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 위인 우리 엄마.

사랑합니다2006.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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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아래 저와 똑같이 12살 위인 새엄마 를 갖고 있는 분이 계시네요

저도 용기를 내어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얘기를 한번 꺼내보려고 합니다.

 

 

제 나이 10살, 부모님은 이혼하셨습니다.

조부모님과 함께 1년을 살고, 그리워하던 아빠의 품에 돌아갔을때 그때 새엄마 라는 분을 첨봤죠.

아빠가 그때 노가다를 하셨고, 새엄마는 집 근처 큰식당에서 서빙을 했습니다.

11살. 그해 가장 슬펐던 기억은 새엄마의 퇴근시간 (항상 불안했어요. 친엄마가 우릴 버리듯이

행여 새엄마도 우릴 버리지 않을까... 그래서 퇴근시간에 맞춰서 항상 동생과 손을 잡고 식당에갔어요)

에 맞춰 식당으로 갔을때 엄마는 손님이 먹다 만 고기 몇점을 드시고 계셨습니다...

우리에겐 삼겹살 구워주시면서 "많이 먹어" 라고 하시며 당신은 김치만 드시거나 우리가 배가 터질때

까지 먹었을때 남겨둔 식은 고깃조각을 드시고... 밖에서도 남이 먹다 버린... 고깃조각에 배를 채우시고... 차마 엄마한테 아직까지 말을 할수가 없었습니다.

일이 없어서 아빠의 수입이 제로가 되는 겨울에도 새엄마는 식당일을 하셨고, 저와 두살터울이 나는

동생이 학교에 갈때쯤엔 제 손엔 500원 동전을 쥐어주며 "과자사먹어" 라고 하셨습니다.

그때 새우깡이 300원하던때였거든요... 동생과 하교길에 새우깡을 먹으며 집에 오던 시간...

 

우리 새엄마,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양계장에서 하루종일 계란 고르시고, 계란 주우시고...

솔직히 엄마가 저랑 12살 차이난다는것도 13살때 알았어요. 처음으로 본 엄마의 주민등록증.

72xxxx...

동생은 "엄마가 나이 많으면 식당일 못해서 일부러 이거 가짜로 만든거죠?"

아무 대답없이 냉장고 앞에서 앉아계셨던 새어머니...

 

아빠가 안정된 직장이 생기셨고, 목포로 이사갔을때 엄마의 뱃속엔 동생이 있었습니다.

그때 IMF로 한참 힘들때... 고기가 드시고 싶으셨던 엄마는 고기대신 두부를 매일 드셨습니다.

(소위 단백질 섭취를 위해서...)

된장찌개에 두부를, 저녁엔 두부김치를... 두부전을...

그래서 그런가? 우리집 셋째 동생은 두부를 안먹습니다. "난 두부가 제일 싫어" 라고 하네요.

그리고 동생이 태어나고 바로 또 동생이 생겼습니다. 엄마는 병원까지 가셨고,

수없이 많은 고민을 하셨다고 합니다. 집안 형편도 어려운데 낳을까...말까 라는 고민...

저와 제 동생은 극구 반대했죠, "내 동생이예요" 라고 일종의 시위까지 했을정도니깐요.

덕분에 우리집은 1남 3녀, 어쩌면 대가족이죠, 나이차이는 많이 나지만요.

 

아직도 그때 입던 옷을 입으시며, 자기 물건은 싼데서 사시면서도

가장(아빠)이 멋져보여야 밖에서 일도 잘되고, 밖에서도 무시 안당하신다며 아버지께는

정말 어느나라 임금님처럼 비싼거, 좋은거 챙겨주시는 우리 엄마.

그런 엄마에게도 제가 잘못한게 하나 있습니다. 21살, 철없이 사겼던 남자친구가

"우리 헤어져, 니네 엄마 새엄마라며? 우리 엄마가 싫데, 어떤 집안이길래 그러냐고..." 라는 말에

외할머니도 계신데서 "엄마때문에 헤어졌다. 왜 우린 이혼가정이냐" 며.. 가슴에 비수를 꽂은 저...

2년이나 지났지만, 아직까지 죄송하단 말은 한적이 없네요.

 

 

어릴때 많이 읽었던 신데델라,백설공주,콩쥐팥쥐...

왜 이런데선 새엄마가 다들 나쁜 사람으로 묘사된건지 전... 궁금합니다.

온갖 힘든 일 다 하면서도 참고 견뎌온 우리 엄마같은 사람이 있는데도요.

 

첫 월급 받아서 엄마에게 용돈을 드렸을때 "너 써라" 라고 주시는거 겨우 드렸습니다.

그때 눈물, 잊지 않을께요.

 

엄마, 이제 제가 23살이예요,

엄마가 절 처음으로 키워준 나이가 23살이었잖아요.

문자로 매일 '소중하고 이쁜 큰딸. 사랑한다' 라고 보내주시는 우리엄마....

 

 

 

전 엄마, 라는 단어만 보면 눈물이 나요.

사랑합니다. 부모님, 그리고 3명의 동생들.

 

아, 그리고 요즘들어 초등학생 동생 두명이 자꾸

"엄마 몇살이야?" 라는 말을 합니다.

셋째동생은 "35살이야, 엄마 72년도에 태어났어"

이러면 막내동생은 "그럼 엄마는 큰언니를 12살에 낳은거야? 오빠 바보냐? 엄마 43살이야"

이러는데... 나중에 동생들이 충격을 먹을까봐 걱정이네요...

어쩌면 좋을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