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연가 - 열한번째 이야기』

Cute_zLol2006.12.01
조회911

정민이 직원 휴게실에서 원망섞인 눈물을 쏟아내고 있을때 정민의 엄마는 정호에 의해

난장판이 된 거실 가운데 앉아 아무리 퍼내어도 사라지지 않을, 평생을 가슴에 담고 살

아야할 서러운 한이 담긴 눈물을 쏟고 있었다.

제 배아파 낳은 자식 제 모를리 있겠는가. 아무리 자식에게 무거운 짐이 되는 엄마라지

만 제 자식인 정민을 모를리가 없었다.

정민이는 그럴 아이가 아니었다. 정민이 감히 할수없는 일이었다. 착하다 못해 물러터진

아이가 정민이다. 그런 아이가 태형이에게 이별하자 할리가 없었다. 그것도 돈이라는 이

유로... 태형의 부모님이 정민이를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다는 것은 정민의 엄마도 잘 알

고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태형이는 정민이나 정민의 엄마에게 믿음을 주었다. 그랬기에

반대가 있을지라도 둘이 잘 결합되리라 여겼었다. 그렇게 여기지 않는다면 별 달리 할것

도 없었다. 무엇을 할수 있겠는가.. 태형이 부모님이 좋아할만한 배경을 만들어 줄수 있

겠는가,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돈을 안겨다 줄수 있겠는가. 그저 잘되리라 그렇게 믿는것

만이 정민의 엄마가 할수있는 전부였다.

언제부턴가 뜸해진 태형이. 그리고 순간 순간 슬픈 눈을 하던 정민이.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으나 애써 예상조차도 하지 않으려 했었다.

태형의 부모님이 반대했으리라. 정민이는 절대 안된다 엄포를 놓았으리라. 어쩔수없이

정민이와 헤어지고 부모님이 정해준 사람과 결혼을 결심했으리라.

정민의 엄마도 짐작할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정민의 엄마는 정민에게 모질고 험한 말

밖에 할수없었다. 어찌 정민을 위로 할수 있겠는가. 어찌 정민을 위로하며 태형이가 나

빴다, 태형의 부모가 나빴다 할수 있겠는가. 그것은 즉 형편없고 못난 엄마다 인정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아무리 형편없고 못난 엄마라 할지라도 제 딸앞에서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무리 비겁하게 먼저 간 남편이라도 자식의 원망을 받게하고 싶지는 않

았다. 엄마라는 위치, 없는것만 못한 부모의 존재감때문에 끝내 정민에게 모질었던 정민

의 엄마였지만 후회라기 보다는 없는것만 못한 엄마라서.. 정민에게는 태풍처럼 휘몰았

다가 사라지는 일이 될지도 모르지만 자신에게는 죽어서도 풀지못할 서러운 한이 되겠기

에 눈으로.. 가슴으로 수없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불쌍한 것. 불쌍한 것...."

 

 

 

 

 

 

 

 

 

잔뜩 성이 나있는 아버지 앞에서 재하는 머리를 숙이고 서있었다.

회사 안에서나 공적인 자리에서는 아버지가 아닌 회장으로서 재하를 대하고 싶었지만

재하답지 않은 철없는 행동에 회장실로 재하를 부르지 않을수 없었다.

 

"정신이 있는 놈이냐, 없는 놈이냐."

"죄송합니다."

"얼마나 중요한 자리였는지 모르는게냐? 내가 널 너무 믿었던게야?"

"죄송합니다.. 사정이... 있었습니다."

"내가 너를 후계자로 정한 이유는 재하 니가 사업에 소질이 있어서야. 니 형처럼 그림이

 나 다른 분야에 소질이 있었다면 강요하지도 않았어. 지금까지 잘 따라와줘서 대견히

 여기고 있었는데, 이 무슨 철없는 행동이야? 내가 아니고 너, 민재하가 책임자야. 그런

 녀석이 발표회에 얼굴만 비추고 사라져?"

"....."

"못난 녀석. 여태 변변찮은 여자하나 못만들어 속썩이더니, 이제는 애인 생겼다고 회사

 일은 뒷전으로 여겨?"

"죄송합니다. 아버지.."

"한번만 더 회사일에 소홀해봐. 애인만날 시간도 안줄테니까. 알겠어?"

"네.."

"서정민이라고 했나."

"네?.. 네.."

"자리 한번 마련해. 어떤 아이인지 봐야할거 아니냐. 네놈이 좋다고 해서 무조건 승락

 할수는 없지."

"네. 알겠습니다. 아버지."

"나가봐."

 

재하는 꾸벅 인사를 하고 회장실을 나섰다. 재하가 나가고 혼자 남은 재하의 아버지 민

회장은 혀를 끌끌 찼다. 하지만 잔뜩 풀이 죽어있던 재하가 서정민이라는 아이의 이름

이 나오자 눈을 반짝이던 모습을 떠올리니 어이없는 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재하의 엄마는 아주 참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민회장은 내심 걱정이 되었다.

민회장의 눈에도 참하고 바른 처녀같았다. 하지만 그늘진 얼굴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

었다. 가슴에 상처가 많은 아이를 재하가 감당할수 있을지...

그런 아비의 마음을 아는지 재하는 신이 나서 고함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아버지의 한번 만나보자라는 말은 반승락이나 다름없었다. 사람보는 눈이 정확하고 꼼

꼼하신 아버지이기에 재하가 들뜨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직 정민의 마음을 얻은 것은 아니지만 정사장, 정태형이라는 상처가 아물어가면 정민

도 마음을 열것이라 믿었다.

당장이라도 정민에게 달려가 가슴 가득 안아보고 싶었지만 재하는 아쉬운 발걸음을 돌

려 이사실로 향했다.

 

 

 

 

 

 

 

 

 

"무슨 일이야."

 

특별한 행사를 제외하면 모르는 사람이나 다름없는 예종 백화점의 막내딸, 아름의 전

화였다. 제대로 일을 배워보고자 했던적도 있지만 이제는 일에서 아예 손을 놔버린 윤

미는 사무실에 앉아 빈둥빈둥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지루하던 참에 잘됐다 싶어 윤미

는 반가운듯 아름의 전화를 받았다.

 

"윤미야. 오상수 니 밑에서 일하지?"

"응."

"오상수좀 빌리자."

"뭐?"

"얘는. 오상수 우리들 사이에선 최고의 심부름꾼이었잖니. 니 밑으로 들어간 다음부터

 어떤 의뢰도 받지 않아서 곤란해 하는 애들이 한둘인지 아니?"

"전에는 그랬을지 몰라도 이젠 내가 주인이야."

"그래, 알았어. 누가 뭐래니? 나 이번엔 정말 급해. 꼭 손봐주고 싶은 년이 있거든.

 한번만 빌리자. 응?"

"다른 사람 알아봐. 내가 알아봐줘?"

"다른 사람 알아볼꺼면 너한테 연락도 안했지. 뭐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하랬다

 고, 심부름 시킬 사람이 어디 오상수 뿐이겠니? 쥐도 새도 모르게 사람하나 죽여줄 사

 람은 많아. 돈만 많이 쥐여주면. 호호호. 근데 2차 뛸 생각드는건 오상수 뿐이잖아.

 오상수가 바탕은 좀 되잖니. 몸도 좋고."

"무슨 말이야."

"얘좀봐. 왠 순진한 척이야? 너도 오상수랑 잘꺼아냐. 오상수 계산끝나고 서비스로 2차

 뛰어주는거 유명했잖아. 그래서 알려진거고. 호호호. 나도 간만에 몸좀 풀자."

"내 물건에 다른 사람 손타는거 싫어. 다른데 가서 알아봐. 끊어."

 

심심함이나 달래자 싶어 받은 아름의 전화. 윤미는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오상수의 과거사.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일에 대해 특별히 신경을 쓰

거나 상관치는 않았다. 과거에 어떤 모습이었든 지금의 오상수는 윤미의 사람있었다.

윤미가 시키는대로만 행동하는, 오상수의 뼛속까지 완벽히 윤미의 것이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가끔 걸려오는 이런 전화에 불안해지는 것이 사실이

었다. 말그대로 오상수는 부리는 사람이었다. 윤미는 그에게 그만한 가격을 지불했다.

만약 오상수에게 윤미가 지불하는 가격보다 큰 금액을 제시해 오는 사람이 있다면, 그

렇다면 오상수는 어떤 선택을 할것인가. 떠날지도 모른다. 윤미를 떠나버릴지도 모른다.

윤미의 불안은 점점 커져갔다. 믿었던 사람이 떠나버린다는 것. 더이상은 있을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이 사랑했던 사람이던, 부리는 사람이던 더이상 윤미의 믿음을 깰수 없

게 만들어야 했다.

윤미는 차장이라는 직책에 어울리지 않는 고급스러운 쇼파에 앉아 핸드폰을 열었다.

 

"네."

"어디야."

"주차장입니다."

"올라와."

"네?"

"내 방으로 올라오라고."

"하지만..."

"하지만? 지금 내 명령에 토다는거야?"

"아닙니다. 바로 올라가겠습니다."

 

윤미는 거칠게 핸드폰 폴더를 닫아버렸다. 버러지만도 못한 놈을 사람답게 바꿔놔

줬더니 말끝마다 꼬리를 다는 오상수가 마음에 안들었다.

회사 내부에서 행동을 조심하라 한것은 윤미였지만 사무실로 올라오라고 한것도

윤미였다. 주인의 말에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개가 되라 했건만 오상수는 말대꾸

를 하고있는 것이다. 오상수가 사무실로 올라올때까지 윤미의 눈에 들어간 힘은 풀리

지 않았다.

 

"부르셨습니까."

 

윤미는 옆에 선 오상수를 올려다보며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까지 몇명의 여자와 잤어?"

"네?"

"몇명이랑 잤냐고. 무슨 말인지 몰라?"

"잘.. 모르겠습니다."

"잘 모를 정도로 많은 여자와 잤다? 그런건가?"

 

영문을 모르는 상수는 어떤 대답을 해야할지 윤미의 눈치만 보고있었다.

윤미는 옆에 서있는 오상수의 바지 지퍼를 내렸다. 그리고 그 안에 손을 넣어 오상

수의 남성을 더듬었다.

윤미의 손이 오상수의 남성을 건들이자 오상수는 움찔거렸다.

 

"이 물건을 얼마나 많은 구멍에 집어넣었을까?"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여기 저기 다 쑤시고 다녔던 더러운 물건을 내가 사용했다. 그렇게 되나.

 이거.. 기분 엿같은데? 어떻게 하면 이 엿같은 기분이 풀릴까? 잘라버릴까? 큭큭.."

"...."

"왜. 싫어?"

"아닙니다. 원하시는데로 하십시오."

"그래?"

 

윤미는 쇼파에서 일어나 책상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서랍에서 칼을 꺼내들었다.

 

"이걸로 그 더러운걸 잘라버리면 내 기분이 좋아질까?"

 

칼을 든 윤미가 오상수의 옆을 지나 쇼파에 앉아 칼 끝을 윤미의 손가락에 올려놓

고 있음에도 오상수는 아무런 미동이 없었다.

 

"바지 내려."

 

오상수는 윤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벨트를 풀어 바지를 내렸다.

팬티만 입고 서있는 오상수의 남성은 조금 전 윤미의 손길에 의해 볼록해져있었다.

윤미는 오상수의 남성 가까이에 칼을 댔다. 칼이 다가가자 오상수의 목젓은 꿀꺽 넘

어가는 침때문에 요동쳤다.

 

"겁나?"

"아닙니다."

"앉아."

 

오상수는 윤미가 시키는대로 옆에 있는 쇼파에 앉았다. 만족스럽게 오상수의 행동

을 지켜보던 윤미는 일어서 오상수의 다리 위에 앉았다. 윤미의 눈길을 피해 고개

를 숙이는 오상수의 얼굴을 쳐드는 윤미.

 

"해."

"네?"

"시작하라고."

 

윤미는 망설이는 오상수의 뺨을 때렸다. 그리고는 발갛게 손자국이 남은 오상수의

뺨에 입을 맞추고 몸을 들어 팬티를 내렸다.

여전히 오상수는 망설이는 표정이었으나 그가 흥분 상태라는 것은 이미 불뚝 솟은

그의 남성이 증명해주고 있었다. 그의 남성을 느끼며 윤미는 자지러지게 웃었다.

 

"그래, 그래야지. 그래야 말 잘듣는 착한 강아지지. 안그래? 큭큭큭."

 

윤미의 웃음소리와 함께 시작된 차장실 안에서의 두사람의 탐욕스러운 정사.

상수의 몸에 매달리며 신음하는 윤미의 모습은 얼핏 두 사람 사이에서 맺어진 주종

관계를 의심하게 했다. 누가 주인인지 판가름 할수없을만한 뜨거운 정사가 점심시

간도 채 되지않은 오전 시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똑똑, 바빠?"

 

커피 한잔을 들고 창밖을 내다보며 머리속을 정리하던 정민은 재하의 목소리에 고

개를 돌렸다. 재하는 복사실 문을 두드리는 시늉을 하고서서 돌아보는 정민에게 윙

크를 보냈다. 하지만 이내 재하를 외면하는 정민은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재하는 소리없는 한숨을 쉬며 정민의 시선이 닿는 곳을 바라보았다.

 

"니 말처럼 여기선 저 나무가 잘 보이네."

"말햇지. 이젠 친구로도 너 보고싶지 않다고."

"친구로 보지마. 남자로 봐."

"재하야. 너 정말..."

"다시 내 앞에 나타났잖아. 탓하고 싶으면 그날을 탓해. 다시 내 앞에 니가 나타난 이상

 나도 어쩔수가 없어. 안보고 살수가 없을 것 같아. 안보고 살면 내가 죽을것 같아서 못

 하겠어."

"난 이해가 안돼. 어떻게 갑자기 사랑이라는 감정이 생길수가 있니? 그래, 니 말대로 어

 린 날의 첫사랑이었다고 쳐. 어떻게 그때의 감정이 지금의 사랑으로 번질수가 있는거니?

 많은 시간 같이 한것도 아니잖아. 다시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자신있게 사랑한다 말할수가 있는거니? 난 정말이지 이해가 안돼."

"이해하려고 하지마. 나 민재하가 서정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 마음이 얼마나 깊은

 지... 니가 느끼는 내 감정. 있는 그대로 느끼면되. 느껴지잖아. 너도 느끼고 있잖아."

"너.. 굉장히 유명한 사람이더라."

"뭐?"

"파트너로 잠깐 동행했을 뿐인데 내 얼굴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나오게 할만큼 유명하더

 라. 난 그런 사람 감당할 자신없어. 그때도 말했듯이 다시 사랑을 하게 된다면 나와 같은

 처지.. 비슷한 처지의 사람일거야."

"왜 자꾸 주변에 연연해? 지나간 상처때문에? 또 다시 상처받을까봐 걱정되?

 정민아. 난 있지. 순간 순간 니가 보고 싶어져. 순간 순간 니 목소리가 듣고 싶어져.

 니 앞에 서면 널 안고싶어서 미칠것만 같아. 니 입술에 입맞추면서 사랑한다, 사랑한다

 말하고 싶어서 죽을것 같아. 너도 나처럼 지금 감정만 생각할수는 없니? 지난 일과 연결

 시키지 말고 지금 너와 내가 느끼는 그대로만 생각하면 안돼?"

"태형이가 남긴 상처때문만은 아니야. 넌 친구일 뿐이야. 한번도 널 남자로 느껴본적 없

 어. 지금 감정만 생각하라고 했니? 잘들어. 넌 친구일 뿐이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친구. 이제는 친구라는 관계도 부담스러운 친구."

 

정민은 복사를 마친 복사기의 전원을 끈후 서류를 들고 아무런 표정도 담지 않은채 재하

옆을 지나갔다. 남겨진 재하의 얼굴은 많이 일그러져 있었다. 잡으려고 할수록 달아나는

정민. 처음부터 자신있었다. 정민이 재하의 마음을 알게되면 당연히 그 마음 받아줄 것이

라 믿었었다. 너무 자만했던 탓일까. 그래서 이런 벌을 받는 것일까. 정민이 없는 복사실

안에서 재하는 금방까지 정민이 서있던 창가앞으로 다가가 정민이 좋아하는 나무에 시선

을 고정시켰다. 앙상한 나무.. 추워보였다. 정민이만큼 아파 보였다.

 

"나는 당신이 참 고맙습니다. 내가 없던 정민이의 힘겨웠던 시간들을 당신이 채워주어서

 나는 당신이 참으로 고맙습니다.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주고, 시원한 그늘이 되어주어

 정민이 잠시라도 편히 쉴수있게 해준 당신이 고맙습니다.

 이기적이라 할지 모르겠지만 정민이가 다시 내 앞에 나타난 지금, 더이상 당신이 그 옆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다는 것도 나는 고맙습니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원망스럽습니다. 당신이라는 존재를 정민이에게 너무 깊이 각인시

 켜놓은 당신이 나는 원망스럽습니다. 그렇게 끝낼거였으면 조금만 의지하게 하지, 조금

 만 사랑하게 하지, 왜 당신이라는 그늘에서 쉬이 빠져나올수 없게 만들었습니까.

 그런 당신이 나는.... 고마우면서도 원망스럽습니다."

 

 

 

 

 

 

 

 

 

태형은 작은 선물 상자를 들고 차장실로 향했다. 윤미의 목이 허전해 보인다며 어머니가

준비한 목걸이였다. 아침부터 네가 직접 전해주라 신신당부를 하신 어머니였기에 내키지

않는 마음을 겨우 달랬다. 어느덧 차장실 앞에 도착한 태형이 문을 열려 하는 순간 먼저

안에서 문이 열렸다. 안에서 나오는 사람은 윤미가 소개한 개인 비서라는 사람이었다.

태형을 보자 잠시 놀라는 듯했으나 그의 표정은 금새 사무적으로 바뀌었다.

태형에게 인사를 꾸벅하고 엘레베이터로 향하는 윤미의 개인 비서. 태형은 코웃음이 나

왔다. 말끔한 모습이었으나 그에게서 풍기는 미미한 땀냄새, 그리고 아직 진정되지 않은

거친 숨소리는 안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짐작케 했다.

윤미는 쇼파에 쓰러지듯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늘 윤미가 마련해준 오상수의 오피스텔

에서만 잠자리를 가졌었다. 새로운 장소라는 신선함 때문이었는지, 회사 안이라는 짜릿

함 때문이었는지 조금 전 치룬 정사는 환상적이었다. 눈을 감은채 숨을 고르고 있던 윤

미는 태형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

 

"지쳐 보이네. 무슨 힘든 일이라도 있으셨나?"

 

갑작스런 태형이의 등장에 당황하긴 했으나 별다른 표정은 없는 윤미였다.

 

"니가 내 방엔 왠일이니?"

"좋은 개인 비서를 구했네. 성욕까지 해결해주고."

"성욕이라.. 큭큭큭. 그건 뭐니? 나 주려고? 포장되어 있는걸 보니 선물같은데. 정태형

 이 여기까지 직접 행차하신 걸로봐서는 무척 중요한 물건인가봐? 총이라도 들었니?

 선물을 가장한 총이라... 멋진데? 난 지금 이 상태로 죽어주면 되니? 큭큭."

"미친년."

 

태형은 윤미에게 욕설을 내뱉으며 차장실문을 쾅 닫고 밖으로 나와버렸다.

어차피 뇌물이라는 이름의 목걸이일테지만 박윤미는 이런것을 받을 자격이 없었다.

태형은 툭하면 죽음을 입에 담는 윤미가 혐오스러웠다. 아무 상관없는 최기사의 목숨

까지 도마위에 올려놓고 장난을 친 윤미. 자존심, 아니 감정, 이성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정민만은 건들지 말라 부탁하긴 했으나 안심할수는 없는 일이었다.

서정민. 정민의 이름이 떠오르자 태형은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잊겠노라 수천번을 다짐하면 무엇하랴. 수천번 다짐할수록 그때마다 가슴에 더욱 깊이

새겨지는 이름이었다.

어제의 정민은 정말 예뻤다. 너무 예뻐서 하마트면 정민에게 달려가 키스할뻔 할정도로

정민은 무척 예뻤다. 하지만 그렇게 예쁜 정민이 팔짱을 끼고 있는 남자는 태형이 아닌

민재하 이사였다. 정민 옆에서 행복하게 웃고 있는 사람은 태형이 아닌 민재하 이사였던

것이다. 게다가 민이사의 부모님과 다정하게 앉아 소곤 소곤 얘기를 나누던 정민. 아직

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 속에서 열불이 났다.

태형은 거칠게 넥타이를 풀어헤치며 근처에 있는 쓰레기통에 목걸이가 담긴 선물 상자를

던져버렸다.

 

 

 

 

 

 

 

 

 

정민이 들어오는 소리를 들었을텐데도 정민의 엄마는 거실에 누워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았다. 정민은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

 

"엄마."

"..."

"저녁드시고 주무세요."

"..."

"엄마. 저녁드시라고요."

"됐다. 니가 번돈으로 차린 밥, 너나 실컷 먹어."

"엄마. 엄마까지 그러지마. 응?"

"그렇게 돈이 좋은 애가 가만히 앉아 주는 돈, 주는 밥 받아먹는 애미가 얼마나 거슬렸

 겠니. 걱정마라. 이젠 내가 벌어 먹을테니 니 번돈 너 실컷 쓰렴."

"정말 왜 이래. 왜 엄마까지 이래. 나 미치는거 보고싶어? 그래서 그래?"

"니가 왜 미치니. 돈많은 사람 옆에 끼고, 이제 떵떵거리며 살날만 기다리면 될텐데.

 미칠 일이 뭐있어. 겁나서 싫다. 니가 해준 밥, 니가 벌어온 돈, 나는 이제 겁나."

"엄마 마음대로해. 마음대로 하라고. 나도 할만큼 했어. 나도 지금까지 엄마한테 할만

 큼 했다고. 차라리 나도 정호처럼 나가버릴껄 그랬어. 나도 이런 집구석 지긋지긋 하

 다고. 구질구질하게 살아온 시간들이 아까워 죽겠다고!"

 

소리없는 눈물에 익숙한 정민의 엄마였다. 남편이 죽은후로 수없이 해온 일이었다.

행여 정민이 깰까봐, 하루종일 일하랴, 공부하랴 피곤할텐데 괜한 울음소리가 곤히 자

는 정민이에게 방해라도 될까봐 늘상 해온 일이었다. 훌쩍거리며 차렸던 상을 치우는

정민을 등진채 누워 여전히 소리없이 울고있는 정민의 엄마는 남편을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가려면 같이나 갈것이지, 남겨진 못난 애미는 어찌 살라고 매정하게 가버렸는

지... 원망하고 또 원망했다.

상을 다 치워도 정민의 엄마는 정민을 돌아보지 않았다. 정민은 더이상 갑갑해서 버틸

수가 없어 그대로 집을 나섰다. 지겹도록 보아온 허름한 동네가 오늘따라 더욱 구슬퍼

보였다. 맞벌이 부부가 많아 아직 돌아오지 않는 부모를 기다리며 아이들은 자기들만

의 놀이에 한창 열중하고 있었다. 집을 나와도 속상한 마음은 달래지지 않았다.

목적지 없는 걸음을 한참이나 걸었지만 그 마음을 더욱 시려올 뿐이었다.

 

"이 나이 먹도록 맘편히 갈곳도 없이 살았네. 왜 이렇게 살았니, 서정민. 무슨 부귀영화

 를 보겠다고 바득바득 앞만 보고 살았니. 바보같아... 바보같아, 서정민.."

 

정민은 저 앞에 보이는 포장마차를 발견했다. 아무런 망설임없이 포장마차로 들어선

정민은 몇몇 나이든 아저씨들의 시선을 느끼며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저씨. 소주한병 주세요."

 

 

 

 

 

 

 

 

 

 

"얼굴 빛이 안좋구나. 무슨 일 있니?"

"무슨 일은요, 뭐."

"아버지한테 많이 혼났니? 이번엔 혼날 짓 한거야. 알지?"

"네. 알아요."

"더 잘해야 할거 아니니. 재하 니 행동도 정민이에 대한 점수에 반영된다는거 모르니?

 니 행동이 정민이에 대한 점수에 마이너스가 될수도 있어."

"마이너스 주셨어요?"

"나?"

"네."

"글쎄. 좀더 두고봐야지? 호호."

"정민이... 어때요? 괜찮으세요?"

"마음에 드세요도 아니고.. 괜찮으세요? 무슨 의미니?"

"정민이... 어렵게 살아온 애예요. 지금도 많이 어렵고요.

 뭐, 그렇잖아요. 부모님들 마음.. 다 그렇잖아요. 그래도 기왕이면 집안도 좋고 많이

 배운 며느리 맞고싶어 하잖아요."

"우리 이 정도면 처갓집 덕 안봐도 부족한거 없이 살수 있지않니?

 난 그런 욕심없어. 아예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그런 욕심보다는 내 아들

 재하의 선택을 믿어. 내 아들을 믿기에 그 선택도 믿어. 내 아들이 선택한 여자잖니.

 분명히 좋은 사람일거라 생각해. 정민이 충분히 좋은 점수 받았어. 그 점수 깍아먹지

 나 말아. 알겠어?"

 

장난스럽게 정민의 팔을 꼬집으며 웃으시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가 한없이 고마웠다.

정민의 마음이 어서 빨리 눈녹듯이 녹기를 바랬다. 뒤에 서서 정민을 기다리고 있는

재하를 어서 빨리 봐주기를 바랬다. 내일 모레면 서른인 남자가 서정민이라는 여자때

문에 가슴 설레이고 있다는 것을 어서 빨리 알아채 주기만을 바랬다.

 

"어머니. 한번만 안아주세요."

"얘좀봐. 어리광 부리는거니?"

"네. 어리광 부리는거예요. 한번만 안아주세요."

 

재하의 어머니는 재하를 품에 안았다. 정말 오랫만이었다. 다 커버려 더이상 안아볼

수 없을줄 알았던 재하. 무언가 풀리지 않는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묻는다 한들 시시콜콜 대답할 재하가 아님을 알기에 그저 안아줄수 밖에 없

었다. 아마도 처음 해보는 사랑에 익숙하지 않은 탓이리라 여기며 재하의 어머니는

품에 안은 재하의 등을 다독여 주었다.

어머니 품에서 벗어나 방으로 올라온 재하는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늘어지게 기지개를 한 재하는 침대에 누워 정민을 떠올렸다. 안그래도 작고 마른 정

민이었는데 오늘 본 정민은 더욱 작아보였다. 그런 정민의 모습에 한숨이 절로 나오

는 재하였다.

그때였다. 재하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재하는 몸을 일으켜 책상위에 있는 핸

드폰을 잡아 들어 전화를 받았다.

 

"민재하입니다."

"재하야~ 재하니? 재하 맞아?"

"정민이니? 정민아."

"응. 나 정민이야, 재하야~ 재하야~~"

"왜그래? 술마신거야? 어디야?"

"어! 나 술마셨어! 나 술마셨다고!! 술마시면 답답한 속이 뻥~ 하고 뚫릴지 알았는데

 안그러네... 더 무거워지네... 재하야~ 재하야..."

"어디야. 지금 어디야?"

"재하야~~ 이보슈, 아가씨. 전화좀 줘바."

 

얼마나 마신 것인지 정민은 혀가 꼬여 발음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런 정민의 목

소리를 방해하는 남자의 목소리. 재하는 놀라 벌떡 일어섰다.

 

"여보슈. 빨리 와서 이 아가씨좀 데리고 가슈. 술은 취해서 정신 못차라지, 돈은 없

 다지, 아주 미치겠수다. 빨리 와서 계산하고 이 아가씨 데리고 가슈."

 

재하는 포장마차 주인에게 위치를 확인한후 재빨리 옷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갔다.

정민에 대한 걱정에 불안해진 재하는 자동차키를 두번이나 떨어트렸다.

시동을 걸고 정민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재하. 오늘따라 아무리 속도를 높여도 느

리기만 한 자동차였다.

 

 

 

 

 

 

안녕하세요~Cute_zLol입니다. 휴..  정신이 몽롱하군요...ㅠ

아휴... 일단 민들레 먼저 올려요~ 스타는..;; 정리가 조금 덜되었어요ㅠ

오늘도 바빴다는 핑계를 대겠지만... 이해해 주셨으면 해요ㅠㅠ 흑-_ ㅠ

스타도 어서 정리를 해서 빠른 시간내에 올릴수 있도록 노력할께요;

아니면.. 내일 두편을 올리는 쪽으로 하던지.. 해서 올리겠습니다~

부족하기만 한 글이기에 기다리는 분도 없겠지만..-_ -;;;

많이 춥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구요. 좋은 시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