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세라믹변기2006.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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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겐 정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친구가 둘 있었습니다.

한 남자. 그를 J군이라 칭하죠.

한 여자. 그녀를 A양이라 칭하죠.

그리고 저 K.

J군은 어린 시절 동네에서 제일 작고 멍청했던 저를 항상 구해주던 슈퍼맨이였습니다.

매일매일 제가 쫒아다녔죠. 귀찮아 하면서도 충직한 강아지처럼 쫄랑쫄랑 쫒아다니는 저를

챙겨주었습니다. 솔직히 저희 집은 속된말로 콩가루 집안이라고 하죠?

아버지가 사업하시다 망한 후로 술드시고 임신한 엄마 때리시기도 하고 집안 살림 부수는건

애교였고 어린 절 두고 맞다 맞다 참지못한 엄마가 집을 나가셨다 들어오는것도 미친듯이 반복되고

그 추운 겨울날 맨몸으로 쫒겨나기도 했습니다.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말이죠.

그럴때마다 J군은 그 작은 몸으로 절 지켜주곤 했습니다.

집앞에 주저앉아 흐느껴우는 저를 업어다 자기집에서 재워주기도하고 밥도먹여주고 그랬죠.

사실 저희 둘다 불우한 가정이였기때문에 상처가 많았습니다. 공감대가 형성되서 서로 그렇게

죽고 못살았는지도 모르죠.

그렇게 일년이 흐르고 또 일년이 흘러 반복되는 삶을 살고있을때였습니다.

한 여자아이가 전학을왔습니다. 시골에서 올라온 그 애는 적응을 하지 못했습니다.

마치 절 보는듯 해서 참 친하게 지냈죠. 우리 셋은 항상 함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참 웃긴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제가 멍청하다는걸 다시한번 깨닫게되는 날이기도 했죠. 언젠가부터 J군과 A양이 절 따돌리기 시작하더니 둘이 사귄다더군요.

그 때 깨달았습니다. 내가 J군을 정말 좋아한다는 사실을...그건 가족애도 아니였고, 동지애도 아니였다는걸...버스는 떠났다는걸...십톤짜리 망치가 뒷통수를 때리는 느낌이였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눈물이 넘치고 넘쳐 숨이막히고 이대로 내 눈물에 퐁당빠져 죽는게 아닌가 싶을정도로.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두통을 호소하면서도 울고 또 울었습니다. 다음 날 일어나니까 안그래도 작은눈이 더 작아져있더군요. 아니, 아예 앞이 안보였어요.

그 상태로 학교를가면 이 두 친구가 걱정할까봐 그 날은 학교에 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죽이고 죽이면서 허송세월을 보낼때 친하게 지내던 언니가 남자를 소개해줬어요. 저보다 두살 많은 그와 될대로 되란식으로 사겼는데 역시나 J군에게서 마음이 떠나질 않더군요. 결국엔 그 오빠도 상처입히고 저도 만신창이가 됬습니다. 병신같은 그 오빠는 눈물많고 어리석은 절 지탱해주는 기둥같은 사람이였습니다. 터놓지 못하는 속마음을 J군이 아닌 그 오빠에게 많이 하소연했습니다. 그렇게 마음에서 J군을 놓으려 발버둥쳤습니다. A양과 J군은 2년을 사귀다 헤어지게됐습니다. 이유는 A양에게 다른 남자가 생겼다더군요. 아니 J군과 사귈때부터....J군은 그 사실을 애초에 알았으면서도 A양을 놓지 못해서 그냥 모른척 했다더군요. 하...이 무슨 신의 농간이야...너무너무 화가났습니다. 멍청한 J군에게도 영악한 A양에게도 그 이름모를 남자에게도 그리고 J군이 헤어진걸 기뻐하는 나에게도.

화를 풀 상대가 필요했습니다. 어딘가에 이 주체할 수 없는 화를 풀어야했습니다. 그게 A양이였습니다. 그녀를 찾아가 다짜고짜 뺨을 때렸습니다. 그렇게 믿던친구였는데. 서로 너무나도 행복해보여 내 마음따윈 내비추지도 못했는데. 내 분신같은 J군을 아프게한 A를 용서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녀를 때리며 눈앞이 보이지 않을정도로 울었습니다. 그녀에게 다시는 보지 말자며  너같은건 더럽다며 모진말로 모욕했습니다. 그걸 알게된 J군이 절 찾아와 묻더군요. 네가 정말 K맞냐고. 니가 내 친구 K 맞냐고. 난 너같은 친구 둔적 없다고. 왜 A를 때리냐고. 너무 소중한 A를 왜 때리냐고. J가 울었습니다. 평생 내앞에서 눈물 보이지 않던 그 J가, 엄마가 떠날때도 울지않던 J가 울었습니다.

그래서 외쳤습니다. 나도 니가 소중하다고. 니가 너무 좋아서 니가 날 때린것처럼 나도 A를 때렸다고

그게 잘못된거냐고 외쳤습니다. 한참동안 말이없던 J가 입을 열었습니다.

넌 언제나 내게 동생이고 가족이라고. 미안하다고.

등을 보이는 J를보며 목청이 터져라 소리쳤습니다.

다시는 보지마. 네게 여자가 아니면 다시는 보지마. 죽을때까지 보지마.

너무 슬프면 눈물이 안나더군요. 마음이 아프지 않더군요.

며칠 후. 그 앤 죽었습니다.

교통사고였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차갑게 식어 누워있는 그 애의 피투성이 손이....역겨웠던 그 피냄새가...

하늘이 까맣게 변했습니다.

내 시간은 그날 그대로 멈춰있었습니다.

J의 장례식에 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그 애가 죽은걸 인정하게될까봐 너무 무서웠습니다.

나를 용서할까봐 무서웠습니다. 까맣게 잊어버릴까 무서웠습니다.

세상에 나 혼자가될까봐 무서웠습니다.

 

J가죽고 5년이 흐른 지금 그 아이에게 다녀온 길입니다.

비로소 J를 향한 내 마음을 접고. 세상을 향한 발돋움이 필요했기에...

아직 날 용서하진 못했지만 J의 꿈을 내가 대신 꾸고싶어 다녀왔습니다.

사진속의 J는 아직 15살 여름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향을 피우고 내려오던 그 길에 얼마나 많은 눈물이 흘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날 흘리지 못했던 눈물이 이제야 나왔습니다.

J야...미안해.

좋아했습니다.

사랑했습니다.

다시 만나 반가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