘엇뉘엇 지고 있고 술먹어도 괜찮을 시간이 됩니다. 여자가 술을 잘한다면 술한잔하러 가면 되고 술을 잘 못한다고 하면 Bar에 가셔서 칵테일 같은거 드시는걸 추천합니다. 그리고는 여자 차타는데 바래다 주고 자신도 집에 옵니다. (또 놀러가도 상관은 없습니다)

(혹은 어디로 휙 놀러가는것도 괜찮지 않을까 합니다. 저의 경우 전에 3일 연속 소개팅을 하게된적이 있는데 마지막날은 느무느무 이 코스가 지겨워서 만나자마자 롯데월드 놀이동산에 가버렸습니다. 아무생각 없이 저지른 일이었는데 의외로 여자쪽도 많이 즐거워 했습니다.)

 

 여튼, 솔직히 남자에게는 돈이 문제입니다. 위에 간단하게 '밥'이라구 썼지만 어디가서 뭘먹느냐가 상당히 골치죠. 특히 저같은 경우는 없는 살림에 학교에선 후배 밥도 사줘야 하고 저축도 하는데 소개팅을 '무척' 자주 해야 했기에 자금 콘트롤이 꽤 문제였습니다.

 일단 첨만난 곳에서의 커피값은 남자 부담입니다. (가끔 선배님이 해주는 소개팅의 경우 선배님이 계산해 주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눈물나게 고맙죠. 소개팅도 시켜주고 커피도 사주고 T_T)

 두번째 밥은 전 주로 피자헛을 이용했습니다. 저에게 10퍼센트 할인에 콜라무료인 피자헛 카드를 십분 활용했습니다.-_-;; 피자 중짜 하나랑(그 당시 9900원인걸로 기억) 샐러드 시켜 먹으면 둘이서 꽤 배부르게 먹고 나왔습니다. 가격은 만원 남짓.

 포켓볼 비용은 주로 포켓볼 내기로 많이 했습니다.(제가 실력이 별루 없어서 여자랑 해도 팽팽한 게임이 됐습니다. -_-;;) 여튼 포켓볼 비용은 만원정도이고 여기서 만약 여자가 내게 되었으면 다음 코스인 칵테일은 제가 냈습니다. 반대인 경우는 보통 여자가 알아서 내더군요. 근데 여자가 매우 어린 동생뻘이라면 당연히 남자가 내는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여튼 여자가 한번 낸다면 약 3만원 조금 넘는 비용으로 소개팅을 마무리 할수 있습니다. (이런식으로 버텨왔습니다 저는.) 허나 요즘은 피자헛보다는 근처에 괜찮은 파스타집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음식값도 크게 부담 없고 분위기도 깔끔하고..

 물론 돈 많으시다면 TGI 급이나 그 이상가는데 가셔도 안말립니다.

 

3. 만난후 여자에게..

 집에 들어온후 씻고 '집에 잘들어갔냐'와 같은 문자를 날려줍니다. 여자가 자신이 너무너무 맘에 안들었다면 답문이 안올수도 있지만 그래두 예의상 올꺼라 생각합니다. 만약 안오면 게임 끝. 왔으면 주선했던 사람에게 연락해서 상황파악을 한후 괜찮았다면 다음날이나 다다음날 정도에 전화통화 합니다.

 여튼, 나갔는데 무지막지한 폭탄이 나왔다고 매너없이 굴지 마시길. 인연이 있어서 만난거 아닙니까? 끝까지 잘 대해주시고 마지막 문자까지 해주세요. 그 후에 더이상 연락을 안하면 여자쪽 역시 연락이 없을껍니다.

 저역시 철없던 시절 노매너했던 경험이 있는데 많이 후회합니다. 소개팅 연륜(?)이 쌓이다 보니 그게 아니다란 생각이 들더군요.  어떤 파트너이든간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시길 바랍니다.

 

4. 만난후 주선자에게..

 맘에든 사람 소개시켜줬으면 한턱 쏠 준비나 하시면 되는거고...

 맘에 안든.. 즉 폭탄이 나온경우입니다. 사실 여자가 남자에게 소개팅을 시켜줄경우 이런일이 많이 발생합니다. 여자가 여자를 보는 시각과 남자가 여자를 보는 시각에 미묘한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여자 주선자가 말하길 '아주 예쁘진 않은데 귀여워'란말을 쓴다면 남자에겐 요주위입니다. 정말 귀여울수도 있지만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더군요.

 여튼 그런 상대가 나왔다구 해서 주선자를 쪼아선 절대 아니됩니다.

 형이나 친구가 주선해준거라면 정중히 괜찮은 아이인데 내가 찾는 스타일이 아니다 정도로 마무리 지어 주시고 누나나 이성친구가 해준거라면 앞과 같이 정중하게 말하고 끝에 '너보다 못생긴애 데리구 나오면 어떻게!' 하구 농담조로 한마디 해주세요. 그러면 주선해준 여자분은 애써 좋은 기색을 감추며(여자에게는 자기가 예쁘단 말엔 장사없죠) 기분좋게 다음 소개팅을 약속해 줍니다. 아마 다음번에는 자신이 더욱 아끼던 친구를 소개시켜줄 가능성이 높을껍니다. (제가 이딴방법으로 50번넘게 소개팅을 해올수 있었습니다. 허허)

 

 

여튼 이정도구요. 모두들 소개팅에서 멋진 여자분 만나길 바랍니다.

근데 너무 큰 기대감을 갖고 나가시진 마세요. 다시말하지만 확률은 1/38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