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류장에서 내 마음을 찡하게 했던 그 할머니.

정수정2006.10.25
조회57,198

 

 

 

 

헉 말로만 듣던 톡이 되다니...

그냥 일기장에 적었던 글을 붙여넣기 했었을 뿐인데..ㅠㅠ

저두 그날 마음이 아팠나 봅니다.

착한일 한것도 아니구 그냥 당연히 할 도리를 했을뿐인데요 뭘. . .

그 아들 분이. 추석 끝나구 문자가 왔답니다.

고맙다구..^^ 그분들도 사정이 있었을꺼예요.

너무 나무라지 마세용..ㅠㅠ

 

저두 엄마한테 잘 못하는데 이번 계기로 다시 생각하는 시간이 됐어요.

오늘하루도 따듯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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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맞아 고향을 내려가려고

하루전에 먼저 정류장에 버스를 타러 가 버스표를끊고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때

어떤 할머니가 나에게 아주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나에게 건네주던..그것은..

달력 뒷면에 꼬깃꼬깃 찢어서 삐뚤삐둘한 글씨로 적은 집..

전화번호, 핸드폰 번호와 아들 이름....이었다.

할머니는 투박한 사투리로 나에게 말했다.

 

"저기 아가씨..이거 우리 아들 번혼데..나 데릴러 온다고 했는데

아직 안와서 그러는데요..전화 한통만 해주면 안될까요.."

 

자식들뒷 바라지 한다고 온손에 주름이 간 그 할머니와

너무도 미안한듯한  미소로 내 눈치를 보면서 쳐다보던

그 할머니의 눈빛이 너무 안쓰러워서... 순간..

 

차마 어색한 표정은

지을 수 없었다.

 

"예^^도와드릴께요."

 

전화는 받지 않았다.

두통이고 세통이고 몇분동안..계속 받지 않았다.

집전화고 핸드폰이고...

 

"할머니.죄송한데요..지금전화를 안받으시네요"

 

금새 어두워 지는 할머니의 얼굴..

 

 

할머니는 내가 인색하게라도

보였는지 아님 전화 한통 건게 돈이나갔을까바. 또 눈치를 보면서..

 

"괜찬심더.오겠지예 뭐..고맙습니다.고맙습니다."

.그럼.오겠지 뭐.나 데리러 온다구 했는데..좀더 기다리지머.아가씨 고마워예.진짜로.."

 

 

"몇시에 온다고 하셨는데요?.."

 

"5시..."

 

지금시각은 7시가 다되가는 시간이었다.

머라 위로의말을 해야겠는데 할머니가 진동의 개념을 모르실꺼같애서

 

"아..지금 전화를 소리 말고 이렇게 덜덜덜 떨리는 걸로

해놔가지고 아드님이 못받으셨나 봐요.할머니같이 기다려요.."

하고 말을 건넸다.

 

시간은..여섯시 반을 훌쩍 넘어가는데..

한시간 반동안이나..

시골에서 아들 줄거라고

초등학교 애들이나 맬 법한 가방 한가득 찢어지도록 익지도

않은 감과 나물들을 한보따리 안고 있는 할머니가 너무 안쓰러워서

문자도 보내고 전화도 계속했다.

 

잠시 후 아들이라는 사람이 전화가 왔다.

지금 자기 아내가 출발햇으니까 10분만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어이가 없었다. 추석이면 당연히 자식이 내려가야지..

이렇게 부모를 기다리게 하면 어떻해...

할머니께 곧 오신다고 얘기를 했다.

 

조심스레.

"추석인데 아들분이 안내려오시구 할머니꼐서 오시나봐요?"

"아..이번에 우리아들내미가 감 농사를 말아먹어가지고.... 사정이 좀 그래됐심더.그래도

우리아들이 효잡니더.진짜로."

 

그리고는

할머니는 나보고자꾸 고맙다며 자기가 줄것은 없고

가방에서 조심스레 감을 하나 꺼내어 주시는 것이었다.

아직 익지도않은 파란 감을..

그리고는 또 머뭇머뭇.. 고마우니까 하나더 준다며 하나더 꺼내서 주시는 것이었다.

자꾸 고맙다면서 내 눈치를 봤다.

나는 그냥 전화밖에 한것이 없는데...

그래봤자.통화료 500원도 안나온것 가지고..

 

할머니는 그 전화 몇통이 그리 미안했는지..자꾸만 아들 자랑과

함께 나에게 존댓말을 쓰시면서 어떤 농사를 짓는지..

자신의 가족들에 대해서 얘기해주셨다.

 

.

.

 

계속 출입구만 뚫어져라 바라보시는 할머니의눈..

 

너무도 고생하신듯한 갈색의 주름진 손과..

세월의 노고가 그대로 보이는 축 쳐지신 어깨와 깡마르신얼굴.

 

 

25분 정도 기다렸을까. 며느리라는사람이왔다.

 

"어머니.버스가 밀려서 죄송해요."

할머니 그제서야 환하게 웃으시며 나를 그 사람에게 소개했다.

아무리 버스 밀렸다지만 왜그리 그 며느리 밉게 보였을까.

 

우리 할머니도 시골에 계시는데.

이번에.. 가게가 바빠서..외할머니댁은 못 찾아 뵙는다고 하는데

만감이 교차했다...............

 

에이씨..슬펐다. 추석은...

그냥..

 

 

정류장에서 내 마음을 찡하게 했던 그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