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에서 만난 그녀<5> - 이상의 심정을 아니...?

이원영2006.12.10
조회8,929

 

지난 줄거리

 

목사의 아들인 나 ‘순결남’은 수영장에서 강습을 받던 중

 

완벽한 이상형인 그녀 송희진을 만나게 된다

 

 

유치원 선생님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천사같은 얼굴과

 

세상에서 가장 악마같이 유혹적인 가슴-_-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여자였다

 

 

우연찮게 그녀의 집을 방문한 나는 같이 하룻밤을 보내자는 그녀의 제안을 받게 되는데...


--------------------------------------------------------------------


 

지금 그녀는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있다

 

그녀집 창문을 깨고 들어온 도둑놈 때문에 가스총까지 구입한 그녀...

 

너무너무 무서워서 내 품 안에서 눈물을 펑펑 쏟은 그녀...

 

내가 오늘 밤 지켜준다는 약속을 받고서야 겨우 안심하고 샤워를 하는 그녀...


 

 

그녀 혼자 사는 집에 창문을 깨고 들어온 너 도둑놈이여!

 

하늘만큼 땅만큼 순수한 그녀의 분홍색 빤쓰를 훔쳐 간 너 도둑놈이여!!

 

결국 그녀에게 가스총까지 구입하게 만든 너 도둑놈이여!!!

 

기어이 그녀를 지키기 위해 이 집에 날 머물게 한 너 도둑놈이여!!!!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ㅠ.ㅠ

 

엉아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오늘 밤 저 최선을 다해 불태워볼테야요 ♨


 

 

근데 가만 있자...

 

그녀가 샤워를 마치고 밖으로 나올 때 분명 수건만 걸치고 나올 텐데...

 

나도 바지라도 벗고 있어야 예의가 아닐까?


 

 

어이 거기 이상한 상상하는 독자들-_-

 

내가 바지를 벗겠다는 건 순전히 그녀를 배려하기 위해서라구

 

당신들도 입장 바꿔 놓고 생각해 봐

 

기껏 샤워 개운하게 하고서는 밖에 입고 나갔던 옷 다시 입구 나오겠냐구

 

당연히 수건만 걸치고 나올텐데 같이 있는 남자가 옷 다 입구 있어 봐

 

얼마나 민망하고 창피하게써!

 

난 철저하게 그녀를 배려해서 바지를 벗고 있겠다는 거야

 

뭐?

 

개 짖는 소리 하지 말라구?

 

 

내가 무슨 개 짖는 소릴 했다구 그러...


 

 

 “멍멍!! 멍멍멍!!”


 

 

헉...

 

갑자기 어딘가에서 개 짖는 소리가 난다-_-...

 

 

 

난데없는 개 짖는 소리에 당황하며 주위를 살펴 보니

 

침대 위에 놓인 그녀의 핸드폰 벨소리였다-_-

 

이렇게 밤 늦은 시간에 누가 그녀에게 전화를 하는 거지?

 

혹시 미국에 있다는 가족이 전화를 하는 건가?


 

 

그녀 핸드폰 액정화면을 보았다

 

화면엔 ‘강씨 아저씨’ 라고 써 있었다

 

강씨 아저씨가 누구지?

 

그녀 다닌다는 유치원 수위 아저씨인가?

 

근데 수위 아저씨가 이 오밤중에 뭐하러 전화하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이에 전화는 끊어졌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든다

 

태어나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불길한 기분이다

 

사람은 위기에 처하면 또 다른 감인 육감이 떠오른다는데

 

지금 내 육감은 뭔가 불길하다고 사인을 보내고 있다...

 

이 불안한 육감의 정체는 뭐지......?

 

 

그 때였다

 

‘띠릿!’ 하면서 그녀의 핸드폰으로 문자가 왔다


 

 

[귀여운 아가씨, 오늘 밤 나하고 파트너인거 잊었나?]

 

                                                        - 강씨 아저씨 -



 

이게 무슨 말이야...?

 

오늘 밤 나하고 파트너라니?

 

강씨라는 아저씨하고 파트너라니???


 

 

서, 설마!!!!



 

원. 조. 교. 제......................................................



 

터어어어어어엉!!!!!!!!!!!!!!!!!!!!

 

누군가 망치로 뒷통수를 후려친 듯 머리가 멍해졌다...

 

서, 설마......

 

에이...... 아니겠지......

 

이렇게 참하고 순진하게 생긴 그녀가 이런 짓을 할 리가...


 

 

순간 다시 띠릿! 하고 문자가 왔다



 

[빨리 모텔 앞으로 나오라구.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오.....................

 

마이.................

 

갓....................


 

 

머릿속이 온통 하애지는 느낌이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모텔이라니......

 

모텔이라니!!!!!!


 

 

난 금방이라도 쓰러질 거 같은 후들거리는 다리를 끌고

 

간신히 침대로 가서 걸터 앉았다

 

애인이 바람 피우는 걸 알게 되면 이런 기분이 들까...

 

정말 꿈에도 생각조차 못 했던 엄청난 배신감이라니...


 

 

정신 차려라... 이대로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 있으면 안 돼...

 

생각 좀 하라구... 이게 뭘 의미하는지 생각하란 말이다...


 

 

간신히 정신을 가다듬고 그녀와 있었던 일들을 돌아보았다

 

어수선하게 번져 있던 조각들이 하나하나 맞춰져 가기 시작했다

 


 

그래... 이제야 모든 상황이 이해되는군...

 

그녀는 의도적으로 날 이 집으로 끌어 들인 거였어...

 

고의적으로 빨갱이 빤쓰들을 빨래줄에서 걷지도 않은 거였고...

 

욕실에 가스총을 놔 둬서 내가 발견하게 만든 거였어...

 

도둑이 들었다고 해서 내 보호본능을 자극시키려고 했었던 거야...

 

어쩌면... 도둑이 들었다는 것도 거짓말이 아닐까?


 

 

나는 급히 창문쪽으로 다가갔다

 

창문엔 깨진 흔적조차 없었다

 

물론 전부 오래 전에 끼워 먼지들이 뽀얗게 앉은 창문들이었다

 

역시... 거짓이었군...


 

 

내가 바보였다...

 

나보고 같이 집에 가자고 했을 때 진작 알아 봤어야 했다...

 

적어도 오늘 자고 가라고 말했을 때는 알아 차렸어야 했다...

 

내가 여자를 몰라도 너무 몰랐던 것이다...


 

 

자... 사태 수습을 해야 한다...

 

그녀는 이제 영업을 뛰러 밖으로 나가야 한다...

 

나는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이딴 짓 하지 말라고 귀싸대기를 날릴만한 배짱도 없고...


 

 

 “얼마면 되는데! 얼마면 되냐구!!”


 

 

라고 외치기에는 지갑에 만 오천원밖에 없다...

 

정말 울고 싶어진다...

 

태어나서 생전 처음으로 사랑을 느낀 여자가 원조교제녀라니 ㅠ.ㅠ


 

 

그 때 욕실문이 열리며 그녀가 나왔다

 

그녀는 푸우가 그려져 있는 잠옷을 입고 있었다

 

이럴수가...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서 고작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라는 게...


 

 

그녀가 너무 귀엽다 라는 생각이라니 ㅠ.ㅠ


 

 

이 미친자식아!!!

 

나쁜 여자라는 걸 알았잖아!!!

 

널 철저하게 속이고 있는 그녀의 이중성을 알았잖아!!!

 

근데도 귀엽다고 생각하냐!!!

 

근데도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냐구!!!

 

 


그렇지만...

 

이렇게나 가슴이 아릴만큼 사랑스러운 걸 어뜩하냐구 ㅠ.ㅠ


 

 

 “오빠도 씻어야죠?”

 

 

 “아, 아뇨... 전 그냥... 됐습니다...”


 

 

심장이 찢어지는 기분으로 간신히 대답했다

 

그녀는 머리를 말리며 책상으로 다가갔다


 

 

 “오빠는 침대에서 주무세요. 전 오늘 밤 새서 할 일이 있거든요”


 

 

나쁜 여자...

 

마치 그 태도는 밤새 책상에서 일 할 것처럼 보이잖아...

 

사실은 밖에 나가서 일 할 생각이면서...

 

내 심장이 이렇게나 찢어지고 있는데...


 

 

나는 침대 위에 앉아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머리를 말리던 그녀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방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제발 그런 미소를 짓지 말라구!!

 

당신의 그 천진한 미소가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 없는 내 자신을 죽이고 싶단 말이야!!


 

 

그녀는 침대 위에 놓인 자신의 핸드폰을 보고는

 

별 생각 없이 핸드폰을 가져다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였다

 

난 모른 척 등을 돌리고는 침대 진열대 위에 놓인 그녀의 사진을 보는 척 하면서

 

온 말초신경을 그녀 쪽으로 집중했다


 

 

문자를 확인한 그녀는 미처 생각지 못한 문자였다는 듯 당혹스러운 표정이 스쳐갔고

 

그녀는 혼잣말로 작게 이렇게 말했다


 

 

 “이런 젠장...”


 

 

터어어어어어어어어엉!!!!!!

 

 


젠.................................

 

장................................


 

 

그녀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오다니..................


 

 

물론 그녀가 이슬만 먹고 살지는 않을 것이라고 해도...

 

이슬은 고사하고 돈 때문에 원조교제를 한다고 해도...

 

난 평생 그녀 입에서는


 

 

똥!

 

방구!


 

 

이런 말이 나올 거라는 건 상상조차 안 되었는데...

 

정말 생각 같아서는 울면서 뛰어 나가고 싶었지만...

 

난 생각을 고쳐 먹고 마음을 강하게 다잡았다


 

 

그래...

 

오늘 밤 절대 그녀를 보내지 않겠어!

 

하나님께서 나와 그녀를 만나게 하신 이유가 이거였던 거야!

 

평생 여자에게 관심이 없던 내게 그녀를 보내신 이유는

 

그녀의 삶을 바로잡고 그녀를 돌이키게 하시기 위함이었다구!


 

 

그녀가 어떤 여자라 해도 상관 없어!

 

설사 자기를 위해 남을 밥 먹듯이 속이는 여자라 해도!

 

상대방이 상처 받는 걸 아랑곳 하지 않는 이기적인 여자라 해도!

 

몸을 팔아서 하루하루 사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고 해도!!


 

 

나는 그녀를 용서할 거야!

 

그녀가 그렇게 살 수 밖에 없었던 슬픈 이유를 이해해 주고!

 

그녀를 밝은 곳으로 인도해 내고야 말겠어!

 

내 가슴이 찢어지고 타버리고 나중엔 흔적조차 남지 않는다 해도!

 

그녀의 찢어진 상처를 꿰매주고 없어져 버린 감성을 살려줄 거라구!


 

 

 “저기 오빠...”


 

 

그녀가 내 눈치를 보며 날 부른다

 

난 아무것도 모른 척 그녀를 쳐다보았다


 

 

 “저기... 제가 말이죠...”


 

 

그녀는 상당히 미안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녀가 가야 된다고 또 거짓말을 할 거 같다...


 

 

 “아... 너무 피곤하네요...”


 

 

난 피곤한 듯 기지개를 하며 침대 속으로 들어갔다


 

 

 “아... 많이 피곤해요 오빠?”

 

 

 

 “네. 오늘 너무 무리를 했나 봐요. 때려 죽여도 못 움직일만큼 피곤해요”

 

 

 

 “아... 그래요...?”

 

 

 

 “네. 우리집은 밤 열 시만 되면 문 잠가 버려서 못 들어가거든요.

 

 오늘 밤 내 상황은 고아나 다름 없어요.

 

 희진씨네 집에서 이렇게 잘 수 있게 되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난 그녀가 말을 하기 전 선수쳐서 말했다

 

그녀를 등지고 돌아 누웠지만 그녀가 난처해 하는 표정이 눈에 선하다


 

 

한참을 말 없이 있던 그녀


 

 

 “그럼 오빠... 자고 있을래요?”

 

 

 

 “왜요? 희진씨 어디 가려구요?”

 

 

 

 “아 네에... 유치원에 뭐 좀 두고 와서요”


 

 

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럼 같이 가요. 내가 데려다 줄게요”

 

 

 

 “아... 그건 좀...”

 

 

 

 “왜요? 같이 가요. 이 늦은 밤에 희진씨 위험하게 혼자 어떻게 보내요”

 

 

 

 “그건 좀 곤란해요”

 

 

 

 “왜 곤란한데요?”

 

 

 

 “그게... 저만 모이는 게 아니고 다 모이는 거라서요. 같이 가면 오해할 거예요”

 

 

 

 “밖에서 기다릴게요. 안 보이는데 혼자 있으면 되잖아요”

 

 

 

 “피곤하게 왜 그렇게 해요. 그냥 집에서 쉬고 있으세요. 금방 다녀 올게요”


 

 

난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천진한 얼굴로 내게 방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니...

 

가슴이 너무 아프다...


 

 

그녀는 서둘러 옷을 입었다

 

그녀를 물끄러미 보던 나는 질문을 던졌다


 

 

 “혹시 이상의 ‘날개’ 아세요?”

 

 

 

 “이상이요?”

 

 

 

 “네. 이상. 소설가 이상”

 

 

 

 “아~ 네 알아요. 고등학교 때 읽었어요 이상의 ‘날개’”

 

 

 

 “내용... 기억나세요?...”

 

 

 

 “그럼요. 병든 남편 집에 놔 두고 아내가 몸 팔아서 먹여 살리는 거잖아요.

 

 몸 팔기 위해 출근하는 아내를 등 뒤에서 슬프게 바라보던 남편의 모습이 너무 슬펐어요”


 

 

그녀의 말이 내 심장을 찌른다...

 

몸 팔러 나가는 사랑하는 여자의 뒷 모습을 보는 남자의 마음이란...


 

 

 “희진씨”

 

 

 

 “네”

 

 

 

 “꼭... 가야 돼요...?”


 

 

 

내 목소리가 나도 모르게 떨렸을까...

 

그녀가 날 새삼스레 쳐다본다

 

그리고는 다정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괜히 오빠한테 미안해지네. 일 금방 끝내고 올게요”

 

 

 

 “미안하면 가지 마요... 나하고 같이 있어줘요...”

 

 

 

 “나도 그러고 싶은데 중요한 일이라서요. 금방 올게요”

 

 

 

 “그 일이 그렇게 중요해요?”

 

 

 

 “네. 꽤 오랫동안 준비하던 거라서요”


 

 

그녀는 이 한 마디를 남기고 뒤돌아섰다

 

그리고는 급하게 밖으로 나가려고 서둘렀다


 

 

 “가지 마요 제발!!


 

 

난 비명을 지르며 뛰어가서는 돌아선 그녀의 등을 끌어 안았다


 

 

 “제발 가지 마요!! 가지 말라구요 제발!! 엉엉!! 엉어엉!...”

 

 

 

 “오, 오빠......”


 

 

그녀는 내 행동에 너무 놀란 듯 그 자리에 우뚝 서 버렸다

 

난 눈물콧물 범벅이 되어서는 그녀 등을 붙잡고 주저 앉아 오열을 했다


 

 

돌아선 그녀의 등을 끌어 안고 오열을 하는 나...

 

돌아선 채 우뚝 멈춰 서 버린 그녀...


 

 

신이시여...

 

왜 그녀를 만나게 하셨나이까...

 

왜......


 

 

<다음편에 계속...>

 

 

작가 미니 홈피 : http://www.cyworld.com/harang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