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연가 - 일곱번째 이야기』

Cute_zLol2006.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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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하의 차가 멈춰선 곳은 티비에서나 볼수있음직한 아기자기한 집들이 늘어선 일산의 한

주택가였다.

재하는 시동을 끄고 창문 밖의 세상에 정신을 빼앗긴 정민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서로의 미모를 뽐내려 예쁘고 화려한 옷을 입고 심사위원들의 심사를 기다리는 미스코리

아들처럼 제각기 비슷하면서도 독특한 자신들만의 자태를 뽐내고 있는 집들의 모습에 정민

은 놀랄수밖에 없었다.

 

"뭘 그렇게 봐?"

"어? 어.. 다른 세상에 온거 같아서..."

"사람 사는데가 다 똑같지. 내리자."

"근데... 여긴 왜 온거야?"

"따라와보면 알잖아."

"여기가 어딘데.."

"왜? 겁나?"

"아니.. 그런건 아닌데.."

"늙은 노처녀 잡아먹을 생각 없으니까 걱정 붙들어 매."

"나도 늙은 노총각한테 안잡아 먹힐거다 뭐."

 

금새 또 새초롬한 표정을 짓는 정민을 보며 재하는 어서 빨리 정민을 위해 준비한 선물

을 보여주고 싶어졌다.

웃으며 차에서 내리는 재하를 따라 정민도 차에서 내렸다.

 

"저기.. 혹시 너희 집에 가는거니?"

"제 애인입니다. 이렇게 소개라도 시킬까봐?"

"..."

"이렇게 좋은 집에 살만한 능력안돼."

"여기 왜 온건데.."

"저기.. 저집 보이지? 아는 분 작업실이야. 우리가 갈 곳도 저기고."

"너 아는분 만나러 가는데 날 왜 데리고왔어.."

"아우~ 이 아가씨. 말 참 많네. 좀 갑시다! 네?"

 

정민의 더이상의 질문을 거부한다는 듯이 재하는 정민의 옆을 스쳐지나며 앞으로 성큼

성큼 걸어나갔다. 재하의 입막음에 조용히 뒤를 따르며 정민은 주변을 살피면서 재하와

일정한 거리를 두어 걸었다.

 

 

 

 

 

 

 

 

잔잔한 클래식이 흐르는 레스토랑 구석진 자리에 태형과 윤미는 서로의 존재를 무시

하며 식사에 열중하고 있었다. 함께 레스토랑에 오는 내내, 그리고 식사를 하는 내내

두사람 사이에는 단 한마디의 말도 오고가지 않았다.

후식으로 나온 헤이즐럿을 음미하며 윤미가 먼저 두 사람 사이의 적막을 깼다.

 

"용건이 뭐야."

 

태형은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여전히 헤이즐럿 향에 취해있는 윤미를 바라보았다.

 

"니가 나랑 밥이 먹고싶었던건 아닐테고...

 왜? 이제 현실을 파악한거야? 훗. 말잘듣는 강아지가 이쁨받는 법이지."

"최기사... 최기사 가족들은 어디다 숨긴거야."

 

최기사의 사망에 대해 태형이 보고만 있지는 않을것이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던

윤미는 예상대로 행동해주는 태형을 보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노력이 가상해서라도 가르쳐주고 싶은데 말이야. 그 노력이 괘씸해서 안가르쳐줄래."

"박윤미. 조용히 해결하자."

"조용히? 조용히 해결못하겠다면 어쩔건데? 끝까지 파고 들어서 밝혀내시겠다?

 그래서? 나를 고소라도 하시겠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나 하나 죽이겠다고 모든걸 다 걸수 있을까? 박태형이 그럴만한 배짱이 있는 사람

 이었나?"

"...."

"아직 시작도 안했어. 최기사 그깟거 하나가 시작이 될거라고 생각해?"

"원하는대로...... 할께."

"뭐?"

"서정민.... 잊을께. 니가 왜 그걸 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니가 원하는거잖아.

 그렇게 할께. 잊을께. 잊어 줄께. 잊어야 한다는거 알아. 나도 알아.

 노력하고있어. 노력하는데... 아직은 그게 힘들어. 죽을만큼 힘들어.

 그래도 잊을께. 죽을만큼 힘들고 아파도... 아니.. 죽는 한이 있어도 잊을께.

 정민이... 정민이만 건드리지마.."

"훗.. 재밌어.. 아주 재밌어. 별거 아닌 최기사 하나에도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반응

 이었는데... 목표물이 서정민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긍금해지는데?"

"웃으라면 웃고, 울라면 울고... 시키는대로 할께. 정민이... 건들이지마.

 부탁.... 한다... 박윤미..."

 

태형은 정민에 대한 솟구치는 그리움과 윤미에 대한 끝없는 노여움에 테이블 아래로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정민을 위한 일이었다. 마지막 남은 모든 자존심을 버리고 윤미에게 정민을 부탁하는

것이다.

 

'훗.. 자존심? 나따위 새끼한테 자존심이라는게 아직도 남아있을거라고 생각하냐..

 박윤미. 개새끼처럼 니 앞에서 기어주길 바라는거냐?

 기어줄께. 발이라도 햝아 줄까? 다 해줄테니... 정민이만... 정민이만 건들지마라.'

 

태형의 속내를 구석까지 꿰뚫어보는 듯한 눈으로 태형을 끈질기게 바라보던 윤미는

왼쪽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생각해 볼께. 주요리가 서정민인데... 천천히 주요리를 기다려 보는것도 좋겠지만

 내 평생의 반려자가 되실 몸께서 부탁까지 하시니 한번 생각은 해볼께."

 

태형은 금방이라도 쏟아질것 같은 눈물을 참으려 눈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손가락 마디가 부서질 만큼 꽉 쥔 주먹은 허벅지 위에서 꿈틀거렸다.

지금이라도 당장 윤미의 목을 졸라 죽여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태형은 힘겹게...

아주 힘겹게 한마디를 내뱉었다.

 

"고....맙다..."

"큭큭큭큭.."

 

윤미는 이미 발갛게 물들어가는 태형의 눈에, 들고 있던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재미있다는

듯이 웃어대시 시작했다.

 

 

 

 

 

 

 

 

 

 

"일찍 도착했네. 재하씨?"

"선생님이 보고싶어서 늦장을 부릴수가 없더라고요."

"호호호. 재하씨 말재주는 알아줘야 된다니까? 아.. 이분이야?"

"네. 정민아. 인사드려. 디자이너 김주희 선생님이셔. 여기는 서정민이고요."

 

재하와 30대 중반쯤 되보이는 여자가 농담섞인 인사를 나누는동안 정민은 겉모습

보다 더 고풍스러운 집안의 내부 모습에 두 눈이 휘둥그레져있었다.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정민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김주희.

 

"안녕하세요. 서정민이라고 합니다."

"그래요. 잘왔어요. 김주희예요. 일단 좀 앉을까요? 나름대로 튼튼해서 천장무너

 질일 없으니까 걱정마시고^^"

 

정민은 잡고 있던 손을 놓으며 자신을 훓어보는 듯한 김주희라는 사람의 눈길에

불편해진 속내를 숨기며 그녀의 농담에 어색한 미소를 보였다.

재하는 아까부터 뭐가 그리도 좋은지 베실 베실 웃고 있었다.

하얀색 천으로 깨끗하게 꾸며진 쇼파가 놓인 거실의 중앙으로 세사람은 발걸음을

옴겼고, 먼저 쇼파에 앉는 재하 옆자리에 정민도 조심스럽게 앉았다.

재하와 정민이 나란히 앉는것을 본 김주희는 주방으로 모습을 감췄다가 잠시후 쟁

반에 세잔의 쥬스를 가지고 나타났다.

 

 

 

 

 

 

 

 

 

 

 

"드럼으로 전공을 바꿔보는건 어떄?"

"네?"

"니가 지금 연주하는 곡이 어떤 곡이라고 생각하나."

"..."

"사랑하는 님을 향한 애닿은 선율이야. 사랑할수 없는 님을 향한, 사랑해서는 안되는 님

 을향한, 그러나 이미 사랑하게 되어버린 님을 향한 선율이야. 넌 지금 그런 곡을 연주하

 고 있는 거야. 한시간동안 니가 이곡을 어떻게 표현했다고 느끼니?"

"죄송해요. 선생님."

"아무리 연주자라해도 개인적인 감정은 있는 법이야. 연주자도 사람이니까 당연한거지.

 하지만 자기의 감정에만 빠져있는 연주라면 그건 더이상 사랑의 선율이 아닌 우스운

 건반놀이 일뿐이야. 오늘은 이만하자."

 

아빠의 팩스를 받은 후부터 유리는 온종일 '서정민' 이라는 하나의 주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팩스의 내용은 무척이나 친절했다. 기본적인 개인정보와 함께 추가적인 주변

환경까지 꼼꼼히 정리되어 있었다.

사업 실패로 인한 아버지의 죽음, 그후 동생의 가출, 1년전 겨우 마련한 작은 전세방에

서 어머니와 기거중.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 졸업, 출판사에서 3년 근무한 경력이 있고

한달쯤 전에 대학 교수의 추천으로 JY에 입사.

무엇보다 유리의 관심을 집중시킨 내용은 재하와 초등학교 동창이었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재하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여자라 한다면 그건 바로 유리일 것이다.

별다른 여자를 만난적이 없는 재하였다. 서정민이라는 친구가 있다는 것도 유리는 모

르는 사실이었다.

갑자기 등장한 재하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서정민이라는 여자. 유리는 들고있던 팩스

뭉치를 구겼다.

 

 

 

 

 

 

 

 

 

"완성은... 됐나요?"

 

재하와 김주희, 두사람의 농담섞인 이야기는 듣는둥 마는둥 정민은 여전히 새로이 접해

보는 신세계같은 김주희의 집에 정신을 놓고 있었다.

김주희가 내온 주스잔이 반정도 비었을 무렵 조심스럽게 재하가 꺼낸 말이었다.

 

"재하씨. 섭섭한데? 내 얘기가 재미 없는거야?"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그냥.. 궁금해서요. 하하."

 

김주희의 핀잔에 머쩍은듯 웃어보이는 재하의 표정에는 약간의 초조함이 고스란히 베어

있었다.

 

"서정민씨라고 했죠? 따라오세요^^"

"네?"

 

갑작스레 정민의 이름을 부르는 김주희. 

 

"재하씨 미워서 빨리 보여드리고 두분 쫒아낼래요. 따라오세요."

"에이~ 선생님. 왜그러세요. 하하."

"됐네요! 따라오세요. 정민씨."

 

어딜 따라오라는 것인지 무엇을 보여준다는 것인지, 어리둥절 해있는 정민에게 어서 오

라는 눈짓을 하는 김주희. 그리고 어서 따라가 보라는 듯한 재하의 표정.

 

"저기... 재하야.."

"뭐해? 따라오라고 하시잖아."

 

은밀하게 주고받는 재하와 김주희의 눈빛에 불안해진 정민은 재하가 잡아주기를 바라며

재하를 불렀으나 재하는 더더욱 힘차게 밀어냈다.

정민은 자신을 묶어놓은 보이지 않는 끈에 이끌리듯이, 자신을 밀치는 느껴지지 않는 힘

에 내몰리듯이 김주희의 뒤를 따랐다.

김주희는 거실의 오른쪽 끝부분에 위치한 '드레스룸'이라고 적힌 문앞에서 멈춰서 문을

열었다.

 

"들어가시죠."

 

의아함과 불안함이 가득베인 표정으로 정민은 문 옆에 선 김주희를 지나 방안으로 들어

섰다.

 

"와...."

 

방안에 들어선 정민의 입에서 함성처럼 터져나온 말이었다. 더이상의 그 어떤 말도 필요

치 않았다.

무표정한 얼굴의 마네킹에게 입혀져 있는 새하얀 드레스.

양쪽 어깨끈에는 하얀 나비가 살며시 앉아 있는 듯 작은 리본 장식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타이트해보이는 가슴과 허리부분은 섬세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오른쪽 허리부분에는 어깨끈에 있던 리본보다 약간 큰 리본이 장식되어 있었고, 그것으

로 인해 우아하지만 귀여운 느낌까지 더해주었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치마는 너무 타이트 하지도, 너무 부하지도 않았다.

형광등의 빛에 의해 치마는 아까부터 화려하게 반짝이고 있었는데 김주희의 말에 의하면

1mm정도의 다이아몬드 수백개로 장식한 결과물이었다.

 

"어때요? 마음에 들어요?"

"네?... 네... 너무... 너무 아름다워요..."

"호호. 최고의 평가네요."

"와... 이런 옷은 누가 입어요? 누군지 몰라도 이 옷을 입게될 사람은 참 행복할것 같아요."

"그래요? 그렇다면 서정민씨는 행복한 사람이군요."

"네?"

 

자신의 작품에 넋이 나가있는 정민을 보며 만족스런 미소를 짓고 있는 김주희.

정민은 앞에 있는 드레스에 온 정신을 빼앗긴채 김주희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입어보시겠어요?"

"네. 네?"

 

문득 정신을 차린 정민은 이 여자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감을 잡지 못했다.

입어보라니... 지금 정민에게 이 화려한 드레스를 입어보라는 것인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세상에 어떤 누구보다 아름다운 사람만이 입을수 있을것 같은

드레스를 설마 작은 리본장식보다도 초라해 보이는 정민에게 입어보라니, 갓태어난 아기

도 웃을 일이었다.

 

"어서요. 재하씨 기다리다 지치겠어요."

"재하요? 아니, 이 옷을 저보고 입으라고요?"

"그럼요. 정민씨가 이 옷의 주인이니까요."

"무슨.. 말씀이신지... 왜 이 옷이.."

"어서 입어봐요. 왜 이 옷의 주인이 정민씨인가는 재하씨에게 물어보세요.

 제가 할 일은 이 옷을 정민씨에게 입혀드리는 것까지니까요."

 

 

 

 

 

 

 

 

텅빈 거실에 혼자 남겨서 정민을 기다리는 재하는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정민과 김주희가 드레스룸으로 들어간지 단 30분이 지났을 뿐인데 몇시간은 지나버

린것만 같았다.

앉아있다가도 정민이 그냥 나와버리는건 아닌지, 다짜고짜 재하에게 뭐하는 거냐고

화를 내지는 않을지 불안해지는 마음에 벌떡 일어나 드레스룸 앞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와 앉곤 한것이 몇번인지 모른다.

신상품 발표회에 함께 가는 것도 부담스러워 하는 정민이었기에 재하는 불안한 1분

1초를 보내며 기다리고 있어야만 했다.

목이 타오는 재하가 남아있는 쥬스를 벌컥 들이키고 컵을 내려놓을때, 드디어 드레스

룸의 문이 열렸다.

 

"선생님!"

 

문이 열리지마자 재하는 벌떡 일어나 혼자 나오는 김주희를 다급하게 불렀다.

 

"들어와요. 재하씨."

 

온몸으로 긴장감을 내 뿜고 있는 재하가 마냥 우습다는 듯이 김주희는 환희 웃으며 재

하에게 들어오라 손짓을 했다.

재하는 침을 꿀꺽 삼키고 천천히 드레스룸으로 향했다.

안으로 발을 내딛는 재하의 눈에는 천사가 보였다. 분명 정민이었으나 재하의 눈에는

천사보다 아름다워 보였다.

눈처럼 하얀 드레스를 입고있는 정민은 들어오는 재하를 보며 얼굴을 붉혔다.

정민의 그 모습은 설원에 꿋꿋하게 피어있는 붉은 꽃봉오리 같았다.

 

"서정민. 너 서정민 맞냐?"

"재하 너~!"

 

뚫어질듯이 정민만을 향해있는 재하의 시선에 정민의 얼굴은 더욱더 붉어지고 있었다.

이대로 두면 두사람 모두 몇시간이고 가만히 서있을것 같은 생각에 김주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때요? 정민씨 너무 예쁘죠?"

"예쁘긴요. 그래도 뭐 노처녀들 중에서는 제일 예쁘겠네요."

 

세상의 그 누가 지금 재하 앞에 서있는 정민보다 아름답다 할수있을까.. 하지만 재하는

차마 표현할수 없었다. 입으로 마음을 내뱉는 순간 앞에 서있는 정민은 지우개로 지워

지듯 사라져 버릴것만 같은 불안함 때문이었다.

 

"민재하!"

"알았어. 알았다구. 서정민이 제일 예뻐."

"민재하! 자꾸 놀릴꺼야?"

"진짜 노처녀 앞에놓고 사랑싸움 하는거예요?"

 

김주희는 당황해하는 정민에게 다가가 옷 매무리를 만졌다.

 

"눈짐작만으로 알려준것 치고는 재하씨가 정민씨 싸이즈를 잘 맞추긴 했는데 정민씨가

 보기보단 글래머시네요. 가슴부분이 좀 답답하죠?"

"네? 아.. 아니요."

"내일까지 수정작업 해놓을께요."

 

정민은 얼굴이 화끈거려 미칠 지경이었다. 글래머라니... 그것도 재하 앞에서.

하지만 정민이 당황해할 필요는 없는듯 싶었다. 재하에게는 이미 김주희는 보이지도 들

리지도 않는 존재였으므로.

김주희가 자리를 피하자 작은 드레스룸안에는 재하와 정민. 두사람만이 남아 있었다.

 

"내 선물 마음에 들어?"

"정말 못말려. 입장 곤란하게 왜그래.."

"뭐가? 내 파트너 내가 챙기는게 잘못된건가?"

"재하야.. 말했잖아. 난..."

"그 머릿속엔 뭐가 들었길래 그렇게 생각이 많아? 단순한 신상품 발표회야. 너한테 신

 경쓸 사람 아무도 없어. 서정민. 이제보니까 아직까지 공주병이네? 사람들이 신상품때

 문에 오지, 설마 너 보러 올까봐서?"

"재하야.."

"이 옷 비싼거다. 너? 니가 안입어주면 이 옷은 쓰레기통 밖에 갈데가 없는거라고.

 너 이 비싼 옷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싶어?"

"그러니까 왜 내 대답도 듣지 않고 이런걸 주문해.."

"너 가슴에.."

"뭐?"

 

행여 김주희가 글래머라고 한말에 재하가 이제서야 놀리기라도 할까봐 지레 놀라버리

는 정민. 한손을 들어 가슴에 올리고 가리는 시늉을 해보였다.

 

"가슴에 잘보면 니 이니셜도 있어. 말그대로 서정민만이 주인인, 오직 서정민만 입을수

 있는 옷이야. 야~ 진짜 감동적이지 않냐?"

"정말?"

 

정민은 재하의 말을 못믿겠다는 듯이 고개를 숙여 타이트해서 더욱 돋보이는 정민의 가

슴 부분을 내려다보며 요리조리 눈동자를 굴렸다.

재하의 말대로 왼쪽 가슴위로 자세히 보지않으면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정도의 작은 상아

빛실이 정민의 이니셜 S.J.M을 그림처럼 그려놓고 있었다.

 

"니가 좋아하는 민들레라도 꺽어서 붙여주고 싶었지만, 선생님이 강력하게 거부하셔서.

 하하. 나더러 감각이 없다시더라고. 그래서 가능한 민들레꽃이랑 가장 비슷한 색으로 니

 이니셜 새겨달라고 부탁드렸지.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걸어다니는 감동 보따리같다.

 안그래?"

 

결국 정민은 재하에게 웃어보일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 거절할까 수없이 생각해온 변

명 거리들을 한줌 재처럼 날려버렸다.

 

"알았어. 알았다고. 가면 되잖아."

"진작에 그럴 것이지. 그건 그렇고, 서정민."

"응?"

"너 정말 예쁘다."

 

재하의 말에 또다시 붉어진 얼굴을 숨기려 고개를 숙이느라 정민은 재하의 눈에 담긴

사랑을 미처 보지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