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의 비스듬하게 세워진 대문이 허술한 집 전체 분위기를 한 층 더 초라하게 만들고 있었다. 수도꼭지를 중심으로 발 받이의 작은 마루를 끼고 3 - 4 개의 방들이 제각기 다른 색깔의 출입문을 달고 동그랗게 둘러 있었다. 대문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방으로 걸어간 여자는 신을 벗고 마루에 올라섰다. 그리고 방의 문손잡이를 잡아당기자, 문에서 소리가 덜컹하며 요란하게 났다. 민혁은 얼른 뒤를 돌아 채현을 봤다. 잔뜩 긴장하고 있던 상태였는지, 채현의 어깨가 그 소리에 놀라 들썩여 지는 게 보였다. 민혁은 채현을 두고 성큼 성큼 앞으로 걸어가 방 문 앞에 섰다. 그리고 반보다는 약간 더 열려진 문 사이로 방안을
들여다보다가 급하게 신을 벗고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채현도 그런 민혁을 보자, 놀란 눈이 되어 방으로 들어갔다. 우뚝 서 있는 민혁을 제치며 방으로 들어온 채현은 방 한쪽 구석으로 누워있는 무현의 모습을 보게되자, 무현에게로 쓰러지듯 주저앉으며 울기 시작했다. 전체적인 몸의 상태를 확인하기도 전에 얼굴은 이미 이마를 비롯해서 한쪽으로 심하게 부어 올라있었다. 그리고 닦아 내긴 했지만, 피 자국이 군데군데 그대로 얼굴에 남아 있는 상태를 본다는 것만으로도 채현에겐 놀랄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오..빠.. 오...빠.."
채현의 떨리는 손이 무현의 감긴 두 눈에서 볼을 따라 내려오다가 가슴에서 멈췄고, 채현은 그곳에 얼굴을 묻고 흐느꼈다.
"우리 오빠 어떻게 된 거에요?"
채현은 갑자기 얼굴을 들었다. 그리고 날카로운 채현의 눈빛이 민혁의 뒤로 서있는 여자에게로 향했다. 여자는 입을 꼭 다물고 서 있기만 했다.
"병원에.. 병원으로 가, 오빠. 우리 오빠 병원으로 옮겨 줘.." "그래, 그러자."
민혁은 눈물로 범벅이 된 채현의 얼굴을 보며 그제야 채현의 옆으로 앉았다.
"병원 가서 치료받고 온 거에요.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습니다. 다만, 의식이 돌아오기 전에 집으로 데려가 주셨으면 해서 연락 드렸던 거에요."
채현의 시선이 한번 더 여자를 향해 움직였다.
"데려가... 주셨으면..? 지금 그 말은, 가라고 떠미는데도 우리 오빠가 안가고 버티면서 패라도 끼치고 있었다는 말로 들리는데.. 내가 맞게 해석 한 건가요?" "채현아.."
채현이의 무척이나 냉소적이면서 적대시하는 말투에 놀란 민혁은 채현의 팔을 잡으며 그만두게 했다.
"그런 뜻을 담고 한 말은 아니었어요. 그렇게 들렸다면 미안합니다. 몇 일 동안은 곁에서 돌봐주어야 할텐데, 제가 그럴 형편이 못되기도 하고.. 그리고 깨기 전이라고 한 말은.. 아시겠지만, 집을 나온 사람이라 쉽게 들어가려고 하지 않을 것 같아서 한 말이었어요. 미안합니다."
한마디한마디, 너무나도 차분하게 말하는 모습에 민혁은 누워있는 무현과 서 있는 그녀를 번갈아 보았다. 도대체가 무슨 일이 어떻게 벌여졌던 건지, 또 이 여자는 무현형과 무슨 일로 연관되어 이런 상황에서 만나게 되었는지를 생각하다가, 자신 만큼이나 아니, 그 보다 더 받아들이기 힘들어하고 있을 채현을 보며 짧지 않은 한숨을 쉬었다.
교본 책을 한 손에 들고 책 속 그림의 동작들을 만들어가며 거울로 확인하던 현주는 손끝을 따라 움직이는 시선이 탁자 위에 놓인 전화기에서 멈추자, 동작을 멈추고 다시 탁자로 다가가서 수화기를 들었다. 그리고 신호음이 귀에 들리자, 현주는 다시 수화기를 힘없이 내려놓았다. 혹시나 전화 고장으로 벨소리가 울리지 않는 게 아닌가 했던 현주의 생각이 이번에도 틀렸던 것이다. 현주는 수화기를 들었다가 다시 놓기를.. 벌써, 몇 번째 반복하고 있는지 몰랐다. 현주는 덮어졌던 무용 교본을 다시 펼치며 동작을 만들어갔다.
"거봐, 내 말대로 아버지 똑같은 말 하셨잖어." 준은 거 보라는 눈빛을 보냈다. "응."
민의 덤덤한 대답에 준은 형의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상태라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방해되었나 싶었던 준은 방을 둘러보는 척 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왜, 준아..."
준이가 책상 쪽으로 가서 슬쩍 책상 위에 펼쳐진 책을 훑어보듯이 하다가 방문 쪽으로 나가려하자 민이 준을 불렀다.
"아-니. 형을 그냥 혼자 두는 게 나을 듯 싶어서 그래... 쉬어."
준이 뒤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문손잡이를 잡았다.
"준아." "어."
준은 열려진 문으로 나가려다가 멈추며 돌아봤다.
"내일 일찍, 스쿼시 한 게임 하러 갈까?" 민이 모션까지 취하며 물었다. "정말?" "응." "나야 좋지. 그럼, 일찍 자야겠네 나두. 알았어, 형. 내일 보자구."
준이의 웃는 표정의 얼굴이 닫히는 문 뒤로 사라졌다. 그리고 문이 닫히자, 살짝 미소지어졌던 민이의 표정이 다시 굳어지면서 몸을 누우려고 할 때, 책상 위와 책장 속으로 가득한 책들.. 그리고 그 위로 의대 건물 앞에서 가운을 입고 계신 흐뭇한 표정의 아버지와 찍은 사진이 액자로 걸려 있는 게 보이자, 가슴으로 강하게 답답하게 누르는 기운이 느껴지자, 눈을 바로 감아버렸다.
채현의 앙칼진 목소리가 어디에 부딪혀 울려지는 진동처럼 크게 들리자, 민혁은 차를 향해 쳐다보다가 다시 한번 인사를 나누고 차로 돌아왔다.
"이채현!"
민혁이 차에 타자마자 바로 채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채현은 민혁의 갑작스런 소리에 놀라면서도 무슨 일인가 싶어 민혁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너 도대체 생각이 있는 애야, 없는 애야? 저 사람이 형하고 무슨 사연으로 얽히게되서 우리한테 연락했는진 모르지만, 일단 형을 제일 먼저 보살펴 준 사람이잖아. 그런데 넌, 오히려 저 사람 때문에 형이 잘못 된 거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며 행동을 그런 식으로밖에 못하니? 지금도 그래. 화난 짐승 으르렁대듯이 왜 그렇게 높여? 내가 듣기에도 놀라 민망할 정도라면, 저 사람은 어땠겠니, 어?"
채현의 놀란 눈은 말하는 민혁을 보며 움찔해졌다. 한번도 이런 식으로 화내는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채현은 민혁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갑작스런 민혁의 화에 난감한 기분이 들 뿐, 자신의 행동들이 뭐, 그렇게 이처럼 화 낼 이유가 되었는지 찾을 수 없어, 오히려 이러는 민혁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채현은 민혁의 말에는 달리 댓구 하지 않고, 민혁의 시선을 피해 무현의 몸을 덮고 있는 담요를 정리하며 민혁이 빨리 운전석으로 돌아앉아 차를 출발시켜 주길 마음속으로 바랬다. 민혁은 잠시 동안 돌아앉은 상태로 채현을 보다가 차의 시동을 걸어 후진해서 골목을 빠져나갔다. 골목 언덕을 내려가는 민혁의 차가 뒤 라이트까지도 완전히 사라지자, 흐트러짐 없이 딱딱하던 소진의 표정이 풀어지면서 얼굴에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무현을 보내는 게 잘한 선택인지 아님, 또 다른 불행을 무현에게 안겨주게 되는 건지를 걱정하는 눈빛이 소진의 눈물에 더욱 깊어져 갔다.
(연재) 투데이.... 11
녹색의 비스듬하게 세워진 대문이 허술한 집 전체 분위기를 한 층 더 초라하게 만들고 있었다. 수도꼭지를 중심으로 발 받이의 작은 마루를 끼고 3 - 4 개의 방들이 제각기 다른 색깔의 출입문을 달고 동그랗게 둘러 있었다.
대문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방으로 걸어간 여자는 신을 벗고 마루에 올라섰다. 그리고 방의 문손잡이를 잡아당기자, 문에서 소리가 덜컹하며 요란하게 났다. 민혁은 얼른 뒤를 돌아 채현을 봤다.
잔뜩 긴장하고 있던 상태였는지, 채현의 어깨가 그 소리에 놀라 들썩여 지는 게 보였다. 민혁은 채현을 두고 성큼 성큼 앞으로 걸어가 방 문 앞에 섰다. 그리고 반보다는 약간 더 열려진 문 사이로 방안을
들여다보다가 급하게 신을 벗고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채현도 그런 민혁을 보자, 놀란 눈이 되어 방으로 들어갔다.
우뚝 서 있는 민혁을 제치며 방으로 들어온 채현은 방 한쪽 구석으로 누워있는 무현의 모습을 보게되자, 무현에게로 쓰러지듯 주저앉으며 울기 시작했다.
전체적인 몸의 상태를 확인하기도 전에 얼굴은 이미 이마를 비롯해서 한쪽으로 심하게 부어 올라있었다. 그리고 닦아 내긴 했지만, 피 자국이 군데군데 그대로 얼굴에 남아 있는 상태를 본다는 것만으로도 채현에겐 놀랄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오..빠.. 오...빠.."
채현의 떨리는 손이 무현의 감긴 두 눈에서 볼을 따라 내려오다가 가슴에서 멈췄고, 채현은 그곳에 얼굴을 묻고 흐느꼈다.
"우리 오빠 어떻게 된 거에요?"
채현은 갑자기 얼굴을 들었다. 그리고 날카로운 채현의 눈빛이 민혁의 뒤로 서있는 여자에게로 향했다. 여자는 입을 꼭 다물고 서 있기만 했다.
"병원에.. 병원으로 가, 오빠. 우리 오빠 병원으로 옮겨 줘.."
"그래, 그러자."
민혁은 눈물로 범벅이 된 채현의 얼굴을 보며 그제야 채현의 옆으로 앉았다.
"병원 가서 치료받고 온 거에요.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습니다.
다만, 의식이 돌아오기 전에 집으로 데려가 주셨으면 해서 연락 드렸던 거에요."
채현의 시선이 한번 더 여자를 향해 움직였다.
"데려가... 주셨으면..? 지금 그 말은, 가라고 떠미는데도 우리 오빠가 안가고 버티면서 패라도 끼치고 있었다는 말로 들리는데.. 내가 맞게 해석 한 건가요?"
"채현아.."
채현이의 무척이나 냉소적이면서 적대시하는 말투에 놀란 민혁은 채현의 팔을 잡으며 그만두게 했다.
"그런 뜻을 담고 한 말은 아니었어요. 그렇게 들렸다면 미안합니다. 몇 일 동안은 곁에서 돌봐주어야 할텐데, 제가 그럴 형편이 못되기도 하고..
그리고 깨기 전이라고 한 말은.. 아시겠지만, 집을 나온 사람이라 쉽게 들어가려고 하지 않을 것 같아서 한 말이었어요. 미안합니다."
한마디한마디, 너무나도 차분하게 말하는 모습에 민혁은 누워있는 무현과 서 있는 그녀를 번갈아 보았다. 도대체가 무슨 일이 어떻게 벌여졌던 건지, 또 이 여자는 무현형과 무슨 일로 연관되어 이런 상황에서 만나게 되었는지를 생각하다가, 자신 만큼이나 아니, 그 보다 더 받아들이기 힘들어하고 있을 채현을 보며 짧지 않은 한숨을 쉬었다.
교본 책을 한 손에 들고 책 속 그림의 동작들을 만들어가며 거울로 확인하던 현주는 손끝을 따라 움직이는 시선이 탁자 위에 놓인 전화기에서 멈추자, 동작을 멈추고 다시 탁자로 다가가서 수화기를 들었다. 그리고 신호음이 귀에 들리자, 현주는 다시 수화기를 힘없이 내려놓았다. 혹시나 전화 고장으로 벨소리가 울리지 않는 게 아닌가 했던 현주의 생각이 이번에도 틀렸던 것이다.
현주는 수화기를 들었다가 다시 놓기를.. 벌써, 몇 번째 반복하고 있는지 몰랐다.
현주는 덮어졌던 무용 교본을 다시 펼치며 동작을 만들어갔다.
-------------------------------^.~--------------------------------------------------
"형! 들어가도 돼?"
"들어와"
문 밖에서 준이의 목소리가 들리자, 민은 침대에 반쯤 기대었던 몸을 일으키며 앉았다.
"누워있었던 거야?"
"아니."
준이 침대의 끝으로 자리를 잡으며 앉았다.
"거봐, 내 말대로 아버지 똑같은 말 하셨잖어." 준은 거 보라는 눈빛을 보냈다.
"응."
민의 덤덤한 대답에 준은 형의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상태라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방해되었나 싶었던 준은 방을 둘러보는 척 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왜, 준아..."
준이가 책상 쪽으로 가서 슬쩍 책상 위에 펼쳐진 책을 훑어보듯이 하다가 방문
쪽으로 나가려하자 민이 준을 불렀다.
"아-니. 형을 그냥 혼자 두는 게 나을 듯 싶어서 그래... 쉬어."
준이 뒤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문손잡이를 잡았다.
"준아."
"어."
준은 열려진 문으로 나가려다가 멈추며 돌아봤다.
"내일 일찍, 스쿼시 한 게임 하러 갈까?" 민이 모션까지 취하며 물었다.
"정말?"
"응."
"나야 좋지. 그럼, 일찍 자야겠네 나두. 알았어, 형. 내일 보자구."
준이의 웃는 표정의 얼굴이 닫히는 문 뒤로 사라졌다.
그리고 문이 닫히자, 살짝 미소지어졌던 민이의 표정이 다시 굳어지면서 몸을 누우려고 할 때, 책상 위와 책장 속으로 가득한 책들..
그리고 그 위로 의대 건물 앞에서 가운을 입고 계신 흐뭇한 표정의 아버지와 찍은 사진이 액자로 걸려 있는 게 보이자, 가슴으로 강하게 답답하게 누르는 기운이
느껴지자, 눈을 바로 감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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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현 형 일은...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민혁은 차에서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여자에게 다가가며 인사를 했다.
"인사 받을 자격 없어요, 전. 무현씨에게 제가 받았던 일들에 비하면.."
여자의 고개가 떨구어 졌다.
"오빠! 안 갈 거야?"
채현의 앙칼진 목소리가 어디에 부딪혀 울려지는 진동처럼 크게 들리자, 민혁은
차를 향해 쳐다보다가 다시 한번 인사를 나누고 차로 돌아왔다.
"이채현!"
민혁이 차에 타자마자 바로 채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채현은 민혁의 갑작스런 소리에 놀라면서도 무슨 일인가 싶어 민혁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너 도대체 생각이 있는 애야, 없는 애야? 저 사람이 형하고 무슨 사연으로 얽히게되서 우리한테 연락했는진 모르지만, 일단 형을 제일 먼저 보살펴 준 사람이잖아. 그런데 넌, 오히려 저 사람 때문에 형이 잘못 된 거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며 행동을 그런 식으로밖에 못하니? 지금도 그래. 화난 짐승 으르렁대듯이 왜 그렇게 높여? 내가 듣기에도 놀라 민망할 정도라면, 저 사람은 어땠겠니, 어?"
채현의 놀란 눈은 말하는 민혁을 보며 움찔해졌다.
한번도 이런 식으로 화내는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채현은 민혁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갑작스런 민혁의 화에 난감한 기분이 들 뿐, 자신의 행동들이 뭐, 그렇게 이처럼 화 낼 이유가 되었는지 찾을 수 없어, 오히려 이러는 민혁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채현은 민혁의 말에는 달리 댓구 하지 않고, 민혁의 시선을 피해 무현의 몸을 덮고 있는 담요를 정리하며 민혁이 빨리 운전석으로 돌아앉아 차를 출발시켜 주길 마음속으로 바랬다.
민혁은 잠시 동안 돌아앉은 상태로 채현을 보다가 차의 시동을 걸어 후진해서 골목을 빠져나갔다.
골목 언덕을 내려가는 민혁의 차가 뒤 라이트까지도 완전히 사라지자, 흐트러짐 없이 딱딱하던 소진의 표정이 풀어지면서 얼굴에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무현을 보내는 게 잘한 선택인지 아님, 또 다른 불행을 무현에게 안겨주게 되는 건지를 걱정하는 눈빛이 소진의 눈물에 더욱 깊어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