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진 시집살이 잘 견디는가 싶더니...

훌쩍훌쩍2003.03.19
조회33,319

조금 있음 언니 생일이네...

미역국도 못 먹을 우리 언니...

겨우 31번 미역국 먹어보구,

그 31번중 나랑 같이 먹어본 적이 있었던가!!

기억도 나질 않네...

 

일찍 떠날거라서

그렇게 슬퍼보였을까?

언니집에 첨으로 놀러가서

언니가 사준 불갈비를 먹고,

지하철 입구 앞 횡단보도 까지 배웅해 주던 때,

 

문득,

나는 가던길을 멈추고 돌아선 언니를 바라보고 있었어.

그때는 언니가 아프지도 않을 때인데

왜 그렇게 언니의 뒷모습이

슬퍼 보이던지...

 

나,

언니가 없는 지금도

언니를 떠올릴때마다

그때의 뒷모습이 젤먼저 생각나서

언니가 야속하리 만큼 보고싶어.

 

왜 참고 살았어.

헛똑똑이 같으니라구...

부모보다 앞서간 언니보다, 차라리 이혼녀 언니가 더 나았을 것을...

 

모진 시집살이 잘 견디는가 싶더니

정신을 잃고 쓰러진 그 순간에도

"나는 몰라요. 나는 몰라요. 왜 나한테 이래요?"

허우적! 허우적!

 

"그 때

그렇게 결혼하기 싫다고 할때

억지로 보내지 말았어야 했어

시댁에 보내지 말았어야 했어

내가 외손주 보고 싶은 맘이 이런데, 너희 시엄마도 얼마나 친손주 보고 싶겠냐" 며

떠밀듯 들여 보냈던 시댁과의 삶...

 

엄마의 욕심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병에 걸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자책하는

엄마의 처절한 울부짖음을 보면서,

 

먼저간 자식에게 못내 서운해

술로 밥을 대신하시는 

아빠의 말없는 눈물을 보면서,

 

새벽 4시에 시엄마 도시락을 싸주던 바보 등신 언니가 자꾸만 미워져.

이혼한 시누이 둘에

사탕 한봉지 사주지 않는 시동생 뒷바라지 해가며

 

결국

자식들, 며느리 몰래 일저지른 시엄마 덕에

"나는 몰라요. 나는 몰라요. 왜 나한테 이래요?"

빚쟁이들한테 쫓겨다니던 그 해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지

"암"이라고...

 

갑자기 모든게 다 떠올랐지

언니 임신 8개월 때

신혼여행간 시누이 온다고

시엄마 손에 이끌려

전부치고 부침개 뒤집고

다음날 진통으로 팔싹동이 첫 조카를 낳았는데

이래저래 약한 조카를 병원에 두고

친정에는 알리지도 못한채 혼자 아파했을 언니...

 

뒤늦게 소식 접하구

부랴부랴 올라간 엄마께

시엄마 한다는 소리가

"며늘이 너무 약해서 팔싹동이 낳았다구..손주가 불쌍하다구"

완전 언니를 병자 취급하며,

정신적인 충격을 겪은 며늘 걱정은 없구

약한 엄마 만난 손주 불쌍 타령만 하는 시엄마

 

우리 엄마...

부르르 떨리는 분노를 참았고...

 

둘째 며느리 대학 나왔다구

사뭇 언니와 차별하며

설거지 한번 안시키던 시엄마에게

 

우리 엄마...

또한번 분노를 삼켰야만 했어...

 

맏 며느리라서

31해 떠나는 그날까지

명절때 친정에 한번 발걸음 못한 언니...

보고 싶어도 시엄마 눈치보여

찾아가지 못하는 우리 엄마...

 

행복하게 살다 갔다면

이렇게 맘이 아리진 않을텐데

사는 동안 언니에게 행복한 순간은 있었던가?

 

떠나기 며칠전

그렇게 애타게 형부를 찾았는데

의식도 없으면서

애타게 불렀는데

 

형부는...

그날 병원에 오지 않았어.

몇번을 전화했지만...

간다고 말만 할뿐...

결국엔 전화도 받지 않더군...

 

그래...

3개월 병마와 싸우는 언니를 돌보느냐

많이 힘들었겠지

지치기도 했겠지

그렇게 이해하려 했지만

 

언니가 떠난날...

옷가지 몇벌을 태우기 위해 찾아간 언니의 안방엔

언니의 물건은 하나도 없었지...

그들을 모두 죽여버리고 싶었어.

하나님이 존재 한다면

그들을 지옥에 떨어뜨려 달라고

그렇게 무서운 기도를 했어.

 

 

그날

언니가 형부를 애타게 찾던날...

형부는...

집에서...

시엄마와 함께

언니의 옷가지를 정리하고 있었던거야.

쓰레기 봉투에...

 

어린 두 자식을 남기고

늙으신 부모님 배웅을 받으며

떠날때,

언니는 웃음이 나오디?

순박하게 웃는 언니의 영전 사진이 남겨진 사람들을 더욱 힘들게 했는데...

 

아!

이젠 언니가 간지도 2년이 지났네...

 

그동안

언니의 그 잘난 아랫동서는

대학나와 너무 똑똑했었던지

머리가 핑 돌아서

자식 두고 도망가 버리구

 

놀러다니기 좋아하던

언니 시엄마는

언니가 남긴 두 손자에, 똑똑한 며느리가 남긴 딸 돌보는게 귀찮다며

어린 손자에게 손녀딸 맡기고

우리 불쌍한 조카들 이제 겨우 초등학교 2학년인데 라면을 끓여 먹는다는군...

 

형부는?

연락을 피하시다가

시간이 흐르니 언니의 소중함을 알았나봐

몇개월전부터 가끔 연락도 하시고...

그때,

자기 엄마말만 듣던,

장남이기 때문에 그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그날을 후회하고 있는지도 몰라.

 

아!

딸 둘을 이혼시키고,

착한 며느리 저세상 보내고,

마지막 남은 며느리를 미치게 만든

그 시엄마를 위해 나는 지금 기도해야해

 

제발,

건강하게 사시라고

어린 내 조카들이

성장할때까지

제발

건강하시라고.....

언니 이런 날 미워하지 않겠지?

 

 

 

 

 

☞ 클릭, 다른 오늘의 talk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