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누구 마누라지...?

은하철도2003.03.29
조회393

(수필방이 차분하고 댓글도 별로 안 붙습니다. 편한 마음으로 그 동안에 써 놓았던 제 글을 올립니다.  그리고 좋은 글도 많군요. ^^*)

 

 

네? 번지점프요?
북한강변을 따라서 뻗은 도로를 달리면서 청평 부근에서 뽀삐엄마의 기막힌 발상에 놀래서 내가 던진 말 입니다.
오늘이 뽀삐엄마의 생일인데 기념으로 청평땜 위에 있는 유원지에서 번지점프를 하자는 것이죠.
옆눈으로 힐긋 보면서 순간적으로 멍 해지는 내 표정을 본 뽀삐엄마는 생글 거리면서 같이 가자고 졸라 댑니다.
"멋 있을것 같아요. 무섭긴 하지만 그래도 뭔가 새로운 것에 도전을 한다는 맛이 있잖아요?"

내 참... 이 여편네가 누구 죽일 일 있나...?
그런 것을 하려면 제 남편하고나 할 일이지 죄 없는 나를 붙들고 늘어지니, 그 높은 꼭데기에서 고무줄 허리에 걸고 뛰어내려 보자는 말인데,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맛?
죽을려면 뭔 짓을 못하겠어요...나는 아마 뛰어 내리는 순간에 으악 소리를 지르며 눈 앞이 캄캄해 질 것이 뻔하고, 철렁 하면서 고무줄의 탄력으로 밑에서 튀어 오르는 순간에는 벌써 송장이 되어 있을텐데...

"그러지 말고...생일 기념으로 저녁에 노래방에서 번지점프 대신에 내가 번지없는 주막이나 불러 줄께요."

금년 마흔 여섯의 뽀삐엄마는 제 친구의 마누라 입니다.
요즈음 몇 칠 동안 제 친구가 몸이 좀 아픈 관계로 친구 대신에 나를 쫏아 다니며 일을 보고 있습니다.
원래가 활달하고 거침없는 성격에다가 장난기도 많은 여자이고 또한 나와는 막역한 사이기에 허물이 없습니다. 그런데 가끔 터뜨리는 돌출행동에 신경이 쓰일 적도 많은 여자 입니다

과묵하고 뚝뚝한 친구의 성격상 마누라하고 다정하게 나들이를 간다든가 혹은 다정하게 시장을 같이 간다는 일은 도저히 있을 수가 없는 일 입니다.
몇 달전에는 저하고 남대문 새벽시장에 옷을 사러 같이 가자고 조르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친구 대신에 내가 새벽 바람을 쏘이며 갔다가 몇 시간을 쫏아 다니느냐 혼이 난 적도 있습니다.

보배엄마.
큰 딸의 이름이 보배인데, 주위에서는 뽀삐라고 불렀고 그 이름에 얽힌 일화가 극성스런 뽀삐엄마답게 지금도 기억이 됩니다.

거의 이 십년 가까이 된 일 입니다.
친구와 뽀삐 엄마, 그리고 네 살난 보배와 같이 저의 집으로 놀러 왔었는데 그만 보배가 동네에서 행방불명이 되었어요.
그 당시에 이미 보배를 뽀삐라고 애칭을 붙여서 부르고 있었으니 저의 가족까지 동원이 되어서 온 동네의 골목을 돌아다니며 부르는 이름이 뽀삐......

뽀삐야~ 하면서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 다니던 우리를 보고서 어느 할아버지가 친절하게 하시는 말씀이 왈,
저 위에 있는 가게 앞에서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는 강아지를 보았다나....?
얼른 그 곳으로 가면 지금도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저는 애완견의 대명사가 그 이름인 줄을 그때에 깨닭고 사람을 부르는지, 강아지를 찾는지 알 수 없는 지경을 헤메고 다녔어요.

나중에 동네 파출소에서 제 엄마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순경아저씨와 같이 놀고 있던 보배를 찾은 뽀삐엄마는 엉엉 울면서 파출소 안에서.... 여전히 큰 목소리로 뽀삐야~ 뽀삐야~ 그러더군요.

하여튼 그 날 저녁에 제 친구와 뽀삐엄마, 그리고 몇 명의 일행과 함께 생일을 드높이 부르짓으며 다니는 뽀삐엄마의 극성에 떠밀려 저녁식사를 비싼 생갈비로 때웠는데...

뭐요?.....라이브 까페?
불쑥 라이브 까페인지 뭔지를 들먹거리며 모두 거기로 가서 칵테일을 한잔씩 하자는 뽀삐엄마의 유들유들한 제의에 생일 당사자가 제 생일 찾아 먹자고 하는 짓인데 누가 감히 거절 하겠어요...
또 강력한 지남철의 끌림에 쇳가루 딸려 가듯이 줄줄이 뽀삐엄마의 뒤를 따를 수 밖에...

사실 저는 그 때까지도 라이브까페는 가 본적도 없고 갈려고 생각 조차도 해 본 적이 없었어요.
말로 듣기로는 커피 한 잔에 만원짜리 한 장씩 달아 난다는 것이고 가끔 유명가수가 직접 출연하여 노래도 부른다고 하지만 내 상식으로는 홀짝 거리면 금방 없어지는 커피 값도 이해가 안 가는 일이지만 그까짓 유명가수의 얼굴을 생으로 본다는 것이 뭐가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거기 까지 가느냐는 생각이 앞섭니다.

어찌 되었던 우중충한 조명 아래에 다섯명의 일행이 줄줄이 둘러 않았고 키타를 치면서 노래 부르는 유명가수라는 사람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물론 저는 그 가수의 이름도 생소했고 요즈음 유행한다는 노래도 생소 했어요. 또 요즈음에 잘 나가는 가수나 노래를 알려고 노력한 것도 아니고 노력을 할 필요도 없다고 평소에 생각한 터니, 모두가 좋아서 넋을 놓고 있는 폼들 마저 이상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자~
거기 까지는 좋았습니다. 하여튼 친구 마누라의 생일이라니 내 맘에 들지않는 분위기지만 그래도 적당히 시간을 때우면 되었는데...

신청곡을 받아서 노래를 부르던 모 가수께서 카운터에서 전해 준 쪽지를 펼치더니 우리가 앉아 있는 테이블을 향하여 악센트를 주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오늘 마흔 여섯번째의 생일을 맞이한 분을 이곳에 모시겠습니다."
물론 뽀삐엄마를 말하는 것이고 그 쪽지는 우리 일행 중의 한사람이 카운터를 통하여 전한 것 입니다.

입이 한 박만큼이나 커진 뽀삐엄마가 두 손을 번쩍 들면서 일어나더니 무대위로 신이 나서 올라 갔습니다.
분위기가 딱 뽀삐엄마의 체질에 맞는 것이고, 그러는 마누라의 으쓱 대는 폼에 내 친구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쯧쯧 하고는 혀를 찼습니다.
"오늘 집사람이 자기 탄생일이라고 또 신났어..."


유명 모 가수께서는 생일을 축하한다고 몇마디 덕담을 하더니 뽀삐엄마의 남편이 여기에 있으면 같이 무대위로 모시겠다고 했습니다. 우리 테이블을 더듬어 보던 모 가수는 뽀삐엄마의 남편을 불렀는데...

"여기 그 분의 남편이 있습니다."
하더니 저의 친구가 제 손을 잡아서 번쩍 드는 것입니다.
어?....
나는 깜짝 놀래서 두리번 거리는데 모 가수는 나를 손가락질 하면서
"자...오늘 생일을 맞이하여 다정하게 이 곳을 찾은 뽀삐엄마의 남편을 이 자리에 모시겠습니다...여러분, 모두 저기 손을 드신 분에게 박수를 부탁합니다."

짝짝짝~
박수소리가 요란한 가운데 홀에 앉아 있던 모든 사람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얼떨결에 제가 일어섰습니다.
내가 그 분의 남편이 아니고 바로 옆에 있는 친구가 뽀삐엄마의 남편이라고 말을 하려는 순간에....
"여봉~ 어서 올라 오세용..."
하고 무대 위에서 뽀삐엄마가 나를 보고 손짓을 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얼래? 저 여편네가 돌았나?
나는 순간적으로 어두운 조명에 뽀삐엄마가 착각을 한 것이 아닌가 했는데, 뽀삐엄마는 분명히 나를 또렸하게 알아보고 손짓을 하며 부르는 것이였습니다. 과묵한 자기 남편을 무대로 불러 봐야 재미도 없을 것 같으니 나를 끌어 들이는 모양이지만, 그래도 여보~ 라니 이건 누구 마누라인지 아리송할 지경입니다.

"아마 박수소리가 작은 모양 입니다"
자기 대신에 나를 무대위로 올려 보내려는 제 친구의 큰 목소리 입니다.
"아...그러시군요...그러면 여러분 모두 다시 한번 큰 박수를 부탁 드립니다."
유명하다는 모 가수의 젊잖은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울립니다.
짝짝짝~
우뢰와 같은 박수와 함성....그리고...
"여봉~ 빨리 올라 오세용..." 콧소리가 담긴 뽀삐엄마의 목소리,

도대체 상황판단이 서지 않는 혼돈에 떠밀려서 무대위로 오른 저는 뽀삐엄마와 나란히 섰습니다.
"오늘 이렇게 아내의 생일을 맞이하여 이 곳을 찾아주신 분에게 우선 축하의 선물로서 비싼 고급 샴페인 한 병을 드리겠습니다."
선물까지 받는 순간에 나는 이 여자의 남편이 아니예요 하는 말이 내 입에서 나올 수가 없습니다.
입가에는 이상한 미소를 띄우고 눈만 껌뻑 거리며 있는데 뽀삐엄마는 내 팔장을 꼭 끼더니,
"어때요? 우리 신랑이 좀 나이가 들어서 그렇지 미남이죠?"
끅~
이거 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사회자는 그렇게 팔장을 낀 모습이 그림 같다나....

생일을 맞이하여 우리 부부의 노래를 들어 보겠다고 하는 말에 뽀삐엄마는 신이나서,
"남행열차...!"

신나는 반주가 경쾌한 템포로 흐르기 시작하고 뽀삐엄마는 나의 팔장을 꽉 낀채로 앗싸~....몸을 흔들어 대는데...
문제는 꽉 낀 팔장에 내 몸이 뽀삐엄마의 옆에 바싹 붙어 있다는 것에 있으니, 흔들어대는 뽀삐엄마의 궁둥이가 내 히프에 퍽퍽 부딧친다는 것 입니다.

비나리는 호남선.....완행열차에......앗싸~

팔을 빼려고 몸을 삐치니 뽀삐엄마의 팔은 더욱 꼭 조여오고 삐치는 내 몸을 따라오면서 궁덩이를 막 흔들어 댑니다.
어?
팔장 때문에 바싹 붙어있는 몸을 가지고 그 커다란 궁덩이를 피하려고 나도 히프를 흔들어 대는데 그것이 그렇게 박자가 같이 맞아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퍽...퍽...
한 대씩 얻어 맞을 때마다 몸이 휘청거릴 지경이고 내 친구는 그것을 보고 배꼽을 쥐고 웃으니...

깜빡 깜빡이는 희미한 기억속에....그때 만난 그 사람...말이 없던 그 사람...
남행열차는 그냥 막 달리고 있습니다. 퍽퍽 소리를 내며,

그러다 보니 팔장을 낀 상체는 뽀삐엄마와 붙어 있고 몸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내 히프는 활처럼 휘어져서 옆으로 삐죽이 나가 있습니다.
나는 그러한 이상한 자세로 서서 남행열차의 흔들거리는 차창과 함께 같이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참, 이거 누구 마누라하고 이러고 있는지...

 

 

글 / 은하철도

2001년 9월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