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여자] 왜 백수들이 만화가게에 와서 하루종일 죽치고 앉아 있는지 이제야 이해가 된다. 이 곳만큼 적은 비용으로 '만족한 행복'을 주는 곳이 없더라. 만화 한권 보는데 삼백원이다. 권당 이십 분씩 읽는다고 치면 삼천원이면 세 시간을 능히 버틴다 열 권 읽을 때마다 서비스 한 권씩 끼여 주니 맘만 먹으면 무려 네 시간까지 버틴다. 여기다 천원만 보태면 보글보글 얼큰한 라면까지 끓여준다. 매일 오는 백수들은 그나마 사천원도 없어서 무협지 상, 하권 읽으면서(권당 700) 단돈 1500원으로 여섯 시간 버틴다. 대개 이들은 구석에 짱 박혀서 한 권 읽고 한 시간 정도 낮잠까지 잔다-_-; 오늘은 새로나온 무협지 한질을 들여놨다. 유난히 많은 백수 무협지 매니아들 때문이다-_- 무려 스무권으로 되었는데 배달 아저씨가 카운터 위에 쌓아 놓고 가는 바람에 낑낑대고 책장에 가져가 끼워야 했다. 두번 움직이기 귀찮아 한번에 다 들고 책장에 가지가는 찰나, 가게문을 막 열고 들어서는 손님과 눈이 마주쳤는데... 하필 그 손님은 화장실에서 마주쳤던 '근육맨' 이었던 것이다... "앗!" 한순간 방심한 탓이었을까... 들고 가던 책들을 놓쳐 버리고 말았다! 아... 너무나 쪽팔리다... 저 사람은 아마 내가 자기를 쳐다보고 떨려서 놓쳤을 거라고 생각했으리라... 허겁지겁 책을 주어들었는데 그가 내 쪽으로 뚜벅뚜벅 걸어왔 다. 그러더니 내 양팔을 쭉 펴게 하고는... 그 위로 책들을 하나 하나 올려주는 거였다... 무려 스무권의 책을 모두 양팔가득 올려주고... 그는 안쓰럽다는 표정을 짓더니... 그냥 만화책을 고르러 가 버렸다-_-... 참 나! 생각해 보니 괘씸하네! 연약한 여자가 책을 떨어트렸으면 지가 대신 줏어서 책장에 꽂아 줘야지! 내 팔에 올려주곤 그냥 가 버리냐구!! 내 팔뚝이 그렇게 두꺼워 보였냐! 내 힘으로 충분히 할 수 있으 리라 생각했냐!! 흥! 칫! 피! 체! 나뻐!! 미여!!! [그 남자 ] '문화속의 페미니즘' 수업시간에 '맞고 사는 남자'들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요즘 남자들이 진짜로 여자들한테 많이 맞고 산단다. 봐 주느라고 맞는게 아니라 진짜 힘 없고 능력 없어서 맞고 산 다고 하는데... 부모들의 과잉보호 속에서 나약하게 자란 남자 들이 대부분 부인들에게 맞는다고 했다. 세상 많이 변했다 직장에서 여성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남자도 있고... 하여튼 요즘 세상이 뒤숭숭하다. 매일 게임에만 미쳐 살지 말 고 운동들 좀 했으면 좋겠다... 기분도 꿀꿀해서 만화가게에 갔다. "끼이익!" 만화가게 문을 여는 순간, 알바하던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앗!" 녀석이 여자 목소리같은 묘한 비명소리를 내더니 들고 있던 책들을 놓쳐 버렸다! 저런 나약한 새끼 같으니라구! 책을 몇권이나 들었다고 그걸 놓치냐! 그게 그리 무거웠단 말이냐!! 녀석은 책을 떨어트린 후 어쩔 줄 모르면서 허둥거렸다. 나약한 새끼... 할 수 없었다. 못 본척 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난 녀석의 팔에 책을 쌓아 올려 주었다. 한 권 한 권 올려줄 때마다 팔이 부들부들 떨리는게 보였다. 키도 작고 힘도 졸라 없어 보이는 게 학교에서 '왕따' 안 당하나 모르겠다... [그 여자] 팔이 너무 아프다. 나약한 여자 몸으로 스무 권이나 한번에 들었으니... 한 일주일은 아파서 고생하겠는걸... 팔이 욱신욱신 쑤셔서 팔뚝을 계속 주물러 주었다. 한참을 주루르는데 '근육맨'이 만화책을 다 골랐는지 내게로 가지고 온다. 만화책을 내미는데 왠지 친근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는 거 같 았다. 마음이 흔들렸다. 그래... 아까 날 도와 줬는데 보답을 해야 하지 않을까... 라면이라도 공짜로 대접 해야 하지 않을까... 아냐... 혹시 내가 자길 좋아한다고 착각이라도 하면 어쩌지.. 그래도... 그래도 감사의 표시는 해야 될 거야... 그게 사람의 도 리인거야... 그래야지 날 조신하고 얌전하고 싸가지 있는 년으 로 봐 줄 거야... 난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물었다. "라면... 끓어 드릴까요...?" 겨우 용기를 내어 물어봤는데... 그 남자는 아무 말 없이 날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갑자기 내 팔뚝을 잡는 거였다!... 아!... 이러면... 이러면 안 되는데... 너무 빨라... 이렇게 빠르면 안 돼... 우린 아직 서로에 대해 너무나 많이 모른다구... 난 아직 사랑을 받아드릴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단 말이야... 그는 날 보면서 굵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팔뚝 좀 봐라" 엥..............? 뭐라구...........? 팔.......... 뚝.............? 팔뚝 좀 보라니................. 내 팔뚝이... 내 팔뚝이... 내 팔뚝이 그렇게 두껍단 말이더냐!!!!!! 쪽팔려서 죽을 거 같았다!! 남자에게 팔뚝 굵다는 말이나 듣고!! 인간 박지현 오늘 여기서 이렇게 망가지는구나!! 갑자기 서러움이 복받쳐 올라온다!!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내가 원래 팔힘이 쎄서 책 스무 권을 한번에 들었던 거지 나도 꽤나 나약한 여자라구!! 나 팔뚝 안 굵단 말이야!! 남자에게 팔뚝 굵다는 말을 듣고도 내가 살아야 된다는 건가!!! 이럴 순 없어!!! 오 하나님!!!! [그 남자] 오늘도 성인만화코너에서 한참을 망설여야 했다. '오빠! 날 죽여요!!'라는 문구가 날 자꾸 유혹한다. 저걸 봐 줘야 하는데... 한번쯤은 봐 줘야 하는데... 그러나 할 수 없다. 저 알바자식이 있는 한 성인만화는 자제하리라... 할 수없이 다시보는 명작인 '아기와 나'를 가지고 카운터로 갔다. 아무래도 저 넘에게 이 책을 읽는 내 모습을 각인시킬 필 요가 있거든... 카운터로 갔더니 녀석이 계속 팔을 주무르고 있었다. 사내새끼가 고거 좀 들었다고 무지 인상쓰고 있네. 쌀 한가마 니는 번쩍 들어야 되는 나이에 책 스무권으로 쩔쩔 매다니. "라면 끓어 드릴까요...?" 녀석이 기집애같은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라면... 맨날 라면만 쳐먹으니까 비실비실 한거야 이눔아! 녀석의 팔뚝을 휙 낚아챘다. 팔뚝이 한손에 그냥 잡힌다. 기지배 팔뚝도 이것보단 두꺼울 거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 어 한 마디 했다. "팔뚝 좀 봐라" 기지배 팔뚝보다도 가느네 라고 덧붙이려다가 녀석의 자존심 을 생각해서 참았다. 새애끼... 뭔가 느끼는게 있는지 고개를 푹 숙인다. 그래 임마. 가서 엄마젖좀 더 먹고 팔뚝 좀 키워와라. [그 여자] 다음 날 바로 헬스클럽에 등록했다. 남자한테 팔뚝 굵다는 얘기나 듣고! 박지현 인생에 이런 치욕은 없었다. 오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부시 시한 머리로 와서 모자를 썼다. 어차피 운동 끝나면 머리 감을 테니까 앞으로 계속 모자를 쓰고 와야겠다.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런닝 머쉰으로 갔다. 코치가 일단 유산소 운동으로 지방을 분해 시킨 다음에 아령으로 팔뚝운동 하라고 했다. 바로 아령운동 하면 팔뚝이 더 두꺼워진다나... 한참 런닝머쉰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 아까부터 계속 쳐다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들었더니... "앗!!" 만화가게의 그 '근육맨'이 날 쳐다보고 있었던 거였다!! 그 근육맨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놀라면서 황급히 고개를 숙였 다. 그리고는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저쪽으로 도망가 버렸다. 어쩐지 저 사람 몸이 좋다 했더니 헬스를 해서 그랬구나... 그런데 하필이면 이곳엘 다니다니... 아... 너무 쪽팔리다... 팔뚝 굵다고 한마디 하니까 쪼르를 헬스클럽에 등록했으니... 저 사람이 날 얼마나 우습게 볼까... 부끄러워... 아마 저 사람은 나를 벌써 정복했다고 느낄 거야... 내가 자신의 말에 순종하는 여자라고 생각할 거야... 이러면 안 되는데... 처음 만남일수록 기선제압이 가장 중요한 건데... 그렇다면 머 할 수없지... 나도 소시적엔 현모양처가 꿈이었으니까... 그냥 순종하면서 사는 것도 행복할 거야... 근데...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아... 인간 박지현 너무 오래 굶주렸었구나... [그 남자] 오전에 운동하는 습관을 바꿔볼까 심각하게 생각중이다. 오전에 운동하는 건 좋긴 좋지만 요즘엔 밤 10시 넘어서 운동 하는 사람들이 많다더라. 헬스클럽에 또래 사람들이 북적거야 맛이 나지 오전 일찍이다 보니 순 아줌마들밖에 없다. 운동하면서 여자들 구경하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인데... 에잉...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오전 운동을 갔다. 그런데! '허어어억!!!'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저 런닝머쉰에서 모자를 쓰고 뛰는 사람은!! 면티가 땀에 젖어 브라자 끈이 달라붙어 섹시한 저 사람은!! 히쁘짝이 살랑거리면서 육감적인 본능을 끌어내는 저 사람은!! 필시 '탱탱한 처녀!'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아닐런지!! 난 잽싸게 그녀의 앞쪽으로 뛰어갔다. '허어어억!!! 아버지!!!!!!!' 비명이 절로 나왔다!! 저건!!! 가슴이!!! 가슴이!!! 가슴이!!! 독자 "이눔시키! 가슴이 어쨌다는 거야! 말을 하라구 말을!" 하얀 면티가 땀에 촉촉히 젖어 가슴에 붙어 있고 봉곳 솟은 그 가슴이 출렁이면서 예쁜 브라의 선이 나타나고 브라에 접힌 하이얀 가슴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난 그녀의 가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그녀의 가슴만을 쳐다보았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보다 더 아름다운 그녀의 가슴... 그 때였다. "앗!!" 고개를 숙이고 뛰던 그녀가 날 쳐다본다. '허어어억!!!' 모자를 쓰고 있어서 얼굴이 보이지 않던 그녀!! 그녀가 고개를 들고 나를 쳐다 보았는데!!! 그녀의 얼굴이!! 그녀의 얼굴이!! 그녀의 얼굴이!! 독자 "이눔시키! 얼굴이 어쨌다는겨! 아는 얼굴이라는겨 뭐여!" 그녀는 너무 예뻤어 하늘에서 온 천사였어 긴 속눈썹에 깜빡이는 까만 눈동자... 오똑한 코에 뽀얀 피부... 모자가 너무나 귀엽게 어울리는 그녀는 정말 너무나 예뻤다... 난 숨도 제대로 못 쉴만큼 얼굴이 빨개져서 도망쳐 나와야만 했다... 오 하나님... 진정 제게 보내 주신 천사가 바로 저 여자였단 말입니까... [다음편 예고] 만화가게 싸가지 = 그녀라는 걸 아직도 눈치 못 챈 그 놈 그놈이 자신에게 반했다고 믿고 있는 그녀... 이 둘이 만화가게에서 진한 밤을 보내게 되는데... 다음편이 기대되면 코멘트를 달아 보자-_-; 작가의 미니 홈피 : http://www.cyworld.com/harang2006 1
그 남자 그 여자 <2>
[그여자]
왜 백수들이 만화가게에 와서 하루종일 죽치고 앉아 있는지
이제야 이해가 된다.
이 곳만큼 적은 비용으로 '만족한 행복'을 주는 곳이 없더라.
만화 한권 보는데 삼백원이다. 권당 이십 분씩 읽는다고 치면
삼천원이면 세 시간을 능히 버틴다
열 권 읽을 때마다 서비스 한 권씩 끼여 주니 맘만 먹으면 무려
네 시간까지 버틴다. 여기다 천원만 보태면 보글보글 얼큰한
라면까지 끓여준다. 매일 오는 백수들은 그나마 사천원도
없어서 무협지 상, 하권 읽으면서(권당 700) 단돈 1500원으로
여섯 시간 버틴다. 대개 이들은 구석에 짱 박혀서 한 권 읽고
한 시간 정도 낮잠까지 잔다-_-;
오늘은 새로나온 무협지 한질을 들여놨다.
유난히 많은 백수 무협지 매니아들 때문이다-_-
무려 스무권으로 되었는데 배달 아저씨가 카운터 위에 쌓아
놓고 가는 바람에 낑낑대고 책장에 가져가 끼워야 했다.
두번 움직이기 귀찮아 한번에 다 들고 책장에 가지가는 찰나,
가게문을 막 열고 들어서는 손님과 눈이 마주쳤는데...
하필 그 손님은 화장실에서 마주쳤던 '근육맨' 이었던 것이다...
"앗!"
한순간 방심한 탓이었을까... 들고 가던 책들을 놓쳐 버리고 말았다!
아... 너무나 쪽팔리다... 저 사람은 아마 내가 자기를 쳐다보고
떨려서 놓쳤을 거라고 생각했으리라...
허겁지겁 책을 주어들었는데 그가 내 쪽으로 뚜벅뚜벅 걸어왔
다. 그러더니 내 양팔을 쭉 펴게 하고는... 그 위로 책들을 하나
하나 올려주는 거였다...
무려 스무권의 책을 모두 양팔가득 올려주고...
그는 안쓰럽다는 표정을 짓더니...
그냥 만화책을 고르러 가 버렸다-_-...
참 나!
생각해 보니 괘씸하네!
연약한 여자가 책을 떨어트렸으면 지가 대신 줏어서 책장에
꽂아 줘야지!
내 팔에 올려주곤 그냥 가 버리냐구!!
내 팔뚝이 그렇게 두꺼워 보였냐! 내 힘으로 충분히 할 수 있으
리라 생각했냐!!
흥! 칫! 피! 체! 나뻐!! 미여!!!
[그 남자 ]
'문화속의 페미니즘' 수업시간에 '맞고 사는 남자'들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요즘 남자들이 진짜로 여자들한테 많이 맞고 산단다.
봐 주느라고 맞는게 아니라 진짜 힘 없고 능력 없어서 맞고 산
다고 하는데... 부모들의 과잉보호 속에서 나약하게 자란 남자
들이 대부분 부인들에게 맞는다고 했다. 세상 많이 변했다
직장에서 여성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남자도 있고...
하여튼 요즘 세상이 뒤숭숭하다. 매일 게임에만 미쳐 살지 말
고 운동들 좀 했으면 좋겠다...
기분도 꿀꿀해서 만화가게에 갔다.
"끼이익!"
만화가게 문을 여는 순간, 알바하던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앗!"
녀석이 여자 목소리같은 묘한 비명소리를 내더니 들고 있던
책들을 놓쳐 버렸다!
저런 나약한 새끼 같으니라구! 책을 몇권이나 들었다고 그걸
놓치냐! 그게 그리 무거웠단 말이냐!!
녀석은 책을 떨어트린 후 어쩔 줄 모르면서 허둥거렸다.
나약한 새끼... 할 수 없었다. 못 본척 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난 녀석의 팔에 책을 쌓아 올려 주었다. 한 권 한 권 올려줄
때마다 팔이 부들부들 떨리는게 보였다. 키도 작고 힘도 졸라
없어 보이는 게 학교에서 '왕따' 안 당하나 모르겠다...
[그 여자]
팔이 너무 아프다. 나약한 여자 몸으로 스무 권이나 한번에
들었으니... 한 일주일은 아파서 고생하겠는걸...
팔이 욱신욱신 쑤셔서 팔뚝을 계속 주물러 주었다. 한참을
주루르는데 '근육맨'이 만화책을 다 골랐는지 내게로 가지고 온다.
만화책을 내미는데 왠지 친근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는 거 같
았다. 마음이 흔들렸다.
그래... 아까 날 도와 줬는데 보답을 해야 하지 않을까...
라면이라도 공짜로 대접 해야 하지 않을까... 아냐... 혹시 내가
자길 좋아한다고 착각이라도 하면 어쩌지..
그래도... 그래도 감사의 표시는 해야 될 거야... 그게 사람의 도
리인거야... 그래야지 날 조신하고 얌전하고 싸가지 있는 년으
로 봐 줄 거야...
난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물었다.
"라면... 끓어 드릴까요...?"
겨우 용기를 내어 물어봤는데...
그 남자는 아무 말 없이 날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갑자기 내 팔뚝을 잡는 거였다!...
아!... 이러면... 이러면 안 되는데... 너무 빨라... 이렇게 빠르면
안 돼... 우린 아직 서로에 대해 너무나 많이 모른다구...
난 아직 사랑을 받아드릴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단 말이야...
그는 날 보면서 굵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팔뚝 좀 봐라"
엥..............?
뭐라구...........?
팔.......... 뚝.............?
팔뚝 좀 보라니.................
내 팔뚝이... 내 팔뚝이...
내 팔뚝이 그렇게 두껍단 말이더냐!!!!!!
쪽팔려서 죽을 거 같았다!! 남자에게 팔뚝 굵다는 말이나 듣고!!
인간 박지현 오늘 여기서 이렇게 망가지는구나!!
갑자기 서러움이 복받쳐 올라온다!!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내가 원래 팔힘이 쎄서 책 스무 권을 한번에 들었던 거지 나도
꽤나 나약한 여자라구!! 나 팔뚝 안 굵단 말이야!! 남자에게
팔뚝 굵다는 말을 듣고도 내가 살아야 된다는 건가!!!
이럴 순 없어!!!
오 하나님!!!!
[그 남자]
오늘도 성인만화코너에서 한참을 망설여야 했다.
'오빠! 날 죽여요!!'라는 문구가 날 자꾸 유혹한다. 저걸 봐 줘야
하는데... 한번쯤은 봐 줘야 하는데... 그러나 할 수 없다.
저 알바자식이 있는 한 성인만화는 자제하리라...
할 수없이 다시보는 명작인 '아기와 나'를 가지고 카운터로
갔다. 아무래도 저 넘에게 이 책을 읽는 내 모습을 각인시킬 필
요가 있거든...
카운터로 갔더니 녀석이 계속 팔을 주무르고 있었다.
사내새끼가 고거 좀 들었다고 무지 인상쓰고 있네. 쌀 한가마
니는 번쩍 들어야 되는 나이에 책 스무권으로 쩔쩔 매다니.
"라면 끓어 드릴까요...?"
녀석이 기집애같은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라면... 맨날 라면만
쳐먹으니까 비실비실 한거야 이눔아!
녀석의 팔뚝을 휙 낚아챘다. 팔뚝이 한손에 그냥 잡힌다.
기지배 팔뚝도 이것보단 두꺼울 거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
어 한 마디 했다.
"팔뚝 좀 봐라"
기지배 팔뚝보다도 가느네 라고 덧붙이려다가 녀석의 자존심
을 생각해서 참았다.
새애끼... 뭔가 느끼는게 있는지 고개를 푹 숙인다. 그래 임마.
가서 엄마젖좀 더 먹고 팔뚝 좀 키워와라.
[그 여자]
다음 날 바로 헬스클럽에 등록했다. 남자한테 팔뚝 굵다는
얘기나 듣고! 박지현 인생에 이런 치욕은 없었다.
오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부시
시한 머리로 와서 모자를 썼다. 어차피 운동 끝나면 머리 감을
테니까 앞으로 계속 모자를 쓰고 와야겠다.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런닝 머쉰으로 갔다. 코치가 일단
유산소 운동으로 지방을 분해 시킨 다음에 아령으로 팔뚝운동
하라고 했다. 바로 아령운동 하면 팔뚝이 더 두꺼워진다나...
한참 런닝머쉰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 아까부터 계속 쳐다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들었더니...
"앗!!"
만화가게의 그 '근육맨'이 날 쳐다보고 있었던 거였다!!
그 근육맨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놀라면서 황급히 고개를 숙였
다. 그리고는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저쪽으로 도망가 버렸다.
어쩐지 저 사람 몸이 좋다 했더니 헬스를 해서 그랬구나...
그런데 하필이면 이곳엘 다니다니... 아... 너무 쪽팔리다...
팔뚝 굵다고 한마디 하니까 쪼르를 헬스클럽에 등록했으니...
저 사람이 날 얼마나 우습게 볼까... 부끄러워... 아마 저 사람은
나를 벌써 정복했다고 느낄 거야... 내가 자신의 말에 순종하는
여자라고 생각할 거야... 이러면 안 되는데... 처음 만남일수록
기선제압이 가장 중요한 건데... 그렇다면 머 할 수없지... 나도
소시적엔 현모양처가 꿈이었으니까... 그냥 순종하면서 사는
것도 행복할 거야... 근데...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아... 인간 박지현 너무 오래 굶주렸었구나...
[그 남자]
오전에 운동하는 습관을 바꿔볼까 심각하게 생각중이다.
오전에 운동하는 건 좋긴 좋지만 요즘엔 밤 10시 넘어서 운동
하는 사람들이 많다더라. 헬스클럽에 또래 사람들이 북적거야
맛이 나지 오전 일찍이다 보니 순 아줌마들밖에 없다.
운동하면서 여자들 구경하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인데... 에잉...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오전 운동을 갔다. 그런데!
'허어어억!!!'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저 런닝머쉰에서 모자를 쓰고 뛰는 사람은!!
면티가 땀에 젖어 브라자 끈이 달라붙어 섹시한 저 사람은!!
히쁘짝이 살랑거리면서 육감적인 본능을 끌어내는 저 사람은!!
필시 '탱탱한 처녀!'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아닐런지!!
난 잽싸게 그녀의 앞쪽으로 뛰어갔다.
'허어어억!!! 아버지!!!!!!!'
비명이 절로 나왔다!!
저건!!!
가슴이!!!
가슴이!!!
가슴이!!!
독자 "이눔시키! 가슴이 어쨌다는 거야! 말을 하라구 말을!"
하얀 면티가 땀에 촉촉히 젖어 가슴에 붙어 있고
봉곳 솟은 그 가슴이 출렁이면서 예쁜 브라의 선이 나타나고
브라에 접힌 하이얀 가슴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난 그녀의 가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그녀의 가슴만을 쳐다보았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보다 더 아름다운 그녀의 가슴...
그 때였다.
"앗!!"
고개를 숙이고 뛰던 그녀가 날 쳐다본다.
'허어어억!!!'
모자를 쓰고 있어서 얼굴이 보이지 않던 그녀!!
그녀가 고개를 들고 나를 쳐다 보았는데!!!
그녀의 얼굴이!!
그녀의 얼굴이!!
그녀의 얼굴이!!
독자 "이눔시키! 얼굴이 어쨌다는겨! 아는 얼굴이라는겨 뭐여!"
그녀는 너무 예뻤어 하늘에서 온 천사였어
긴 속눈썹에 깜빡이는 까만 눈동자...
오똑한 코에 뽀얀 피부...
모자가 너무나 귀엽게 어울리는 그녀는 정말 너무나 예뻤다...
난 숨도 제대로 못 쉴만큼 얼굴이 빨개져서 도망쳐 나와야만
했다...
오 하나님...
진정 제게 보내 주신 천사가 바로 저 여자였단 말입니까...
[다음편 예고]
만화가게 싸가지 = 그녀라는 걸 아직도 눈치 못 챈 그 놈
그놈이 자신에게 반했다고 믿고 있는 그녀...
이 둘이 만화가게에서 진한 밤을 보내게 되는데...
다음편이 기대되면 코멘트를 달아 보자-_-;
작가의 미니 홈피 : http://www.cyworld.com/harang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