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상담] 일일애인 <2>

이원영2007.01.12
조회1,147

 

* 이 글은 작가의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연애상담 소설입니다

 

  소설적 구성에 익숙하지 않거나 그런 구성이 짜증나는 사람은-_-

 

 읽어봐야 재미 없으니 그냥 나가는 편이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_-...

 

 

 

< 주인공 소개>

 

* 서지학 (28세)

 

심리학 박사

 

박사학위 후 모교에서 교수 제의 받았으나 거절

 

연애상담소 210러브닷컴 오픈

 

그러나 연애 해 본 적 없음

 

고교동창인 민전도사와 왕재수를 이용하여 문제 해결


 

 

 

 

* 민전도사 (28세)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바람둥이로 명성을 날리다 돌연 은퇴

 

현재 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있음


 

 

 

 

* 왕재수 (27세)

 

국가대표급 꽃미남

 

만화가게 운영

 

7남매의 장남

 

 

 

 

 

<지난 줄거리>

 

'하룻동안 애인이 되어 주세요' 라는 의뢰인의 메일을 받은 서지학은

 

그 자리에 재수를 내보내게 되는데...

 

펄쩍 뛰며 거절하던 재수는 동생 과외를 무료로 해 주겠다는 말에 솔깃하고

 

결국 데이트 장소로 나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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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의 마지막 장면부터...>

 

 

오전 열 시

 

모든 샐러리맨들의 출근시간이 끝난 열 시

 

백화점 정문 앞에 샐러리맨 복장의 남자가 서 있다

 

 

 

백화점 개장 시간은 열 시 반

 

백화점 점원들은 이미 안에 들어가 오픈 준비하는 상태

 

백화점 경호원들의 유니폼은 검은색 정장

 

그렇다면 저 샐러리맨의 정체는 무엇인가


 

 

「딱 십 분만 기다리다 간다」


 

 

샐러리맨 복장의 사내가 투덜거리며 전화를 한다


 

 

「몰라! 아직 안 왔어! 물론 난 십 분 전에 도착했지! 당연히 그게 예의지!

 

  원래 데이트라는 게 약속 시간보다 일찍 나와서 상대방을 기다리는 게 예의 아니냐!

 

  아쭈! 니가 날 무시하는데 나도 고등학교 때 미팅 같은 것도 한 번 해 볼라고

 

  준비도 했었다고! 그래! 근데 이 여자는 왜 아직도 안 나오는 거냐고! 뭐?

 

  원래 준비하는 데 오래 걸린다구? 그런 건 미리미리 준비해야지! 

 

  나야 완벽하게 준비했지! 완빵으로 신경써서 입었으니까 걱정 말라구!」


 

 

신경써서 입고 나온 ‘샐러리맨 코스프레 복장’의 왕.재.수

 

전화를 끊고도 십 분은 더 기다리는데도 그녀는 나타나지 않는다

 

십 이분까지 기다려 보고 발걸음을 돌리려고 하는데


 

 

「저기요」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키 170

 

긴 생머리

 

날씬한데 가슴이 큰

 

배꼽이 훤히 보이는 아슬아슬한 티

 

핫팬츠


 

 

무슨 패션 모델이라도 될 법한 여자가 재수를 부른다


 

 

「혹시... 210 러브닷컴에서 나오신...?」

 

 

 

「네 그렇습니다만」


 

 

여자는 당황 +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재수를 쳐다보았다

 

재수 역시 심기불편한 표정으로 여자를 쳐다보았다


 

 

「하루 동안 저와 데이트 하려고 나오신 분 정말 맞는거죠?」

 

 

 

「그렇습니다만」


 

 

백화점 정문 한 가운데서

 

백화점 영업 시간을 얼마 안 남겨 놓은 상황에서

 

 


샐러리맨 복장의 남자와

 

바캉스 복장의 여자가

 

마주보고 아무말도 없이 서 있다


 

 

지겹게도 긴 침묵으로 서로를 쳐다보던 두 사람

 

동시에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는 상대방의 한숨에 기가 막힌 듯 서로를 노려본다


 

 

「한숨을 왜 쉬시죠?」

 

 

 

「그러는 아가씨는 왜 한숨을 쉽니까?」

 

 

 

「그 쪽 먼저 말해 보세요」

 

 

 

「좋습니다. 전 아가씨가 예의가 없어서 한숨을 쉬었습니다」

 

 

 

「네?」

 

 

 

「아가씨는 무려 십 이분이나 늦게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사과도 안 했습니다」

 

 

 

「제가 늦었다구요? 전 제 시간에 나왔는데요」

 

 

 

「아가씨. 제 시계는 이래 봬도 10미터 방수되는 스포츠시계라구요.

 

  그 어떤 순간에도 정확한 시간을 자랑합니다」

 

 

 

「이것 보세요. 전 제 시간에 나왔어요. 단지 그쪽을 못 알아봤던 거 뿐이라구요」

 

 

 

「왜 못 알아봅니까? 백화점 정문에서 만나기로 했잖습니까」

 

 

 

「난 그 쪽이 보험 외판원인줄 알았다구요」

 

 

 

「네? 아니 제가 어딜 봐서 보험 외판원으로 보입니까!」

 

 

 

「그럼 어딜 봐서 데이트 하러 나온 남자로 보이나요!」

 

 

 

「이것 보세요! 아가씨야 말로 어디 그게 데이트 하러 나온 여자 복장입니까!

 

  커피 팔러 나온 복장 아닙니까!」

 

 

 

「커피요? 지금 커피라고 하셨어요 보험 아저씨!」

 

 

 

「아저씨?! 아니 왜 제가 아저씨입니까! 전 군대에 있었을 때도 군인아저씨라는 말

 

  안 들어본 사람입니다! 군인오빠라고 불렸다구요!」

 

 

 

「저야말로 커피배달은커녕 다방에도 가본 적 없는 여자라구요!」


 

 

백화점 정문을 가로막고 유치하게 싸우는 두 남녀...

 

어째 오늘 하루가 심상치 않을 듯한 분위기다






백화점 안..

 

백화점 정문 앞에서 싸우던 두 남녀가

 

오늘 백화점의 첫 손님이었다


 

 

「이거하고 저거하고 주세요」


 

 

그녀가 명품관에 들어서서 옷을 고른 후 탈의실로 들어간다

 

잠시 후, 그녀가 탈의실 문을 열고 나온다

 

바캉스걸이 아닌 이지적이고 차분한 캐리어우먼 타입으로 변신하였다


 

 

「이 정도면 됐나요?」


 

 

정반대로 분위기가 바뀐 그녀의 모습에 재수는 놀란 눈만 꿈벅거린다


 

 

 「그럼 이제 그 쪽이 바꿀 차례에요」


 

 

그녀는 옷을 하나하나 재수의 몸에 대 본다

 

재수는 몸이 굳어 버리기라도 한 듯 멍하게 서 있는다


 

 

「이게 괜찮겠네요」


 

 

그녀는 세미클래식한 옷을 골라 재수에게 건네 주었다


 

 

「갈아 입고 나오세요」


 

 

뭐에 홀린 듯 재수는 옷을 들고 탈의실로 들어간다

 

잠시 뒤, 재수가 탈의실 문을 열고 나온다


 

 

「오오~~~」


 

 

뒤에 서 있던 여점원이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낸다


 

 

「한 번 돌아보세요」


 

 

그녀는 재수에게 턴을 시킨다

 

그리고는 점원에게 말한다


 

 

「이걸로 할게요」


 

 

뭔가에 홀린 듯 시키는대로만 하던 재수가 제 정신이 돌아온 듯 소리친다


 

 

「저기요! 잠깐만요!」


 

 

그녀가 재수를 돌아본다


 

 

「그냥 입고 온 걸 입으면 안 될까요?」

 

 

 

「무슨 영화 찍을 일 있어요? 보험 아저씨와 다방 아가씨의 사랑이야기 같은 거?」

 

 

 

「그래도...」


 

 

재수는 점원의 눈을 피해서 그녀를 잡아 당기고는 귀엣말로 속삭였다


 

 

「백화점 옷은 비싸잖아요. 이런 양복은 점포 대정리 하는데 가면

 

  십만 원이면 사는데 여긴 삼십만 원도 넘을 거라구요.

 

  충동구매 하지 말고 그냥 나갑시다」

 

 

 

「삼십만 원이요?」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재수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표정에 재수는 뭔가 잘 못 되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삼십만 원도 넘는가 보죠? 우아 이거 완전 사기꾼들이네!

 

  갑시다. 밖에 나가면 이거랑 똑같은 거 십오 만원이면 뒤집어써요」

 

 

 

재수가 입은 옷을 벗으려 들자 그녀가 당황하며 말린다


 

 

「저기여 잠시 진정하구여」

 

 

 

「그냥 가자니까요. 점원 아가씨! 우리 이거 안 사니까

 

  계산 뽑지 마세요! 우리 그냥 갑니다!」


 

 

막무가내로 옷을 벗으려는 재수를 그녀가 필사적으로 제지한다


 

 

「저기여! 잠깐만 기다리라니까요! 이 옷 그렇게 안 비싸요.

 

  한 벌에... 그래요 한 벌에 이십만 원 정도 밖에 안 돼요」

 

 

「이십만 원도 비싸요」

 

 

 

「아이구 저기요! 제발 진정 좀 하세요. 이거 그냥 입어요. 

 

  어차피 점포 대창고 가는데 걸리는 시간과 차비 생각하면

 

  비슷비슷하니까 그냥 입어요. 제발」


 

 

그녀의 필사적인 노력에 하늘이 감동한 듯 재수는 이십만 원이라고 생각하는

 

[베르사체] 세미 클래식 한 벌을 마지못해 입어 주었다...



 

 

 

오전부터 한바탕 생쇼를 한 두 사람...

 

이제야말로 본격적인 데이트를 시작하려고 한다


 

 

「자 이제부터 데이트 시작해야 되는데... 가고 싶은 데 있습니까?」


 

 

재수의 물음에 그녀는 주저 없이 대답했다


 

 

「노래방이요」

 

 

 

「네? 노래방이요?」


 

 

그녀는 더 이상 대꾸 없이 앞장 서 걸었다

 

재수는 벙 쪄서는 멍하게 보다가 급히 쫓아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저기요 잠깐만요!」   


 

 

그녀는 불쾌한 듯 어깨의 손을 확 쳤다


 

 

「무례하게 이게 무슨 짓이에요!」

 

 

 

「아니 무례한 건 그 쪽이잖아요. 난 의견을 물어본 거지

 

  가자고 한 건 아니거든요」

 

 

 

「그냥 따라오세요. 특별히 어디 가고 싶은 곳도 없을 거 아니에요」

 

 

 

「가고 싶은 곳은 없지만 노래방은 가기 싫습니다」

 

 

 

「왜요?」

 

 

 

「왜라뇨? 이 세상 어떤 남녀가 처음 만나자마자

 

  노래방부터 갑니까? 그것도 오전부터!」

 

 

 

「이봐요. 뭔가 착각하는 거 같은데 댁은 나하고 소개팅을

 

  나온 게 아니라 하룻동안 애인이 되어 주려고 나온 거예요.

 

  내가 하자는대로 하면 되는 거라구요」

 

 

 

「아 물론 나도 그건 알고 있는데...

 

  근데 이 아침부터 노래방이 가고 싶습니까? 처음 본 나하구?」

 

 

 

「네」


 

 

그녀의 주저 없는 대답에 재수는 잠깐 멍하게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항복한다는 듯 두 손을 들어 보였다


 

 

「그래요 내가 잘 못 했어요. 아침부터 괜히 다방 아가씨

 

  어쩌구 하며 신경 거스리게 한 거 정말 잘 못 했다구요.

 

  그러니까 이제 그만 합시다. 이제 그만 하고 진짜

 

  가고 싶은 데 갑시다. 진짜로 가고 싶은 데가 어딥니까?」

 

 

 

「노래방이요」

 

 

 

「아 정말! 이제 그만 하자구요! 내가 잘 못 했다니깐요!」


 

 

재수의 버럭 고함에 그녀는 차분히 가라 앉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노래방 가야 돼요」

 

 

 

「가야 된다는 건 또 무슨 말입니까? 가고 싶은 것도 아니고

 

 가야 된다는 게 말이 됩!...」

 

 

 

「그 사람은 그랬었어요」

 

 

 

「...... 그 사람이라뇨?」

 

 

 

「당신이 대역하고 있는 그 사람이요... 내 옆에 있어야 할 그 사람...」

 

 

 

「네? 내가 지금 누구를 대역하고 있는...」


 

 

재수는 질문을 끝내지 못하고 말을 멈추었다

 

그녀의 눈에 짙은 어두움이 배여 있었기 때문이다



 

 

 

노래방 건물은 새로 지은 건물들 사이에 다 쓰러져 가는 분위기로 웅크리고 있었다

 

재수는 그녀를 따라 음침한 작은 계단으로 내려갔다


 

 

귀신이라도 나올 듯한 낡은 노래방 안에는

 

귀신이라고 해도 좋을 노파가 카운터에 앉아 있었다


 

 

「몇 년만에 오는 거야」


 

 

녹슨 기계가 쇳소리를 내듯 노파가 그녀에게 묻는다


 

 

「3년만이네요」 


 

 

노파는 재수를 위아래로 훑어 본다


 

 

「맨날 같이 오던 놈은 어쩌구? 뒤지기라도 한 거야?」

 

 

 

「네」


 

 

그녀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노파는 가장 구석지고 음침한 방으로 둘을 안내했다

 

그리고는 별 말 없이 세 시간을 넣어 주었다

 

재수가 당황하며 급히 말한다


 

 

「저희는 한 시간만 할 겁니다만...」

 

 

 

「두 시간은 서비스야」


 

 

노파는 퉁명스럽게 한 마디 던지고는 밖으로 나간다

 

재수는 벙 찐 표정으로 멍하게 사라진 노파를 쳐다보았고

 

여자는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리모콘으로 버튼을 누르더니

 

 

 

「신청곡이에요」


 

 

마이크를 재수 손에 들려 주었다

 

노파 때문에 아직 벙 찐 여운이 가시지 않던 재수는

 

전주로 흘러 나오는 반주 소리를 들으며 더 벙 찐 표정으로 여자를 바라보았다


 

 

「지, 지금 이걸 나보고 부르라는 말입니까?」

 

 

 

「네. 뭐 잘 못 됐나요?」

 

 

 

「아, 아니 지금 애국조회하는 것두 아니구... 애국가가 뭡니까 애국가가」

 

 

 

「그냥 불러 주면 안 돼요? 꼭 그렇게 까칠하게 토 달아야겠어요?」

 

 

 

「아니 이건 까칠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재수가 말하는 도중 전주는 끝이 나고 곡이 시작되었다

 

노래가 시작되자 재수는 무의식적인 본능에 이끌려

 

경건한 목소리로 애국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무~ 궁화 삼~ 천리 화려 강산~~~~~」


 

 

재수는 노래를 하면서 연신 그녀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그녀는 표정 없는 눈으로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다


 

 

「대~~ 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재수는 1절이 끝나고 그만해도 좋냐는 눈으로 여자를 바라보았다

 

여자는 여전한 표정으로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다


 

 

재수는 2절을 부르기 시작했다


 

 

「대~~ 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2절이 끝난 뒤 재수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여자는 표정없는 눈으로 재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재수는 3절을 부르기 시작했다


 

 

「대~~ 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3절이 끝난 후, 재수는 이젠 그만 부르기로 결정하고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여자를 본 재수는 순간 멈칫 하였다


 

 

여자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잠시 여자를 바라보던 재수는 나머지 4절을 부르기 시작했다


 

 

세 시간 동안 둘은 서로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녀는 세 시간 내내 노래를 골랐고

 

그는 세 시간 내내 노래를 불렀다


 

 

그녀는 모니터와 그를 번갈아 보면서 추억에 잠겼고

 

그는 모니터와 그녀를 번갈아 보면서 목이 잠겨갔다



 

 

 

노래방에서 나온 두 사람이 다음 코스로 간 곳은 인근 삼겹살집이었다


 

 

「아침부터 노래방 가고 삽겹살 먹고... 좀 당황스러우시죠?」


 

 

그녀가 쌈을 싸서 재수에게 주며 말을 건넨다


 

 

「괜찮습니다. 전 고기라면 언제나 콜이니까요」


 

 

싱글벙글 재수를 바라보며 그녀 역시 살짝 미소를 지었다


 

 

「육식을 좋아하시나 봐요. 근데 육식 좋아하시는 거 치고 살이 안 찌셨네요」

 

 

 

「고기 먹을 기회가 자주 없어요. 이만 원으로 일곱 식구

 

 일주일 반찬꺼리를 해결해야 되는데 고기는 꿈도 못 꿉니다」


 

 

재수의 말에 그녀는 놀란 눈으로 재수를 쳐다보았다


 

 

「벌써... 애가 다섯이세요?」

 

 

 

「아뇨 동생이 다섯이에요. 그 녀석들 전부 공부

 

  마치기 전까진 전 절대 결혼 안 합니다」

 

 

 

「아하~」


 

 

그녀는 이제야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지금 대리애인 알바 뛰러 나오신 거군요? 생활비 벌려구?」

 

 

 

「뭐 그런 셈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절 이상한 놈으로 보진 마십시오.

 

  이래 봬도 여자랑 데이트 한 번 안 해 본 순결한 남자입니다」

 

 

 

「여자랑 데이트 한 번 안 해 보셨다구요?」

 

 

 

「네. 오늘이 처음입니다」

 

 

 

「아~~ 그래서 샐러리맨 복장으로 나온 거였군요?」

 

 

 

「신경 많이 썼습니다. 세탁소에서 제일 좋은 옷으로 빌린 겁니다」


 

 

재수는 뭐가 그리 자랑스러운지 씩씩하게‘브이’자를 만들어 보였다

 

그녀는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모를 눈으로 재수를 바라보았다


 

 

「근데 저한테만 쌈 싸 주시고... 안 드십니까?」

 

 

 

「아 저는 육식은 하지 않아요」

 

 

 

「고기를 안 먹어요? 아니 고기도 안 먹으면서 여긴 뭐 하러 온 겁니까?」

 

 

 

「......」

 

 

 

「말이 안 되잖아요. 고기 못 먹는 여자가 고깃집에 날 데려오다니요」

 

 

 

「......」


 

 

그녀는 별 다른 말 없이 젓가락으로 삼겹살들을 뒤집었다

 

그녀를 바라보던 재수는 뭔가 감이 잡힌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죽었다는 애인이 이런 식으로 데이트를 했나 보죠?」


 

 

재수의 말에 젓가락을 쥔 그녀의 손이 살짝 멈칫했다

 

그러나 재수는 아랑곳 없이 쏟아내듯 말을 이었다


 

 

「참 이기적인 남자였군요. 노래도 못 하는 애인을 아침부터

 

  노래방 데리고 가서 지 혼자 실컷 노래 부르질 않나

 

  고깃집에 데리고 와서 지 고기 먹는 거 굽게 하지를 않나...

 

  진짜 극단적으로 이기적인 남자군요」

 

 

 

「......」

 

 

 

「그런 남자를 못 잊는 겁니까? 그것도 추억이랍시고 이렇게 되집어 보는 겁니까?」

 

 

 

「......」

 

 

 

「내 말이 틀렸습니까? 그런 이기적인 남자를 못 잊는 당신의 이런 행동이

 

 옳다고 생각하십니까?」

 

 

 

「......」


 

 

말 없이 재수를 바라보던 그녀가 조용히 입을 연다


 

 

「내가 납득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잖아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 사람의 모든 행동... 비이성적이고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적인 모든 행동들... 나에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거든요...

 

  나는 그것들을 납득할 수 있었으니까요...」

 

 

 

「......」

 

 

 

「세상에 유일한 남자였어요... 지극히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나란 여자를 그런 행동으로도 납득시킬 수 있는 유일한 남자...

 

 내가 알고 있던 모든 상식에 어긋났지만 오히려 그것이 더욱

 

 상식적이라고 느끼게 만들었던 남자...」


 

 

그녀는 추억에 잠기듯 초점 없는 눈으로 멍하게 창문을 바라보았다

 

재수는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작은 한숨을 내쉬며

 

혼잣말을 하듯 입을 열었다


 

 

「판도라의 상자 같은 남자였군요...」


 

 

재수의 생각 많은 목소리에 그녀는 문득 고개를 돌려 재수를 바라보았다

 

재수는 독백하듯 말을 이었다


 

 

「판도라의 상자에요 그런 남자는... 절대 만나서도 안 되고

 

  어쩔 수 없이 만났다고 해도 결코 상자를 열어서는 안 돼요...」

 

 

 

「......」

 

 

 

「그런 남자는 말입니다... 팥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이상할 게 전혀 없는 남자에요...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상식을 무기력하게 깨버릴 수 있는 남자죠...

 

  그런 남자를 보통의 여자가 사랑해 버리면...

 

  그 후폭풍은 전혀 감당할 수가 없어집니다...」

 

 

 

「... 어떻게... 그런 것을 알고 있죠...?」


 

 

그녀의 말에 재수는 씁쓸한 듯 대답했다


 

 

「제 옆에 있거든요... 그런 녀석...

 

 내 목숨과 같은 친구라는 이름으로 말입니다..」

 

 

 

「......」

 

 

 

「전 녀석을 사랑하지만... 결코 사랑할 수가 없습니다...

 

 전 녀석의 모든 것을 용납하지만... 절대 용납할 수 없습니다...」

 

 

 

「......」

 

 

 

「혹시라도... 녀석이라는 상자를 내 여동생들이 열어 버린다면...

 

 그래서 여동생들이 폭풍 속에 휘말려 버린다면...」

 

 

 

「......」

 

 

 

「그래서 난 죽을 때까지 그 녀석과 내 여동생들을

 

  만나게 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절대로 당신과 같은

 

  상황에 내 동생을 빠트리지 않을 겁니다」


 

 

재수는 비장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재수를 마주 쳐다 보았다



 

 

 

재수의 만화 가게...

 

지학과 민전도사가 만화가게를 지키고 있다


 

 

「왜 재수 자식은 우리에게 민희 송희를 보여주지 않는 걸까」


 

 

민전도사의 말에 지학은 노트북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우리가 아니라 너다. 난 어제 민희 봤다」

 

 

 

「허! 그 자식 진짜 웃기네! 왜 사람을 차별해! 너는 되고 나는 왜 안 되는데」


 

 

그제야 지학이 민전도사를 슬쩍 쳐다본다


 

 

「왜 안 되는 줄 진짜 몰라 묻냐?」


 

 

지학의 말에 민전도사는 정색을 한다


 

 

「왜 그러냐. 나 이제 선수 은퇴했다. 주의 길을 걷는 종이다」

 

 

 

「그래서」

 

 

 

「그래서라니. 주의 길을 걷는 종을 못 믿겠다는 거냐?」


 

 

지학은 빤히 민전도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냐」

 

 

 

「어제 재수가 과외 놓쳤다고 투덜거리더라」

 

 

 

「갑자기 재수 과외 놓친 얘기가 왜 나와」

 

 

 

「과외 받는 여고생과 엄마는 대만족이라는데 아빠가 결사 반대 했다더라」

 

 

 

「그거야 당연하지! 재수 녀석 생길 걸 봐라! 어떻게 딸 과외를 맡겨!

 

  이건 완전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민전도사는 말을 하다가 지학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눈치를 챘다


 

 

「너 지금 나한테 빗대서 얘기하는 거냐?」

 

 

 

「애들 볼 생각하지 마라. 본의 아니게 엮이게 된다」


 

 

지학의 말에 민전도사는 말도 안 된다는 듯 펄쩍 뛰었다


 

 

「너 지금 상당히 오해하고 있는데! 난 말야 선수 시절에도

 

  미성년자 애들은 쳐다 보지도 않았다구. 그깟 꼬맹이들한테

 

  마음 품을 내가 아니라구」

 

 

 

「자신 있냐?」

 

 

 

「당연하지! 나도 나란 놈을 믿진 않지만 최소한 그 정도는

 

  지킬 수 있는 놈이라는 건 믿는다」


 

 

지학은 다시 빤히 민전도사를 바라보았다

 

민전도사는 온 힘을 다해 진실된 눈으로 지학의 눈을 마주 보았다


 

 

「민전도사 너도 알 거다. 재수에게 있어서 동생들이 어떤 존재라는 걸」

 

 

 

「당연히 알지. 목숨과도 같은 존재라는 걸」

 

 

 

「재수 눈에서 피눈물 나게 하지 마라」

 

 

 

「걱정 마라. 너희들은 내 목숨과도 같은 친구들이다」


 

 

민전도사의 단호한 표정에 지학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그럼 민희부터 만나 봐라」

 

 

 

「민희?」

 

 

 

「그래. 나 오늘부터 민희 과외 하거든」

 

 

 

「니가 민희 과외를?」

 

 

 

「워낙엔 장소 옮겨서 하려고 했는데 그냥 여기서 할 테니까 잠깐 인사나 나눠라」

 

 


지학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민전도사는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일어나는데?」

 

 

 

「잠깐 화장실에」

 

 

 

「야 임마. 그냥 얼굴만 보라는 건데 왜 화장실을 가」

 

 

 

「아 오줌 싸러 가는 거야」


 

 

민전도사는 다급하게 문을 열고 화장실로 뛰어 갔다



 

 

 

화장실 세면대 앞...

 

민전도사는 옷 매무새를 만지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미안하다 지학아. 내가 민희 어렸을 때 약속한 게 있거든.

 

  내가 선수 생활 청산하고 주의 길을 걷는 이유도 다 그 때문이다」


 

 

민전도사는 휘파람이라도 불 듯 희희낙락하며 서 있다

 

화장실 물 내려가는 소리가 들리며 누군가 좌변기 문을 열고 나온다

 

별 생각 없이 슬쩍 본 재수는 얼음 하듯 동작 그만 하였다

 

좌변기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은 다름 아닌 교복을 입은 여고생이었기 때문이다


 

 

「아... 미안해요. 여자 화장실인 줄 모르고...」


 

 

민전도사는 황급히 밖으로 나가려는데


 

 

「여기 남녀 공용 화장실이거든요」


 

 

여학생은 방긋 미소 지어 보이고는 민전도사 옆에 나란히 섰다

 

그제야 여학생의 얼굴을 쳐다 본 민전도사는 숨이 막힐 듯

 

그녀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이건... 엄청나잖아...’


 

 

이제껏 만나 본 수 많은 여자들과 다른 느낌의 여자였다

 

여자...

 

그래... 여자였다...

 

교복을 입은 여고생이 분명하지만 그 어느 여자보다 매혹적인 여자였다...

 

민전도사는 넋을 잃은 채 여고생을 바라보았다


 

 

「제가 신경 쓰이세요?」


 

 

순간 거울을 보던 여학생이 민전도사에게 묻는다


 

 

「아, 아니 뭐...」


 

 

민전도사는 흠칫 하면서 서둘러 시선을 돌렸다


 

 

「저 잠깐 세수 좀 할 건데 이것 좀 들어주시겠어요?」


 

 

그녀는 교복 상의를 벗더니 민전도사에게 건넸다

 

얼결에 교복을 건네 받은 민전도사는 그녀의 다음 행동에

 

숨이 막히듯 놀라고 말았다

 

그녀가 블라우스 단추 두 개를 풀러서는 가슴을 훤히 들여다보이게 하지 않는가...


 

 

민전도사는 믿을 수 없는 눈으로 그녀의 가슴을 바라보았다


 

 

여고생이 이런 훌륭한 가슴을 가지고 있다니...

 

저렇게 탐스러운 젖무덤은 자연산으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것 아닌가...

 

거기다 얼굴까지 완벽하다는 것은...


 

 

여기까지 생각하던 민전도사는 스스로 깜짝 놀라며 문득 정신을 차렸다


 

 

이게 말이 되는가...

 

선수생활 한 것만 해도 몇 년인데...

 

이런 젓비린내 나는 여고생의 가슴 따위에 넋이 나간다는 게 말이 되는가...


 

 

민전도사는 곧바로 주기도문을 외우면서 교복 상의를 세면대 옆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는 이내 성직자의 순결한 눈빛으로 여고생에게 말했다


 

 

「학생. 미안하지만 난 이제 나가봐야겠어. 그럼 씻고 나오도록 해」

 

 

 

「같이 나가요. 나 다 씻었어」

 

 

 

「아냐 천천히 씻고 나와. 어차피 화장실에서 나가면

 

  우린 각자의 길을 가야 하는데...」

 

 

 

「왜 각자의 길을 가요? 난 같은 길을 갈 건데?」


 

 

민전도사는 난처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학생... 학생은 내가 가는 길을 갈 수 없어...

 

  이 길은 오직 나 혼자 가야 하는 길이라구」

 

 

 

「왜요? 왜 내가 갈 수 없다고 생각해요?

 

  주의 종의 길이 반드시 혼자만 가야 되는 길인가요?」

 

 

 

「그래. 주의 종의 길은 혼자서만...」


 

 

민전도사는 말하다 말고 뜨악한 표정으로 여학생을 쳐다보았다


 

 

「하, 학생!... 어떻게 내 직업을!...」

 

 

 

「나 모르시겠어요 민 전도사님?」


 

 

여학생은 방긋 미소를 지으며 민전도사를 바라보았다

 

그제야 민전도사는 눈을 휘동그레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너!... 너 민희구나! 왕재수 동생 왕민희!」


 

 

민전도사는 이제야 모든 걸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쩐지! 이렇게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여고생이 있을 턱이 없었는데!

 

 진작 알아 봤어야 했어! 재수 동생이 아니면 이런 여고생이 있을 수 없다구!」


 

 

민전도사는 감동까지 받은 모습으로 여고생을 바라보았다


 

 

「잘 자랐구나 왕민희! 역시 내 눈이 틀리지 않았어.

 

 이렇게 자랐을 줄 그 때부터 예감하고 있었다구」


 

 

그러나 여고생은 새침한 표정으로 민전도사를 바라보았다


 

 

「치~~ 몇 년만에 만나자마자 또 내 속을 확 뒤집어 놓네」

 

 

 

「왜, 왜 그러냐 민희야... 내가 뭐 실수한 거라도 있냐?」

 

 

 

「네. 실수도 이만저만 큰 실수가 아니에요」

 

 

 

「무, 무슨 실수를 내가...」

 

 

 

「나 왕민희 아니거든요」


 

 

그녀는 민전도사를 바라보며 당당하게 가슴을 폈다


 

 

「민희 언니는 나만큼 가슴이 크지 않거든요.

 

 민희 언니는 나만큼 몸매가 착하지 않거든요」

 

 

 

「앗!... 그, 그럼 너는 누구...」

 

 

 

「나 모르겠어요? 나 송희라구요. 어려서부터 오빠 졸졸 따라 다니던 그 송희」

 

 

 

「소, 송희!...? 그 꼬맹이 송희??!!」


 

 

민전도사는 휘동그래진 눈으로 멍하게 송희의 가슴을 쳐다보았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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