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사라지다. 1편

운비200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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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녕하세요. 그 동안 글도 완성하지 못해서 정말 죄송한 말씀 드립니다.  많은 사랑부탁드립니다.  부족한 점이 아직도 많아요. 늘 너그럽게 봐주시기 바랍니다.

 

 

“화영아, 일어나”


일어나라는 아버지의 소리에 화영은 더욱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두더지가 따로 없다. 화영은 항상 아침 잠이 많아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걸 못한다. 한번도 여섯시 이전에 일어난 적이 없다. 학교 다닐때도 지각 대장이었다. 오죽하면 선생님들이  이름 대신 지각 대장 이라고 학교를 졸업할때까지 불렀다. 이 정도로 화영은 유난히 아침 잠이 많은 아이였다.


“일어나. 일어나. 김화영... 제주도 안갈거야”


제주도... 화영은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 제주도 가야한다. 졸업하고 벌써 일년째 집에서 백수로 놀고 있다.  대학 졸업만 하면 바로 취업할 줄 알았다. 이렇게 아무런 직업도 없이 백조의 길로 자연스럽게 들어서게 될 줄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직업의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는 마법의 문이었다.  이 놈의 사회가 어떻게 될지... 앞날이 캄캄하다.

이번 여행을 마지막으로 꼭 취업에 성공하겠다. 제주도 여행을 가기 위해 석달동안 커피숍에서 시간당 알바를 했다.

내 힘으로 여행경비를 모으고, 혼자 여행을 떠났다. 친구들은 작은 회사라도 들어갔다. 물론 내가 대기업에 갈 정도로 뛰어난 인재라도 생각하지 않는다. 학교 다닐때 다른 친구들보다 공부를 잘한 편도 아니었다. 그저 내 전공을 살려서 내가 원하는 곳에 가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나를 외면하고 매번 똑 떨어졌다. 그럴때마다 좌절.. 한달은 좌절모드로 들어가 밖에도 친구들도 만나기 싫다. 친구들은 돈이라도 벌어서 펑펑 쓰는데 난 아직도 아빠에게 용돈을 타쓰는 형편이다. 이런 내가 한심하고.. 아무튼 난 지금 제주도로 가야한다.


“아빠 나 대신 가방 좀 싸줘요”

“아직 짐도 안 꾸린거야. 도대체 어제 뭐했니?”

“그냥 뭘 넣어가야할지 몰라서 고민하다가 잤어. 미안 나 대신 좀 해줘. 나 씻어야겠어”


내가 딸을 잘못 키웠다. 몸은 어른이지만 정신은 아직도 10대 수준이다. 엄마가 없다고 그저 모든지 다 들어준 내 잘못이다. 이렇게 후회할 날이 올지 미처 몰랐다.

잠옷 바람으로 화장실에 들어간 화영은 번개보다 더 빠르게 양치질을 하고, 세수를 하고 옷장을 활짝 열고는 빠르게 옷장에 걸려 있는 옷을 하나 하나 꺼내어 침대에 던졌다.


“아빠 이 옷 입고 갈까?”


작년에 산 곰이 그러져 있는 파란색 반팔 티셔츠를 아빠에게 보여주었다.


“마음대로...”

“마음에 안들어”

“아무 옷이나 입고 가. 같이 갈 남자도 없으면서..”


투박스럽게 말하는 아빠를 바라보는 화영의 눈에 불꽃이 일었다.


“내가 남자를 사귀지 않는 이유는 아빠때문이야. 아빠가 항상 언제 올거니.. 몇시에 올거니. 늘 전화를 붙잡고 사는데 내가 어떻게 남자를 만나 데이트를 하겠어. 이건 다 아빠 잘못이야”

“다른 집 딸들은 아무리 부모가 간섭을 해도 몰래 데이트 잘만 하더라. 너는 어째 그렇게 거짓말도 못하고, 쑥맥이야. 그런 여자 남자들 매력 없어해. 니 엄마는 안그랬어. 내숭을 얼마나 잘 떨었다고.. 니 엄마는 아빠 앞에 있는 내숭 없는 내숭 다 떨어서 아빠 정신을 혼란하게 만든 다음 내가 정신 차리지 전에 결혼하게 만들었어. 너는 그런 능력도 없냐”

“내가 순진한 아빠 닮았나보지 뭐. 짐이나 싸”

“바닷가에 갈거냐?”

“글쎄요.. 갈거야. 수영복이 어디에 있지”


화영은 수영복을 찾느라 또 다시 옷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방은 어느새 화영의 옷으로 가득찼다. 


“아빠 수영복도 넣어. 난 옷부터 갈아 입어야겠어. 지금 몇시지?”

“공항까지 태워다줄게. 밥부터 먹어”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로 거의 10년을 넘게 아빠는 집안 살림을 혼자서 다 하셨다. 누구보다 미래가 보장 된 교수직과 연구를 포기하시고, 엄마와 살던 집을 떠나 지방으로 이사를 왔다.

그리고 내 기억에 있는 꼬마아이를 만났다. 가끔 그 남자 꼬마아이가 생각날때가 있다. 날 못생긴 애라고 불렀는데... 어린애가 하는 소리라서 봐줬는데.. 가끔 그 아이는 어디서 뭘하고 사는지 궁금해 한적도 있다.

앞치마가 전혀 어색하지 않는 아빠의 모습을 뒤로하고 아빠가 싸준 짐가방을 들고,  비행기표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는 화영은 급하게 집을 나왔다.

공항까지 아빠가 태워다 주었다. 차안에서 아빠가 만들어주신 샌드위치를 개눈감추듯이 앉은 자리에서 다 먹었다. 2박 3일동안 아빠 혼자 그 큰 집에 혼자 있어야하는데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아빠 혼자 있을 수 있어?”

“걱정은 되냐?”

“그럼... 내가 얼마나 아빠를 생각하는데.. 아빠는 내 마음도 모르고..”

“아빠 걱정하지 말고, 재미있게 놀다와. 친구도 없이 혼자가서 아빠는 니가 더 걱정이다.”

“난 혼자서도 어디에서도 잘 다녀. 걱정말아요”

“늘 씩씩한 우리 딸. ”

“잘 다녀올게요.”


해피엔코에서 산 바퀴달린 여행 가방을 (좀 유치한 가방있지만) 들고 공항 안으로 들어갔다. 아주 힘차게 당당하게 안으로 들어갔다.

아빠는 차안에서 두 손을 흔들고 ‘잘 다녀와라 전화하고’ 웃으시는 아빠의 얼굴을 뒤로하고 화영은  혼자만의 여행을 즐기기 위해 한발 한발 앞으로 걸어갔다.

자신이 상상하는 그런 자유로운 여행이 되기를 기도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곳에서 맛나는 음식과 좋은 풍경들과 뭔가를 느끼는 그런 여행이 되기를 바랬다.

화영은 비행기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30분이나 남았다.  공항 대기 의자에 않아 시간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김해공항 안에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해외 여행을 가기위해 단체 관광객이 몇 명 있을뿐이었다.

기다리가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티비가 있지만 티비에는 눈길이 가지 않았다.  오가는 사람들을 멍하니 쳐다 보았다. 예쁜 스튜어디스 언니들도 돌아보았다.  그때 어떤 남자가 내 옆에 앉았다.  더운 날에 카키색 모자를 쓰고, 파란색 티셔츠를 입은 남자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주 얼핏 봤지만 뚜럿한 이목구비와 검은 눈썹이 인상적이었다.


“어디 가세요”


나에게 말을 거는 그 남자의 목소리는 약간의 저음과 부드러운 음성이 여기 사람은 아니었다. 경상도 사람들의 어투는 좀 투박하고, 센 발음이 나는데 이 남자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서울 사람 같지는 않다. 독특한 발음이다. 유학파... 그런 생각도 잠시 했다.


“제주도가요”


그냥 건성으로 대답했다. 별로 말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조금 있으면 비행기를 타러 가야한다.  제주도행 비행기 탑승을 알리는 방송이 너무나 고마웠다. 드디어 떠났다. 나만의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남자는 어느새 사리지고 없었다. 화영은 별다른 생각없이 입구로 들어가 탑승 절차를 찬찬히 밟았다. 번호를 확인하고, 자리를 찾아 짐을 위에 올려 놓았다. 비행기를 처음 타지 않아서 그런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처음 졸업 여행때 제주도로 가기위해 비행기를 탔을때는 다 신기하고, 뭔가 뭔지 몰라 한참을 해메였다. 두 번째라도 그런 일은 없다.

창 옆이라서 그것도 좋았다.  비록 비행기 꼬리 부분에 앉았지만 하늘을 볼 수 있는 자리라서 다행스러웠다. 

그때는 덩치 큰 남자 선배와 같이 앉는 바람에(그것도 창문과 멀리) 하늘 구경도 못했다. 선배가 창문 덮개를 닫는 바람에 햇빛 구경도 하지 못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났다.  하지만 지금은 출발부터 좋은 일만 일어날 것 같다. 이렇게 창 옆에 앉았으니 말이다. 내 옆자리에도 누가 앉았다. 얼핏 봤는데 공항에서 말을 걸었던 그 남자였다. 난 모르는척 창밖 풍경만 바라보았다. 그 남자에게서 향긋한 꽃향기가 났다. 남자가 무슨 꽃향기 향수를 뿌리는지 의아했다.  하지만 싫지 않은 냄새라서 그 향기를 어느새 즐겼다. 어떤 향수를 쓰냐고 묻고 싶었지만 (여자라면 물었을 것이다) 처음보는 사람에게 말을 걸기가 좀 그랬다. 소심한 B형이라고 할까? 소심한 B형이라고 하면 다들 웃는다. B형이 소심하면 안되라는 법이있나. 왜 꼭 A형만이 소심해야하는가? 난 그렇게 말하고 싶다. 아주 소심하게....


“제주도는 처음이세요?”


그 남자가 말을 걸었다.  별로 대답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물었는데 예의상 대답은 해줘야할 것 같아서 아주 짧게 ‘네’라고 말해주었다. 물론 처음은 아니다. 그저 더 이상의 대화를 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그렇게 거짓말을 한 것이다.


“저도 처음이에요”


누가 물어봤냐고... 이 남자 넉살도 좋다. 낮가람이 없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주섬주섬 말은 잘했다.


“그래요. 좋은 여행 되세요”


내가 들어도 참 딱딱한 말투였다. 서울에서 살다가 지방으로 (부산으로)에 오면서 사투리는 거의 쓰지 않은 편이지만 그래도 가끔 여기 말투를 쓸때도 있다. 친구들과 얘기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될 때도 있다. 거의 부산에 10년을 넘게 살았다. 당신에게 관심이 없어요라고 표현하듯이 잡지책에 관심을 두었다. 그 남자도 나에게 더 이상 말은 걸지 않았다. ‘내가 너무 매정하게 굴었나’라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남자는 그저 가는 동안 가볍게 인사라도 주고 받고 싶은 그런 생각이었는데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한건 아닌지 후회가 되었다.  보통 사람들은 낯선 사람에게 말을 잘 걸지 않는다. 그래서 말을 걸어오고, 이런 저런 얘기하는 사람에게 우선은 경계심을 갖는게 보통이다.


“거기... 혼사 여행가시는거에요. 아님.. 친구가 제주도에 사나요?”

소심하게 말을 걸었다. 자유라라는 건 아니 여행이라는 건 이렇게 모르는 사람에게 말도 걸고, 함께 마음을 열고, 즐겁운 시간은 보내는 거다. 근데 난 처음부터 경계부터 했다. 그건 진정한 자유의 여행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궁금하세요?”

“어... 궁금해요”


궁금하다고 해야할 것 같았다. 내가 좀 딱딱하게 나갔다고, 바로 응수하네. 속 좁은 남자야.


“그냥 가는거에요. 사랑하는 여자가 거기에 가거든요.”


사랑하는 여자가 거기에 갔다고.. 이건 또 무슨 말이야. 아무래도 내가 상대를 잘못 선택한 것 같다.  그냥 있을걸... 이래저래 후회가 된다.


“네... 즐거운 여행되세요.”


내가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 아무래도 이 사람은 모르는 척하는게 좋을 것 같다. 근데 아까부터 날보면 웃는 이 남자의 행동이 눈에 거슬렸다.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 자꾸 신경이 쓰였다. 아무래도 자는 척이라도 해야겠다. 이 남자는 정신이 이상하거나 아무나 보면 웃는 그런 사람인가 보다. 아님 변태... 생긴건 멀쩡하게 생겨가지고.. 변태라니... 아무래도 처음부터 이상한 남자나 만나고 불길하다. 아무일 없이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소망이다.

비행기가 이륙을 하고, 화영은 창밖을 보면서 구름을 바라보았다. 가방안에 있는 디카를 꺼내서 구름을 찍지 시작했다. 구름이 꼭 솜사탕 같이 생겼다. 예전에 먹었던 막대 솜사탕이 생각났다.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있었다. 저 위를 걸고 있는 자신을 상상 해보았다.


“너무 좋다. 하얀 솜사탕 같아. 천사가 되어서 저 위를 걸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음 속으로 얘기한다는 것이 그만 입 밖으로 나오고 말았다. 옆에 있던 남자가 피식 웃는 소리가 들렀다. 지금 비웃는거야. 상당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소심한 내가 그 남자를 짧게 아주 짧게 째러보았다.


“미안해요.”

“뭐가 미안한데요.”

“비웃었던 것 아니에요.”

“됐어요.”


더 이상 얘기하면 나만 이상한 사람될까봐. 더 이상 이 남자와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튼 빨리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스튜디어스 언니가 음료수를 권했다. 공짜라서 많이 먹어두기로 했다.


“쥬스 주세요.”

사탕도 있어서 사탕도 달라고 했다. 기념으로 갖고 싶기도 했고, 공짜라서 더 끌리기도 했다. 비행기에서 받은거라고 아빠에게 줄 생각이다. 아빠도 이런 사탕은 먹어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공짜 좋아하세요?”

“공짜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요.”


이 남자와 말하기 싫은데.. 자꾸 말을 하게 된다. 내가 너무 마음이 약해서 그런거다. 사람을 무시하는 건 좋지 않다. 아빠도 그랬다. 사람을 함부로 무시하면 안된다고 말이다. 아무튼 이 놈의 착한 마음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유독 좋아하는 것 같아서요”


너는.. 아까보니까 사과 쥬스도 먹고, 커피도 마시던만... 사돈 남말하네. 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소심한 성격이라서 참았다.

그 이후로 제주도에 도착할때까지 이 남자와 별 얘기하지 않았다.  제주도 공항에 도착해서 스튜디어스 언니의 인사를 받고, 비행기에서 내렸다.

제주도 공기는 역시 달랐다.  내 느낌에는 분명히 달랐다.  바퀴 달린 짐을 열심히 끓고, 출구로 향했다. 그 남자는 바로 내 뒤를 따랐다.  공항 밖으로 나오니 꼭 해외 여행 온 느낌이 들었다. 흥분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흥분될 줄 몰랐다. 온 몸에 전기가 짜릿 짜릿 하면서 이 기분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그런 심정이다.


“못생긴 애”


그때 내 귀에 들러오는 ‘못생긴 애’라는 말에 내 심장은 쿵하고 떨어졌다. 못생긴 애.. 이 별명은 오직 옆에 살던 그 꼬마아이가 나를 부를때 써던 말이다.


“못생긴 애”


난 천천히 뒤를 돌아 보았다. 내 옆에 앉았던 그 남자가 나를 바라보면서 서 있었다.


“못생긴 애”


분명 그 남자가 나를 향해 ‘못생긴 애’ 라고 했다. 분명히 이번에는 똑똑히 들었다. ‘못생긴 애’ 그럼 이 남자가 그 옆집의 꼬마 남자. 옆집에 살던 그 꼬마의 얼굴이 그 남자의 얼굴과 겹치면서 나를 향해 웃고 있었다. 그 꼬마애는 키도 작았고, 얼굴도 여자애처럼 예쁘게 생겼는데 지금의 이 남자는 뭔가 달랐다. 키고 아주 크고.. 나보다 한 10cm는 차이가 났다. 그리고 얼굴은 예쁜 얼굴이기보다 선이 뚜럿하고, 남자다웠다. 머릿속이 혼란스럽기 시작했다.


“정말 못알아본다. 내가 그렇게 많이 변했어. 난 한눈에 알아봤는데...”


그럼 김해 공항에서 날 알아보고, 따라왔던 것인가? 아님 제주도에 우연히 같이 오게 된것인가? 너무 혼란스럽다.  여기서 그 꼬마 아이를 만난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차 병우”

“내 이름 기억하네. 난 잊은 줄 알았는데...”


기억했다. 차 병우. 그 남자 아이 이름은 차 병우였다. 늘 날 못생긴 애라고 부르던 그 남자 아이를 어떻게 내가 잊을 수 있단 말인가? 그때를 생각하면... 한 대 때려주고 싶을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원수 같은 놈. 그 원수를 이곳에서 만날 줄이야.


“내가 어떻게 잊냐.  날 못생긴 애라고 놀리던 너를 어떻게 잊어. 그것 때문에 내가 얼마나...  그래 지금와서 이런 얘기 무슨 소용이냐.”


치사해서 더 이상 말을 못하겠다. 아니 내 마음 속에 있는 한을 어떻게 다 말을 하겠는가? 밤새 세워도 다 못한다.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 여전히 어릴적 그대로야”

“그건 아직도 못생긴 애라는거냐?”

“굳이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구나. 역시... 남달라.”

“너 염장 지르려고 나 따라 온거지. 한국에는 왜 돌아왔냐. 미국에서 살지.”

“미국이 아니라 일본으로 이민 갔어.”

“일본이였어. 가까운데 있었네.”

“지금 어딜 갈 생각이야”

“어디 갈 생각이냐니?”

“같이 여행해야지”


병우 말에 머리를 한 대 얻은 맞은 것처럼 머리가 무거웠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그럼 여기에 일이 있어서 온게 아니라 순전히.... 아니다. 내가 잘못 해석한것이다. 다시 물어봐야겠다.


“같이 여행하는거라니. 너 제주도에 아는 사람 만나러온거 아니야.”

“한국에 아는 사람이 어디에 있어. 가족들 전부 다 일본에 있는데... 한국에 못생긴 애 찾아온거야. 한번 오고 싶어거든.  제주도에 니가 가니까 나도 따라 온거야.”


미치겠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그러니까 나 따라 온거라고... 근데 왜 누나라고 안해. 너 죽고 싶어. 이게 어디서 반말이다가 이젠 너라고.. 예의을 상실했구만...”

“나이 많은게 자랑이야. 그냥 편하게 이름 부르자고... 쿨하게 말이야. 너무 예의 지키면 세상 살기 피곤해. 좋잖아 화영아.”

“너가 아주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 누나라고 불러. 아님 여기서 헤어지든지.”

“너무 빡빡하게 구네.  왜 그리 구시대적이야. 나이가 무슨 상관이야. 친구처럼 지내면 좋지. 꽃미남인 내가 친구하자고 하는데 그것도 불만이야.”

“꽃미남 좋아하네. 꽃미남이 일본에서 다 얼어죽었냐?”

“성깔 있네.”

“너만 하겠냐. 내가 너한테 당한것 생각하면.. 아직도 잠을 못자.”

“얘기는 나중에 하고, 우선 목적지나 말해”


끝까지 반말이다. 어릴적에도 반말이더니... 지 버릇 개 못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