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의 대주주는 시동생<다음펌>

퍼왔음~2006.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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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0대 후반 전업주부입니다.
남편은 30대 초반이고 대기업에 다닙니다.

우리는 지금 신혼이에요. 남편은 대학 선배구요. 남편 직장 다니고 저 대학 졸업할 무렵에 학교에서 선후배 모임을 통해 만났고 남편이 적극적으로 대쉬해서 몇년 뜨겁게 연애하다가 결혼에 골인했어요.

남편은 다정다감하고 성실하고 배려심도 많은 사람이에요. 그리고 뭐랄까? 저랑 성격이 딱 맞아요.

결혼하면서 남편이 아파트(34평형)를 장만해왔습니다. 남편 회사가 집에서 멀지 않습니다. 교통도 편리해서 출퇴근하기 편리해요. 교육여건도 좋구요. 너무 좋아요. 아기 낳으면 여기서 계속 키우고 싶을 정도로요. 정말 여기가 마음에 너무너무 들어요.

지금 우리집에서 저와 남편, 시동생, 이렇게 셋이 같이 살고 있어요. 시동생이 대학 붙고 서울로 올라와야 해서 아예 우리집으로 올라왔거든요.

결혼하기 전에 남편이 조심스럽게 시동생이 공부를 무척 잘하고 목표대학도 서울에 있어서 분명히 서울로 올라올 텐데, 우리랑 같이 살면 안되겠냐고 묻더군요. 솔직히 저는 싫었어요. 시동생이 싫어서라기보다는 누구나 신혼때는 방해받지 않고 둘만 예쁘게 살고 싶잖아요. 솔직히 누가 다 큰 시동생과 같이 살고 싶겠어요?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피하고 싶은 게 우리 며느리들의 바램이잖아요. 하지만 남편이 부탁하길래 큰마음 먹고 들어주었지요. 적어도 그때는 제가 큰 선심을 쓰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게 나중에는 나만의 착각으로 밝혀지지만요.

신랑이 아파트를 해왔던 이유는 제가 꾸준히 좋은 말로 신랑을 설득했기 때문이에요. 신혼부터 든든한 내집을 가지고 있으면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고 남편을 설득했거든요. 그것도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집을 거주의 개념이 아니라 투자의 개념, 재산증식의 개념으로 보기 때문에 가능하면 30평대부터 시작해야 노후도 빨리 준비하고 인생도 편안하게 살 수 있다고 친구들한테 배운 지식으로 남편을 설득했어요. 남편도 동의했구요.

문제는 돈이었지요. 저도 친정이 형편만 된다면 돈을 아파트에 보태고 싶었지만 친정이 평범한 집안이라 그냥 예단과 혼수만 남들 하는 만큼 했어요. 아파트는 남편이 전적으로 사왔지요. 집장만은 남편에게 좀 미안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이게 다 우리 모두가 잘 살자는 것이니까 나중에는 잘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사랑하는 신랑과 저와 시동생이 같이 살게 됐네요.

시부모님은 지방에 계셔요. 시부모님은 성품이 온화하신 편이에요. 처음에는 제가 살림에 대해 몰라서 우왕좌왕 하니까 조언 차원에서 이것저것 가르쳐주시더니만 제가 어느 정도 감을 잡으니까 비로소 당신들 역할은 대부분 끝났다면서 이제는 별로 간섭도 안하세요. 시어머니가 요즘 시대에는 시부모와 며느리가 서로 시집살이시킨다면서 시부모와 며느리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가까이하지도 멀리하지도 않는 관계로 만들자고 하시더군요. 서로 스트레스 주면서 서로를 힘들게 하지 말자는 말도 덧붙이셨고요.

그래서 일주일에 제가 한번 전화드리는 것과(통화시간 평균 5분), 명절, 생신, 제사(1년에 하루 날잡아 전부 몰아서 함, 대신 음식을 매우 정성껏 마련함) 때 찾아뵙고, 석달에 한번 가족모임 하는 것, 그리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전화하셔서 밑반찬 택배로 보내셨다고 말씀하시거나 아주 가끔 직접 서울로 올라오셔서 밑반찬 주시고, 아들, 특히 어린 아들 얼굴 잠깐 보시고 다시 내려가세요(평소에는 주로 시동생이 내려가죠). 이 외에는 저희에게 터치를 안하세요. 김장은 사다 먹는 게 오히려 저렴하다면서 각자 알아서 해결하자고 하시네요. 당신께서도 옛날에는 직접 담그셨는데 이제는 좀 편하게 살고 싶다고 하세요.

남편도 친정에 잘하려고 노력합니다.

남편은 대학때부터 서울로 올라와 혼자 자취하면서 살았어요. 오랜 자취생활에 지쳐서였는지 몰라도 결혼하고 남편은 자주 저한테 마누라한테 따뜻하고 맛있는 밥 얻어먹으니까 너무 기분 좋다고 말합니다.

시동생 얘기를 할게요. 먼저 시할아버지께서 일제시대에 연희전문에 입학하실 수 있었는데 갑자기 상황이 안돼서 끝내 못가신 것이 평생 한으로 남으셨대요. 그래서 장손인 남편이 한을 풀어드리고자 했는데 아쉽게도 연세대보다 조금 아래 대학을 가게 됐구요. 자연히 기대는 시동생한테 돌려졌는데 어렸을 적부터 무척 공부를 잘한 시동생은 결국 서울대에 입학해서 할아버지의 한을 한방에 풀어드렸죠. 시동생의 성격이나 비상한 머리가 할아버지를 닮았대요. 집안에서 그러더라구요. 하여튼 시동생이 시댁의 보배인데, 그래서인지 가끔씩 시어머니가 넌지시 자랑하세요. 저도 시동생이 말하는 것이나 뭘 배우는 학습능력이나 행동을 보면 두뇌회전이 빠르다는 것이 느껴져요.

한집에서 같이 살면서 느낀 점은 일단 시동생은 남에게 피해는 주지 않아요. 그리고 자기 할 일은 대충 자기가 하는 편이에요. 제가 빨래는 다 해주지만 시동생 속옷만은 자기가 빨아요. 시동생은 거실 화장실을 쓰면서 한달에 한번은 깨끗하게 청소해요. 그리고 시동생이 주사파(주중 4일만 강의)인데 거의 매일 나가요. 점심은 물론이고 저녁도 많이 먹고 들어오는 편이고 새벽에 들어오더라도 귀신같이 들어와서 자기 방에서 조용히 자요. 결코 새벽에 초인종을 누른다거나 물소리를 내서 저를 깨우지는 않아요.

하루종일 집에 있을 때도 거실에는 거의 안나와요. 그래서 저와 많이 마주치는 편은 아니에요. 시동생은 방에 있을 때는 조용히 컴퓨터를 하거나 책을 읽고, 텔레비전을 보든가 레포트를 쓰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요. 아니면 잠을 자요.

시동생은 성격도 괜찮은 편인 것 같아요. 신중하고 배려심도 있고 분위기도 따뜻하고 남과 잘 어울리고 한번 맺은 우정도 지키는 편이고... 저와는 약간 어색하고 서먹서먹한 상태지만 앞으로 좋아지겠죠.

결혼하고 얼마 안있어 우리 엄마, 아빠가 신혼집에 놀러오셨는데요. 제가 잠시 마트에 장보고 돌아오니까 우리 엄마, 아빠와 시동생이 서로 웃으면서 말하고 있더라구요. 우리 부모님과 시동생이 만난 것은 상견례와 결혼식 이후로는 처음이었고 더욱이 대화하는 것도 처음이었는데 말이에요. 나중에 엄마한테 전화왔는데, 사돈총각(시동생)이 어른한테 예의 있으면서도 재미있고 붙임성이 좋다고 하시더군요.

참... 이것도 시동생의 큰장점인데요. 남편은 가끔씩 아주 약간 반찬 투정을 하는 편인데 시동생은 한번도 반찬투정을 한 적이 없어요. 시어머니한테 여쭤보니까 원래 두 아들이 그렇게 다르대요. 한번은 아침에 반찬이 없어서 제가 계란후라이와 간장으로 밥을 비벼서 김치하고만 주었는데요. 좀 미안해서 시동생 눈치를 봤거든요. 시동생은 아무말 없이 후딱 먹고 학교 가더군요. 그때 시동생의 표정을 자세히 살펴봤지만 아무런 불만도 없는 평온한 표정이었어요.

하여튼 우리 시동생은 친구들이 흔히 말하는 그 ‘시’짜 티를 내지 않아요. 결혼하기 전에 친구들이 너 미쳤냐, 시동생이랑 절대 살지 말라고 충고해서 저도 좀 겁먹었어요. 시동생이 저를 힘들게 하면 어쩔까 하구요. 그런데 막상 같이 지내니까 큰문제는 없네요. 살만 해요. 시동생도 불편하고 저도 약간 불편한 점도 있지만 큰문제는 없어요.

그런데 이렇게 평화롭게 사는 제가 며칠 전에 황당하고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는 일을 겪었습니다. 친구들과 얘기해도 별다른 답이 안나와서 여기에 글을 올리게 된 거에요.

지금 제가 전업주부인 관계로 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시동생이 우리집에 얹혀사는 것인 만큼 시동생도 우리집에서 자기 몫의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했어요. 시동생이 하루이틀만 살 것도 아니고 어쩌면 결혼할 때까지 10년 정도는 우리와 같이 지낼지도 모르는데, 아예 지금부터라도 시동생도 집안일을 거드는 시스템을 정착시켜서 자기 밥값은 자기가 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제가 결론 내렸거든요. 아무리 시동생이지만 자기 밥값은 해야 하잖아요. 현재 남편이 시동생 용돈(한달 40만원), 시동생의 등록금 절반(나머지 절반은 시부모가 내주심)을 해주고 있거든요. 시동생이 저한테 큰불편은 주지 않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이 정도를 해주고 있는데, 시동생도 성의는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나보다 나이는 훨씬 어리지만 시동생인 만큼 말을 꺼내기가 어려워서, 정말 2주 가량을 혼자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가 결심하고 큰마음 먹고 시동생에게 얘기했어요. 방에 있는 시동생을 불러 둘이 소파에 앉아서 제가 시동생한테, 도련님도 다 큰 어른이고 이제 집안일을 나눠서 했으면 하는데 도련님 생각은 어떠세요 라고 부드럽게 물어봤어요. 그러면서 앞으로 도련님이 일주일에 3번 정도는 저녁 설거지를 해주고, 음식쓰레기도 저와 반반씩 나눠서 맡고, 쓰레기는 도련님이 전담해서 버렸으면 좋겠고, 분리수거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도련님과 같이 했으면 좋겠고(남편이 늦잠이 많음), 그리고 가끔 제가 바쁠 때 정도만 집안청소를 도련님이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아주 조심스럽게 부탁 아닌 부탁을 했어요.

아무리 시동생이 큰문제는 일으키지 않고 저와 마찰도 일으키지 않고 있더라도, 시동생이라는 존재와 함께 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며느리들한테는 어느 정도 부담이 되는 거잖아요. 여름에 옷을 시원하게 입고 거실을 돌아다닐 수도 없고, 예쁘고 섹시한 잠옷도 입을 수 없고, 신랑과 거실에서 영화 보면서 찐한 스킨쉽 하기도 부담스럽고, 특히 밤에 신랑과 잠자리 할 때도 약간은 신경 쓰이고, 여러모로 시동생과 같이 산다는 것은 의외로 불편하더라구요. 아무리 우리 시동생이 잘하고 있더라도 저런 불편은 존재하네요.

저는 이 집안의 며느리로서 시동생과 함께 사는 것이 저의 희생이라고 생각했기에 시동생도 저를 좀 도와서 집안일 정도는 해주기를 바랬어요. 그런 생각으로 시동생을 불러서 그렇게 얘기했던 것이에요.

그런데 제 얘기가 끝나자 시동생이 약간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더군요. 그리고 오늘 제가 여기에 글을 올릴 수 밖에 없는 얘기가 시동생의 입에서 나오게 되었어요.

시동생이 자기는 애초부터 서울에 올라오더라도 형수님과 같이 지낼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하더군요. 형수님이 싫어서가 아니라 자기는 원래 최소한 부부는 신혼 때만큼은 둘만 살아야 한다는 주의인데, 자기가 신혼인 형수님과 같이 살면 괜히 형수님한테 부담을 줄 수 있고, 또 자기도 원래 고등학교 다닐때부터 대학가면 혼자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면서 살 생각이었다면서 이것저것 준비하고 있었다는군요.

그런데 형이 결혼하면서 아파트 30평대를 사야 하는데 돈이 모자라서 동생인 자기한테 빌렸던 것이래요. 그리고 다음이 쇼킹한 대목이죠. 남편이 처음에 아파트를 3억 8천을 주고 샀는데, 여기에 시동생 돈이 2억이 들어가 있답니다. 즉 시동생 2억, 남편 1억 8천으로 이 아파트를 구매한 거죠.
지금은 올라서 4억 5천~5억 쯤에서 시세가 형성됐어요.

지금 상황을 정리하면 우리 아파트의 대주주는 시동생이지요. 지분이 50%가 넘어가니까요. 이번에는 제가 당황해서 너무나 놀란 나머지 콩닥콩닥 거리는 가슴을 참아가면서 “학생인 도련님이 어디서 그런 큰돈이 나셨어요? 어떻게 아파트에 보태신 거에요?” 라고 물어보니까 순간 시동생이 뭔가 혼자 골똘히 생각하는 것 같더니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어요.

시동생이 초등학생인가 중학생 때, 할아버지 고향에서 누군가가 무슨 개발을 한다고 해서 할아버지가 가지고 계시던 땅을 조금 파셨다네요. 할아버지가 쓰실 돈은 쓰시고 남은 돈은 남편과 시동생 앞으로 해주셨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시동생은 계속 그 돈을 가지고 있다가 남편하게 빌려주었고, 남편은 이 아파트를 구매한 것이지요. 자세한 것은 형한테 물어보라고 하는데 그때 약간은 냉소적인 표정이 시동생의 얼굴에 깃들었어요. 저한테 지은 표정은 아니고 형이라는 말을 꺼내놓으면서 그랬어요. 시동생의 그런 표정은 처음이었어요.

그리고 시동생은 형수님도 필히 알아두셔야 한다면서 갑자기 진지하게 현재의 부동산 버블에 대해서 설명해주었어요. 지금 경제상황이 안좋은데 만약에 부동산을 연착륙시키지 못하고 버블이 터질 경우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장기불황의 늪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하더군요. 일본은 그나마 경제기초와 유무형의 경제자산이 풍부해서 그 정도에서 끝내고 늪에서 빠져나왔지만 우리나라는 정말 큰일 날 수 있대요. IMF는 비교도 안될지도 모른다고 하더군요. 매우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는데 자세한 것도 모르는 저까지 덩달아서 심각해졌지요.

그러면서 시동생은 이제 버블이 한계점에 도달해가고 있고(물론 자기 의견이 틀릴 수도 있대요) 누군가가 나서서 부동산을 안정시켜야 할 것이라고, 그래서 자기는 이왕 이렇게 형네 아파트에 투자했으니까 버블이 터지기 전에 2억을 회수할 것이라고 하더군요. 버블이 터져서 일본처럼 아파트가 가격이 폭락하면 아파트에 투자한 2억에서 본전도 못 찾을 것이 자명하니까 몇 년 안에 아파트에 자기가 투자한 분량만큼 돈을 회수할 거라고 하더군요. 시동생은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대요. 형도 그 정도는 예상하고 있을 거라고 하더군요.

제가 생각해보니까 만약에 지금 아파트를 처분한다고 가정하면 적어도 7천만원은 오른 상태니까 원금은 각자 가져가더라도 4천만원 정도는 시동생 몫이겠지요.

제가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한 멍한 표정을 지으니까 “형이 형수님한테도 2억에 대해 말했다고 하던데요. 모르셨어요?” 라고 말해서 저는 더욱 놀랐어요. 저는 전혀 모르는 사실이었거든요.

시동생이 예전에도 언뜻 자취 얘기를 꺼낸 적이 있지요. 한번은 제가 감기몸살로 누워있었는데 시동생이 밥과 김치찌개를 만들어서 저한테 준 적이 있어요. 부끄러운 얘기지만 저보다 훨씬 맛있게 끓이더라고요. 시어머니한테서 틈틈이 배워두었던 실력이래요. 자기가 대학 들어가고 자취할 때 써먹으려고 고등학교 때 시간을 내서 몇가지 국과 간단한 반찬 정도는 시어머니한테서 전수받은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때 저는 자취 부분을 흘려들었는데 시동생은 원래 자취를 원하고 있었던 것 같네요.

시동생은 자기가 나중에 군대 다녀온 후에 경제상황을 보면서 아무래도 그 시점에서 집을 파는 것이 형이나 자기한테 모두 이익이 될 것이라고 하더군요.

시동생 자신도 할아버지가 주신 돈으로 투자도 해보고, 다른 거 하고 싶은 것도 해보고, 배낭여행도 다니고, 이자도 받으면서 그돈으로 자취생활하려고 계획했었는데, 형이 간곡히 부탁해서 2억을 빌려주었다네요.

하여튼 저는 시동생의 말을 다 듣고 소파에서의 대충격을 뒤로 한 채 두근두근거리는 가슴으로 황급히 남편한테 전화해서 퇴근할 즈음에 회사 근처 카페에서 만나자고 했어요. 카페에서 기다리는데 온갖 생각이 들더군요. 남편이 이윽고 들어오는데 저는 다짜고짜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어요. 남편은 근처 호프집으로 가자고 했고 저는 거기에서 놀라운 일을 듣게 되었지요.

남편이 해준 얘기를 간단히 정리할게요. 남편과 시동생의 할아버지에게 땅이 있었고(할아버지가 태어나고 자라신 고향),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할아버지의 땅 중 한 곳에 누가 공장을 세운다고 해서 할아버지가 팔게 되셨대요. 땅판 돈으로 일부는 할아버지 병원비로 남겨두시고, 나머지 돈은 남편과 시동생한테 공평하게 나누어주셨어요. 이게 이미 위에서 말한 그 얘기에요.

그리고 이것은 새로운 얘기인데, 할아버지는 남은 땅도 남편과 시동생한테 공평하게 나누어주셨대요. 그때가 남편이 군대갔다온 후라네요. 시부모님은 모아놓은 재산으로 노후를 사신다고 하시면서 세금 문제도 있고, 그 땅 어차피 할아버지가 너희들에게 주시는 것이니까 당신들을 거치지 말고, 할아버지의 뜻대로 곧장 남편과 시동생한테 물려주시는 것이 좋겠다고 하시면서, 가족회의를 통해 땅분배에 대한 모든 권리를 할아버지가 제 남편에게 일임하셨대요. 시동생은 어렸으니까 땅분배에 관여하지 않았구요.

시부모님은 원래부터 아들들의 돈과 땅에는 일체 관심이 없으셨대요. 너희들이 경제관념 키워서 잘 운영해보라고 말씀하셨대요. 총각 때 남편이 취직하고 첫월급을 시부모님께 드리고 두번째 월급으로 여행 보내 드린 것으로 끝났대요. 시부모님도 당신들 먹고 살 재산은 있으시니까요.

그런데 남편이(한번만 욕할게요. 나쁜X) 그만 욕심이 생겼나 봐요. 땅분배를 하면서 여기저기 정보를 알아본 결과 앞으로 개발로 인해 땅값이 오를 것 같은 땅은 자기앞으로 해놓고, 나머지 평범한 땅은 시동생 앞으로 해놓았대요. 남편이 정말 양심 없는 짓을 한 거죠. 이게 오래전 얘기라네요.

죄지은 놈은 일도 안된다고, 땅분배 수년 후에 남편땅은 무슨무슨 법 때문에 묶여서 끝장나버렸대요(그래서 전부 팔아버렸죠).

그러나 시동생땅은 근처가 개발되면서 지금 수십배가 오른 상태에요. 모든 개발계획이 확정되었고 이제 시행만 들어가면 된다니까 몇년 안에 시동생은 땅을 팔아서 큰 돈을 벌어들이겠죠. 땅값이 현재 25~30억 정도라는군요.

근대 더 큰 문제가 있었대요. 땅분배하고 얼마 후 시동생이 고1인가 고2때 그만 형이 땅분배하면서 욕심부린 사실을 알게 된 거에요. 집안 어른들이 수군거리는 얘기를 들었나 봐요. 할아버지의 형제들이 오셔서 하신 말씀에서요.

시동생은 어려서부터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형을 어려워하면서도 형말이라면 무조건 믿으면서 따랐는데, 막상 형이 돈 앞에서 마음이 흔들려 자기를 배신했다는 것을 알게 되니까 방황 좀 했대요. 성적도 그때 당시 떨어지구요. 물론 시동생은 의지가 강한 편이라서 금방 극복 했나봐요. 당시 할아버지의 형제들이 다녀가시고 시부모님도 땅분배의 전말을 아시고 남편을 매섭게 혼내셨다구 해요.

남편은 많이 후회했대요. 지금도 후회하구요. 자기 땅값이 떨어진 것 보다는 동생한테 신의를 잃은 것이 너무나 후회스럽다고 해요. 자업자득이라면서 한숨만 푹 쉬더군요.

그 후에 수능 끝나고 시동생과 술마시면서 남편이 진심으로 사과했대요. 이것으로 어느 정도 앙금은 풀렸지만 시동생이 꽤나 충격을 받았었기 때문에 동생이 자기를 100% 용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남편이 탄식하더군요.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네요.

집에서 남편과 시동생은 별로 대화 안해요. 서로 얼굴 볼 기회도 많지 않지만. 가끔 9시 뉴스 보면서 같이 정치인들 욕하는 것 빼고는 일상적인 대화 외에는 깊은 대화는 별로 안해요. 서로 웃더라도 약간은 어색한 느낌이 있어 보여요. 저는 그게 도대체 왜 그런가 궁금해 했었는데 땅문제가 있었던 거였네요. 남편이 많이 잘못한 일이죠. 하지만 아마 한 10년쯤 더 지나면 예전 사이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희망해요. 남편이나 시동생 모두 독한 성격은 아니거든요.

하여튼 호프집에서 얘기를 들으면서 저는 소파대쇼크 이후 계속 궁금해하던 것을 남편에게 물었죠. 왜 아파트값 2억을 시동생한테 빌렸다는 얘기를 나한테 안했냐고 막 따졌어요. 남편은 황당해하면서 너한테 말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서로 기억을 더듬어보니까 결혼 수개월 전에 아파트 계약하고 밤에 남편이 나를 찾아왔을 때 제가 무슨 돈으로 계약했냐고 물어봤고, 남편은 “동생한테 빌렸어”라고 말했거든요. 저는 당연히 돈을 어린 시동생한테 빌렸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친척동생한테 빌렸겠거니 생각했었거든요. 더군다나 빌린 액수가 2억이나 되는지도 몰랐어요. 거기서 남편과 제가 핀트가 안맞았던 거죠. 오해가 생긴 것이에요. 남편은 분명히 진실을 말했고, 저는 엉뚱하게 받아들였고....

남편은 총각 때 폭락한 자기땅 전부 팔고, 할아버지가 예전에 주신 돈을 합쳐서 이곳저곳에 투자해보고 상가도 사보고, 주식에도 좀 투자해보고, 펀드도 해봤지만 대부분 재미를 못보고 결국 나중에 남은 돈을 몽땅 아파트에 쏟아 부은 거라네요.

그날 소파에서 시동생이 한 말이 아직도 귓가를 맴도네요. 정부가 부동산을 연착륙시키는데 실패하여 버블이 팡 터져 버린다면 형 같은 사람들이 부동산거품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고...

남편이 분배할 때 양심에 따라 흩어져 있는 땅들을 공평하게 똑같이 나누었다면 남편도 지금쯤 땅으로 10억 이상은 보유하고 있을 텐데... 이것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너무 아까워요. 저도 이런데 당사자인 남편은 오죽하겠어요? 그렇지만 한탄해서 뭐하겠어요?

한순간의 욕심으로 남편은 서민이 되었고
아무것도 모르던 시동생은 젊은 부자가 되었네요.

시동생은 전공공부에 빠져있는 것과 여친 만나는 것 빼고는 바쁠 일이 없을 것 같은데, 요즘 뭘 배우러 다니는지 모르겠네요. 안전하게 재테크하는 방법 배우는 게 유행이라는데... 그거 배우나?

어쨌든 언젠가는 2억 + 알파를 시동생한테 돌려줘야 하겠죠.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만약에 시동생이 졸업하고 독립한다고 하면 2억을 내주어야하겠죠. 그러면 저와 신랑은 다른 데로 이사가야겠구요. 물론 시동생이 2억을 되돌려달라고 한다면 당연히 돌려줄 거에요.

그런데 너무 아쉬워요. 여기서 자식 낳고 고등학교까지 키우고 싶었는데. 그러나 한편으로는 더욱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저 자신을 다독이면서 담담해지려고 해요.

그런데 저도 평범한 인간이기에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는 거라고 되뇌이면서도
하루에도 몇번씩 아쉬움과 담담함이 교차하네요.

님들의 폭넓은 조언을 듣고 싶어요.

 

 

<네이트톡 리플러님들의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해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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