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 사랑을 꿈꾸다 15

영양갱2006.11.02
조회349

도톨, ehrbsdjaak, 이진영 감사해요 ^^

즐거운 목요일 되세요 ^^ 

 

“뭐야? 대뜸 술 이라니..”


“사줄 거야?”


“나 오늘 야근인데?. 다음에 먹자”


“그래.. 어쩔 수 없지..”


유정은 현빈과의 대화를 못 내 아쉬워했다.


‘별 말 안 해도 되는데.. 그냥, 그냥 옆에만 앉아 주면되는데..’


그러다 유정은 피식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왜 하필이면 현빈 이었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것도 대뜸 술이라니.. 유정은 이런 자신이 우스웠다.

유정은 택시를 타고 집으로 오는 내내 아버지에 대해 생각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말과, 뒷모습...자신의 태도,,

과연 무엇을 보상받고 싶었을까? 무엇을 보상 받고 싶었기에 그리도 잔인한 말을 내뱉었던 것일까? 끝내 답은 나오지 않았다.

 

유정은 택시에서 내려 집으로 왔다. 불이 꺼진 채 아무도 반겨줄 사람 없는 이 텅 빈 집, 고요함, 어둠,,,

유정은 대충 씻고, 잠옷으로 갈아입은 뒤 잠이 들었다. 그날 밤, 유정은 악몽을 꾸었다.

잠에서 깼을 땐, 온 통 식은땀으로 젖어있었다. 머리칼을 쓸어 넘기고, 시계를 보았다. 새벽 6시가 좀 넘은 시간이었다. 유정은 자리에서 일어나,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고, 가방에는 펜과 수첩, 폴라로이드 그리고 몇 푼의 돈을 챙겨 넣고, 집을 나섰다.

아직 어스름한 새벽녘이었다. 유정은 이런 새벽을 좋아했다. 모두가 잠든 이른 새벽.

이 고요함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고, 두발로 땅을 딛는 것에 감사했으며, 새벽에 느껴지는 차가운 공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유정은 기차를 타기위해 표를 끊었고,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의자에 앉아 펜 뚜껑을 열고 수첩에 무언가를 적었다. 그리고 폴라로이드를 꺼내어 새벽에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과 잿빛하늘을 배경삼아 셔터를 눌렀다. 빛이 번뜩거리며 사진 한 장이 그 자리에서 나왔다.

유정은 기분 좋게 사진을 받아들고, 수첩사이에 끼워  넣었다.


곧 기차가 왔고, 유정은 기차에 올라탔다.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시선은 밖을 향해 있었다. 유정이 자연의 색체에 젖어있을 때 즘..

맞은편에 앉은 한 아이와 시선이 마주쳤다. 아이는 곧 울음을 터뜨릴 듯 한 기세로 옆에 있는 엄마의 재킷을 꽉 붙잡았다. 아이가 이런 행동을 하자 아이의 엄마도 유정을 쳐다보았다.


“.......”


“.......”


유정은 엄마와 아이의 시선이 신경 쓰여 더 이상 밖을 내다보지 않았다.

유정은 펜과 수첩을 꺼내어 또 무언가를 적더니, 폴라로이드를 꺼내어 창밖으로 스쳐가는 풍경들을 담아냈다. 아이는 이런 폴라로이드에 관심을 보였다.


“엄마,, 엄마.. 저거 ..   저거..”


아이가 엄마에게 달라는 투로 폴라로이드를 가르키며 말했고, 엄마는 유정을 보며 웃음만 지어보일 뿐이었다. 유정은 아이에게 폴라로이드를 건내주었다.

아이는 신기한 듯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셔터를 마구 눌러대기 시작했다.

당황한 유정이 그 것을 뺏어들자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고, 다시 아이의 손에 들려졌다.

유정은 그런 아이와 엄마가 못마땅했지만, 아이가 또 울까봐 다시 달라는 말은 못 하고 행여 망가질까 시선을 때지 못 하고 있었다.

결국 아이는 남은 필름을 다 써버린 후에야 유정에게 돌려주었다.

유정은 아이의 엄마를 바라보았지만 외면해 버렸다. 유정은 그런 태도가 몹시도 불쾌했지만, 곧 기차에서 내렸기 때문에 그리 오래 가지는 않았다.


유정은 편의점에서 필름을 구매한 후, 예전에 살 던 곳을 찾아갔다.

굽이굽이 길을 따라, 높다란 층계를 따라 유정은 쉼 없이 걸으며, 쉼 없이 찍고, 쓰고를 반복했다. 해가  지고, 오후가 다 되서야 유정은 마지막으로 전에 살던 집을 찍고는 근처 여관방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유정의 귓가에 울려 퍼지는 이 소리는 정말이지  정겨웠으며, 옛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찹쌀떡~ 메밀묵~, 찹쌀떡~ 메밀묵~ ,찹쌀떡~ 메밀묵~ ”


유정은 그 소리를 듣고는 웃으며 잠 들 수 있었다. 유정은 여관방에서 나와 납골당으로 향했다.


납골당 이층으로 올라간 유정은 가방에서 수첩 속 사진들을 꺼내어 본 뒤, 가장 잘 나온 것과 집이 찍혀있는 사진을 꺼내어 각진 꽃이 걸려져있는 사각 틀 사이로 사진들을 살짝 꽂아 넣었다.


‘엄마,, 나 왔어.. 여기 오는 거.. 처음이네? 엄마, 이 사진 속에 찍힌 풍경과 집.. 기억나?

우리 예전에 살았던 곳이잖아.. 엄마가 그리워했던 곳이기도 하고.. 거기엔 아직도 사람사는 냄새가 나..아파트는 편리하긴 하지만 왠지 탁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엄마.. 나 솔직히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어.. 누가 내 인생에 대한 해답을 알려줬으면 좋으려만.....

삶이란게 참 야속하다.. 그치? 엄마.. 나 다음주부터 학원  다녀.. 내 부족한 것들 좀 채우려고.. 엄마.. 다음에 또 올게..‘


유정은 씁쓸하게 발걸음을 돌렸다. 집으로 가는 기차를 탔을 때 유정은 계속해서 졸았다.

집으로 도착해서 유정은 모니터를 켜고, 글을 쓴 후 허브차를 마시고 잠이 들었다.


눈을 뜬 유정은 학원에 갈 생각에 새삼 들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