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후에

...2006.11.08
조회1,697

당신..어제 술 많이 취했나보더군..

일년이 넘도록 연락한번 없더니,

어젯밤 갑자기 전화해서 애들 만나지 말라고..소리 지르고..

 

얼마전 핸드폰 액정이 깨져서 핸드폰을 바꿨는데..

전화번호 입력하는게 귀찮아서 그냥 번호만 뜨는데

이름은 없는데  그래 어디서 많이본 번호인데,

아..그게 당신이란걸 몇초가 지나서야   알겠더군..

 

술취한 목소리로 크게 소리지르며 애들만나지 말라고..

난 뭐 딱히 할말도 없어서, 그러겠다고..

금방 끊을줄 알았는데, 한말 또 하고..또 하고..

아, 당신, 힘들구나..느꼈어..

불쌍한 사람, 전화 끊었는데..

또다시 전화해 애들 만나지 말라고,

난 알았다고, 그러겠다고,

어차피 술취한 사람얘기 그냥 흘려버릴려고 했거든..

그런데 당신 뜬금없이 잘지내냐고, 잘살고 있느냐고 묻더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흐르더군..

 

언제나 이성적이고, 사리분별 확실하고

맺고 끊는거 잘하고 냉정하던 당신..

늘 우유부단하고, 눈물 많고,

당신말대로 어리버리한  나..

예전의 우리이었을때를 생각하면,

먼저 전화할 사람은 나였는데..

당신이 먼저 전화할줄이야...

 

작년 여름, 새벽에 화장실 다녀오다가 우연히 들었어..

당신이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는걸..

그게 여자라는걸 늘 감없는 나도 금방 알겠더군..

당신이 그여자에게 무얼 그렇게 잘못했는지,

계속 미안해, 안그럴게..하는데..

당신  이제 더이상 내사람 아니라는걸..알았어..

나한테도, 누구에게도 미안하다는 말 할줄 모르는 사람인데,

그여자 정말 좋아하는구나..느꼈어..

순간 화도 났지만, 당신이 불쌍했어..

술취해서 한번 잠들면 업어가도 모르는 사람인데.

내가 핸드폰  껐는데, 언제 일어나서 켜고,

그렇게 간절하게 미안하다고 말하는지..

보내줘야한다고 생각했어..

아니 그전부터 늘 외박했을때  짐작했어..

그래서 결심이 쉬웠는지도 모르고..

 

어제 첫번째 전화 당신이 끊은건지,

옆에서 누군가 끊어버린건지,,모르겠더군..

다시 전화해 소리지더니,

한동안 말이 없어 끊어진줄 알았는데..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당신, 여자, 남자..

술집이구나..그여자가 그때 그 여자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짐작해보니, 당신의 연애사가 잘안되는거는 알겠더군..

나도 모르게 잘 들리지도 않는데, 귀기울어서 들었어..

에구 나 왜이러니..전화끊고..

한동안 잠을 잘수가 없었어..

이래저래 심란하고, 뒤척이다가 겨우 잠들었는데..

자정을 넘겨서 다시 전화한 당신..

애들 만나지말라고, 알았다고..

잘지내느냐고,  또다시 묻는 당신..

마치 나없는데도 너는 잘지내고 있는거니? 묻는것 같더군..

당신한테 전화한번 없이 지내는거 보면 나 잘살고 있는거 아닌가...

 

당신이 당연히 이글 못보겠지만,

난 당신이 그렇게 나쁜 사람이라고는 생각안해..

물론 당신이 먼저 나와의 신의를 져버린 사람이라 헤어지기는 했지만,

나와는 인연이 아니었다고 생각해..

당신하고 살면서  그냥 안일하게 편하게 대했던게 내 잘못이라고 생각해..

정말 열심히 가정을 지키지 못하고, 그냥 대충 살았던 내잘못도 있어서

당신이 겉돌았던건 아닌지..그때가 아마  권태기였던것 같아..

그 시간을 지혜롭게 잘 넘겼으면  지금 이런 글은 쓸일이 없었을텐데..

 

당신의 마음을 나는 다 알수가 없어..

예전에는 당신을 다안다고 생각했는데..

살면서 당신을 더 모르겠더군..

어제 술취해서 전화한거인지도 모르지만,

아마  오늘 아침  술깨고  통화목록 보면서

당신도 많이 놀랬을것같은데...아닌가..

 

나는 당신을 다 잊은줄 알았어..

스무살때 만난 석달도 못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졌을땐,

거의 2년동안 폐인처럼 지냈는데..

당신과 나는 14년을 알고 지냈는데..

전화번호 조차  한참 봐야 알고, 

 일상 생활 살면서 그냥 먼지 털듯이

너무 쉽게 툭툭 털어내듯 당신을 잊어버렸어..

그런줄 알았는데, 잘지내느냐는 한마디에 눈물이 나다니..

이런게 바로 부질없는, 쓸데없는 미련인가..정인가..

 

아이들 아빠인 당신이 잘살아야 애들도 잘 살수 있지..

당신이 잘못되기를 바란적은 없어..

아마 당신도 내가 그러길 바라겠지..

어제 아이들때문에 힘들다 말한 당신한테 많이 미안해..

우리가 같이 낳은 아이들인데, 당신한테만 그 힘듬 겪게 해서 미안해..

내가 아이들 생각해서 다시 생각해보자고 할때는,

당신은 이런 일없이 다 잘될거로만 생각했니..

꼴 좋다, 싶다가도 마음이 아프다..

당신 아이들이기도 하지만, 내 아이들이기도 하니..어쩌지도 못하고 눈물난다..

 

이런일들  앞으로도  몇번쯤 더 겪어야겠지..당신도 나도 ..

아이들 문제가 아니어도..

당신한테도, 나한테도 어쩔수 없는 힘든 일들이

아직도 많이 있겠지..

떨어져 있는 애들 생각에, 일하는거에 스트레스 왕창 받는 나보다,

홀어머니에 딸린 아이들에, 직장이나  친구들  이혼사실이 다알려진 거나,

이래저래 나보다 고민거리가 더 많을듯싶고..

돈은 당신이 잘벌어서, 먹고사는 고단함은 나만 느끼는거라 생각하는데..

당신도 나도 손익 계산서를 따져보면 누가 나을까..

잘지내느냐고..물었지..

정말 나는 잘지내고 있어.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지만, 돈도 벌줄 아는 내가

신기하기도  해.. 앞으로 무얼해서 정규직 자리를 찾을까가

지금의 나한테는 최대의 고민이고..

그리고 마흔 쯤에는 새로운 반쪽을 만나볼까도 생각하고..

나름대로 잘살고 있어..

근데 오늘은 당신때문에 심란했지만,

이글 쓰면서 맘이 정돈된 느낌이야..

어떻게 다시 되돌수 없다면 지금의 순간에서 잘해내는수 밖에..

난 다시 당신 따윈 까맣게 잊고 평상시처럼 그냥 잘지낼거야..

이바보야..잘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