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연인은 사기꾼 스타. (58)

새끼손가락2003.03.22
조회491

"하... 왜 하필이면... 왜 하필이면..."

 

동민은 자동차 뒷좌석에 앉아 앞좌석 등받이에 머리를 박고는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저기.. 이거 걸치시고 모자도 이걸로 바꿔서 쓰세요.."

 

동민은 의아했다. 아니 의아 했다기 보다는 당황스러웠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제법 큰 키

 

에 우람한 체격들을 한 사내들이 자신을 에워싸더니 느닷없이 점퍼 하나와 모자를 내미는

 

것이었다.

 

"서두르세요. 저 녀석 노래 끝나기 전에 여기서 빠져 나가야 되요."

 

'저 녀석?!'

 

그들은 다름 아닌 그 녀석에 친구들이었다. 아마도 사람들이 모여들자 미리 친구들에게 말

 

을 해 둔 것 같았다. 동민은 그들이 내미는 점퍼를 걸치고 모자도 바꾸어 썼다. 동민이 있던

 

그 통로에는 적어도 스무 명 가까이 되는 사내들로 꽉 메어져 있었다. 그것도 다 우람한 체

 

격들의 사내들로 한마디로 말해서 좀 위협적이었다. 꼭 무슨 조직의 일원들처럼 그래서 인

 

지 동민을 보기 위해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들이 없었다. 동민은 그 사내들 중에 그래도 좀

 

왜소해 보인다 하는 사내 두 명과 함께 그 곳에서 유유히 빠져 나왔다. 그 안에 있을 거라는

 

동민의 모습을 찾고 있는 중인지 아니면 위에 걸친 점퍼와 바뀐 모자 때문인지 아니면 우람

 

한 체격에 사내들에 비해 왜소해 보이는 세 사람이라 그런지 뒤로 빠져 나오는데도 그들을

 

유심히 보는 사람들은 없었다.

 

동석은 동민의 행동에 꼬일 대로 꼬여 있었기 때문에 동민이 무대에서 벗어나 보이지 않게

 

되었어도 그냥 그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래도 한번 가 볼까 하는 생각은 잠시 들었었지만 이

 

내 접어버렸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그것도 사방이 트인 곳에서 무슨 일이야

 

벌어지랴 하는 생각도 들었고 설사 벌어진다 한들 그 모든 것이 동민 그 자신이 자초한 일이

 

었기 때문에 나서고 싶지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과 승희는 이 황금 같은 시간을 즐

 

기기는커녕 노심초사로 경계의 경계만을 하며 불안한 마음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었는데 뒤

 

통수를 쳐도 유분수지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다.

 

"휴..."

 

동석의 입에서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리곤 속으로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지 조금씩 동

 

석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래 다 저 자식이 자초한 일이야.. 무슨 일이 일어난다 해도 난 상관 하지 않을 거야. 아니

 

절대 안 해! 못해! 저 자식이 괘씸해서라도... 확 그냥 차 동민이 여기 와 있다고 소리라도 지

 

를까 보다 이번에 된통 당해 보라고 아니 이번에 확실히 느껴보라고 자신이 어떠한 위치에

 

있는지... 저건 친구가 아니라 웬수야. 웬수... 에휴...'

 

다시금 동석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나왔다. 한탄과도 같은 한숨이...

 

동석에 한숨소리를 옆에서 듣고 있는 승희 또한 불안했다. 아무리 그가 자초한 일이라고 해

 

도 이곳에 있는 사람들 중에 삼분에 일이라도 한꺼번에 달려든다면 분명 팥 터진 찐빵과도

 

같은 상태가 되는 것은 고사하고 혹시라도 잘못해서 달려드는 사람들에게 밀려 넘어지기라

 

도 한다면 못숨 부지하는 것조차도 어려울 듯싶다는 생각 때문에 맘이 놓이지가 않았다.

 

"휴..."

 

승희에 입에서도 한숨이 새어나왔다. 주위에 모습들이 그녀가 걱정하고 있는 부분을 더 실

 

감케 만들어 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장이라도 동민이 있는 곳으로 달려갈 듯 엉덩이를

 

들었다놨다 하면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교복 입은 여학생들... 저 중에 한명이라도 동민

 

이 있는 곳으로 뛰어간다면 그 뒤에 벌어질 상황은 안 봐도 뻔했다. 우르르르...

 

'저 인간.. 오늘 여기서 제명에 걸어 나갈 수나 있을 런지 모르겠네..'

 

승희는 그런 생각들로 동민이 들어가 사라진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보여야 할 동민의 모습

 

은 보이지 않고 듬직해 보이는 사내들의 모습들만이 보였다. 승희는 벽에 가려 안 보이는 것

 

일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동민에게 말하듯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헤이 곰탱이 거기서 핀둥핀둥 놀고 있지만 말고 그 아저씨들이나 좀 매수해봐. 덩치들 죽

 

이네.. 경호원 따로 부를 필요 없겠어. 헤이 곰탱이  내 말 들리남? 어?! 어이?!.. 에휴...'

 

동석과 승희는 그런 생각들로 승우의 노래를 대제로 듣지 못했고 무슨 노래였는지 떠올리기

 

도 전에 승우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승우는 점점 늘어나는 사람들 때문에 조금씩 걱정이 되었다. 그가 무슨 이유로 저런 모습까

 

지 해가며 위험을 무릅쓰고 여기에 왔는지는 확실하게 알 수 없었지만 자신의 누나와 함께

 

이곳에 온 것을 보니 누나와 자신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고 또 그가 자신에게 적대감 가득한

 

눈길을 보내오는 것을 보니 왠지 누나의 말과는 다르게 무엇인가 있는 듯 하다는 느낌도

 

들고 그냥 보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 같았다. 승우는 동민이 열심히 대답을 해 주고 있는 사

 

이 주위에 있는 친구들을 둘러보았다. 승우는 노래도 좋아했지만 체육과 학생들 못지않게

 

운동에도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친구들 대부분이 운동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었다. 다행이

 

도 지금 이곳은 길거리 팅의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곳이다 보니 체격 좋은

 

친구들의 모습들이 많이 보였다. 승우는 조심히 한 친구에게 다가가 귀띔을 해 놓았다. 조

 

금 뒤에 자신이 노래를 부를 때 어떻게 해서든지 그를 이곳에서 벗어나게 하라고... 그가 사

 

라지고 돌아올 후안이 조금 두렵기는 했지만 만일에 하나라도 그에게 일이 벌어진다면 자

 

신의 누나나 또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공연에도 차질이 생기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

 

다. 승우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이 감당해야 할 일이라고 받아들였다. 동민이 무대 옆으로 나

 

가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태연하게 노래를 부르던 승우는 동민이 나간 곳으로 눈을 돌려보

 

았다. 한 친구가 됐다는 듯 고개를 약간 끄덕이며 신호를 보내왔다. 노래가 끝나갈 때가 되

 

니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조금은 난감해 지고 있을 때 자신의 누나가 눈에 들어왔다. 승우

 

의 얼굴에 야릇한 미소가 띄워졌다.

 

'훗 소중한 사람... 미리 소개 시키지 않길 잘 했군.'

 

반주가 끝나고 능청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마이크를 바로 잡은 승우.

 

"어 동민이 형이 나오시기 전에 제가 소개해 드릴 분이 한분 계십니다. 먼저 이분부터 소개

 

해 드리고 동민이 형보고 다시 나오라고 할게요.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더 모이셨으니 마

 

음에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어.. 이분은 이 세상에서 유일

 

하게 제 목소리를 돼지 멱따는 소리라고 하는 분이거든요. 제 목소리가 진짜 돼지 멱따는

 

소리 인가요?... 하하하 휴 다행이네요. 혹시라도 여러분들께서도 돼지 멱따는 소리라고 하

 

셨으면 오늘 집에 가서 무지하게 놀림 받았을 거예요. 자신의 말이 맞았다고 흐흐흐 집이라

 

고 하니깐 이 분이 누군지 무지 궁금하시지요? 음 저와 한 집에서 살고 있는 분입니다.

 

예?! 부인이냐구요? 오 무슨 그런 끔찍... 아니 무슨 그런 꿈같은 말씀을... 헤헤 이렇게 말하

 

지 않으면 저 집에 가서 맞아 죽고도 남을 거예요. 흐흐흐 누군지 무지 궁금하시지요? 이 세

 

상에 하나밖에 없는 저에게 있어선 아주 소중한 사람... 차 승희 라고... 제 누나입니다."

 

동민은 망치로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곳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는데도

 

작게나마 그 녀석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 동민은 그

 

녀석의 마지막 말을 들었다.

 

"제 누나입니다... 제 누나입니다..." 동민의 머릿속에서  메아리처럼 그 녀석의 목소리가 계

 

속 울려왔다.

 

'누나라고...? 승희가 저 녀석에 누나?!"

 

동민은 도저히 믿겨지질 않았다. 어디 하나 닮은 구석이 없는 저 두 사람이 누나 동생이라

 

니... 아니야 설마 친 누나는 아니겠지 하는 생각으로 동민은 말없이 자신을 호위하고 있는

 

옆에 있는 한 친구에게 물었다.

 

"저 친구.. 이름이 뭡니까?"

 

옆에 있던 그 친구는 자신의 물음에 좀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아마도 동민 같은 스타가 자신

 

에게 말을 걸었다는 것 때문에 그러는 것 같았다.

 

"승.. 승우.. 차 승우라고 하는데요."

 

그 친구는 말까지 더듬으며 대답해 주었다. 그런 자신의 행동이 겸연쩍었는지 이내 어설픈

 

미소를 지었다가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차..승우... 차 승우... 이런 젠장할...'

 

동민의 고개도 힘없이 아래로 떨어졌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 숨고 싶었다. 다른 사

 

람도 아닌 그녀의 동생에게... 그녀의 동생에게 자신의 감정이 담겨 있는 시선들을 서슴없이

 

던졌으니... 하지만 왠지 그러면서도 무엇인가로 막혀 있는 것 같았던 가슴이 쑥 내려가는

 

것 같은 그런 느낌도 들었다. 동민의 입에서 씁쓰름한 웃음이 새어나왔다.

 

"훗."

 

 

 

승희는 도무지 승우 녀석이 무슨 생각으로 저런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 할 수가 없

 

었다. 소중한 사람이 자신이라니... 내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저런 말을 들을 정도

 

로 저 녀석에게 잘해 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왠지 놀림을 당하고 있는 듯한 기분도 들고 그

 

런데 아니나 다를까 돼지 멱따는 소리가 어쩌고저쩌고 끔찍이 어쩌고저쩌고... 넌 오늘 죽

 

었어. 아주 곰탱이 못지않게 너도 나한테 매를 벌고 있구나... 차 승우...

 

승우는 계속해서 자신과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다느니 그러면서도 송곳니가 어쨌다느니 하

 

면서 잠시 횡설수설 혼자서 떠들어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녀가 자신의 누나라고 가리

 

키지 않았기 때문에 "정말 친남매 맞아?" 하는 예전에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같은 의혹의 시

 

선들은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승희의 눈이 갈수록 가늘어지고 있었다.

 

'차 승우... 오늘부로 너의 사진은 상에 올라가 있을 것이다... 제사상에... 죽었어...'

 

승우는 자신에게 관심이 있으신 분은 제 누나에게 잘 보이셔야 할 거예요. 라는 말을 끝으

 

로 천진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곤 잠시 뒤 몸을 한번 부르르 떨더니 바지 주머니에

 

서 휴대폰을 꺼내 들어 보이는 것이었다.

 

"헤헤 죄송합니다. 전화가 와서요.. 잠시만 요.."

 

승우는 머쓱한 웃음을 한번 지어 보이며 말하곤 전화를 받았다.

 

'아주 골고루 해라 골고루... 저 자식은 도대체가 앞면에 있는 철판이 얼마나 두꺼운 거야?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저런 추태를 보이고... 집에 있는 엄마가 네 모습을 보셨다면 아

 

마 뒤로 넘어가고도 남으셨을 거다. 에휴 웬수. 자랑스럽다는 말은 취소다... 이 자슥아.'

 

그런데 전화를 받고 있는 승우의 표정이 왠지 난감해 하는 표정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뒤 전화를 끊은 승우는 아쉽다는 듯한 투로 말을 꺼냈다. 그리고 승우

 

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동석과 승희의 눈이 마주쳤다. 우째 이런 일이 하는 표정으로...

 

"어 죄송해서 어쩌지요... 지금 전화가 동민이 형한테 온 전화인데 갑자기 일이 생겨서.. 인

 

사도 못들이고 떠나게 됐다고... 정말 죄송하다고 다음에 다시 한번 이곳에서 자리를 만드신

 

다고... 죄송합니다. 저라도 옆에 있었다면 못 가게 잡는 거였는데... 워낙에 바쁘신 몸이다

 

보니... 죄송합니다. 여러분께서 이해해 주세요. 다음에 다시 한번 자리를 만드신다고 했으니

 

그때 다시..."

 

승우의 능청스런 거짓말로 인해 그 곳에 분위기는 한 순간에 바뀌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런 분위기로...

 

 

 

"야!! 너 지금 어디야!!"

 

전화기로 들려오는 동석에 목소리였다.

 

"차에 있어."

 

"휴..."

 

차에 있다는 소리에 한시름 놓았는지 땅이 꺼질 것 같은 안도에 한숨이 전화기를 통해 들려

 

왔다. 그 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전화기를 귀에서 잠시 떼었다가 다시 가져다 대는 동민이었

 

다.

 

"야!! 너 인마!!... 아니다. 지금 갈 테니깐 가서 얘기하자. 밖에서 안 보이게 몸이나 좀 숨기

 

고 있어. 지금 갈게."

 

안도감도 잠시 다시 흥분한 동석 같았다. 주차장으로 돌아온 동석과 승희는 아무 말 없이

 

차에 올랐다. 운전석에 앉은 동석은 차들과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이유로 어디로 나오는 길

 

인지도 모르는 골목길을 돌고 돌면서 대학로에서 빠져나왔다. 룸밀러로는 연신 동민을 노려

 

보면서... 대학로에서 빠져나오는 동안 세 사람은 말이 없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쉴 새

 

없이 떠들고 있는 세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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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연인은 사기꾼 스타. (58) 안녕하셨지요. 송꾸락임다. ^^

기다리실까봐서 일찌감치 글을 올리긴

했는데 잠이 덜 깬 상태에서 글을 올렸더니

뭐가 뭔지 저도 잘... -.-

이해해 주십쇼~~^^*

그러고 보니 벌써 또 주말이네요. ㅎㅎㅎ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라고 전 또 다음에

뵙것슴다.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