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교사로서 위의 글을 쓴 교대생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현직교사2006.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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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의 글을 읽는 지금 오히려 제 가슴이 답답합니다.

  교육의 개혁을 위하는 길=교대생들의 투쟁이라는  어이없는 등식을 주장하는 당신의 마인드에 기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군요. 현직 초등교사의 입장에서도 님의 입장은 논리적으로 들리기 보다는 감정적인 호소에 가깝게 들립니다.

 

--->밥그릇투쟁이라는 비아냥과, 경쟁에서 도피한다는 무시와, 우리의 명분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무지앞에서, 우리는 우리의 투쟁이 정당한 것임을 알려야만 하는 어려운 상황이죠. ㅋ(님의 글中)

 

  님의 말처럼 사람들은 그렇게 무지하지도 않을 뿐더러 님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사람들의 비아냥과 경쟁회피에 대한 질책이 투쟁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걸 본인 내면 깊숙한 곳에서 느끼고 있을 겁니다. 실제로 현직 교단에서는 교대생들의 투쟁을 그다지 지지하지 않습니다.(제게 있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그다지 큰 관심이 없습니다).  또한 교사로서의 열정이 꼭 교대생들에게만 있는 것도 아니구요.

  님이 말하는 우리나라 교육현실의 문제점, 사교육의 번성, 과밀학급, oecd 최하위의 교육여건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대생의 100% 임용이 아니라 님이 엉뚱하게 동일시하고 있는 진정한 교육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중등출신으로 임고를 준비하다가 다시 교대로 들어가서 초등교사가 되었습니다. 전공에 대한 미련도 컸지만 어릴 적부터 꿈이었던 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10:1 이 넘는 중등의 경쟁률은 너무나 힘들었고, 그래서 초등이라도 가서 교단에 서기를 간절히 바랬습니다. 예체능과 10개나 되는 과목도 초등교사니까 당연히 해야 하는 거고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기 위해 운동, 음악, 미술 등 여러 학원을 다녔던 것도 교사로서의 자질을 갖추고 경쟁에서 통과하기 위한 것이었지  교대를 졸업하면 당연히 교사로 나갈 수 있으니 그저 취미활동으로나 해두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육에는 왕도가 없습니다. 서양식의 소규모 학급이 꼭 우리나라에 적합한 것만도 아닙니다. 50명이상 몰려있는 과밀학급이라고 하셨나요? 언제 적 얘기를 하는지 궁금합니다. 현재 30명 내지 35명 정도가 대부분입니다. 더 줄여야 한다는 건 맞지만 꼭 몇 명만 앉혀두고 일대일로 하는 수업만이 모든 아이를 이해하고 관심을 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눈길한번 주지 못하는 건 그 교사의 자질문제지요.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가며 다양한 성격을 경험하고 부족한 친구를 도와주고, 서로 협동하고 모둠활동을 통해 다양성을 배워가는 것도 중요하지요. 교육은 정책 하나만이 바로 서야하는 게 아니라 교사와 학생 학부모, 정부가 다 같이 상호작용이되어야 한다는 걸 임고준비생이면 당연히 안다고 생각되는데요.

 

--->또한, 교대가 초등교원 양성을 위한 '목적형 양성기관'이고, 초등교육에 특화된 교육을 받은 우리들이 그 지식을 타직업에 활용할 가능성이 0%에 가깝다는 걸 생각해볼 때, 교육부의 경쟁방침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님의 글中)

 

  이러한 사고방식은 다면화된 사회를 살아가는 지식인으로서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됩니다. 님은 정말 교대생이 교직으로 나가지 못하면 타직업에 활용될 가능성이 0%라고 생각하고 계십니까? 교직에 대한 열렬한 소망은 알겠으나 이거 아니면 우리는 죽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은 어린 아이의 떼쓰기처럼 여겨집니다. 그러한 생각보다 좀더 열심히 준비하여 현장에 나와서 마음껏 전문성을 펼치세요.

 

  제가 현직초등교사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반감어린 글을 쓰는 이유는 님과 같은 교대 출신자로 가지는 자만심과 안일함이 학교현장에서 그다지 훌륭한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는데 있습니다. 먼저, 현실의 상황은 전혀 고려치 않고 졸업과 함께 취업이 보장되었던 과거만을 답습하려는 습성과 자만심은 아이들의 인성교육에 그리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겁니다. 교대에서 공부하던 때, 같은 반에 뒤늦게  다시 교대로 들어온 결혼한 언니가 있었습니다. 중등에서의 치열한 경쟁에 익숙했던 언니는 정말 열심히 공부했고 늘 1등을 놓치지 않았는데, 어린 교대생들은 하나같이 독하다고 하더군요. 수업시간에 교수님께서 질문을 할 때면 교육학이나 내용학에서 배우는 내용을 책읽듯 말하고 있는 교대생과는 달리 언니는 딸을 기르는 엄마의 입장에서 얘기하더군요. 주부와 엄마의 역할도 힘들텐데 틈만 나면 임고준비하는 언니와 달리 1:2도 안되는 경쟁률과 미래가  다 보장된 듯 생각하며 편하게 보내는 교대생들의 모습은 정말 차이가 많았습니다. 정당한 자리를 얻기 위해서는 당연히 경쟁이 있어야 하고, 때로는 실패와 낙오의 고통도 느껴봐야 그런 상황의 아이도 이해할 수 있다는 약간은 감정적인 발언도 해봅니다.

또한 젊은 교대생들의 열정만큼이나 경력교사들의 연륜도 중요합니다. 배가 아프다는 아이의 말에 어쩔 줄 몰라하며 보건실로 바로 보냈던 새내기 교사였던 저와 달리 "아침에 똥 싸고 왔니?" 하고 먼저 물어보시던 나이 지긋하신 옆반 선생님과 화장실에서 돌아올 때 편안함을 되찾은 아이의 얼굴에서 지식은 제가 좀더 현대적으로 잘 가르칠 지는 모르나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많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님이 마지막에 말한 사명감과 열정만이 교육개혁을 이룰 수 있고, 그런 열정을 당신들만이 가진 것도 아닙니다. 교육개혁은 열정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교사로서의 자질과 실력도 갖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이는 저와 같은데 바로 교대를 들어가서 졸업 후 바로 교직에 나온 저보다 몇년 더 경력이 많은 교사가 저희 학교에 있습니다. 적어도 몇년 전은 거의 미달이었기 때문에 그 선생님이 교직으로 나오기는 아주 쉬웠지요. 하루는 티타임 때 방금 전 사회시간에 자기반 학생(6학년)이 성골, 진골(아마 신라시대를 배웠던 것 같습니다)이 뭐냐고 물었는데, "몰라, 사골은 아니니까 신경 꺼."라고 했다며, 성골, 진골이 뭐냐고 묻더군요. 정말 기가차서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들 그 선생님 보고 재미있다고 쓰러지듯 웃는데 제가 얼굴이 화끈거려 혼났습니다. 교실로 돌아오는데 이상하게도  마구 화가 치솟더군요.

 

  서울과 경기도는 조금 다양한 출신이지만 대부분의 지역 교대는 함께 공부했던 선후배들이 결국 학교 현장에서 다시 만나게 되어서 자연스럽게 동문회같은 분위기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서울 경기지역이라고 해서 그렇지 않다는 것 또한 아닙니다. 저희 학교에도 수업 끝나면 휴게실이나 어느 교실에 모여 어제 산 옷이며, 아파트 분양이며, 화장품 얘기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수다떠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또한 그런 분들이 대부분 퇴근 시간은 칼같이 지키고,  교대나와서 교사가 된 것이 결혼에서 중요한 조건이 된다고 생각도 하지요. 그런 교사의 모습에서는 힘들게 거쳐온 과정만큼 최선을 다해 교육개혁을 이루어 보겠다는 사명감과 열정은 보기 힘들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선생님이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예비교사로서 충실한 실력을 다지는 것도 중요하고, 교사로서 가르치는 일 이외에 부족한 개인으로서 자기개발에 힘쓰고 때로는 대학원에 진학해서 학습과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도 교육개혁에 한걸음 다가가는 방법입니다. 선생님과 좀 더 있고 싶어서 집에도 가지 않고 선생님 주위를 서성거리는 아이에게 간식을 건네면서 따뜻하게 얘기나누는 시간을 갖는 것도 삭막한 교육현장을 바꿀 수 있는 선생님의 모습입니다. 준비하자면 한정없이 많은 수업자료도 있습니다. 더 좋은 자료와 수업방법을 개발할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다 교육개혁입니다. 

 

  열정은 그냥 생기는 게 아니지요. 더 많은 실력을 쌓고 더 많이 경험하고 더 많이 알게 되면 바꾸고 싶고, 고치고 싶고, 변화시키고 싶은 것들에 대한 열정이 생기는 거지요. 그저 열정만으로 해결할 수 는 없지요. 경쟁은 필수입니다. 좋은 실력 쌓아서 지덕체를 고루 겸비한 교사가 되어 현장에서 만나 뵙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