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 시술소 그녀들 25탄

싸랑해2007.01.06
조회1,661

25. 프리랜서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채연이 밝은 목소리로

먼저 인사를 한다.

다른 두 여자는 묵묵히 서 있을 뿐

언제나 셋 중 한 사람이 대표로 말을 하고

나머지는 입을 다문다.




“정액 두 개!”

“두 자리...만요?”

“네. 두 자리요!”




세 사람이 들어와서 두 자리라니.

한 사람은 아니라는 건데...

아마도 수정일 테지.

그나저나 오늘따라

채연의 기분이 좋아 보이는 건.




만원짜리 한 장을 받았으므로

거스름돈을 줄 필요는 없다.

그녀들이 언제나 앉는 그 좌석번호에

회원번호를 입력하고 정액설정을 하자

사뿐사뿐 뛰듯이 자리로 간다.

볼륨녀가 조용히 그 뒤를 따른다.




“저기...”

“네.”




역시나 남은 것은 수정.

이제 안 온다더니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찾아온 건 뭐야.




“제 핸드폰 못 봤어요?”

“핸드폰이요?”

“네...아침에 핸드폰 놓고 갔는데...”




칠칠맞기는.

그냥 핸드폰 가지러 온 거였나.

고작 그것 때문에

오늘 아침의 굳은 결의를

한나절만에 깨뜨린 건가.

언니들한테 부탁해도 되는 거잖아.




그러나

내가 청소를 하면서

핸드폰을 주은 기억은 없다.

더군다나 그녀의 자리는

스스로 깔끔히 정리를 하지 않았던가.




“핸드폰...못 본 거 같은데...”

“여기 놓고 간 거 맞는데...”

“그래요? 어디다가...”

“티비 볼 때...티비 옆에 놔뒀었는데...”




그렇군.

청소를 할 때 카운터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으니

핸드폰이 있었는지 알 턱이 있어야지.

그러나

지금 티비 옆에는 아무것도 없다.




“어? 없는데...잠깐만요.”

“......”




내가 못 봤다면

그 이후의 교대자가 봤을 것.

물론 수정이 여기다 놓고 간 것이 분명하다면.

경림은 퇴근해버렸으니

나 이전의 근무자는 사장밖에 없다.

다소 께름칙하긴 하지만 물어볼 수밖에.




“저...사장님. 여기 손님이 핸드폰을 놓고 가셨다는데...”

“......”




카운터 가까운 컴퓨터에 앉아

열심히 고스톱을 치던 사장이

슬그머니 카운터 쪽을 돌아본다.

그리고는 이내 다시 고개를 돌리며

나지막히 말한다.




“오른쪽 서랍 열어봐.”

“......”




끝까지 삐진 척할 생각이군;

나이 사십 다 되가는 사람이

어째 그리 하는 짓이 애같냐.




카운터 안쪽,

그러니까 금고 바로 아래 쪽에

두 개의 서랍이 있다.

그 중 왼쪽은

각종 장부와 명세서 등이 들어 있고

오른쪽에는 손님들의 분실물이 있다.




조용히 오른쪽 서랍을 연다.

서랍 안에는

구라 조금 보태서

수십 개의 핸드폰이 바글바글하다.

이거 다 팔면...




“아...핸드폰이 어떤 거죠?”

“하얀 거...”




서랍 안에 들어 있는

수십 개의 핸드폰 중

절반 정도는 하얀색이다.




“아, 저거 같은데...”

“어떤 거요? 이거요?”

“아니 그 옆에...조그만 거...”

“아, 이거요?”

“네...그거 맞는 거 같은데...”




확실히 자그마한 핸드폰이긴 하지만

얼핏 봐도 상당히 오래된 기종인 듯.

나는 왜 지금까지

그녀의 핸드폰을 유심히 살펴보지 않았던 걸까.




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핸드폰이

내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무의식적으로 폴더를 열고 액정을 확인한다.




[귀염둥이수정]




“흡...”




웃으면 안돼.

웃으면 안돼.

억지로 숨을 참느라

가느다란 신음소리가 흘러나온다.

이 여자 생각보다 뻔뻔하잖아.




“줘요 빨리!”




내가 웃음을 참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듯

목까지 빨개진 얼굴로 버럭 짜증을 내며

내 손에서 핸드폰을 강탈해 간다.

폴더를 열어 확인한 다음

바지 주머니에 쏙 집어넣고는

무서운 눈으로 나를 쏘아본다.




“아니...뭐...”

“......”




그래도 안 웃었는데.

지는 내 면상 보고 웃어놓고.

미안하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이자

이내 눈을 내리깔고는

새침하게 돌아선다.




“이제 진짜로 안 와요.”

“네...”




글쎄,

왠지 또 올 것 같은데?




그리고는

자신이 화가 났다는 것을 어필이라도 하듯

문을 세게 열고는 나가버린다.

문이 닫히면서

찬바람이 휭-

하고 얼굴을 때린다.




뭐 저리 잘 토라지는지 원.

저 여자랑 사귀는 남자는

고생깨나 하겠구나.




......




나 나는 사귈 수나 있을까;




수정을 보내고 나서

가게 안을 한 바퀴 돌아본다.

내일부터 다시 월요일이 시작되는 탓인지

같은 주말이라고는 해도

가게 안은 꽤나 조용한 편.




가게 안을 돌면서

언제나 그런 것처럼

그녀들 옆을 스쳐간다.

볼륨녀는 인터넷쇼핑 중이고,

채연은 뭔가 신나는 음악을 듣고 있는 중.

몸까지 흔들어대는 걸로 봐서

좋은 일이 있기는 있는 모양.




짧은 순찰을 마치고

카운터로 돌아오니

여전히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사장이

힐끔힐끔 눈치를 본다.

사장이 알바생 눈치를 보다니;




조용히 일어나서 컴퓨터를 끄고는

자리를 정리하고 카운터로 온다.

오늘도 또 일찌감치 퇴근할 생각인 듯.

퇴근하는 거야 사장 마음이지,

왜 굳이 내 눈치를 보고 그러시나.




금고를 열어 돈을 챙기고

퇴근할 준비를 마친 다음,

내 얼굴을 힐끔 쳐다본다.

할 말이 있는 모양.




“얌마 너 금요일날 쉬지마!”

“네?”




이제 와서 왜 이래.

이미 다 끝난 얘기잖아.




“생각해보니까 금요일은 주말이나 마찬가지잖아. 금요일은 안돼.”

“왜 이러십니까, 사장님. 벌써 약속한 거잖아요.”

“금요일은 바빠서 안돼. 다른 날 쉬어, 다른 날.”

“아...정말...그런 게 어디 있어요.”




이미 그녀들과,

아니 채연과 약속을 해 두었는데

이제와서 어떻게 또 바꾸란 말인가.




“너 어차피 그냥 집에서 쉴 거라며. 좀 당겨서 쉬면 되잖아.”

“아니...그게...”

“피곤해서 그런 거라며. 그럼 약속같은 거 안 잡았을 거 아냐.”

“......”




다 들었구나 이자식;

일부러 큰 소리로 얘기한 게 실수.

녀석이 이토록 비겁한 음모를 꾸밀 줄이야.




“내일 당장은 안되고...화수목 중에 골라. 금요일이랑 주말은 안돼.”

“......”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이미 그녀들과의 약속은

금요일로 잡아 두었는데

다른 요일이 다 무슨 소용인가.




“잠깐만 기다려 봐요. 채연씨한테 물어보고 올게요.”


라고 말할 수도 없으니 환장할 노릇.

그녀들과의 술 약속은 이렇게 물건너가는 것인가.

지지리 복도 없는 녀석같으니.




“언제 쉴래? 지금 빨리 결정해. 그래야 대타 구해놓지.”

“잠깐 생각 좀 해 보고요.”




사장의 얼굴에 야비한 미소가 번진다.

나에게 어떤 사정이 있는지는

그가 알 방법이 없겠으나

어찌됐든 당황스러워하는 나를 보고

희열을 느끼고 있을 터.

이대로 당하고 있지만은 않겠다.




“주간알바가 대타 서 준대요?”

“화요일이랑 목요일은 된다더라. 월수금은 안...”

“수요일날 쉴게요.”

“......”




대타 뛸만한 사람이라고는

주간알바생밖에 없을 터.

이렇게 된 이상 당신도 당해봐.




“아, 수요일은 그럼 사장님이 직접 근무해야되나? 이거 어쩌지?”

“아 아니 뭐...수요일도 될 거야. 하하...”

“아, 다행이네요. 그럼 수요일에 쉬는 걸로 하죠.”

“그 그래라. 그럼 난 이만 들어가 보마. 에헴.”




혼자 손해보고 싶지는 않다.

같이 죽자 그냥.

사장이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것을 확인하고

창문을 통해 아래를 보니

건물을 막 빠져나온 사장이

애꿎은 ‘딸기’를 발로 차고 있다.

뿌린 대로 거두는 법.




그나저나

이젠 어쩔 것인가.

이로써 그녀들과의 약속은 깨졌다.

뭐라고 변명을 해야 할 것이며

어떻게 얼굴을 볼 것인가.

나로 인해 그녀들도

금요일에 쉴 것이 뻔한데.




온몸에 힘이 빠져 축 늘어진다.

아무 것도 하기가 싫다.

나가는 손님들의 계산만 해주고는

누가 들어오든 신경쓰지도 않는다.

나간 손님의 자리도 치우지 않고.




오늘 새벽은 이렇게 깊어 간다.

확실히 월요일 새벽이라 그런지

두시부터 손님은 급격하게 줄었으며

그 후로 들어오는 손님도 전혀 없다.




네 시가 다 되어갈 때쯤

슬그머니 일어나

손님들이 앉았다 나간 자리를 치우기 시작한다.

원래는 반항의 의미로

그냥 내버려둘 생각이었으나

조금 있으면 형님들이 오실지도 모르는 일이다.

형님들 앉으시는 곳이 지저분하면

마음이 아프실 수도 있으니;




그 사이에 볼륨녀와 채연은

각각 한 번씩 자리를 비웠다.

그녀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대강은 짐작하고 있음에도

이제는 별다른 느낌이 없다.




어느 정도 친해진 탓일까.

그녀들이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이건

상관이 없다는 느낌.


안마시술소란 곳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아마도...




네 시가 조금 넘어가자

예상대로 형님들이 들이닥친다.

정리한지 얼마 되지 않은 자리에 나란히 앉아서는

또 이것저것 심부름을 시키기 시작한다.

치워두길 잘한듯.




형님들이 반갑지는 않지만

어쨌거나 형님들이 오시면

시간은 빨리 지나가긴 한다.

이리저리 정신없이 뛰어다니다 보면

어느덧 청소를 시작할 시간.

그리고 그녀들이 일어날 시간.




역시나 자리를 정리하고는

이쪽으로 걸어나온다.

뭐라고 변명해야할지.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수고하세요.”

“아...저 저기.”




말을 꺼내기가 상당히 힘들긴 하지만

어쨌거나 얘기는 해 주어야 하므로

일단은 그녀를 부르고 본다.




“아...저...죄송한데...금요일날 술...못 마실거 같은데...”

“...왜요? 그런 게 어디 있어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카운터 쪽으로 한 발 다가서며 묻는다.

이거 정말 고역이구나.

뭐라고 얘기하나.




“저기...음...그게...”

“그때까지 안 나을 거 같아요?”

“네?”

“입술 아직도 많이 아파요?”

“아뇨. 그게 아니라...”




내 다친 입술 때문에 그러는 걸로

오해한 듯.




“그게...금요일날 못 쉬게 됐어요.”

“......”

“아...미 미안해요. 아 정말...사장이 갑자기 그러는 바람에 저도...”

“사장이 쉬지 말래요?”

“그건 아니고...금요일은 안된다고 해서...”

“흐음...”




기분 좋아보이던 얼굴이

무표정으로 바뀌었다.

저 얼굴은

아직 그녀들과 대화를 해보기 이전에

항상 짓고 있던 표정,

굉장히 거리감이 느껴지는 얼굴.




“아, 정말...미안해요. 저 때문에 그날 쉬기로 했을 텐데...”

“그럼 언제 쉬는데요?”

“네? 저 저는 수요일날 쉬게 됐어요.”




상당히 미안해진다.

차라리 그냥 쉬지 못하게 됐으면

조금 덜 미안했을 것을.




“그럼 그날 마셔요.”

“아, 네?”

“수요일날 마시면 되겠네요, 뭐.”

“아, 그치만...일...안하세요? 마음대로 바꿀 수...”




말을 하다가

실수했다는 생각에

흠칫 입을 다물어 버린다.

일이라니...

무슨 일을 말하는 거냐 바보.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이내 예의 그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돌아온다.

그리고 한 발짝 더 앞으로 다가선다.




“우리 무슨 일 하는 줄 알아요?”

“아...아뇨 잘...”

“몰라도 돼요.”

“......”




또 시작이다 또;

사실

아직 그녀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른다는 것도 말이 안되긴 하지만

알고 있다는 것도 우습다.

그녀들에게 직접 들은 것도 없으면서.




얼굴에 웃음을 띤 채로

다시 한 발 뒤로 물러난 그녀는

잠깐 내 얼굴을 쳐다보고는

밝은 목소리로 말한다.




“우리 프리랜서거든요. 아무 때나 쉬어도 돼요.”




프리랜서라...

그럴싸한데?









내일 이 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