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彼岸2003.03.24
조회149


전화가 왔다.

 

"누구세요?"

 

건설회사 대표이사님.
견적 의뢰를 해서 잡기로 하고 하한선으로 넣었는데
그게 160만원..

 

헌데 120만원 선으로 해줘야겠단다.
그거 아니면 안된다해서
검토를 해보겠다고 말씀드리고 이리저리 계산을 해봐도
원가도 안나오는 것이다..

클레임이나 하자의 가능성까지 치면
해서는 안되는 일.

 

두가지를 생각했다.

융통성이 필요하구나..
넉넉하게 불러놓고 사후 절충이나 협상을 통해서
상대쪽의 요구를 수용해주면 계약도 성사되고 거래쪽 당사자들의
기분도 좋아졌을텐데...

 

어차피 그 선이 아니면 계약은 안된다라고 통고한 시점에서
그 건은 이미 누가봐도 적정한 선의 계약을 한들 이미
기분좋은 계약은 틀렸다는 생각이 든다.


 

두번째는
쫀쫀하게 사는 사장같다는 생각을 했다.
가난한 회사도 아닌데
대표이사가 백만원대 거래선을 두고 말많은 흥정을 하는게
나는 이해가 잘 안되는 것이다.

 

그런건 아래 직원이 하던지

아니면 단호하게 할려면 하고 말려면 말자 하는식이든지 해야지

뻔한 거짓말들이나 늘어 놓으며 궁색한 협상을 하다니..

대표 이사님 체면도 말이 아니지만

그 인심의 야박함도

새삼 그릇이 아니라는 생각만 새록새록 든다..

설마..정말 우리가 할수 있으리라 생각한건 아니겠지..?

그저 기선 제압용 수순이었다고 믿어주고 싶다............


돈 있으면서 부도 내는 사람들..
돈 안줄 생각으로 거래하는 사람들..
협력업체를 우습게 아는 사람들..
자기들만 아는 사람들..그 중에도 특히

저 혼자만 아는 놈들..
나는 그런 놈들이 제일 싫다.

 

회사가 영리를 추구하는 집단이지만
지킬건 지키고
주변 사람들과 또 주변 협력업체들과도 더불어 살아야 한다 생각한다.

 

실적...

그거 좋다.

요즘 실적에 따른 연봉제들도 많이 도입도 됐는데

그래도 지킬 건 지키면서 올려야지..
남을 희생 시키거나 남의 몫을 억지로 빼앗아 오면서
올리는 실적이라면

도무지 사회에 유익할게 무언가...?

 

몇 년 전에 모 대기업에서도 이런 적이 있었지..

자기들은 연봉 몇천에 보너스 몇천씩 나눠가지면서

협력업체 직원들은 죽어라고 족빠지게 일해도

겨우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라는 가격을 제시했을때..

나는 눈시울을  붉히며 그 사무실을 걸어 나왔다...

 

...

 

그 이후로 단 한번도 떠올려 본 적이 없었지만

어제는 구석구석에 박혀있던 그 회사 명함을 잠시 뒤적거리다

씁쓸한 기분으로 밀쳐두었다.

 

....

 

하지만 어떤 회사 명함은 보는것도 기분이 불쾌해져

찢어 버렸다.

그 회사는......

인간이 사업하는 회사가 아니다.

 

상거래 윤리는 커녕 인간으로 기본적인 인격마져 없는 놈..

그런데 대인관계는 활발해서 더 역겨워진다.....

지금은 그때보다 더 잘먹고 잘 살고 있을 것 같은 확신이 들어

세상의 빛깔이 참 서글퍼 보이는 저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