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토해본 적 있나요?

고씨2007.01.06
조회713

아주 옛날에

엽기적인 그녀가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어째서 저렇게 토를 하는건지

여자가 단정치 못하게

어떻게 지하철에서 저러는건지

작작 좀 마시지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그 영화의 주인공이 되는 날이 올지

상상이나 했겠는가.

 

빈 속에 술을 마신 탓인지

체질적으로 술이 안받는 탓인지

오랜만에 가진 술자리라 그런지.

나는 정말 맹세코 반 병을 마셨다.

오늘..종로에서 술을 마시고

막차시간이 조금 안되어 3호선을 탔다.

종로에서 우리 집까지는 약 30분이 소요된다.

오늘처럼 집까지의 거리가

이렇게 멀다고 생각한 건 난생 처음..

나의 술버릇은..

잠자는 것이다.

 

배배 꼬인 발걸음으로 자리쟁탈전에 성공

중간에 하나 남은 자리에 쏙 앉았다.

그리고 미씩거리는 속과

뽀개질 듯 아픈 머리를 참고자

잠을 청하기로 했다.

나의 왼쪽에는 어떤 여자가 통화를 하고 있었고

나의 오른쪽에는 중후하신 남자분이 가만히 있었다.

술 과하게 마셔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고개 가누는 게 참 힘들다.

나는 왼쪽으로 머리를 살짝 기댔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나에게 술냄새가 그렇게 많이 나는지 몰랐다.

내가 머리를 기대자 통화하는 여자의 음성이 변색됨과 동시에

내 머리가 치워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으음..

몇 번 더 기대다가..

나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다행히 중후하신 분은.. 가만히 있어주셨다.

참 편했다. 그런데. 그런데.

토할 것 같다!

는 생각이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 생각과 동시에

내 입에선

폭포수 같은 토사물들이

약 10초동안  쏟아져나왔다.

진짜 라지 피자 두판이

그 조그만 입에서

나왔다.

다행히 고개를 똑바로 아래로 가누었기에

내 신발 밑으로 떨어졌다..

나는 내 뱃속에 그렇게나 많은

음식물이 저장될 수 있단 사실에

엄청 놀랬다.

나는 그 날 머리를 풀고 있었는데

내가 토를 함과 동시에

왼쪽과 오른쪽에 보이던 신발들이

그 자리를 재빨리 떠나는 것이

보였다....;;

머리카락 사이로 나는

내 마주보는 편에 앉은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 정수리로 꽂히는 것을

보지 않고도 느낄 수 있었다.

아...

토를 하고 나니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었다.

앞에 앉은 또래 남자분으로 추정되는 분이

읽고 있던 신문지를 토사물 위에 덮어주고 내리셨다.

너무 고마워서 얼굴을 보려 했으나..

쪽팔려서 얼굴을 들 수 없었다...

 

토를 하고 나니까 정신도 말짱하게 돌아오고

이제 좀 살 것 같았지만

나는 계속 미친년? 연기를 해야 했다..;

이왕 미친연기 하는 거 끝까지 하잔 심정으로;;

계속 취한듯이 꺽꺽 거렸고 웩웩 거렸다.

그렇게 하지 않고 맨정신으로

자세를 고치면

...

고칠 수 없었다 차마..;

옆 구역으로 가서

앉을까도 생각해보았지만

그 걸어가는 몇 초동안이

자신없었다.

 

토를 치워야겠단 생각이 들었지만

개똥녀 같은 지토녀가 되고 싶진 않았기에(지하철 토한 녀)

그러나..

진짜 너무 거대한 피자라...

그 많은 양을 어떻게 수용할 수가 없었다.

밀대걸레를 휴대하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새벽에 지하철 청소하시는

아줌마께 너무 미안한 맘이 든다.

 

정말 신체란 신비로운 것 같다.

토할 것 같단 생각이 스침과 동시에

침이 질질 나오더니

바로 웩우겜ㄴㅇ레ㅐ먇ㄹㅈㄷ

 

그런데 웃긴 건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다는 거

ㅋㅋㅋㅋㅋㅋㅋㅋ

나름 괜찮았어 !!!!
다음엔 봉지를 들고 지하철을 타야겠단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