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미안해요2006.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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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설마 하며.. 예정일이 3일이 지난 어제..

남자친구와 테스트기를 사서 해봤습니다.

하늘이 노랗고.. 잘 못 됐겠지... 내가 잘 못 한거겠지라며..

한 없이 부정만을 했습니다.

머릿속은 하얀 백지장이 되어버렸고,

다리는 힘이 풀려 서 있기도, 앉아 있기도 힘들었어요.

저번달에 생리 하고... 피임도 했는데... 잘 못 했겠지 란 생각이

계속 해서 들더군요.

친구에게 전화해서 조언을 구하니..

임신을 하고도 한달은 생리 한다는 말에..

정말.. 심장이 미어질 듯 했습니다.

 

 

어릴 때.. 갖은 상처로, 언니나 동생보다 저를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부둥켜 앉고서 울던 우리 엄마..

여자 몸은 여자가 자신이 지키는거라고 이야기 하던 언니..

곧 죽어도, 언니와 엄마에게 실망감과 상처와 아픔을 안겨드릴 수 없어...

남친과 함께 지우기로 결심 했습니다.

아직 병원에 가보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임테기 두개를 했는데 둘 다 그리 나왔으니.. 맞겠죠.

오늘 병원에 가서 진단 받아 보기로 했어요.

 

 

아직 학생인 남친과.. 벌이가 그리 넉넉하지 못한 박봉의 월급으로 살아가는 저..

모아둔 돈도 없고, 둘 다 집안이 여유롭지 못하여.. 이리 되었네요.

다른 사람들.. 1년 2년 힘써도 아이 갖기 힘들다던데..

저희는 둘 다 너무 건강한가봅니다.

사귄지.. 130일 조금 넘었는데..

당장에 수술비도 여의치 않아.. 이리저리 돈을 구해야하겠지만..

벌 이라고 생각하려구요..

낳아서 키울 용기가 나지 않고, 실망을 안겨드리기 싫어..

제가 지우자고 했습니다..

 

 

지금 당장 내 몸 걱정하기에도 벅찰텐데,

자기 때문에 돈 걱정까지 시키게 해서 미안하다는 우리 오빠..

아껴주지 못하고.. 아직 어리다면 어린 저에게 별 걸..

세상 살면서 안해봐도 될 경험을 하게 만들어서 미안하다고 하는 우리 오빠..

아기 보다.. 아플 저를 더 걱정하는 우리 오빠..

행여나 내가 잘 못 될까 그게 더 걱정되고 한 없이 미안해 하던 오빠..

자기가 울 때 자기 눈물을 닦아주었던 나에게..

지금 제일 힘들 나에게.. 눈물을 닦아주고 옆에 있어주는거 밖에 하지 못해서

너무 미안하다는 우리 오빠...

돈 걱정 하지말라고.. 자기가 알아서 한다고..

아무 생각말고.. 밥 잘 먹고, 잠 잘자라고 하던..

안절부절 못하며 울부짖던 날 꼭 안아준 우리 오빠

많이 사랑해요..

 

아직, 서로 능력이 없지만..

우리오빠 열심히 내조해서.. 남 부럽지 않게 살 수 있게..

결혼은 하지말고 연애만 하라던 언니와 형부..

가난한 집안 따위, 아무런 장벽이 되지 못하도록 성공할겁니다..

저도 능력을 키워야 겠지요.

 

지금 떠나보내게 될 아이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서로 열심히 살아서..

훗날, 모두의 축복을 받으며 태어날 아기에겐..

남들부럽지 않을, 더 많은 사랑을 주기로 약속 하며..

그렇게 우린.. 앞으로 나아갈 것 입니다.

 

 

답답하고, 말로 표현 못할 감정..

그나마 글로서 쓰면 나을까 주절주절 썼는데..

정리도 안되고 두서도 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