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인(同居人)#2

창작 東2006.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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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가 오후 강의를 하기위해 공항에 주차되어 있는 차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하루쯤 쉴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바쁘게 움직이는 게 오히려 외로움을 잊기 쉬울 듯 했다. 주머니에서 자동차 열쇠를 꺼내 원격시동 버튼을 눌렀다. 멀리서 자동차 시동이 걸리는 소리가 들렸다.

 항상 그랬듯이 차에 오르자마자 오디오 버튼에 손이 먼저 갔다. 요즘 클래식에 매료되어 있었다. 오디오에선‘엘가’에‘현을 위한 세레나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음이 따뜻해져 오고 있었다.

 천천히 엑셀레이터를 밟으며 주차장을 벗어나고 있었다. 얼핏 지나치는 풍경 속에 검정색 정장을 입은 여자가 차에 기대어 겨울비를 맞으며 서 있었다. 정희가 여자의 얼굴을 확인하려는 듯 창문을 내려 천천히 여자가 기대어 서 있는 차를 지나가고 있었다. 낯설지 않은 얼굴이었지만 무슨 일인지 물어볼 여유도 없었다. 하지만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힐끔 거리며 룸미러로 여자의 모습을 확인했을 때 여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차를 세우고 사이드미러로 확인을 하자 여자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정희가 비상등을 켜고 차에서 내려 여자가 쓰러져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얼마나 비를 맞았는지 옷이 흠뻑 젖어 있었고 여자의 긴 생머리에선 빗물이 흘러 내렸다. 숨소리가 가늘었고 의식이 없어 보였다. 정희가 여자를 차에 태우기 위해 부축을 했지만 여자의 키가 정희보다 컸다. 할 수 없이 여자를 차에 기대어 앉혀두곤 차를 향해 뛰어갔다. 구급차를 부를까도 생각해 봤지만 여자의 상태가 긴박해 보였다. 차를 후진해서 여자가 기대어 앉아 있는 곳에 가까스로 주차하곤 여자를 뒤에서 껴안아 뒷좌석에 눕혔다. 공항에서 벗어나자 멀리 병원이 보였다.






 은우가 공항 화물청사 냉동 창고로 들어서자 정민의 시신이 영구차로 옮겨지고 있었다. 들이울며 뒤 따라 가는 정민의 어머니와 세아를 보자 은우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녀들의 가식적인 눈물을 모를 리 없는 은우가 발걸음을 돌려 공항 주차장으로 허탈하게 걸어갔다.

 은우가 멀리 주차되어 있는 차를 보며 미정이 생각나는 듯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정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가슴이 내려앉았다. 핸드폰을 꺼내어 전화를 걸려다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미정의 연락처를 알지 못했다. 자신의 모습이 화가 나는 듯 주먹으로 보닛을 힘껏 내리쳤다.

 비가 그치면서 하늘에 태양이 대지를 비추고 있었다.

 

 

 

 

 

 소피아가 공항버스에서 내리고 있었다. 멀리서 소피아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며 다가서는 여자가 있었다.  주아였다. 긴 생머리를 단정하게 뒤로 묶고 아이보리 스판 폴라티에 심플한 정장 슈트와 벨트에 니트 코트를 입고 있었다. 영국에 있을 때와 같이 주아는 체인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웰컴 투 코리아." 주아가 환하게 미소 지으며 두 팔을 벌렸다.

 "고마워." 소피아가 주아의 가슴에 안기며 말했다.

 "온다고 고생이 많았지. 한국에 온 소감이 어때?" 주아가 소피아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너무 행복해. 너도 만나고 찾아야 할 사람이 가까이 있는 것 같아서." 소피아가 주아에게서 떨어지며 말했다. 소피아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고 있었다.

 

 

 

 

 

 정희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병원 응급실을 서성이고 있었다. 막상 병원으로 데려오긴 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오후 강의시간까지도 얼마 남지 않았기에 어찌해야 할지를 몰라 하고 있었다. 

 "저. 보호자 되시죠? 환자분 깨어나셨습니다." 응급실 간호사가 피곤한 표정으로 말하곤 응급실 안으로 들어갔다.

  "네…….?네." 정희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놀라며 대답했다.

 정희가 응급실로 들어오자 미정이 간호사와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이대로 나가시면 안 됩니다. 아직 검사 결과도 나오지 않았는데 다시 돌아가세요."  간호사의 목소리가 커지자 응급실 안에 사람들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쏠렸다.

 "……." 미정이 대답 없이 응급실 문을 향해 걸어갔다.

 간호사도 더 이상 미정을 잡지 않았다.

 "검사 결과 보고 가시죠?" 정희가 미정의 팔을 잡으며 조용히 말했다.

 "……." 미정이 여전히 대답 없이 문을 열기위해 손잡이를 잡았다.

 "아프잖아요. 그냥 가면 안 되는 거잖아요. 당신이 아픈데 이렇게 가는 건 당신 몸에 대한 예의가 아니잖아요." 정희가 감정이 격해지는 듯 울먹이며 말했다.

 "가…….야 해요. 나……. 그 사람……." 미정이 힘겹게 한마디씩 뱉어내고 있었다.

 "어……." 정희가 놀라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미정이 응급실 문에 기대어 쓰려졌다. 방금 전 미정을 말리던 간호사가 뛰어와 미정을 일으켜 세우고 있었지만 정희는 제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멍하니 서 있었다.

 

 

 

 

 

 은우가 사무실에 멍하니 앉아 회사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 하루가 너무 힘들었었다. 갑작스런 정민의 죽음도 눈앞에서 사라져버린 미정의 모습도 은우를 괴롭히고 있었다.

 '삐리리' 인터폰이 울렸다. 사무실에 들어오면서 아무도 들이지 말라 했기에 은우가 여전히 창문 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무슨 일 이길래. 사무실에 처박혀 있는 거야?" 은우의 아버지가 사무실로 들어오며 화난 듯 큰소리로 말했다.

 "……." 은우가 여전히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신을 어디에 두고 온 거야?" 은우의 책상을 손바닥으로 내려치며 은우의 아버지가 말했다.

 "아. 회장님." 은우가 놀라 자리에서 일어서며 고개를 숙였다.

 "출장을 갔으면 보고를 해야지. 평소에 안하던 짓을 왜 해." 소파에 앉으며 눈살을 찌푸리셨다. 

 "죄송합니다. 다녀올 때가 있었습니다." 은우가 아버지의 눈을 피하며 말했다.

 "정신 차리고 일해. 6시까지 보고서 올려.“은우의 아버지가 나가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은우가 따라 일어서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내일 약속 잊지 말고." 은우의 아버지가 각인 시키듯 말하곤 밖으로 나갔다.

 은우가 다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머리가 텅 빈 듯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소피아가 주아의 어머니를 만나고 있었다.

 "영국에서 푸드스타일리스트로 일 했다던데 이번에 강남 분점 점장을 맡아 주었으면 해요." 온순하고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엄마는 급하긴 이제 막 서울에 도착했는데." 주아가 소피아의 당황한 얼굴을 바라보며 새침하게 말했다.

 "제 능력이 부족합니다. 죄송합니다만 사양하겠습니다." 소피아가 정중하게 말했다.

 "천천히 생각해. 네 실력이면 충분해." 주아가 싱긋 웃으며 윙크를 했다.

 "고마운데 할 일이 많아. 그리고 시간도 많지 않아서."

 "천천히 생각해요. 고국에 처음 왔는데 내가 너무 급했네요."

 "그럼. 엄마 소피아 피곤한데 저흰 그만 나가볼게요." 주아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래. 낼 또 봐요."

 "네." 소피아가 짧게 대답하고선 주아와 밖으로 나왔다.

 빌딩숲사이로 하루해가 지고 있었다.

 

 

 

 

-창작 東이 알립니다 - : 이번에도 약속을 못 지키고 말았습니다. #1을 올리고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뛰어 넘어 이제서야 #2를 올립니다. 핑계같지만 지난주는 너무 정신이 없었습니다. 지키지도 못 할 약속을 매번하는것 같아서 송구한 마음 금할길 없습니다. 앞으로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열심히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어디 참한 색시감 없습니까? 저 장가 좀 보내주세요. 진심입니다. 관심 있으신분은 제 멜로 의사 표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