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어쩌란 말이냐, 이 아픈 가슴을..

독한여자2006.11.25
조회235

내 나이 이제 곧 서른..
2년 전.. 9년 사귀던 연인에게 차갑게 이별을 말했다.
딱 한번 메달리더니 내 의지가 확고한 걸 보고..
그저 잘 살길 바란다..고 말하고 더 이상 말이 없었던 사람..

 

그 사람.. 넉넉하진 않았지만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이었는데 군제대하고 복학할 시기에 집안사업이 크게 망하면서 아버지도 뇌출혈로 쓰러지셨다.

2년동안 의식없이 병원에 계시다가 돌아가시면서 아내와 자식에게 엄청난 빚만 남겨주셨다..

 

월세 단칸방으로 이사를 했다.

오빠 어머니는 식당에서 일했고,
오빠는 대학교 2학년에 자퇴.. 공사현장에서 흙짐을 날랐고,
오빠 여동생도 대학교 1학년에 자퇴.. 백화점 화장품 매장에서 일했다.
남동생도 주유소 아르바이트..

 

빚은 이자때문에 계속계속 불어났고..
빚독촉에 사람은 여유없이 계속 말라 타 들어가는 것 같았다.
 
내 나이, 그때 스물셋..
오빠랑 3년 정도 사귀고 있을때였는데 그 사람에게 생긴 그 모든일들에 나도 그사람만큼이나 힘이 들었다.

그 무렵 난 졸업해서 학원강사로 일을 했고, 우리집은 그저 평범한 가정이었다.

나의 부모님은 오빠의 상황을 이해하셨고 사고는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것이니 옆에서 너무 스트레스 주지 말고, 공무원 준비를 하라고 권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의견을 꺼내셨다.

 

난 그 사람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하긴 지금 생각해보면 당장 끼니가 급한 사람 머리에 무슨 공부가 들어갔겠느냐만,
그래도 월급의 반 이상이 빚때문에 떨어져 나가게 되더라도,
10년, 20년 후를 생각하면 안정된 직업 말고는 답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 별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면서, 싫다고 했다.
자기가 알아서 할테니 좀 내버려두라고 했다..
내가 선물한 공무원 학원 년수강증과 공무원서적을 쳐다보지도 않고 내쳤다.

낮에는 공사현장. 밤에는 대리운전..

그렇게 해서 몇년안에 빚이 갚아지고 하면 모르겠지만,
그런것도 아니었는데 그렇게 딱.... 자그만치... 5년을 허송세월했다.

열심히 살았지만, 내 입장에선 허송세월로 보였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성과가 없었다.

나는 속이 검게 탔다..

대화중 내 말투에서 은근 무시하는 말들이 베어나기 시작했고,
오빠도 내가 하는 말에 귀를 막기 시작했다..

 

아..

이건 아니다 싶었다.
경제적인 빈곤도 문제였지만..
그것보다 우리는 타협이 안됐다.
대화를 할수록 골만 깊어갔다.

 

서로 지쳐갔고, 부모님도 은근 아닌것 같으면 헤어지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다가..

스물여덟 봄에 울면서 이별을 고했다.

이 사람의 상황이 애처로워 가슴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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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고 세명의 남자를 소개 받아 짧게 교제를 해봤다.
결혼을 전제로 하는 나이이니만큼 서로가 진지했지만,
처음 남자는 배려가 부족하고 이기적이라 내가 헤어지자 했고,
두번째는 내가 올인했지만 그사람에게 내가 흡족하지 않은듯했다.
마지막은 몇달을 사겨도 결혼을 생각할만큼 사랑하는 감정이 커지지 않아 아니다싶어 헤어졌다.

이 정도면.. 남자도 만날만큼 만나봤는데..

요즘은  나한테 문제가 있는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남자문제로 더이상 고심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혼자 살까... 그런 생각.. 자신없지만 한번씩 한다..

 

그런데 말이다...

2년동안 연락없던 그 사람에게서 갑자기 전화가 왔다.

근데 이 바보가 마음이 설렌다..

넌즈시 물었더니
상황도 그대로고, 아직까지도 그러고 있단다.
빚도 그대로란다..
통화중에 느낀건데 드문드문 세상에 때묻은 모습도 보인다..
예전의 오빠가 아닌것 같기도 하다..

 

그냥 전화했단다. 많이 보고싶어서..
목소리라도 듣고 싶었단다.
아직도 좋은사람 못만났냐고 그런다. 시집안가고 뭐했냐고 그런다.

자기는 있던 애인도 능력안되서 잃었는데, 무슨 여자를 만나겠느냐 그런다..

서른 다섯쯤 되면 그때쯤 결혼 생각 할거란다.

그때까지 시집 안가고 있으면 값 다 떨어졌으니 자기가 한번 찾아준단다.
너무나도 덤덤하게 말한다.
난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데 말이다..

 

요즘 부쩍 전화가 많이 온다..

내가 전화를 다시 하게끔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사람은 나에게 다시 시작하자는 말을 절대 꺼내지 않겠지..

혹시 그렇담 난, 어떻게 해야 할까..
중요한 건 지금 이 감정이 사랑인지 연민인지조차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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