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 왕자가 왼손으로 변기 뚫다

답답한 나2003.03.31
조회656

나 오늘도 우리남편 땜시 열받는다.

요즘 얘들하는말로 " 정말 짱난다구"

우리남편 이야기를 하자니 누워서 침 뱉기 지만

그래두 나의 머리를 식히려면 이렇게 라도 해야겠다

오늘 나 날 잡았다

우리 남편 흉 실컷 보련다.

 

외모로 따지면야  방송국 기웃거리는 정도는 될 걸...

이그....

나는 인격도 외모 만큼 되는줄 알았지

근데 그게 아니더라구..

빛 좋은 개살구.. 라는 표현을 쓰면 열 좀 받을라나..

 

비실비실 허약해 보이는 모습이 싫어

운동좀 시작해 보라고 했더니

무엇을 하든 복장, 장비 완벽하게 준비를 해야 시작을 한다나

그래 내남편 건강하게 챙기는 일인데..

내가 무리좀 하지뭐 그래 그러자 하고 다짐을 했다

 

등산을 시작한다 하기에

없는 돈에 제법 근사한 등산화 마련해주고

모자도 하나사고....

어울릴만한 바지 잠바 찾아 나름대로 코디해 놓고

 

일요일 아침 콧소리 섞인 다정한 목소리로 남편을 깨운다

9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체 신경질을 부린다

속에서 불덩어리가 꿈틀거리는것을 자제시키고

아양을 떨어댔다

겨우 일어나 세수하고 내 성화에 못이겨

등산을 갈 준비를 한는 우리 남편

 

표정이 영 그렇다

메이커 왕자인 우리 남편

바지와 잠바가 맘에 들지 않는모양이다

신발을 신고 두어번 제자리 걸음을 걸어본 우리 남편

이도 역시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다

그날은 그렇게 나지막한 우리집근처의 산으로 등산을 갔다

 

그날 투덜투덜대며 현관을 들어서는 우리남편

이게 왠일 이란 말인가

한껏 멋을 부리고 나간 모습은 간데 없고

한쪽은 우리 남편의 모습이 맞는데...

돌아서는 모습은 영... 술 진탕 먹고 진흙탕 두어번 굴른 모습

난 터지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우리 남편하는말

"등산화가 안좋아서 그래"

"싸구려는 다르다니까"

애꿎은 등산화만 탓하고 있다

산에서 내려오다 미끄러진것이다

전날 비가 온 후라서....

 

며칠이 지났다

친구들과 등산을 가기로 약속을 했다고

이번주에는 친구들과 등산을 간다고 들떠 있는 우리남편

평소에 보던 모습이 아니였다

아무튼 좋다

변해가는 우리 남편을 보는것 같아서..

건강해 지는 우리남편을 보는것 같아서..

 

그래 진흙탕에 빠진 등산화를 운동화 세탁소에 보내서

깨끗히 빨아다 놓고..

나도 나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근데 내 억장이 무너지는 일들을

우리 남편은 남편대로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이냐고요

우리 남편이 메이커 왕자병에 걸린것은 앞에서 이야기 했죠

인터넷 뒤져서 메이커 잠바 하나 카드로 긁고

바지 역시 골라 긁고....

나 여기까진 봐 주려고 했어요

워낙 남편 성격을 아는지라

 

근데 가슴속에 끓고 있던 불덩어리가 치솟은것은

다름아닌 등산화

친구의 차를 타고 등산을 간날

나도 나 나름대로의 아이들과의 외출을 준비하고 있었다

차의 트렁크를 여는순간

어라 못보던 등산화 박스가 하나 있는것이다

두껑을 여는 순간 나의 뚜껑도 날아갔다

메이커 등산화 사서 신고 세탁소 보내 빨아온 등산화가

얌전히 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나 정말 지구 열바퀴 정도 돌았을껄

미치겠다

어떻게 잡아야 하노 이놈의 인간..

나이가 몇인데

 

나 또 열받는일 생길때마다

우리 남편의 비하인드 스토리 하나씩 공개하며

스트레스 날릴거다

 

오늘은 흉으로 끝나지만.....

 

이렇게 끝내려고 했는데...

쓰는김에 하나더 쓰자

 

친정에 갔을때의 일이다

평소에 변비가 심한 우리남편

화장실들어간지 20분이 지나도록 나오질 않는거야

거실에서 과일먹으며 또 시작이군 비웃으며

화장실문이 열리길 기다렸는데..

10분이 더 지나도록 나오질 않더군..

벌개진 얼굴로 남편이 나오길래

성공했구만 속으로 생각하고

시원하겠다 하는 표정으로 남편을 바라다 보았다

 

그럭저럭 시간이 흘러 집으로 향하는 차안에서

남편의 입에서 흘러나온 고백에

나는 정말 .........

 

화장실에서 보낸 30분 이야기를 들을수가 있었다

 

볼일을 본 남편이 변기의 물을 내리던 순간

내려갈줄 알았던 변기의 물이 내려가질 않더라는거야

대야에 물을 받아 변기에 부어 보았지만

내려가기는 켜녕 점점 더 변기에 물이 차오르고

XX 덩어리가 둥둥 떠다니면서 변기를 넘어 나오려고

하더란다

주위를 둘러봐도 마땅히 변기에 집어넣어 휘젖을 만한

물건은 없고

이거 큰일 난거지

밖에는 처가집 식구들 다 앉아 있는데

누가 언제 화장실 문을 노크할지도 모르고..

정말 미치는거지

최소한 화장실 바닥으로 뛰쳐나오는것은 막아야 하겠기에

왼손을 걷어 부쳤다나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손가락을 열심히 움직여

물고를 뚫은거지

쉭~~ 소리를 내며 내려가는 변기의 물을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천천히 왼손을 비누로 깨꿋히 씻고 나왔다나

오른손은 밥도 먹고 할일이 많다나.

그래서 왼손으로 그 거사를 치렀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우리남편을 보면서

난 더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더러운 그 손으로....

나 잡지 마라.....

정말 짱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