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인 나를 좋아한다는 제자녀석..

난 선생이고 넌 제자2006.11.12
조회3,315

이건 저희 언니 아이디를 잠시 빌려쓰는 겁니다..

전 지금 27살.. 현재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다행히 임용고시를 한번에 붙어서 남들보다 조금 일찍 아이들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하네요^^

서툴지만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보람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게시판에 글을 올려도 될까..안될까..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 적당한 곳이 없는 듯 하기에..^^

 

본론으로 들어가서, 한달 전 반가운 얼굴이 저희 학교에 찾아 왔더라구요.

지금은 대학생이 된 아이.. 제가 처음 교편을 잡았을 때 많은 도움을 준 아이입니다.

전교회장 , 잘생긴 외모 , 내신1등급의 뛰어난 성적 , 좋은 매너 등등

정말 괜찮은 아이여서 많은 여학생들의 관심과 사랑의 대상이였다고... 할까요~^^

그런데 그 아이가 저를 좋아했다는 겁니다..;;;

 

가끔 짖궃은 남자아이들이 장난 치면 제가 난색을 표하기 전해 그 아이가 화를 내서

남자 아이들을 당황하게 만들거나...

아픈것 같다고 하길래 아프다고 장난스레 말했더니 약을 사다주고...

맛있는 거 사달라고 따라다니고...

 

솔직히 귀엽고 웃기잖아요~

제자가 생각해 주는 것도 귀엽고 그 아이에겐 한 때의 감정일테지만

저에겐 좋은 추억거리이기도 하고..여자 아이들이 질투하는 모습도 귀엽고(?)

 

아,제가 잠시 옛추억을 떠올리고 있었군요 ^^;; 흠..

저도 당연히 그 아이의 마음을 알고는 있었지만 모르는 척 했었는데

어느날 고백하더라구요..

 

"선생님...저 할 말 있어요..."

"응?...뭔데?.... "

"지금은 대답 안하셔도 되니까 생각해본 다음에 말해주세요.."

"그래.. 설마 또 사달라는 말은 아니겠지?^^ 한턱 쐈잖아~"

"그게 아니고요..저 선생님 좋아해요.." (어찌나 쑥스러워 하던지...)

"난 선생이고 넌 제자야~"

"그게 아니라 진짜 좋아해요.. 선생님으로서 아니고요..첫사랑이에요...

남들이 한번씩 선생님을 동경하고 좋아하는 것과는 다른 거에요...

좋아하는게 아니라 사랑한다고나 할까요....."

"......... ......글쎄..oo아.. 선생님도 말이야.. 고등학생이였을 때 정말 열렬히 학교 영어 선생님을

좋아했었어..근데 그것도 한 순간이더라. 대학생이 되니까 어느새 기억도 못할 만큼...

그건 한순간의 감정이라고 생각해. 워낙 지금 네가 예민하고 여린 시기니까.."

"근데 전 평생 선생님 좋아할 자신있어요..'

"그러면 네가 고등학교 졸업 후에, 수능 점수 잘 받아서 네가 원하는 대학 들어간 후에도

마음이 변치 않으면 선생님이 아주 진지하게 고려해 볼께^^"

 

 

이랬었습니다.. 몇 년전 일이라 기억이 잘 안나지만 아마 이렇게 말했던 것 같네요

그 후 정말 그 아인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명문대로 진학했구요

정말 다시 나타났습니다

이제 예전의 앳된 모습이 아니라 옷도 잘입고 꾸며서 인지 훨씬 잘생겨 진 듯 하네요

이런 저런 얘기 하다가 레스토랑에 제가 데리고 갔는데요

많이 얻어먹었으니까 이제 자기가 낸다고 하고...

그러면서 정말 약속 지켰으니까 선생님도 약속 지켜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정말 자기랑 사겨야 한다면서 앞으로 정말 본격적으로 절 따라다닐 꺼라고 했습니다.

장난으로 여겼는데 진짜 한다면 하는 성격이라서 인지 정말 이주째 매일같이 찾아와서 제가 마칠 때 함께 가고 선물도 줍니다. 학생이 돈이 어딨냐며 돈으로 바꿔 쓰래도 막무가내입니다

저도 참  이 아이에게 휘말리는 건지 학교 정문 앞을 살피는 버릇이 생겨버렸네요 

 

이 녀석.. 이제 어른이라면서 조금은 남자처럼 보이려 애쓰는데..

저에겐 아직 마냥 애기같네요 . 요즘은 매일 그 아이 목소리 들으며 일어나고

그 아이 목소리 들으며 잠 들고 있습니다

친구들은 다 로망스 찍는다면서 놀리는데 전 이게 다 추억이라고 생각하고

언제 바뀔지 모르는 그 아이의 마음을 잠깐이라도 간직해두고 싶네요

나중에 훗날.. 그 아이가 결혼한다고 저에게 말했을 때 제가 장난스레 "너 그 때 나 좋아했었잖아~"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추억......

 

솔직히 재밌네요.. 이제 들어가라고 해도 어디서 본 드라마인지 제가 가는 모습 보고 가겠다며

고집 부리는 거나 남자친구 있냐고 조심스레 묻는거나..

 

매번 선물을 사올 때마다 부담스러워서 돈으로 다시 바꾸라고 돌려주고

찾아 올때마다 이제 더이상 오지 말라고 하지만 그 녀석은 막무가내입니다

저야 물론 그 아이가 좋지요... 당연히 학생으로서...

착실하고 바른 그 학생이 좋지만 남자로 느껴져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당연히 그렇게 확실히 선을 그을 것이구요..

그런데 앞으로 제가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네요

막 화내기도 그렇고, 계속 받아주면 나중엔 이 아이가 정말 저를 연애 상대로 생각 할 것 같기도 하고..

 

한 때의 감정인 것을 알기에 잘 대해주고 싶고

사랑스러운 제자이기에 많은 것을 해주고 싶습니다

이런 사소한 일로 고민한다는 자체가 우습지만 아직 세상에 찌들지 않아

여린 가슴을 지닌 그 녀석을 모진 세상으로 부터 보호해주고 싶네요

'로망스'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나중에는 정말 제자와 사랑하게 되는 여선생을

이해할 수 없었고 현실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조금 이해가 가기도 해요^^

 

쓰고 나니 너무 길고 두서가 없는 듯 하지만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새내기 교사의  고민...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