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객들 가운데는 심한 진상들도 있었고, 반대로 심야에 만난 아가씨 손님들은 넘 좋아라 하더군요.
신년초부터 진상들이 속뒤집어 놓은 얘기를 쓰는 건, 네티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듯 싶어 그쪽 이야기가 아닌 조금은 다른쪽 이야기를 써 볼까 합니다.
지난 해 여름, 새벽시간에 일을 할 때였습니다.
강남 대치4거리 근처쯤이라 기억이 됩니다.
새벽 5시 무렵, 열심히 발품을 팔며 이리저리 손님 찾으러 다닐때였습니다.
저 만치서 어떤 여자분이 혼자서 손을 들어 차를 세우더군요.
얼른 차를 세웠는데, "어라~"
타지를 않고 가만 서서 나를 쳐다만 봅니다.
이런 경우 뭔 사연이 있다는 거~ 그래서 얼른 창문을 내렸습니다.
그랬더니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 여자분이 하는 말,
"저기요, 죄송한데요, ㅇㅇ역까지 가주실 수 없을까요? 그리고 거기 가서 차비 드리면 안될까요?"
유난히 손님이 없어 간신히 개시만 하고 돌아다니던 시점이었지만
택시 제대로 타고 가기 어려운 사정이 빤한데, 도무지 외면하고 떠나버릴 수가 없더라구요.
저는 씨익 웃으며 그랬습니다.
"타세요. 가서 주셔도 됩니다."
그 손님은 손지갑으로 보이는 화장품 담는 조그만 주머니 하나 달랑 들고 타시더군요.
저는 평소 습관대로 그 여자 손님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목적지까지 원하는 방향 있으시면 말씀해 주시구요.
지름길 있으면 번거롭더라도 얘기해 주시면 손님이 원하시는 길로 가드릴게요."
물론 가면서 "혹시 차비를 떼이는 건 아니겠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습니다.
"손님을 믿자, 만일 일부러 차비 떼어먹고 도망갈 사람이라면 도착해서 주겠다는 말을 애초에 하지 않고 운전사 방심하게 해놓고 튀지, 누가 그렇게 친절(?)한 양해를 구하고 타겠는가, 정말 손님을 믿자. 사람을 믿자." 이렇게 생각을 하며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어스름한 고가도로 밑을 지나 희미한 가로등이 있는 어느 긴 골목앞에 그 분이 내렸습니다.
그때까지 나온 요금이 9.000원 정도 쯤이었더랬습니다.
"죄송하지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그 한마디와 함께 그 손님은 좀전에 가지고 탔던 까만 주머니를 조수석에 두고 내리는 겁니다.
내가 담보를 요구한 것도 아닌데...도 그 분은 그렇게 내리더군요.
그런데...골목길로 훌쩍 들어가더니..그분 정말 모습을 드러내질 않는 겁니다.
아시다시피 택시는 정말 시간이 돈인데...슬슬 초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메타기는 속절없이 올라가고 9,800원쯤 되었을때..안되겠다 싶어 저는 일단 메타기부터 껐습니다.
(왜냐하면 사납금에 메타기 요금을 합산해서 다 계산해야 하는 회사라서)
그리고 얼마를 기다렸는지 모르겠습니다.
5분 아니 10분은 되어가는 듯..슬슬 초조해지고 믿음에 대한 균열조짐이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가 없었거든요..좀 당황도 되고, 오래전에 읽었던 어느 택시 기사 얘기도 악몽처럼 떠오르기까지..그 이야긴 뭐냐하면요, 예전에 어떤 택시 운전자께서 저녁때 어느 백화점 앞에서 큰 쇼핑백 2개를 든 아가씨 손님을 어느 골목앞에 내려줬는데 차비가 모자란다며 잠깐 기다리라 했다는거죠. 그래서 기사는 손님이 백화점 쇼핑백도 뒤에 두고 내렸는데 설마 하고 기다렸다죠. 그런데 진짜로 오랜 시간 기다려도 그 아가씨가 안와서 쇼핑백을 보니까 신문으로 꽉 차있었다는 사실..)
하여튼 그 분이 10분가까이 모습을 안드러내니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드는 겁니다.
그래도 처음엔 고개를 내저으며 "사람을 믿기로 했으면 끝까지 믿어야지."하고 기다렸습니다.
그러다가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서 판단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저는 그 분이 두고 내린 까만 주머니를 내려다 보기 시작했습니다.
"아, 이거 열어보고 싶다. 혹시 쓰레기 같은 게 담겨 있는 건 아닐까?"
"안돼. 열어보지 말자..믿자.."
"열어보자.."
"안돼.."
이렇게 갈등을 하던 끝에 나도 모르게 그 주머니를 손에 쥐었습니다.
그런데 그 주머니는 얼마나 낡아 있던지, 게다가 손잡이 지퍼 고리까지 떨어져 나가 있는 겁니다.
더 불안해진 마음과 끝까지 믿어주지 못한 미안한 가책이 뒤섞인 마음으로 그 주머니를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다가 결국엔 그 주머니를 열어보았습니다.
그날 제 택시 타셨던 여자분 정말 미안했습니다.
*톡에 대한 감사의 글*
부족한 글 좋게 잘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사실 좋은 일보단 어이없는 일이 더 많았지만, 저는 나쁜 일을 볼때는 좁쌀처럼 봅니다. 그리고 좋은 일은 돋보기처럼 크게 본답니다. 그러면 마음에 평정을 빨리 찾을수 있어 좋더라구요.
좋은 손님들 많이 만났구요. 또 제 택시 탔던 아가씨 손님들중에는 제 택시만 골라타시는 등, 저와 좋은 인연을 지속하고 있는 손님들도 몇 분 있어요.
또 불경기라서 많이들 힘들어 하시는데...그런 분들 만나면 많이 위로도 해드리곤 합니다.
"여름에 장마라고 비만 줄곧 내리는 거 아니고 비가 그치면 먹구름도 사라지고, 햇살이 비추듯이
어려운 일 겪고 있는 중이라면, 이제는 해가 날 차례가 된 것 아니겠느냐"고 말입니다.
어쨌든 새해에는 모두가 서로 격려하고, 믿어주고 힘을 북돋아주는 따뜻한 2007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정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라겠습니다.
가까운 시일에 또 다른 글 재미난 사연 일기에서 골라서 올리도록 약속 할게요.
다들 건강하시구요^^
부족한 글 임에도 톡의 반열에 오르게 해주신 모든 분들께 거듭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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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밖에 안된 아줌마 택시 운전사입니다.
1년간 택시 하면서 겪은 얘기 하자면 '사건25시'저리 가라할 정도로 많습니다.
취객들 가운데는 심한 진상들도 있었고, 반대로 심야에 만난 아가씨 손님들은 넘 좋아라 하더군요.
신년초부터 진상들이 속뒤집어 놓은 얘기를 쓰는 건, 네티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듯 싶어 그쪽 이야기가 아닌 조금은 다른쪽 이야기를 써 볼까 합니다.
지난 해 여름, 새벽시간에 일을 할 때였습니다.
강남 대치4거리 근처쯤이라 기억이 됩니다.
새벽 5시 무렵, 열심히 발품을 팔며 이리저리 손님 찾으러 다닐때였습니다.
저 만치서 어떤 여자분이 혼자서 손을 들어 차를 세우더군요.
얼른 차를 세웠는데, "어라~"
타지를 않고 가만 서서 나를 쳐다만 봅니다.
이런 경우 뭔 사연이 있다는 거~ 그래서 얼른 창문을 내렸습니다.
그랬더니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 여자분이 하는 말,
"저기요, 죄송한데요, ㅇㅇ역까지 가주실 수 없을까요? 그리고 거기 가서 차비 드리면 안될까요?"
유난히 손님이 없어 간신히 개시만 하고 돌아다니던 시점이었지만
택시 제대로 타고 가기 어려운 사정이 빤한데, 도무지 외면하고 떠나버릴 수가 없더라구요.
저는 씨익 웃으며 그랬습니다.
"타세요. 가서 주셔도 됩니다."
그 손님은 손지갑으로 보이는 화장품 담는 조그만 주머니 하나 달랑 들고 타시더군요.
저는 평소 습관대로 그 여자 손님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목적지까지 원하는 방향 있으시면 말씀해 주시구요.
지름길 있으면 번거롭더라도 얘기해 주시면 손님이 원하시는 길로 가드릴게요."
물론 가면서 "혹시 차비를 떼이는 건 아니겠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습니다.
"손님을 믿자, 만일 일부러 차비 떼어먹고 도망갈 사람이라면 도착해서 주겠다는 말을 애초에 하지 않고 운전사 방심하게 해놓고 튀지, 누가 그렇게 친절(?)한 양해를 구하고 타겠는가, 정말 손님을 믿자. 사람을 믿자." 이렇게 생각을 하며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어스름한 고가도로 밑을 지나 희미한 가로등이 있는 어느 긴 골목앞에 그 분이 내렸습니다.
그때까지 나온 요금이 9.000원 정도 쯤이었더랬습니다.
"죄송하지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그 한마디와 함께 그 손님은 좀전에 가지고 탔던 까만 주머니를 조수석에 두고 내리는 겁니다.
내가 담보를 요구한 것도 아닌데...도 그 분은 그렇게 내리더군요.
그런데...골목길로 훌쩍 들어가더니..그분 정말 모습을 드러내질 않는 겁니다.
아시다시피 택시는 정말 시간이 돈인데...슬슬 초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메타기는 속절없이 올라가고 9,800원쯤 되었을때..안되겠다 싶어 저는 일단 메타기부터 껐습니다.
(왜냐하면 사납금에 메타기 요금을 합산해서 다 계산해야 하는 회사라서)
그리고 얼마를 기다렸는지 모르겠습니다.
5분 아니 10분은 되어가는 듯..슬슬 초조해지고 믿음에 대한 균열조짐이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가 없었거든요..좀 당황도 되고, 오래전에 읽었던 어느 택시 기사 얘기도 악몽처럼 떠오르기까지..그 이야긴 뭐냐하면요, 예전에 어떤 택시 운전자께서 저녁때 어느 백화점 앞에서 큰 쇼핑백 2개를 든 아가씨 손님을 어느 골목앞에 내려줬는데 차비가 모자란다며 잠깐 기다리라 했다는거죠. 그래서 기사는 손님이 백화점 쇼핑백도 뒤에 두고 내렸는데 설마 하고 기다렸다죠. 그런데 진짜로 오랜 시간 기다려도 그 아가씨가 안와서 쇼핑백을 보니까 신문으로 꽉 차있었다는 사실..)
하여튼 그 분이 10분가까이 모습을 안드러내니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드는 겁니다.
그래도 처음엔 고개를 내저으며 "사람을 믿기로 했으면 끝까지 믿어야지."하고 기다렸습니다.
그러다가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서 판단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저는 그 분이 두고 내린 까만 주머니를 내려다 보기 시작했습니다.
"아, 이거 열어보고 싶다. 혹시 쓰레기 같은 게 담겨 있는 건 아닐까?"
"안돼. 열어보지 말자..믿자.."
"열어보자.."
"안돼.."
이렇게 갈등을 하던 끝에 나도 모르게 그 주머니를 손에 쥐었습니다.
그런데 그 주머니는 얼마나 낡아 있던지, 게다가 손잡이 지퍼 고리까지 떨어져 나가 있는 겁니다.
더 불안해진 마음과 끝까지 믿어주지 못한 미안한 가책이 뒤섞인 마음으로 그 주머니를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다가 결국엔 그 주머니를 열어보았습니다.
그 주머니를 열어 보는 순간, 끝까지 믿고 기다려주지 못한 내가 얼마나 밉던지요...
참 많이도 마음이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리고 그 분이 외려 더 날 믿어주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낡은 까만 주머니에는 그 손님의 핸드폰과 화장품이 들어 있는 거였습니다.
기다리다가 제가 훌쩍 도망가기라도 하면 어쩌려구...그랬을까요?
그런 생각이 드니까 그 분을 끝까지 믿고 기다리지 못한 제가 참 부끄러웠습니다.
잠시후, 그 분은 큰 슬리퍼를 신고 숨을 헐떡거리며 달려 와서는 1만원을 내밀었습니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차비 더 드려야하는데 미안하다고 ..."
연신 미안해하며 주머니를 찾아가지고 돌아갔습니다.
사람을 끝까지 믿어야 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내가 부끄럽고 미안했던 하루였습니다.
**그날 새벽, Y역까지 가셨던 여자 손님 정말 미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