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연인은 사기꾼 스타. (63)

새끼손가락2003.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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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왔어요..."

 

승희는 힘없이 말을 하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주방에 계셨던지 엄

 

마가 나오시며 그녀를 잡았다.

 

"너는 자고 올 거면 자고 온다고 말을 했어야지 이것아. 늦는다고 말만 하고 안 들어오니깐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미안... 오랜만에 만나다 보니간 할 말도 많고... 그냥 그렇게 됐어. 미안해 엄마."

 

"그러면 그렇다고 아침에 눈 뜨자마자 전화라도 다시 해 주던지. 아무 소식이 없으니깐...

 

근데 너 얼굴이 왜 그 모양이야? 무슨 일 있었어?"

 

"어?! 아니 일은 무슨... 흐흐 어제 경희하고 좀 과하게 한잔 했거든. 그래서.. 그래서 그래..."

 

언제나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을 경우에는 먼저 달라붙어서는 아무 말도 못하게 야양을 떨던

 

아이였는데 이상하게도 어깨가 축 쳐진 것이 무슨 일인가 있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아무 연

 

락 없이 외박하고 들어온 딸아이를 이번에는 따끔하게 한마디 해 주려고 했는데 그런 승희

 

의 모습에 이내 걱정스런 표정으로 바뀌는 엄마였다. 아무리 어제 마신 술 때문이라 하더라

 

도 전에 없는 모습에 내심 걱정부터 앞섰던 것이다.

 

"밥은.. 먹었어? 콩나물 국이라도 끓어주련?"

 

"... 헤헤 응 끓여 주라.. 나 죽을 것 같아."

 

승희는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바로 대답 할 수가 없었다. 다 큰 계집애가 아무 말도 없이

 

외박을 하고 들어왔으니 밤새 얼마나 걱정했겠는가 하지만 그러하셨음에도 불구하고 딸아

 

이에 표정 하나만으로 무어라 혼내시기는커녕 되려 자신을 걱정하시며 해장국을 끓여 주신

 

다는 엄마를 보자 왠지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승희는 어제 저녁 시간이 계속 늦어지자 집

 

에 전화를 했었다. 오랜만에 친구인 경희를 만났는데 아무래도 늦어지게 될 것 같다고 혹시

 

라도 많이 늦어지게 된다면 남자인 이들과 있다는 것보다야 그래도 여자인 경희가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경희를 팔아먹었던 것이다.

 

'미안해 엄마... 그리고.. 사랑해...'

 

승희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자신을 잠시 바라보시다 주방으로 들어가시는 엄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만 그렇게 말을 하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승희는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그대로 침대로 쓰러졌다. 화장실 안에서 듣던 동민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

 

았다.

 

"풋 푸하하하... 하하하..."

 

그때 화장실 거울에 비춰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아마도 바로 화장실에서

 

뛰쳐나가 그녀의 주 특기인 이단 옆차기를 날려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 또한 자신

 

의 모습에 할 말을 잃었었기 때문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못한 채 한숨만을 쉬며 화장실

 

안에 박혀 있어야만 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도 안 웃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거지... 웃을 만도 하다... 에휴...'

 

승희가 주방에서 뒤로 도는 순간 동민이 방에서 나오고 있었다. 승희는 나오는 동민의 모습

 

을 보자 당황했고 못 본 척 화장실로 달려갈까 하다가 중간에 마주치게 될 거라는 생각에 다

 

시 뒤로 돌았다. 그와 마주친 상황에서 고개를 돌리거나 숙인다는 것이 더 이상하게 보일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돌아섰던 것이었다.

 

'제발... 제발 이쪽으로 오지 말고 화장실로 가라.. 화장실로 가라.. 화장실로 가라...'

 

하지만 하늘도 무심하시지... 어느새 자신의 뒤에 와서는 물을 달라고 하는 동민이었다.

 

"승희야 나 물 좀 주라."

 

"에?! 예..."

 

승희는 그가 더 이상 가까이 오지 않게 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엎어진 컵을 바로

 

놓고 냉장고에서 새 생수 병을 꺼내고.. 그리고 뚜껑을 따는데... 뚜껑을 따는데...

 

'우시 이게 왜 안 따지는 건데... 왜? 왜? 왜....?'

 

잘만 따지던 생수 뚜껑이 그 순간에는 안 따지는 것이었다. 마음이 급해서인지 자신도 모르

 

게 윗옷 밑단에 병을 넣고는 돌렸다. 하지만 겉돌기만 할 뿐 열리지가 않았다.

 

"왜?! 뚜꼉이 안 열려? 줘바 내가 딸게."

 

"에?! 아니.. 제가.. 제가 딸 수 있.. 는데..."

 

다리가 길어서 인지 아니면 목마름에 기다리지 못해서 인지 벌써 자신의 옆에 서서는 생수

 

병을 잡아드는 동민이었다.

 

"줘. 내가 따..."

 

말이... 말이 끊어졌다. 그렇다면 분명... 분명... 승희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그

 

리곤 뒤로 돌아 화장실로 냅다 뛰었다. 화장실로 들어와 문을 잠그고 조금 있으니 아니나 다

 

를까 동민의 자지러지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풋.. 푸하하하... 하하하..."

 

'우이시...'

 

 

 

동민은 어제 마신 술 때문인지 갈증을 느끼며 잠에서 깼다. 갈증이 심해선지 물을 마셔야겠

 

다는 생각만으로 방에서 나와 주방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 곳엔 승희가 있었고 아무 생각

 

없이 그녀에게 물을 달라고 했다. 하지만 병뚜껑이 잘 안 따지는지 끙끙거리고 있는 승희가

 

보였고 자신이 따겠다며 그녀 곁으로 가서 병을 잡아들었다. 그러다 그녀의 얼굴을 보게 되

 

었고 하던 말과 함께 그의 시선이 그녀의 눈에 멈춰졌던 것이다.

 

'풋.. 웃으면 안돼... 웃으면 안돼... 풋.. 웃으면.. 웃으면... 안 되는데... 풋'

 

"푸하하하..."

 

동민은 참으려고 했다. 하지만 자신도 감당 할 수 없을 정도로 삐져나오는 웃음을 동민으로

 

서도 도저히 참아낼 수가 없었다. 안 그래도 퉁퉁 부은 눈이 가관이었는데 잠깐 동안 그녀가

 

눈을 감았을 때의 모습은 정말이지 말로는 표현 할 수 없을 만큼이나 웃겼다.

 

동민은 갈증도 잊은 채 한손에는 생수 병을 그리고 나머지 한손으로는 배를 움켜쥐고는 바

 

닥에 쓰러져 데굴데굴 굴렀다. 동민의 웃음소리에 깼는지 동민이 나가는 소리에 깼는지 동

 

석 또한 방에서 나왔다.

 

"야! 아침부터 무슨 일인데 그렇게까지 나자빠져서 웃고 있냐? 뭐 복권에라도 당첨 됐냐?"

 

부스스한 모습으로 한손으로는 배를 긁으며 동석이 물었다. 동민은 웃느라고 동석에 말을

 

듣지 못했다.

 

"야!!"

 

"하하하... 어...?! 흐흐흐..."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인데 그래?"

 

"어?! 아니야.. 하하하..."

 

"인마! 아니긴 뭐가 아니야... 야!! 뭔데 그래?"

 

"어?! 어... 흐흐흐 아니.. 우리 집에... 하하하 두꺼비... 뚜꺼비가 있거든.. 하하하..."

 

"뭐?! 두꺼비? 이 자식이 아침부터 무슨 개뼈다귀 뜯는 소리를 하고 있어?! 두꺼비가 우리

 

집에 왜 있어..?! 지금쯤이면 겨울 잠 잘 곳을 찾느라고 정신이 없을 텐데.. 인마!! 정신 사

 

나우니깐 그만 웃어. 안 그래도 술이 덜 깨서 정신없어 죽겠고만..."

 

"어?! 풋 푸하하하..."

 

동민은 겨울 잠 잘 곳을 찾느라고 정신이 없을 거라는 동석의 소리에 더 웃음이 나왔다.

 

"야!!!"

 

"하하하 어. 어.. 알았어... 알았다고.. 하하하"

 

동민은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야! 근데 화장실 문이 잠겼다. 누가 있나?!"

 

막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하는데 다시 동석에 말이 들려왔다.

 

"풋.. 겨울 잠 잘 곳으로 거기를 골랐나부지... 푸하하하..."

 

'으... 저 .. 저 인간이...!!'

 

화장실에서 그 소리를 다 듣고 있던 승희는 주먹을 꼭 쥔 채 이를 갈았다. 그리고 잠시 뒤

 

밖에서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앉자 승희는 조심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커피를

 

들고 나오는지 잔을 들고 거실로 나오는 동석과 눈이 마주쳤다.

 

"야! 승희야... 너.. 너 얼굴이 왜그래... 자다가 침대에서 떨어졌어?"

 

'눈도 좋지.. 그리고 댁 침대는 자다가 떨어지면 눈만 이렇게 되냐? 이 밥통 같은 아저씨야!'

 

"헤.. 아.. 아니요.. 가끔.. 가끔 술 마신 다음날.. 이렇게 될 때가 있어요..."

 

걱정스러워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궁금함에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던 건지 동석이 다가오고

 

있었다.

 

"저.. 저 아무래도 지금 가 봐야 할 것 같거든요. 말없이 안 들어가서 많이 걱정하고 계실 거

 

예요."

 

승희는 얼굴을 돌린 채 빠르게 말하곤 동석의 방으로 들어갔다. 승희의 민망함을 알아차렸

 

는지 방으로까지는 따라 들어오지 않았다. 대신 문 앞에서 말 하고 있는 동석이었다.

 

"승희야 얼음 마사지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니야? 얼음 있는데 갖다 줄까?"

 

"아니요. 괜찮아요.. 조금 있으면 풀릴거예요.."

 

승희는 차로 대려다 준다는 동석을 뒤로하고 숙소에서 나왔다. 다행이도 그녀가 간다고 해

 

도 동민은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아마도 다시 그녀의 모습을 보면 또  다시 웃음이 터질까

 

봐서 안 나왔던 것 같다.

 

'훗 가끔 철딱서니 없어 보이긴 해도 저 인정머리 없는 곰탱이 보다야 그래도 저렇게 나마

 

아직 순수함이 남아 있는 동석이 오빠가 훨씬 났지... 에휴 나쁜 인간...'

 

승희는 그렇게 퉁퉁 부은 눈으로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다.

 

"휴..."

 

침대에 누워 있는 승희에 입에선 연신 한숨만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나저나 그 곰탱이를 내일 어떻게 본담... 분명히 나보면 또 웃을 텐데... 에이시 처음부터

 

그 곰탱이랑 같이 가는 게 아니었는데... 이게 다.. 이게 다.. 차.. 승..우..!! 차 승우 이 자식!

 

이 자식 때문이야!!'

 

"으... 차 승우...!!"

 

원통하게도 승우는 집에 없었다. 그녀의 보복이 두려웠는지 그 녀석은 오늘 아침 일찌감치

 

친구들과 여행을 간다며 나갔다고 그녀의 엄마가 말씀하셨다.

 

'차 승우... 오기만 해봐. 넌 바로 사망이야...'

 

아침에 있었던 일과 승우에 대한 분통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승희는 그날 남은

 

시간을 그냥 잠으로 때워버렸다. 그리고 다음날... 한창 촬영준비로 분주한 드라마 세트장

 

에는 바삐 움직이는 스텝들 사이로 눈에 띄게 상반되는 분위기로 있는 두 사람이 있었다.

 

무엇이 그리 웃긴지 정신 나간 사람처럼 혼자서 낄낄거리고 있는 동민과 그런 동민을 화난

 

표정으로 힐끔힐끔 노려보고 있는 승희. 두 사람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어제의 일로 두 사

 

람 사이에만 있었던 안 보이는 벽이 사라질 거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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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 이번에도 이어서 올린다고 올렸습니다.

암쪼록 행복은 주말 즐거이 보내시길 바라면서 전 담에 또 뵐게요.

항상 잊지 않고 이어서 봐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함다~~" 그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