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톨, 정봉주, 이리내 정말 많은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뭔가 계속해서 밀려드는 미안함은 대체..)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 빈후는 유정과 윤경을 보며, 인사를 했다. 유정의 표정은 그리 달갑지 않아보였다. “누나, 우리 같이 식사하자 괜찮죠?” 유현은 윤경에게 웃으며 물었다. 그러자 유정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글쎄...” 유정은 표정이 굳어 빈후와 유현을 번갈아 보았다. 빈후는 유정의 표정을 보고는 유현에게 저쪽 테이블에 가서 식사를 할 것을 권했다. 그러자 윤경이 끼어들며 말했다. “함께 식사하면 어때서 그래요? 여기 앉으세요” 윤경은 유정이 눈치를 주는데도 못 본채하며 그들을 향해 앉으라고 손짓했다. 유현은 기다렸다는 듯 윤경의 옆에 냉큼 앉으며 빈후에게 유정의 옆에 앉으라고 말했다. 빈후는 유정만큼이나 애매모한 표정을 지으며 옆에 앉았다. 두 사람이 주문을 하고,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네 사람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침묵을 깬 것은 의외로 빈후였다. “저희 회사에서 편집부에서 사원을 구하는데, 유정씨 상고 나왔다고 하셨죠? 한 달 후 쯤 들어왔으면 좋겠는데..” 빈후는 말끝을 흐리며, 조심스레 물었다. 그러자 유현은 박수를 치며 유정을 향해 말했다. “아, 누나! 한 달 후면 학원도 마친다며?” ‘둘이 짰냐?’ 유정은 심드렁한 표정을 들어내며 대꾸했다. “글쎄.. 그건 초급반이었고..” 빈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학원을 다니는 것 보다는 다른 작가들이 쓴 글들을 수정 하는게 유정씨에게는 보고 배울 게 더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원치 않으시면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유정은 왠지 빈후의 말투가 오만하게 들렸으며, 귀에 거슬렸다. ‘나도 나름 작간데.. 그런 일을 시키다니..’ 유정은 이미 결론이 난 것 마냥 씁쓸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생각은 해볼게요” 말을 마치자 주문한 음식들이 테이블 위로 놓여졌다. 빈후와 유정은 먹으면서 한 마디도 하지 않았으며, 대화를 주고받는 사람은 오직 유현과 윤정이었다. 식사를 마친 네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유정이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기도 전에 빈후는 계산을 하고, 윤경과 유정을 집까지 바래다 주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윤경은 유정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곰 같은 기집야야, 그냥 웃으면서 함께 드세요- 이렇게 말하면 안 돼냐?” 그 말에 유정은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싫은 걸 어떡하라고, 그 사람과 내가 웃으면서 식사할 사이냐?” “그리고 잘 먹었어요, 하면 그 쪽에서 알아서 계산 할 것을.. 분위기 파악 못하고 지가 낼라고 하기는.. 쯧쯧.. 그 사람 돈도 많아 보이더만...” 유정은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윤경을 바라보았다. ‘결론은 그거였군’ 윤경은 손가락질을 해가며 말을 이었다. “너가 왜 애인이 없었는지 이제야 알겠다, 여자가 애교라곤 눈곱만치도 없어가지고.. 여태 까지 어떻게 사회생활 했는지.. 정말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지금 네가 남 걱정할 때냐? 너나 잘 하세요” 유정은 뒤로 돌아 목욕을 하고,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윤경은 그런 유정을 보며 한심스럽다는 듯 혀를 계속 해서 찼다. 다음 날 아침, 고요한 햇살이 창문을 향해 비추었다. 유정은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깼다.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자리에서 일어나 하품을 했다. 오랜만에 부엌으로 가 아침밥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고, 국을 끓이며 흥얼거리기까지 했다. 식탁에는 따뜻한 밥과 국 반찬들이 놓여졌고, 윤경을 깨워 함께 아침식사를 마쳤다. 유정은 설거지를 한 후 책상에 있는 책들, 장롱에 있는 이불들, 옷장에 있는 옷을 꺼내어 빨고, 닦기를 시작했다. 윤경은 어떨결에 유정을 도왔다. 두 사람은 시간 나는 줄 도 모르고, 열심히 대청소를 했다. 청소가 끝나 갈 무렵에는 반나절이 지나 간 상태였다. 유정은 허리를 펴고, 어깨를 두드렸다. “으아- 오랜만에 청소하려니까 힘들다” 윤경은 허리를 돌리며 말했다. “집은 그렇게 넓은 것도 아니면서 왜 그리 할 게 많아?” “그러게 말이야.. 오늘은 잠 잘오겠다 그치?” “언제는 못 잤냐?” 유정은 대답대신 어깨를 으쓱거리며 화장실로 들어가 걸레를 빤 다음 거실 소파에 앉아 노트북에 글을 담기 시작했다. 윤경은 곁눈질로 훔쳐보면서 작가는 참 편한 직업이라고 떠들어댔다. 유정은 집중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글 쓰는 데만 골몰할 수 있었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목덜미가 서서히 저려오기 시작했다. 유정은 목덜미를 치며 고개를 돌렸다. 시계는 4시를 알리고 있었다. 유정은 멀뚱멀뚱 시계만 보다가 MP3를 챙겨들고는 몽롱한 기분으로 밖을 나섰다. 어스름한 새벽녘, 그것도 겨울에 .. 유정처럼 몽롱한 기분으로 공원 벤치에 앉아있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귀에 이어폰을 꽂고 팔짱을 끼며 음악을 들었다. 모든 곡이 다 끝 날 때 까지 유정은 음악에 귀 기울였다. 그러다 출근하는 사람들이 밖을 나서고, 그 수가 점점 늘어나자 유정은 집으로 들어왔다. 윤경은 아직도 자고 있었다. 회사를 가지 않으니 그럴 만 하다고 유정은 생각하고, 대충 씻고, 버스를 타고 학원에 도착했다. 자리에 앉아 수업을 들으려고 생각하니 막연함과 피로가 밀려왔다. 한 손으로 턱을 괴고 다른 한 손으로는 펜을 돌리며, 여자가 어서 와서 프린트 물을 나눠주기를 바랐다. ‘아... 빨리 와서 빨리 끝나야 되는데..’ 유정은 여자와 학원 사람들을 기다렸지만 어찌된 일인지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보니 수업을 할 시간이 한 참 지나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가보니 현빈이 두툼한 프린트 물을 들고 복도를 지나가고 있었다. 유정은 현빈을 멍한 눈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여기.. 왜 수업 안 하는 거야?” 현빈은 유정을 보고 당황해 하더니 이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오늘 휴강이야 바보야,,,” “나한테는 아무런 연락 안 왔는데?” “그래? 너 명단만 빠져있나 보네, 오늘 개인적인 사정으로 못 나온다고 그랬는데..” 현빈은 유정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어쩔 수 없지 뭐..” 현빈은 유정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 “그럼 나 한테 배우고 갈래?” “아냐, 내일 배워도 돼.. 잠을 못 잤더니.. 졸립네.. 갈게.. 넌 일 열심히 해..” “그래 잘 자고.. 팬더 되지 말고” “응..” 유정은 힘없이 계단 쪽을 향해 걸어 나갔다. 일층으로 내려와 힘없이 뚜벅뚜벅 걸어나갈 때 쯤 유정은 빈후와 부딪쳤다. “아..” 유정이 머리를 매만지며 고개를 들었다. 빈후는 냉철한 모습으로 유정을 내려다보았다. “아... 죄송합니다...”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 겁니까?” 유정은 잠시 휘청거렸다. 빈후는 팔을 뻗어 유정의 손목을 잡아주었다. “어디 아파요?” “아니요.. 잠을 못 잤더니..” 유정은 퀭한 눈으로 빈후를 바라보았다. 빈후는 깜짝 놀란 듯 했다. 그리곤 궁금해져 물었다. “밤샜습니까? 뭐 하느라...” 유정은 빨리 대답을 하고 집에 가서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 졌다. “아.. 그냥 집 청소도 하고.. 글도 쓰고.. 그래서요..” 유정은 말을 하면서 또 한번 휘청 거렸다. “집에 갈건가요?” ‘그럼 이 상태로 어딜 가겠니?’ 유정은 입을 뚱 내밀며 질문에 답했다. “네...” 빈후는 유정에게 자신의 차에 타라고 말했다. 유정은 내키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심정으로 차에 올랐다. 빈후는 유정에게 벨트를 매준 뒤 출발했다. 잠시 심장이 뛰는 속도가 빨라졌으나 다시 안정을 찾았다. 유정은 앞이 가물가물 해지는 걸 느끼며 눈을 감아버렸다. 눈을 뜬 유정은 멈춰있는 차와 빈후를 보았다. 빈후는 다 왔으니 내리라고 말했다. 유정은 고맙다는 인사를 한 뒤 차에서 내려 집으로 왔다. 윤경은 학원이 빨리 끝난 거냐며 물었고, 입가에 묻은 하얀 건 뭐냐고 물었다. 유정은 얼른 화장실로 들어가 거울을 보았다. “에고.. 이런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침을.. 아.. 진짜 창피하다” 혼잣말을 지껄이고는 확 달아오른 얼굴을 찬물로 씻어냈다. 세수를 하고 시계를 보니 11시가 좀 넘은 시각이었다. 유정은 자신이 차안에서 얼마나 잤는지 생각해보다가 고개를 흔들고는 다시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새벽이었다.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문자 메시지 1] 확인 해 보니 빈후에게 온 것이었다. [아까 잘 들어갔나 궁금해서요.. 너무 곤히 자고 있길래 못 깨웠어요] 유정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왜 이래? 안 하던 문자를 하고.. 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잘 들어갔지 그럼” 유정은 답장을 보냈다. [네, 잘 들어갔어요] 새벽에 실례가 된 다는 것은 알았지만, 왠지 심통이 났기에 유정은 답장을 보낸 것이었다. 유정은 냉장고에서 냉수를 한 잔 마시고 다시 잠을 잤다. 많은 하객들 앞에서 그녀는 웃으며 서서히 신랑에게 걸어가고 있었다. 수줍게 고개를 들자 빈후가 그녀를 보며 웃고 있었다. 유정은 절규에 가까운 비명을 지르며 웨딩식장을 뛰쳐나왔다.
서른살 사랑을 꿈꾸다 24
도톨, 정봉주, 이리내 정말 많은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뭔가 계속해서 밀려드는 미안함은 대체..)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
빈후는 유정과 윤경을 보며, 인사를 했다. 유정의 표정은 그리 달갑지 않아보였다.
“누나, 우리 같이 식사하자 괜찮죠?”
유현은 윤경에게 웃으며 물었다. 그러자 유정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글쎄...”
유정은 표정이 굳어 빈후와 유현을 번갈아 보았다. 빈후는 유정의 표정을 보고는 유현에게 저쪽 테이블에 가서 식사를 할 것을 권했다.
그러자 윤경이 끼어들며 말했다.
“함께 식사하면 어때서 그래요? 여기 앉으세요”
윤경은 유정이 눈치를 주는데도 못 본채하며 그들을 향해 앉으라고 손짓했다.
유현은 기다렸다는 듯 윤경의 옆에 냉큼 앉으며 빈후에게 유정의 옆에 앉으라고 말했다. 빈후는 유정만큼이나 애매모한 표정을 지으며 옆에 앉았다.
두 사람이 주문을 하고,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네 사람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침묵을 깬 것은 의외로 빈후였다.
“저희 회사에서 편집부에서 사원을 구하는데, 유정씨 상고 나왔다고 하셨죠? 한 달 후 쯤 들어왔으면 좋겠는데..”
빈후는 말끝을 흐리며, 조심스레 물었다. 그러자 유현은 박수를 치며 유정을 향해 말했다.
“아, 누나! 한 달 후면 학원도 마친다며?”
‘둘이 짰냐?’
유정은 심드렁한 표정을 들어내며 대꾸했다.
“글쎄.. 그건 초급반이었고..”
빈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학원을 다니는 것 보다는 다른 작가들이 쓴 글들을 수정 하는게 유정씨에게는 보고 배울 게 더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원치 않으시면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유정은 왠지 빈후의 말투가 오만하게 들렸으며, 귀에 거슬렸다.
‘나도 나름 작간데.. 그런 일을 시키다니..’
유정은 이미 결론이 난 것 마냥 씁쓸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생각은 해볼게요”
말을 마치자 주문한 음식들이 테이블 위로 놓여졌다.
빈후와 유정은 먹으면서 한 마디도 하지 않았으며, 대화를 주고받는 사람은 오직 유현과 윤정이었다.
식사를 마친 네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유정이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기도 전에 빈후는 계산을 하고, 윤경과 유정을 집까지 바래다 주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윤경은 유정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곰 같은 기집야야, 그냥 웃으면서 함께 드세요- 이렇게 말하면 안 돼냐?”
그 말에 유정은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싫은 걸 어떡하라고, 그 사람과 내가 웃으면서 식사할 사이냐?”
“그리고 잘 먹었어요, 하면 그 쪽에서 알아서 계산 할 것을.. 분위기 파악 못하고 지가 낼라고 하기는.. 쯧쯧.. 그 사람 돈도 많아 보이더만...”
유정은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윤경을 바라보았다.
‘결론은 그거였군’
윤경은 손가락질을 해가며 말을 이었다.
“너가 왜 애인이 없었는지 이제야 알겠다, 여자가 애교라곤 눈곱만치도 없어가지고.. 여태 까지 어떻게 사회생활 했는지.. 정말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지금 네가 남 걱정할 때냐? 너나 잘 하세요”
유정은 뒤로 돌아 목욕을 하고,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윤경은 그런 유정을 보며 한심스럽다는 듯 혀를 계속 해서 찼다.
다음 날 아침, 고요한 햇살이 창문을 향해 비추었다. 유정은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깼다.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자리에서 일어나 하품을 했다.
오랜만에 부엌으로 가 아침밥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고, 국을 끓이며 흥얼거리기까지 했다.
식탁에는 따뜻한 밥과 국 반찬들이 놓여졌고, 윤경을 깨워 함께 아침식사를 마쳤다.
유정은 설거지를 한 후 책상에 있는 책들, 장롱에 있는 이불들, 옷장에 있는 옷을 꺼내어 빨고, 닦기를 시작했다. 윤경은 어떨결에 유정을 도왔다.
두 사람은 시간 나는 줄 도 모르고, 열심히 대청소를 했다. 청소가 끝나 갈 무렵에는 반나절이 지나 간 상태였다. 유정은 허리를 펴고, 어깨를 두드렸다.
“으아- 오랜만에 청소하려니까 힘들다”
윤경은 허리를 돌리며 말했다.
“집은 그렇게 넓은 것도 아니면서 왜 그리 할 게 많아?”
“그러게 말이야.. 오늘은 잠 잘오겠다 그치?”
“언제는 못 잤냐?”
유정은 대답대신 어깨를 으쓱거리며 화장실로 들어가 걸레를 빤 다음 거실 소파에 앉아 노트북에 글을 담기 시작했다.
윤경은 곁눈질로 훔쳐보면서 작가는 참 편한 직업이라고 떠들어댔다.
유정은 집중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글 쓰는 데만 골몰할 수 있었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목덜미가 서서히 저려오기 시작했다. 유정은 목덜미를 치며 고개를 돌렸다. 시계는 4시를 알리고 있었다.
유정은 멀뚱멀뚱 시계만 보다가 MP3를 챙겨들고는 몽롱한 기분으로 밖을 나섰다.
어스름한 새벽녘, 그것도 겨울에 .. 유정처럼 몽롱한 기분으로 공원 벤치에 앉아있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귀에 이어폰을 꽂고 팔짱을 끼며 음악을 들었다.
모든 곡이 다 끝 날 때 까지 유정은 음악에 귀 기울였다.
그러다 출근하는 사람들이 밖을 나서고, 그 수가 점점 늘어나자 유정은 집으로 들어왔다.
윤경은 아직도 자고 있었다. 회사를 가지 않으니 그럴 만 하다고 유정은 생각하고,
대충 씻고, 버스를 타고 학원에 도착했다.
자리에 앉아 수업을 들으려고 생각하니 막연함과 피로가 밀려왔다.
한 손으로 턱을 괴고 다른 한 손으로는 펜을 돌리며, 여자가 어서 와서 프린트 물을 나눠주기를 바랐다.
‘아... 빨리 와서 빨리 끝나야 되는데..’
유정은 여자와 학원 사람들을 기다렸지만 어찌된 일인지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보니 수업을 할 시간이 한 참 지나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가보니 현빈이 두툼한 프린트 물을 들고 복도를 지나가고 있었다. 유정은 현빈을 멍한 눈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여기.. 왜 수업 안 하는 거야?”
현빈은 유정을 보고 당황해 하더니 이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오늘 휴강이야 바보야,,,”
“나한테는 아무런 연락 안 왔는데?”
“그래? 너 명단만 빠져있나 보네, 오늘 개인적인 사정으로 못 나온다고 그랬는데..”
현빈은 유정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어쩔 수 없지 뭐..”
현빈은 유정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
“그럼 나 한테 배우고 갈래?”
“아냐, 내일 배워도 돼.. 잠을 못 잤더니.. 졸립네.. 갈게.. 넌 일 열심히 해..”
“그래 잘 자고.. 팬더 되지 말고”
“응..”
유정은 힘없이 계단 쪽을 향해 걸어 나갔다. 일층으로 내려와 힘없이 뚜벅뚜벅 걸어나갈 때 쯤 유정은 빈후와 부딪쳤다.
“아..”
유정이 머리를 매만지며 고개를 들었다. 빈후는 냉철한 모습으로 유정을 내려다보았다.
“아... 죄송합니다...”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 겁니까?”
유정은 잠시 휘청거렸다. 빈후는 팔을 뻗어 유정의 손목을 잡아주었다.
“어디 아파요?”
“아니요.. 잠을 못 잤더니..”
유정은 퀭한 눈으로 빈후를 바라보았다. 빈후는 깜짝 놀란 듯 했다. 그리곤 궁금해져 물었다.
“밤샜습니까? 뭐 하느라...”
유정은 빨리 대답을 하고 집에 가서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 졌다.
“아.. 그냥 집 청소도 하고.. 글도 쓰고.. 그래서요..”
유정은 말을 하면서 또 한번 휘청 거렸다.
“집에 갈건가요?”
‘그럼 이 상태로 어딜 가겠니?’
유정은 입을 뚱 내밀며 질문에 답했다.
“네...”
빈후는 유정에게 자신의 차에 타라고 말했다. 유정은 내키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심정으로 차에 올랐다. 빈후는 유정에게 벨트를 매준 뒤 출발했다.
잠시 심장이 뛰는 속도가 빨라졌으나 다시 안정을 찾았다.
유정은 앞이 가물가물 해지는 걸 느끼며 눈을 감아버렸다.
눈을 뜬 유정은 멈춰있는 차와 빈후를 보았다. 빈후는 다 왔으니 내리라고 말했다.
유정은 고맙다는 인사를 한 뒤 차에서 내려 집으로 왔다.
윤경은 학원이 빨리 끝난 거냐며 물었고, 입가에 묻은 하얀 건 뭐냐고 물었다.
유정은 얼른 화장실로 들어가 거울을 보았다.
“에고.. 이런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침을.. 아.. 진짜 창피하다”
혼잣말을 지껄이고는 확 달아오른 얼굴을 찬물로 씻어냈다. 세수를 하고 시계를 보니 11시가 좀 넘은 시각이었다. 유정은 자신이 차안에서 얼마나 잤는지 생각해보다가 고개를 흔들고는 다시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새벽이었다.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문자 메시지 1]
확인 해 보니 빈후에게 온 것이었다.
[아까 잘 들어갔나 궁금해서요.. 너무 곤히 자고 있길래 못 깨웠어요]
유정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왜 이래? 안 하던 문자를 하고.. 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잘 들어갔지 그럼”
유정은 답장을 보냈다.
[네, 잘 들어갔어요]
새벽에 실례가 된 다는 것은 알았지만, 왠지 심통이 났기에 유정은 답장을 보낸 것이었다.
유정은 냉장고에서 냉수를 한 잔 마시고 다시 잠을 잤다.
많은 하객들 앞에서 그녀는 웃으며 서서히 신랑에게 걸어가고 있었다.
수줍게 고개를 들자 빈후가 그녀를 보며 웃고 있었다.
유정은 절규에 가까운 비명을 지르며 웨딩식장을 뛰쳐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