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메 산골 아이 이야기 하나 하려구요 어느날 그 아이 자라나 무슨 강연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어요 "고향을 차례로 손 들어보세요" "일번 도시, 이번 농촌, 삼번 어촌" 더 이상의 질문이 없더군요 "선생님~저의 고향은 사번인데요"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아이가 바로 저구요 아빠와의 마지막 작별의 장소로 들어간 곳이 강원도 오지 마을이었죠 이사를 한 집 앞뜰에 피었던 코스모스의 흔들림이 마치 물결 같다는 기억이 있어요 집 뒤편엔 자그마한 교회와 종탑이 있었고 제가 종치기 담당이었죠 "초종은 오라는 종소리요, 재종은 오지 말라는 종소리요" 종소리를 듣고 모여든 교인들의 하시는 말씀입니다 한번씩 종의 줄을 잡아 당길때면 작은 제 몸은 줄을 따라 올라갑니다 젖먹은 힘까지 다 내어 다시 종 줄을 당겨 내리면 은은하게 울려퍼지죠 "땡그랑~ 땡그랑~" 남포불 몇개 의지하여 예배를 드리고 나면 엄만 빵을 쪄 내 오십니다 그 당시 흔하디 흔한 밀가루로 누런 빵을 만들어 내 오시면 우린 하나님께 감사 기도 올리며 나누어 먹었지요 성탄절이 가까워 오던 어느 날이었죠 크리스마스트리 장식 역시 제 담당이었구요 소나무를 구하러 제법 높은 산을 올랐어요 그럴듯한 나무 두 그루를 잘라서 어떻게 운반해 왔는지 모르겠어요 지금 생각해보면요 소나무에 온갖 장식을 하고, 천장엔 솜으로 눈송이를 만들어 매달고 나면 제법 그럴듯한 성탄분위기가 만들어지곤 했죠 낡은 교회 마루를 뜯어낼 때 마루밑에서 나오던 동전들은 어찌 그리도 많던지요 그러나 , 행복은 오래 가지 않나요 정말... 엄마가 차려 내 오신 밥상머리에선 언제나 싸움이 벌어지죠 쌀이 조금이라도 더 섞인 아빠밥 뺏으려는 철부지 딸 막무가냅니다 물론 반은 장난이지만요 그날도 그랬어요 쌀밥 뺏긴 아버지는 보리밥 두어 숟갈 겨우 뜨시고...아주 허망하게 세상 뜨셨지요 불과 두시간 전만해도 저랑 앞개울가에서 잡아온 골뱅이 먹기 내기를 했었는데 말이죠 아빠 그렇게 가시고 우리 모녀 새 집으로 이사를 갔어요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채... 고기잡는 아버지와 철모르는 딸...이 아닌, 깊고 깊은 산밑에 황토집 한채 ...늙으신 어머니와 철모르는 딸이었죠 일주일도 걸리지 않아 완성된 우리 모녀 보금자리 황토집엔 울타리가 없었어요 방 하나, 부엌 하나...두모녀 넓은 마당에 겨울 내내 풍성하게 눈이 쌓이고 그 곳은 산짐승들의 놀이터였지요 호랑이는 종이를 뚫어본대요 울엄마 문창호지 대신에 헝겁으로 문을 바르고 밤엔 절 꼼짝 못하게 하셨지요 호랑이가 무서워 초저녁부터 호롱불 끄고 이불속에서 떨어야 했어요 "이건 분명히 호랑이 발자욱임엔 틀림없어" 사람들이 우리집 마당에 찍힌 발자국을 보고서 웅성거리고 난 날 밤엔 아예 호롱불도 켜지 않고 이내 잠들어 버리기도 했어요 먹이를 구하러 마을로 내려 온다는 산짐승들이 첫집인 우리집을 먼저 방문할 건 뻔한일이니까요 밤새 호랑이가 무서웠던 그 아이는 아침이면 씩씩합니다 한참을 걸어 내려가야 만날 수 있는 친구집을 하루에도 수십번씩 오르내리죠 "선녀야~놀자" "않 놀아" "난숙아~놀자" "않 놀아" 문 한번 열어주지 않는 동무들이 야속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군요 한번 불러보곤 돌아서 집으로 향하고 금새 다시 마을로 내려옵니다 수없는 반복에 산골에도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듭니다 그러나 저에게 이런 슬픈 일만 있는건 아니었구요 울엄마 일년에 두어번 기차타고 도회지로 나가실 일이 있어요 어린딸 이웃집에 맡겨지는 날이고 그야말로 천국이 따로 없어지게 되는 날이죠 이불 한채로 여러식구 덮고 자는 가운데 누우면 밤새 행복해서 잠이 오지가 않아요 그때는 아무도 절 괄시하는 법이 없거든요 우리 엄마의 특별 부탁이 있었으니까요 참 대단한 엄마였지요 볼일 가신 엄마 제발 늦게 돌아오시길 간절히 빌기도 했으니까요 엄마 며칠 집 비운 사이에 우리의 보금자리 황토집 지붕이 내린 눈으로 위태로워지면 엄마는 용감하게 지붕위로 올라가셔서 눈을 마당으로 쳐 내리시죠 얼마나 그렇게 하셨을까요 지붕에서 내려온 눈이 마당가득 처마끝까지 쌓이곤 하죠 그 눈으로 신나게 눈사람을 만들어요 엄마 눈사람, 정미 눈사람... 가을에 나뭇가지로 울타리를 만들었는데 이듬해 봄에 싹이 나고 꽃이 피네요 동그란 울타리가 온통 꽃으로 장식되어지니 그야말로 우리집은 꽃대궐이 되더군요 시멘트 한점 섞이지 않은 순수 황토집에 진달래꽃 개나리꽃 만발하구요 산골할머니 다 되어버린 울엄마랑 때묻지 않았던 철부지 정미 그 속에서 행복했데요 수많은 봄이 오고 가고 다시 꽃 피는 봄이 왔네요 이봄 산골 정미집에도 봄은 왔겠지요 공터만이 남은 그 자리에도 봄은 피해 갈 수 없을테니까요
고향에도 봄이 왔을까요
두메 산골 아이 이야기 하나 하려구요
어느날 그 아이 자라나 무슨 강연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어요
"고향을 차례로 손 들어보세요"
"일번 도시, 이번 농촌, 삼번 어촌" 더 이상의 질문이 없더군요
"선생님~저의 고향은 사번인데요"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아이가 바로 저구요
아빠와의 마지막 작별의 장소로 들어간 곳이 강원도 오지 마을이었죠
이사를 한 집 앞뜰에 피었던 코스모스의 흔들림이 마치 물결 같다는 기억이 있어요
집 뒤편엔 자그마한 교회와 종탑이 있었고 제가 종치기 담당이었죠
"초종은 오라는 종소리요, 재종은 오지 말라는 종소리요"
종소리를 듣고 모여든 교인들의 하시는 말씀입니다
한번씩 종의 줄을 잡아 당길때면 작은 제 몸은 줄을 따라 올라갑니다
젖먹은 힘까지 다 내어 다시 종 줄을 당겨 내리면 은은하게 울려퍼지죠
"땡그랑~ 땡그랑~"
남포불 몇개 의지하여 예배를 드리고 나면 엄만 빵을 쪄 내 오십니다
그 당시 흔하디 흔한 밀가루로 누런 빵을 만들어 내 오시면
우린 하나님께 감사 기도 올리며 나누어 먹었지요
성탄절이 가까워 오던 어느 날이었죠
크리스마스트리 장식 역시 제 담당이었구요
소나무를 구하러 제법 높은 산을 올랐어요
그럴듯한 나무 두 그루를 잘라서 어떻게 운반해 왔는지 모르겠어요 지금 생각해보면요
소나무에 온갖 장식을 하고, 천장엔 솜으로 눈송이를 만들어 매달고 나면
제법 그럴듯한 성탄분위기가 만들어지곤 했죠
낡은 교회 마루를 뜯어낼 때 마루밑에서 나오던 동전들은 어찌 그리도 많던지요
그러나 ,
행복은 오래 가지 않나요 정말...
엄마가 차려 내 오신 밥상머리에선 언제나 싸움이 벌어지죠
쌀이 조금이라도 더 섞인 아빠밥 뺏으려는 철부지 딸 막무가냅니다
물론 반은 장난이지만요
그날도 그랬어요
쌀밥 뺏긴 아버지는 보리밥 두어 숟갈 겨우 뜨시고...아주 허망하게 세상 뜨셨지요
불과 두시간 전만해도 저랑 앞개울가에서 잡아온 골뱅이 먹기 내기를 했었는데 말이죠
아빠 그렇게 가시고 우리 모녀 새 집으로 이사를 갔어요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채... 고기잡는 아버지와 철모르는 딸...이 아닌,
깊고 깊은 산밑에 황토집 한채 ...늙으신 어머니와 철모르는 딸이었죠
일주일도 걸리지 않아 완성된 우리 모녀 보금자리 황토집엔 울타리가 없었어요
방 하나, 부엌 하나...두모녀
넓은 마당에 겨울 내내 풍성하게 눈이 쌓이고 그 곳은 산짐승들의 놀이터였지요
호랑이는 종이를 뚫어본대요
울엄마 문창호지 대신에 헝겁으로 문을 바르고 밤엔 절 꼼짝 못하게 하셨지요
호랑이가 무서워 초저녁부터 호롱불 끄고 이불속에서 떨어야 했어요
"이건 분명히 호랑이 발자욱임엔 틀림없어"
사람들이 우리집 마당에 찍힌 발자국을 보고서 웅성거리고 난 날 밤엔 아예 호롱불도 켜지 않고
이내 잠들어 버리기도 했어요
먹이를 구하러 마을로 내려 온다는 산짐승들이 첫집인 우리집을 먼저 방문할 건 뻔한일이니까요
밤새 호랑이가 무서웠던 그 아이는 아침이면 씩씩합니다
한참을 걸어 내려가야 만날 수 있는 친구집을 하루에도 수십번씩 오르내리죠
"선녀야~놀자"
"않 놀아"
"난숙아~놀자"
"않 놀아"
문 한번 열어주지 않는 동무들이 야속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군요
한번 불러보곤 돌아서 집으로 향하고 금새 다시 마을로 내려옵니다
수없는 반복에 산골에도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듭니다
그러나 저에게 이런 슬픈 일만 있는건 아니었구요
울엄마 일년에 두어번 기차타고 도회지로 나가실 일이 있어요
어린딸 이웃집에 맡겨지는 날이고 그야말로 천국이 따로 없어지게 되는 날이죠
이불 한채로 여러식구 덮고 자는 가운데 누우면 밤새 행복해서 잠이 오지가 않아요
그때는 아무도 절 괄시하는 법이 없거든요
우리 엄마의 특별 부탁이 있었으니까요 참 대단한 엄마였지요
볼일 가신 엄마 제발 늦게 돌아오시길 간절히 빌기도 했으니까요
엄마 며칠 집 비운 사이에 우리의 보금자리 황토집 지붕이 내린 눈으로 위태로워지면
엄마는 용감하게 지붕위로 올라가셔서 눈을 마당으로 쳐 내리시죠
얼마나 그렇게 하셨을까요 지붕에서 내려온 눈이 마당가득 처마끝까지 쌓이곤 하죠
그 눈으로 신나게 눈사람을 만들어요
엄마 눈사람, 정미 눈사람...
가을에 나뭇가지로 울타리를 만들었는데 이듬해 봄에 싹이 나고 꽃이 피네요
동그란 울타리가 온통 꽃으로 장식되어지니 그야말로 우리집은 꽃대궐이 되더군요
시멘트 한점 섞이지 않은 순수 황토집에 진달래꽃 개나리꽃 만발하구요
산골할머니 다 되어버린 울엄마랑 때묻지 않았던 철부지 정미 그 속에서 행복했데요
수많은 봄이 오고 가고 다시 꽃 피는 봄이 왔네요
이봄 산골 정미집에도 봄은 왔겠지요
공터만이 남은 그 자리에도 봄은 피해 갈 수 없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