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참 좁네요...
결혼한지 2년만에 운좋게도 집장만을 하고 이사를 하였습니다.
새로 지은 단지라 이사전부터 내내 기분이 좋았었죠.
그렇게 새집에서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고 있었습니다.
결혼 일년 갓넘어부터 불임 클리닉에 다니고 있었는데
이사하면서 병원을 옮겼습니다.
원래 다니던 병원에 계속 다니고 싶었지만 거리도 만만치 않고
전 의사 선생님에게 약간의 불만도 있었던 터라 그냥 옮기려고 맘먹었었죠.
그렇게 새로운 병원을 알아보던 중 전 담당선생님이 추천해준 병원에 갔습니다.
접수를 하고 진찰실로 들어갔는데...
그 사람이 앉아 있네요.
전문의 몇명이 함께 개원한 곳이라 의사 이름도 몰랐고,
간호사가 3진료실로 들어가라길래 문앞에 붙여진 이름은 보지도 않고 들어갔어요.
그 사람이 거기 앉아 있네요...
대학때 만나 2년가까이 사귀다가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다며(의대가 적성에 맞지 않아했었죠) 미국으로 홀연히 떠나버렸던 사람이었어요.
세월이 십년이 넘었어도 한눈에 알아보겠더군요.
서로 많이 사랑했었고 애틋했었고, 떠나면서 기다리라고 했었고, 저역시 기다린다고 했었죠.
눈에서 멀어지면 맘에서도 멀어진다더니 일년을 열심히 편지 주고받고 하다가, 자기를 그만 잊으라는 그 사람 말에 정말 아프게 그렇게 헤어졌는데...
학교생활에 적응을 잘못했던 사람인지라, 의사가 되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었는데...
거기 그렇게 앉아 있네요..
발이 떨어지지 않아 그대로 서서 그냥 멍하니 바라만 보았어요.
말도 나오지 않았구요...
그 사람도 저를 한참 응시하더니 일어서서 저에게 다가오더라고요.
오랜만이다... 그 사람이 저에게 건넨 첫 마디 에요.
그 말에 간신히 정신을 차려 의자에 앉았네요.
제 챠트를 미리 보아서 인지 그 사람 별로 놀라지 않더군요...
한참을 말없이 서로 바닥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전에 다니던 병원에서 그간의 진료기록을 모두 새 병원으로 보내주었기 때문에 저의 몸 상태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네요.
결혼 하고 바로 허니문 베이비를 가졌었는데 자궁외 임신이 되어 수술을 받았었고, 남은 한쪽 난소마저 비실비실..한 그상태를...
서로 아무 말 없이 있다가 그냥 진료실을 나왔어요.
그렇게 병원을 나와서 정처없이 걷다가 겨우 집에 와서 맘 추스리고 있었는데...
핸드폰이 울리더라고요.
모르는 번호가 뜨는데... 감이 오더라구요...
받아야하나 말아야하나를 갈등하다가 받았어요.
그 사람이더군요.
오늘 진료 못받아 어떡하냐고...
불편하면 다른선생님 연결해 줄테니 다시 나오라고 하더군요.
상태가 많이 안좋은 편이라 치료계속 해야한다고....
저 아무 말 못하고 겨우 알았다고 얘기하고 끊었습니다.
마음이 잡히질 않아요. 그 병원에 다시 갈 용기도 없고, 그 사람 아무렇지 않게 볼 용기도 없구요...
남편에게도 죄스런 마음이 드네요...
임신못하는 저 끊임없이 배려해주고 시댁 방패막이해주고 있는 착한 사람인데...
병원을 옮겨야 겠지요...
그런데 왜이리 마음이 싸한지...
왜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오래전 친구만나듯 그렇게 대하지 못한건지...
스스로 바보 스럽네요...
내핸드폰에 찍혀있는 그 사람 전화번호...
언제라도 찾아가면 볼 수 있는 그 사람 얼굴....
이사한게...한이 되네요...
차라리 만나지 말았으면 좋았을텐데...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십년만에 첫사랑을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