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 호텔 뷔페 음악이 낮게 흐르는 실내. 사람들 속에 진이와 완이는 접시를 들고 음식을 덜고 있다. 룸에 앉아 있는 태준의 가족들. 다들 식사 중이다. 숙자 (투덜) 갑자기 웬 뷔페야, 성가시게. 숙희 오랜만에 오니까 좋은데 뭘. 애들도 좋아하구. 태준 (와인을 마시고) 숙희 넌, 영국이하고 어쩔 거야? 숙희 문제 있어? 태준 그럼 문제없어? 숙희 그이두 나두 지금이 좋아. 하나도 거기가 좋다 그러구. 태준 재혼할 거 아님, 다시 합치던지. 숙희 (눈치 보며) 재혼은 뭐, 아무나 하나. 나 재혼한다 그럼, 오빠가 가만 있겠수? 태준 (흘겨보다 아무 말 못하는) 동섭 이번 말레시아 나갈 때, 한 번 들여다보고 와. 태준 네. 영희 도련님은 결혼 안 할 거? 태민 (피식) 저 같은 놈한테 시집 올 여자, 있겠어요? 숙자 (발끈) 니가 어때서? 그만하면 일등 신랑감이지. 동섭 그래, 너도 결혼 준비 할 나이가 됐다. 어디, 좋은 규수감이라도 있으면 소개 해보세요. 영희 정의원님 댁, 둘째 여식이 괜찮던데. 얼마 전에 바자회에서 한 번 봤거든요. 치과의 사라고 그러더라구요. 나이도 스물 여덟이구. 숙자 그 나이 되도록 시집 안 가고 뭐 했대? 집안 좋고, 능력 있는 여자, 그 나이에 혼자 라면 문제 있는 거지. 영희 공부 하느라 그랬대요. 숙자 여자가 너무 똑똑하면 피곤해. 태준 요즘 여자들, 다 그렇지만도 안 해요. 똑똑해서 나쁠 거 뭐, 있어. 그때 진이와 완이 들어온다. 진 오빠 땜에 창피해 죽겠어. (투덜대며 태민 옆에 앉는다) 영희 왜? 완 저는 교양 있고, 난 무식하다는 거죠. (진이 노려보다) 음식 많이 덜었다고 저래요. 동섭 (웃으며) 한참 먹을 나이다. 사내들은 그래, 진이야. 진 조금씩 덜어 먹으면 되잖아요. 완 내가 먹을 거야. 너더러 먹으래? 태준 (엄한) 진이는 오빠한테 말 함부로 하고 그러지 마. 그래도 오빤데, 너 자꾸 버릇 없 게 굴면 다음부턴 안 봐줘. 진 (퉁한) 네. 태준 완이 너도, 동생하고 똑같이 굴어야 돼? 오빠면 좀 봐주고 그래야지. 완 네. 동섭 그럼, 어디 날짜 한 번 잡아 보세요. 영희 그럴까요 도련님? 태민 싫어요 형수. 숙희 왜 싫어? 태준 왜? 따로 마음에 둔 여자, 있어? 태민 그냥, 여자 싫어요. 숙자 아직 젊은데, 왜들 난리야. 인생, 즐기다가 너 가고 싶을 때, 가. 결혼이 뭐 좋은 거라구. 동섭 누나가 돼서 잘 한다. 숙자 내 동생이라서 그래요. 남이면 내가 알게 뭐야. 태준 한 번 봐. 보는 것뿐인데, 뭘 그래. 영희 그래요, 도련님. 봐서 싫음 안 만나도 되구요. 태민 자리부터가 불편해서 싫어요. 마음 바뀌면 그때, 말씀 드릴게요. 숙자 (일어나며) 커피나 한 잔 마셔야겠다 난. 태민아 너두 마실래? S#2. 호텔 입구 다들 밖으로 나온다. 동섭의 차가 먼저 나온다. 동섭 (기분 좋은) 자주 모이자구. 태준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영희 오늘, 저녁 감사합니다, 아주버님. 동섭 네. 영희 고모, 조심해서 들어가요. 숙자 (건성으로 손들어 보이고) 태민 들어가세요. 동섭 (흐뭇) 그래. 진,완 안녕히 가세요. 기사가 차 문을 열면 숙자가 먼저 올라타고, 뒤이어 동섭이 탄다. 손 흔드는 진과 완이. 사라지는 차. 뒤에 태준의 차가 선다. 숙희 오빠도 이제 늙었네. 안 보이던 흰머리가 다 보이구. 태준 하나한테 전화라도 자주 해. 숙희 자주 해요. 태민 들어가세요. 진 삼촌, 나두 가. 태민 그래, 다음에 보자. 영희 굶지 말구, 언제든 집에 와서 식사해요 도련님. 태민 (장난) 알겠습니다. 숙희 들어가요 언니. 영희 네. 태준의 가족이 차에 타고 사라진다. 멀뚱히 서 있는 두 사람. 숙희 그리 많지도 않은 식군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부산스럽니? 태민 (배를 만지며) 소화제라도 먹어야겠어. 숙희 그렇게 불편했어? 태민 적응 안 돼서 그래. 숙희 둘이서 술이라도 한 잔 할까? 나 이대로 집에 들어가기 싫은데. 태민 애인 없어? 숙희 징그럽게 무슨 애인이니? 하나 아빠 하나로 충분히 질렸다 난. 태민 질렸다면서, 이혼하고 나니까 더 금실이 좋아? 숙희 만나면 괴롭고, 헤어지면 그리운 사람들인가? (배시시 웃는다) 태민 술동무 해주고 싶은데, 난 오늘 좀 피곤해. 숙희 그래. 넌 젊구, 난 늙었다 이거지? 늙은 여자랑 같이 술 마시기 싫다고 하면 될 걸 핑계는. 태민 꼭 거절 못하게 이러더라. 숙희 (팔짱끼며) 뿌리치지 마옵소서 전하. 태민 그대의 청이 하도 간절하여 이번만 내, 동무를 해주리다. 깔깔거리며 걸어가는 두 사람. S#3. 단희 집 불 꺼진 방안에 홀로 누워 있는 단희. 오늘따라 어쩐지 혼자라는 사실이 서글프다. 잠이 쉽게 오지 않아 모로 누워 보지만,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자리에서 일어나 불을 켜고 마루로 나가 냉장고 문을 열고 소주를 한 병 꺼낸다. 마른 멸치와 고추장을 놓고 술상을 펴는 단희. 홀로 마루에 앉아 술을 마신다. (F.I) S#4. 회상/단희 집 마루 술상 앞에 앉아 있는 철수와 단희. 철수의 잔에 술을 따르자 철수가 그녀의 잔에 술을 채운다. 둘이서 웃는 얼굴로 건배하는. 단희 (쓴, 그러나 맛있는) 맛있다. 아버지랑 같이 마시는 술이 젤루 맛있더라. 손으로 마른 멸치를 고추장에 찍어 철수의 입에 넣어주는 단희. 철수 (기분 좋은) 난, 니가 고추장에 찍어주는 이, 멸치가 젤루 맛있다. 단희 (웃고) 이상하지 아버지. (행복한) 난, 이 멸치하구 소주 한 병만 놓고 앉아 있으면,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 들어. 큰 부자가 된 기분이야. 철수 (흐뭇하게 보지만, 안쓰러운) 단희 (배시시 웃는) 그래서 내가 멸치를 아버지 입에 넣어줄 때가 제일 행복하다. 자꾸만 내 배가 불러지는 것 같아. 철수 (거친 손으로 단희의 머리를 어루만지는) 나도 그래. 환한 웃음. 그러나 그 뒤의 쓸쓸함. S#5. 현실/마루 쭈그리고 앉아 혼자서 빈 잔에 술을 채우다 마른 멸치 머리를 떼고 고추장에 찍어 입에 넣는 단희. 눈에 눈물이 그렁하게 차오른다. 단희 (울먹이며) 이 멸치 먹고 싶어서, 아버진 어쩌냐? 나, 혼자 다 먹어야지. (눈물 한 방 울 떨어지고) 근데, 왜 배가 안 부를까. 행복하지도 않구. 그대로 무릎에 얼굴을 묻어 버리는 단희. S#6. 대산그룹 로비 허겁지겁 엘리베이터 앞으로 달려가는 단희.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속에 태민도 서 있다. 태민 (단희 옆에 서며) 비서가 나보다 늦으면 되나? 단희 (놀라 인사한다) 태민 (다리를 힐끔 보고, 단희 귀에 바짝) 스타킹 구멍 났어. 단희 (화들짝 놀라 내려다보는)? 태민 (킥킥) 놀라긴. 농담도 못 하나. 단희 (어이없는, 무시하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사람들 올라탄다. S#7. 엘리베이터 안 단희 뒤에 선 태민. 그런 태민이 자꾸 신경 쓰이는 단희. 태민 (속삭이듯) 육십 점. 단희 ? 태민 그다지 착한 몸매는 아닌데? 단희 (짜증나서 홱 돌아본다) 태민 (놀라는 척) 어이구, 무서워라. 단희 (사람들 의식해서 낮게) 장난하지 마세요. 태민 정말 화났나 보네. 단희 (상대하기 싫다) 태민 난, 성격 있는 여자가 좋더라. 단희 (한숨, 고개 절레절레 흔든다) 3층에서 사람들 내리고, 다시 문이 닫힌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두 사람 말고도 세 명이 더 있다. 옆으로 비켜나는 단희. 일부러 졸졸 뒤를 따라 움직이는 태민. 단희 (화 난) 왜 이러세요 정말? 단희의 목소리에 서 있던 사람들 쳐다본다. 그제야 단희 실수한 듯 고개 숙인다. 모른 척 시침 떼는 태민. 5층에서 사람들 내리고, 두 사람만 남는다. 태민 (옆에 서며) 비서가 이사한테 그렇게 소리 질러도 되나? 단희 (아무 말 못하고 서 있는) 태민 그것도 사람들 앞에서. (능청스럽게) 이런 것도 해고 사유가 되나? 단희 (눈을 찔끔 감고, 분을 삭이는) 6층에서 문이 열리면 돌아보지 않고 걸어가는 단희. 그 뒤를 졸졸 따라오는 태민. S#8.이사실 가방 내려놓고 차를 준비하려는 단희. 태민 어제 술을 좀 마셨더니, 속이 영 안 좋네. 이왕이면 꿀차로 한 잔 주지. 태민 들어가자 뒤를 노려보다 차를 준비하러 간다. 마침 꿀이 없는 걸 안 단희는 서둘러 사장실로 인터폰을 친다. 단희 언니, 이사실요. 혹시 꿀 있어요? (E)손 어, 있어. 단희 가지러 갈게요. 이사실을 나가는 단희. S#9. 사장실 뛰어 들어오는 단희. 손 싱크대 위쪽에 보면 있어. 먹을 만큼 덜어 가. 단희 네. (E)전화벨 소리. 손 네, 비서실입니다. (잠시) 네, 안녕하세요 의원님. 사장님, 지금 올라오고 계시는 중이십니다. (잠시) 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잠시) 네. 그때 태준의 걸어오고, 주방에서 나오려던 단희는 일부러 기회를 엿보고 있다가 타이밍을 맞춰 나온다. 태준과 부딪히는 단희. 단희 (놀란 척) 어머. 태준 (놀라 단희의 팔을 잡고) 괜찮아요? 단희 (꾸벅)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손 (놀라 나오고) 태준 (미스 손에게 손들어 보이며) 난, 괜찮아요. 단희 죄송합니다. 태준 (알아보는) 이사실에 있는 비서, 맞아요? 단희 네, 사장님. 태준 (낯설지 않은)? 단희 그럼. (인사하고 돌아서 가는) 태준 (걸음 떼다 돌아보는) 손 정의원님께서 전화 주셨습니다 사장님. 태준 (그제야 보는) 아, 그래요. S#10. 엘리베이터 앞 태준이 들어가자 돌아보는 단희. 표정 없는 얼굴로 보다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올라탄다. S#11. 이사실 노크소리. 차를 가지고 들어오는 단희. 책상 위에 있던 서류를 검토하는 태민. 단희 차, 어디다 놓을까요? 태민 (보지 않고) 여기다 둬. 책상 위에 차를 내려놓고 목례하고 돌아선다. 태민 (서류 들어 보이며) 이거, 언제 했어? 단희 (돌아보고) 어제 했습니다. 태민 (툭 던지며) 다시 해야겠는데? 단희 네? 태민 수정할 부분이 좀 많은데. 그러게 유비무환이란 말도 다 소용없다니까. (잔 들고) 내가 하라고 할 때 그냥 해. 잘하는 척, 열심히 하는 척 그러지 말고. 단희 (화나는) 이사님. 태민 (보는)? 단희 (뭐라 대꾸하고 싶은데, 그냥 참는) 아닙니다. 수정할 부분 체크해서 다시 주세요. 태민 그럼 나가 봐. 돌아서 나가는 단희. 그런 단희를 보다 피식 웃는 태민 태민 그러게 왜 자꾸 반응 하냐구. 너무 재밌잖아 내가. (웃는다) S#12. 풀잎 문화센터 앞 입구에서 옥신각신하고 있는 영희와 숙자. 숙자 (뿌리치며) 아, 글쎄 싫다구. 영희 하루만 해 봐요 고모. 하루만 해보구 그래도 싫음 하지 마세요. 숙자 올케 참 이상한 사람이네. 싫다는데 왜 그래? 영희 (애원) 원래 저 강의, 제가 한 거 아시죠? 요즘 도통 제가 바빠서 아는 후배가 대신 하고 있어요. 저기서 나오는 수익금, 결손 가장들 돕고 있거든요. 고모도 좀 참여 해 주세요. 요즘 회원 수가 좀 줄었어요. 도와주세요 고모. 숙자 (맘에 안 드는) 기부하면 되겠네. 돈으루 줄게. 영희 고모. 숙자 (안 내키지만) 내 고집은 아무 것도 아니네. 남 돕는다는데, 싫다할 수도 없구. 영희 (웃으며) 고마워요 고모. (숙자의 등을 떠민다) 숙자 (퉁해서 마지못해 걸어가는) S#13. 문화센터 강의실 강사와 무슨 말을 주고받는 영희. 쭈빗하게 서 있는 숙자. 영희가 웃으며 돌아선다. 영희 한 시간만 계시면 되요 고모. 이따 전화 드릴게요. (웃으며 나가는) 숙자 (그런 영희 보다, 눈치 보며 빈자리에 앉는다) 만수 (옆으로 돌아보며) 오실 줄 알았지. 숙자 (무시하고) 강사 (종이와 도구를 숙자 앞에 내려놓으며) 설명대로 따라 하시면 되요. 아님, 옆 사람 이 하는 걸 보셔두 되구요. 여기, 전문으로 배울 생각하고 오시는 분들이 아니거든 요. 자선이 목적이니까요. 하시다 보면, 재미가 붙으실 거예요. 잠깐만요. (다른 사람 의 자리에 가서 설명하는) 숙자 (책상위에 놓인 준비물, 멀뚱히 본다) 만수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 거요. 국민, 아니 요즘은 초등학생이지. 초등학생이 된 기분이라니까. 마음까지 순수해지는 것 같아서, 여기 올 때마다 마음이 들뜨곤 하지. (강사 가리키며) 저, 선생한테 칭찬 들을 땐, 아주 신나서 죽을 맛이라니까. 내가 그 거 재미 붙여서 여기 오는 거 아뇨. 숙자 (한심한) 만수 (낮게) 회춘이 뭐, 따로 있겠소? 숙자 (당황한) 망측도 해라. (고개 홱 돌리고 종이 잡는) 만수 (웃으며) 얼굴 빨개지는 것 좀 봐. 숙자 (앙칼지게) 친한 척 하지 말아요. 누가 댁하고 수다 떨고 싶대요? 만수 (그런 숙자가 귀여워 너털웃음만) S#14. 달리는 차 안. 운전하며 통화중인 영희. 영희 병원은요? (잠시) 돈이 없어서 못 가는 것도 아니구, 왜 안 가요? (사이) 고집 피우 지 말구, 병원 가요 당장. (사이) 영애는 소식 없구? (사이) 유학비 누가 대준 건데? (짜증) 잘난 척하면서, 내 돈은 쓰고 싶대? (사이) 실컷 학비 대줘, 유학비까지 대줬 더니 뭐? (화난) 앞으로 연락 하지 말라구 해 그럼. 나도 더 이상 걔, 안 봐요. (끊어 버리는) 나쁜 기집애. 지가 누구 때문에 공부하는데. S#15. 희망원 앞 영희의 차가 멈춰 선다. 차에서 내리는 영희. 옷차림은 평상시와는 달리 수수하다. 입구에 서서 심호흡을 하고, 표정이 확 변하는 영희. 밝게 웃으며 들어가는. S#16. 희망원 안 복도로 들어가자 아이들 뛰어와 영희의 팔에 매달린다. 둘러싼 아이들 속에 마냥 행복한 표정의 영희. 먼저 도착해 있던 일행들 고개 돌려 영희를 보고, 원장이 반가운 표정으로 맞이한다. 원장 (인사하며) 오셨어요? 영희 (인사) 제가 좀 늦었어요. 여자1 (청소하다가) 오늘도 혼자 오셨어요? 영희 (웃으며 가방 내려놓고, 아이 한 명 안으며) 주렁주렁 사람 달고 올 일도 아닌데. (아이 보며) 우리, 경원이 그새 살이 또 올랐네? 여자2 (환하게) 실컷 앓고 난 후로 식욕이 왕성해졌어요. 영희 (볼을 부비며) 그러게. 얼마나 이뻐? 경원아, 앞으로 아프며 안 된다. 알았지? 원장 (흐뭇한) 사모님, 정성이에요. 영희 (부끄러운) 원장님두. 제가 뭘 한 게 있다구. (아이 내려놓고) 나도 자식 키우는 사 람이라, 남의 애 같지 않아 그런 거죠. 그게 엄마의 마음, 아니겠어요? 세상의 모든 엄마들, 다 저 같은 마음이에요. (소매 걷으며) 자, 우리 다 같이 청소 시작해볼까? 아이들 (신나서) 네. 영희 오늘 청소 열심히 하면, 아줌마가 맛있는 피자 사준다. 아이들 (신난) 와아. 아이들과 함께 청소를 시작하는 영희를 바라보는 원장의 표정은 흐뭇하고 대견하다. 여자1 (원장 옆에 서며) 있는 집 여자, 같지 않죠? 언제나 한결 같은 사람이에요. 대단한 집 여자들, 이름 값한다구 맘에도 없는 기부하면서 생색만 내잖아요. (영희 보며) 평소엔 어떤지 몰라도, 여기 올 때만큼은 있는 티 안내고 오잖아요. 아이들한테도 진심으로 대하고. 그게 눈에 다 보여요. 왠지, 재력가다 싶음 색안경부터 끼고 봤는 데, 저런 분도 계시구나 싶어요. 원장 마음이 이쁘신 분이야. 여자1 참, 이번에 숨은 공로자란에 저 분, 인터뷰해요 원장님. 양기자님한테 연락해야겠네. 아이들과 장난치며 행복해 하는 표정의 영희. ------------------------------------------------------------------------------- 이번주 마지막 글일 것 같네요. 낼부터 담주 월욜까지는 대개 연휴죠? 저도 토욜은 오전 근무라서 글을 올릴 시간은 없을 것 같아요. 다들 성탄절 잘 보내시구요, 화욜날 좋은 얼굴로 뵈요. 참, 메리크리스마스!!!!
위험한 질주(3화-1)
S#1. 호텔 뷔페
음악이 낮게 흐르는 실내. 사람들 속에 진이와 완이는 접시를 들고 음식을 덜고 있다. 룸에 앉아
있는 태준의 가족들. 다들 식사 중이다.
숙자 (투덜) 갑자기 웬 뷔페야, 성가시게.
숙희 오랜만에 오니까 좋은데 뭘. 애들도 좋아하구.
태준 (와인을 마시고) 숙희 넌, 영국이하고 어쩔 거야?
숙희 문제 있어?
태준 그럼 문제없어?
숙희 그이두 나두 지금이 좋아. 하나도 거기가 좋다 그러구.
태준 재혼할 거 아님, 다시 합치던지.
숙희 (눈치 보며) 재혼은 뭐, 아무나 하나. 나 재혼한다 그럼, 오빠가 가만 있겠수?
태준 (흘겨보다 아무 말 못하는)
동섭 이번 말레시아 나갈 때, 한 번 들여다보고 와.
태준 네.
영희 도련님은 결혼 안 할 거?
태민 (피식) 저 같은 놈한테 시집 올 여자, 있겠어요?
숙자 (발끈) 니가 어때서? 그만하면 일등 신랑감이지.
동섭 그래, 너도 결혼 준비 할 나이가 됐다. 어디, 좋은 규수감이라도 있으면 소개 해보세요.
영희 정의원님 댁, 둘째 여식이 괜찮던데. 얼마 전에 바자회에서 한 번 봤거든요. 치과의
사라고 그러더라구요. 나이도 스물 여덟이구.
숙자 그 나이 되도록 시집 안 가고 뭐 했대? 집안 좋고, 능력 있는 여자, 그 나이에 혼자
라면 문제 있는 거지.
영희 공부 하느라 그랬대요.
숙자 여자가 너무 똑똑하면 피곤해.
태준 요즘 여자들, 다 그렇지만도 안 해요. 똑똑해서 나쁠 거 뭐, 있어.
그때 진이와 완이 들어온다.
진 오빠 땜에 창피해 죽겠어. (투덜대며 태민 옆에 앉는다)
영희 왜?
완 저는 교양 있고, 난 무식하다는 거죠. (진이 노려보다) 음식 많이 덜었다고 저래요.
동섭 (웃으며) 한참 먹을 나이다. 사내들은 그래, 진이야.
진 조금씩 덜어 먹으면 되잖아요.
완 내가 먹을 거야. 너더러 먹으래?
태준 (엄한) 진이는 오빠한테 말 함부로 하고 그러지 마. 그래도 오빤데, 너 자꾸 버릇 없
게 굴면 다음부턴 안 봐줘.
진 (퉁한) 네.
태준 완이 너도, 동생하고 똑같이 굴어야 돼? 오빠면 좀 봐주고 그래야지.
완 네.
동섭 그럼, 어디 날짜 한 번 잡아 보세요.
영희 그럴까요 도련님?
태민 싫어요 형수.
숙희 왜 싫어?
태준 왜? 따로 마음에 둔 여자, 있어?
태민 그냥, 여자 싫어요.
숙자 아직 젊은데, 왜들 난리야. 인생, 즐기다가 너 가고 싶을 때, 가. 결혼이 뭐 좋은 거라구.
동섭 누나가 돼서 잘 한다.
숙자 내 동생이라서 그래요. 남이면 내가 알게 뭐야.
태준 한 번 봐. 보는 것뿐인데, 뭘 그래.
영희 그래요, 도련님. 봐서 싫음 안 만나도 되구요.
태민 자리부터가 불편해서 싫어요. 마음 바뀌면 그때, 말씀 드릴게요.
숙자 (일어나며) 커피나 한 잔 마셔야겠다 난. 태민아 너두 마실래?
S#2. 호텔 입구
다들 밖으로 나온다. 동섭의 차가 먼저 나온다.
동섭 (기분 좋은) 자주 모이자구.
태준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영희 오늘, 저녁 감사합니다, 아주버님.
동섭 네.
영희 고모, 조심해서 들어가요.
숙자 (건성으로 손들어 보이고)
태민 들어가세요.
동섭 (흐뭇) 그래.
진,완 안녕히 가세요.
기사가 차 문을 열면 숙자가 먼저 올라타고, 뒤이어 동섭이 탄다. 손 흔드는 진과 완이. 사라지는 차.
뒤에 태준의 차가 선다.
숙희 오빠도 이제 늙었네. 안 보이던 흰머리가 다 보이구.
태준 하나한테 전화라도 자주 해.
숙희 자주 해요.
태민 들어가세요.
진 삼촌, 나두 가.
태민 그래, 다음에 보자.
영희 굶지 말구, 언제든 집에 와서 식사해요 도련님.
태민 (장난) 알겠습니다.
숙희 들어가요 언니.
영희 네.
태준의 가족이 차에 타고 사라진다. 멀뚱히 서 있는 두 사람.
숙희 그리 많지도 않은 식군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부산스럽니?
태민 (배를 만지며) 소화제라도 먹어야겠어.
숙희 그렇게 불편했어?
태민 적응 안 돼서 그래.
숙희 둘이서 술이라도 한 잔 할까? 나 이대로 집에 들어가기 싫은데.
태민 애인 없어?
숙희 징그럽게 무슨 애인이니? 하나 아빠 하나로 충분히 질렸다 난.
태민 질렸다면서, 이혼하고 나니까 더 금실이 좋아?
숙희 만나면 괴롭고, 헤어지면 그리운 사람들인가? (배시시 웃는다)
태민 술동무 해주고 싶은데, 난 오늘 좀 피곤해.
숙희 그래. 넌 젊구, 난 늙었다 이거지? 늙은 여자랑 같이 술 마시기 싫다고 하면 될 걸 핑계는.
태민 꼭 거절 못하게 이러더라.
숙희 (팔짱끼며) 뿌리치지 마옵소서 전하.
태민 그대의 청이 하도 간절하여 이번만 내, 동무를 해주리다.
깔깔거리며 걸어가는 두 사람.
S#3. 단희 집
불 꺼진 방안에 홀로 누워 있는 단희. 오늘따라 어쩐지 혼자라는 사실이 서글프다.
잠이 쉽게 오지 않아 모로 누워 보지만,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자리에서 일어나 불을 켜고 마루로
나가 냉장고 문을 열고 소주를 한 병 꺼낸다. 마른 멸치와 고추장을 놓고 술상을 펴는 단희.
홀로 마루에 앉아 술을 마신다. (F.I)
S#4. 회상/단희 집 마루
술상 앞에 앉아 있는 철수와 단희. 철수의 잔에 술을 따르자 철수가 그녀의 잔에 술을 채운다.
둘이서 웃는 얼굴로 건배하는.
단희 (쓴, 그러나 맛있는) 맛있다. 아버지랑 같이 마시는 술이 젤루 맛있더라.
손으로 마른 멸치를 고추장에 찍어 철수의 입에 넣어주는 단희.
철수 (기분 좋은) 난, 니가 고추장에 찍어주는 이, 멸치가 젤루 맛있다.
단희 (웃고) 이상하지 아버지. (행복한) 난, 이 멸치하구 소주 한 병만 놓고 앉아 있으면,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 들어. 큰 부자가 된 기분이야.
철수 (흐뭇하게 보지만, 안쓰러운)
단희 (배시시 웃는) 그래서 내가 멸치를 아버지 입에 넣어줄 때가 제일 행복하다. 자꾸만
내 배가 불러지는 것 같아.
철수 (거친 손으로 단희의 머리를 어루만지는) 나도 그래.
환한 웃음. 그러나 그 뒤의 쓸쓸함.
S#5. 현실/마루
쭈그리고 앉아 혼자서 빈 잔에 술을 채우다 마른 멸치 머리를 떼고 고추장에 찍어 입에 넣는 단희.
눈에 눈물이 그렁하게 차오른다.
단희 (울먹이며) 이 멸치 먹고 싶어서, 아버진 어쩌냐? 나, 혼자 다 먹어야지. (눈물 한 방
울 떨어지고) 근데, 왜 배가 안 부를까. 행복하지도 않구.
그대로 무릎에 얼굴을 묻어 버리는 단희.
S#6. 대산그룹 로비
허겁지겁 엘리베이터 앞으로 달려가는 단희.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속에 태민도 서
있다.
태민 (단희 옆에 서며) 비서가 나보다 늦으면 되나?
단희 (놀라 인사한다)
태민 (다리를 힐끔 보고, 단희 귀에 바짝) 스타킹 구멍 났어.
단희 (화들짝 놀라 내려다보는)?
태민 (킥킥) 놀라긴. 농담도 못 하나.
단희 (어이없는, 무시하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사람들 올라탄다.
S#7. 엘리베이터 안
단희 뒤에 선 태민. 그런 태민이 자꾸 신경 쓰이는 단희.
태민 (속삭이듯) 육십 점.
단희 ?
태민 그다지 착한 몸매는 아닌데?
단희 (짜증나서 홱 돌아본다)
태민 (놀라는 척) 어이구, 무서워라.
단희 (사람들 의식해서 낮게) 장난하지 마세요.
태민 정말 화났나 보네.
단희 (상대하기 싫다)
태민 난, 성격 있는 여자가 좋더라.
단희 (한숨, 고개 절레절레 흔든다)
3층에서 사람들 내리고, 다시 문이 닫힌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두 사람 말고도 세 명이 더 있다.
옆으로 비켜나는 단희. 일부러 졸졸 뒤를 따라 움직이는 태민.
단희 (화 난) 왜 이러세요 정말?
단희의 목소리에 서 있던 사람들 쳐다본다. 그제야 단희 실수한 듯 고개 숙인다.
모른 척 시침 떼는 태민. 5층에서 사람들 내리고, 두 사람만 남는다.
태민 (옆에 서며) 비서가 이사한테 그렇게 소리 질러도 되나?
단희 (아무 말 못하고 서 있는)
태민 그것도 사람들 앞에서. (능청스럽게) 이런 것도 해고 사유가 되나?
단희 (눈을 찔끔 감고, 분을 삭이는)
6층에서 문이 열리면 돌아보지 않고 걸어가는 단희. 그 뒤를 졸졸 따라오는 태민.
S#8.이사실
가방 내려놓고 차를 준비하려는 단희.
태민 어제 술을 좀 마셨더니, 속이 영 안 좋네. 이왕이면 꿀차로 한 잔 주지.
태민 들어가자 뒤를 노려보다 차를 준비하러 간다. 마침 꿀이 없는 걸 안 단희는 서둘러 사장실로
인터폰을 친다.
단희 언니, 이사실요. 혹시 꿀 있어요?
(E)손 어, 있어.
단희 가지러 갈게요.
이사실을 나가는 단희.
S#9. 사장실
뛰어 들어오는 단희.
손 싱크대 위쪽에 보면 있어. 먹을 만큼 덜어 가.
단희 네.
(E)전화벨 소리.
손 네, 비서실입니다. (잠시) 네, 안녕하세요 의원님. 사장님, 지금 올라오고 계시는 중이십니다.
(잠시) 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잠시) 네.
그때 태준의 걸어오고, 주방에서 나오려던 단희는 일부러 기회를 엿보고 있다가 타이밍을 맞춰
나온다. 태준과 부딪히는 단희.
단희 (놀란 척) 어머.
태준 (놀라 단희의 팔을 잡고) 괜찮아요?
단희 (꾸벅)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손 (놀라 나오고)
태준 (미스 손에게 손들어 보이며) 난, 괜찮아요.
단희 죄송합니다.
태준 (알아보는) 이사실에 있는 비서, 맞아요?
단희 네, 사장님.
태준 (낯설지 않은)?
단희 그럼. (인사하고 돌아서 가는)
태준 (걸음 떼다 돌아보는)
손 정의원님께서 전화 주셨습니다 사장님.
태준 (그제야 보는) 아, 그래요.
S#10. 엘리베이터 앞
태준이 들어가자 돌아보는 단희. 표정 없는 얼굴로 보다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올라탄다.
S#11. 이사실
노크소리. 차를 가지고 들어오는 단희. 책상 위에 있던 서류를 검토하는 태민.
단희 차, 어디다 놓을까요?
태민 (보지 않고) 여기다 둬.
책상 위에 차를 내려놓고 목례하고 돌아선다.
태민 (서류 들어 보이며) 이거, 언제 했어?
단희 (돌아보고) 어제 했습니다.
태민 (툭 던지며) 다시 해야겠는데?
단희 네?
태민 수정할 부분이 좀 많은데. 그러게 유비무환이란 말도 다 소용없다니까.
(잔 들고) 내가 하라고 할 때 그냥 해. 잘하는 척, 열심히 하는 척 그러지 말고.
단희 (화나는) 이사님.
태민 (보는)?
단희 (뭐라 대꾸하고 싶은데, 그냥 참는) 아닙니다. 수정할 부분 체크해서 다시 주세요.
태민 그럼 나가 봐.
돌아서 나가는 단희. 그런 단희를 보다 피식 웃는 태민
태민 그러게 왜 자꾸 반응 하냐구. 너무 재밌잖아 내가. (웃는다)
S#12. 풀잎 문화센터 앞
입구에서 옥신각신하고 있는 영희와 숙자.
숙자 (뿌리치며) 아, 글쎄 싫다구.
영희 하루만 해 봐요 고모. 하루만 해보구 그래도 싫음 하지 마세요.
숙자 올케 참 이상한 사람이네. 싫다는데 왜 그래?
영희 (애원) 원래 저 강의, 제가 한 거 아시죠? 요즘 도통 제가 바빠서 아는 후배가 대신
하고 있어요. 저기서 나오는 수익금, 결손 가장들 돕고 있거든요. 고모도 좀 참여 해
주세요. 요즘 회원 수가 좀 줄었어요. 도와주세요 고모.
숙자 (맘에 안 드는) 기부하면 되겠네. 돈으루 줄게.
영희 고모.
숙자 (안 내키지만) 내 고집은 아무 것도 아니네. 남 돕는다는데, 싫다할 수도 없구.
영희 (웃으며) 고마워요 고모. (숙자의 등을 떠민다)
숙자 (퉁해서 마지못해 걸어가는)
S#13. 문화센터 강의실
강사와 무슨 말을 주고받는 영희. 쭈빗하게 서 있는 숙자. 영희가 웃으며 돌아선다.
영희 한 시간만 계시면 되요 고모. 이따 전화 드릴게요. (웃으며 나가는)
숙자 (그런 영희 보다, 눈치 보며 빈자리에 앉는다)
만수 (옆으로 돌아보며) 오실 줄 알았지.
숙자 (무시하고)
강사 (종이와 도구를 숙자 앞에 내려놓으며) 설명대로 따라 하시면 되요. 아님, 옆 사람
이 하는 걸 보셔두 되구요. 여기, 전문으로 배울 생각하고 오시는 분들이 아니거든
요. 자선이 목적이니까요. 하시다 보면, 재미가 붙으실 거예요. 잠깐만요. (다른 사람
의 자리에 가서 설명하는)
숙자 (책상위에 놓인 준비물, 멀뚱히 본다)
만수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 거요. 국민, 아니 요즘은 초등학생이지. 초등학생이 된
기분이라니까. 마음까지 순수해지는 것 같아서, 여기 올 때마다 마음이 들뜨곤 하지.
(강사 가리키며) 저, 선생한테 칭찬 들을 땐, 아주 신나서 죽을 맛이라니까. 내가 그
거 재미 붙여서 여기 오는 거 아뇨.
숙자 (한심한)
만수 (낮게) 회춘이 뭐, 따로 있겠소?
숙자 (당황한) 망측도 해라. (고개 홱 돌리고 종이 잡는)
만수 (웃으며) 얼굴 빨개지는 것 좀 봐.
숙자 (앙칼지게) 친한 척 하지 말아요. 누가 댁하고 수다 떨고 싶대요?
만수 (그런 숙자가 귀여워 너털웃음만)
S#14. 달리는 차 안.
운전하며 통화중인 영희.
영희 병원은요? (잠시) 돈이 없어서 못 가는 것도 아니구, 왜 안 가요? (사이) 고집 피우
지 말구, 병원 가요 당장. (사이) 영애는 소식 없구? (사이) 유학비 누가 대준 건데?
(짜증) 잘난 척하면서, 내 돈은 쓰고 싶대? (사이) 실컷 학비 대줘, 유학비까지 대줬
더니 뭐? (화난) 앞으로 연락 하지 말라구 해 그럼. 나도 더 이상 걔, 안 봐요. (끊어
버리는) 나쁜 기집애. 지가 누구 때문에 공부하는데.
S#15. 희망원 앞
영희의 차가 멈춰 선다. 차에서 내리는 영희. 옷차림은 평상시와는 달리 수수하다.
입구에 서서 심호흡을 하고, 표정이 확 변하는 영희. 밝게 웃으며 들어가는.
S#16. 희망원 안
복도로 들어가자 아이들 뛰어와 영희의 팔에 매달린다. 둘러싼 아이들 속에 마냥 행복한 표정의 영희. 먼저 도착해 있던 일행들 고개 돌려 영희를 보고, 원장이 반가운 표정으로 맞이한다.
원장 (인사하며) 오셨어요?
영희 (인사) 제가 좀 늦었어요.
여자1 (청소하다가) 오늘도 혼자 오셨어요?
영희 (웃으며 가방 내려놓고, 아이 한 명 안으며) 주렁주렁 사람 달고 올 일도 아닌데.
(아이 보며) 우리, 경원이 그새 살이 또 올랐네?
여자2 (환하게) 실컷 앓고 난 후로 식욕이 왕성해졌어요.
영희 (볼을 부비며) 그러게. 얼마나 이뻐? 경원아, 앞으로 아프며 안 된다. 알았지?
원장 (흐뭇한) 사모님, 정성이에요.
영희 (부끄러운) 원장님두. 제가 뭘 한 게 있다구. (아이 내려놓고) 나도 자식 키우는 사
람이라, 남의 애 같지 않아 그런 거죠. 그게 엄마의 마음, 아니겠어요? 세상의 모든
엄마들, 다 저 같은 마음이에요. (소매 걷으며) 자, 우리 다 같이 청소 시작해볼까?
아이들 (신나서) 네.
영희 오늘 청소 열심히 하면, 아줌마가 맛있는 피자 사준다.
아이들 (신난) 와아.
아이들과 함께 청소를 시작하는 영희를 바라보는 원장의 표정은 흐뭇하고 대견하다.
여자1 (원장 옆에 서며) 있는 집 여자, 같지 않죠? 언제나 한결 같은 사람이에요. 대단한
집 여자들, 이름 값한다구 맘에도 없는 기부하면서 생색만 내잖아요. (영희 보며)
평소엔 어떤지 몰라도, 여기 올 때만큼은 있는 티 안내고 오잖아요. 아이들한테도
진심으로 대하고. 그게 눈에 다 보여요. 왠지, 재력가다 싶음 색안경부터 끼고 봤는
데, 저런 분도 계시구나 싶어요.
원장 마음이 이쁘신 분이야.
여자1 참, 이번에 숨은 공로자란에 저 분, 인터뷰해요 원장님. 양기자님한테 연락해야겠네.
아이들과 장난치며 행복해 하는 표정의 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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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마지막 글일 것 같네요. 낼부터 담주 월욜까지는 대개 연휴죠?
저도 토욜은 오전 근무라서 글을 올릴 시간은 없을 것 같아요.
다들 성탄절 잘 보내시구요, 화욜날 좋은 얼굴로 뵈요.
참, 메리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