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녀길들이기 [11]~[20]

쌔미마미2007.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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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내가 기억에 없어도 좋아 앞으로 시간은 많으니까..

“오빠~~~나도 대려가~~~~”


“거봐 오빠가 업어 준다고 했잖아.. 자갈이라 걷기 힘들단 말이야 이리와 업혀~”


수아는 석진이 좋으면서도 괜시리 튕겼다.


“그냥 손만 잡구가~”


“그럼 우리 저기까지 못 간단 말이야. 자 빨리 업혀~”


두 아이의 노는 것을 본 박 여사가 입을 열었다.


“수아는 어쩜 저렇게 새침해? 이휴.. 나도 딸아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네”


“좋기는 뭐시 좋아야.. 뭐니 뭐니 해도 자식은 든든한 아들이 있어야 한당게~!! 석진이좀 봐라.. 얼마나 든든하냐~ 저렇게 듬직한 것을 누가 초등핵교 4학년이라 하겄냐? 수아 저것은 1락년인디도 어디가면 유치원생이라 한당게~“


“호호호.. 난 그래도 우리 수아 꼭 내 며느리 삼을 꺼야. 저 쪼그만 입으로 어쩜 저렇게 쉴새없이 쫑알 쫑알 대는지..이뻐 죽겠어 아주. 우리 이이도 수아 이야기만 나오면 입이 함박만 해진다니깐... 호호 안그래요 여보?”


도식은 박 여사의 말에 맞장구를 치듯 말을 이어나갔다.


“송 여사님~ 우리 수아 잘 키워서 저희 주십시오. 저희는 석진이 저놈 잘 키워 송 여사님네로 양자 보내겠습니다. 하하..”


“오빠.. 나 안무거워? 무겁지? 이제 내릴까?”


“아니 하나도 안 무거워. 수아야 너 오빠 좋아 안좋아?”


석진은 말 하면서도 쑥쓰 러운지.. 발끝만 쳐다보며 수아 에게 물었다


“음..몰라  근데 지금 오빠가 한 말 들으니깐.. 내가 여기가 싸늘해진다,, 이상해 기분이.. 쿵쿵해 심장이..“


발끝만 보며 걷던 석진이 갑자기 수아를 추켜 올리고선 다시 걸음을 재촉하며 혼자 생각 한다. 바보야 그게 좋아 하는 거야~나도 그래.. 나도 너 좋아 수아야.


“수아야 너 크면 오빠한테 시집오는 거다? 오빠한테 이렇게 업혔으니깐 오빠한테 오는 거야 시집.. 알겠지?”


“응.. 갈게 시집..!!”


기분이 좋아진 석진은 수아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주머니에서 꼬물꼬물 뭔가를 꺼내 수아의 손에 쥐어주며 말했다.


“자 나가 제일 아끼는 구슬이야. 꼭 잘 가지고 있어야 돼 알았지?”


“응 오빠 이거 있으면 오빠랑 나랑 시집가는 거야?”


석진은 수아를 향해 함박웃음을 지어준 뒤 대답을 했다





“응 수아야 그럼 니가 나한테 시집오는 거야~”


“그러면 우리 여기에서 시집가자~ 알았지 오빠야?”


“그래 여기서 우리 결혼 하자..”


정말..이 여자 기억 못하는 거야? 정말? 그럼 이때까지 결혼 하자 달라붙은 날 변태로 생각 할만 하잖아? 이런 미친놈 제대로 확인해 보지도 않고.. 무작정 덤벼 들었으니.. 어휴...


“무슨 말이에요? 우리 엄마랑 방배동 아줌마랑 동창이면 우리도 한번쯤 만났을수도 있을 꺼라 생각 은 했는데 내가 석진씨 한테 정동진 가자고 까지 했었단 말이에요? 우리가 언제쯤 만났을 까요?“


“.............혹시 구슬 어쨌어? ”


“구슬이요? 무슨 구슬?? 난 구슬 같은 거 안 좋아 했는데요?”


젠장.. 그래.. 이 여잔 아무 기억도 안나나 보군.. 하긴. 여덟살짜리가 뭘 기억 하겠어. 그래..그래..최석진 이제부터 만들어 가자.. 추억을 말이야.. 20년 동안 마음을 품었는데 까짓거...  지금 부터다..


“아니야.. 내가 예전에 당신한테 구슬을 주면서 프러포즈 했었거든 당신은 기억이 안나나봐.

난,,사실 나도 기억이 잘 안나긴 해.. 그때가 내가 4학년 당신이 1학년이었으니깐 말이야.

그런것쯤 잊어도 되. 우리 다시 추억을 쌓아갈수 있는 시간이 있으니깐 말이야.. ...하하....“


그래 장석진. 넌 이 여자가 이혼 한 것도 알고 시작 한거잖아? 겨우 초등학교 4학년짜리가 구슬 따위로 고백했던 마음이 진실이라고 믿어줄 남자가 얼마나 되겠어. 하나씩 추억을 만들어 가자. 그래.. 그러자.. 그녀가 놀란 두눈을 깜박이며 물었다.


“우리가  어려서 봤었다구요? 난 1학년 당신은 4학년? 하.. 그렇구나.. 난 까맣게 몰랐어요. 난 왠일 인지 어릴 때 초등학교 저 학년때의 기억이 잘 없어요. 그래서 당신도 기억을 못했 나봐요. 미안해요.“


그녀는 정말 미안 하다는 듯.. 양손으로 손톱을 만지며 머뭇 머뭇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난 방배동 아주머니가 당신의 어머니 일수도 있다는 생각은 정말이지 생각도 못했어요. 처음 만나는 자리에 사진은 고사하고 겨우 당신 이름 하나 알고 나갔구요. 울 엄마 어려서부터 봐왔으면 알겠네요. 울 엄마 등살에.. 이혼..... 음.. 아니에요..“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석진은 고속도로 통행권을 뽑으며 말을 이어갔다.


“어제 잠도 못잤을 텐데.. 좀 더 자둬.. 이야기는 이따 해도 충분 하니까”


말은 건네며 석진은 무언가를 수아에게 건넸다. 어? 수면안대? 아까 약국 문여는 곳 들어가더니.. 이거 사온거야? 나 쓰고 자라고...?! 후........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수면 안대를 벗고 나니.. 눈앞에 탁 트인 바다가 시야에 확 들어왔다. 여기가 정동진? 당신이랑 나랑 왔다는 그곳? 나랑 당신이랑 다시 오기로 했다는 그곳??  그렇구나.. 근데.. 기억이 안난다..

아직 피서철 이기에는 너무 이른 감이 있나보다. 긴 다리를 과시라도 하듯 입은 얇은 면바지에 얇은 하늘빛 니트티를 입고 한손은 주머니에 꽂은 채 전화를 받고 있는 저 남자. 장석진 이라는 남자 란다. 저사람이.. 내 인생에 지금 막 끼어드는 남자 인줄 알았는데 저 사람이 날 아주 어릴 적부터 나에 대해 알고 있고 나랑 같이 연분을 쌓아온 사람이란다. 하지만 난 기억에 없다. 여덟살 이면 기억도 있을 텐데.. 난 왜 어린 시절 기억이 없는 걸까.. 내가 기억을 못하는 거겠지... 바보같다..


[어떻게 왔어?!]


[어떻게 오긴.. 이제 다 끝났으니깐 온거지.. 호호~ 오빤 나 안보고 싶었어?]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나 지금 바쁘다. 나중에 통화 하자.]


[아~오빠..저기...]


딸깍.

휴~~한동안  엄청 시달리게 생겼군..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으려는 찰나 또다시 울려대는 휴대폰... 언제나 이런 식이라는 듯 휴대폰을 베터리와 분리시켜버리는 석진. 이런 여자다.  아버지 친구분 딸인 한세련은. 같이 말을 하고 있음 입이 아프다는 걸 실감케 하는 아이.

통화를 끝낸 석진은 고개를 돌려 차쪽을 바라 보았다. 얼굴에 상쾌함을 가득 담은 채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수아의 얼굴을 발견 하자 석진은 잡념이 씻은 듯 사라졌다. 차 문을 열며 석진이 말했다.


“아무리 자라 그랬다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코까지 골며 자도 되는 거야? 아무리 우리가 결혼 할 사이라도 어느 정도 긴장감은 있어야 하는 거 아냐? 쿡쿡“


놀리듯 말하는 석진을 보자 수아는 발끈했다. 뭐 결혼? 이씨..


“이보세요 장석진씨. 당신이랑 나는 어제 부로 끝난 사이 아니었나요? 근데 뭐 결혼이요?

웃기지도 않아 참~ 증말..읍읍...하...“


석진은 자고 일어난 그녀를 보자 또 몸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 여자 정말..

너무 하네.. 차안이 온통 복숭아 향기로 가득 했다. 내 생각은 눈꼽만큼도 않는 여자.

자신은 몸이 달아 죽을 것만 같은데  자신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쫑알거리는 여자를 보자 갑자기 화가 났다. 이런 게 키스 구나.. 몸이 붕뜨는 것 같은 느낌을 체험하고 있는 수아였다.  석진의 혀가 자꾸 자신의 치아 사이를 잇몸사이를 맛사지 하듯 애무해 나갔다. 얼굴을 잡고 있던 손도 어느새 어깨로 내려가 자신의 팔 안쪽 민감한 부분을 주무르고 있었다.


“음.. 하.....”


자신의 가슴을 훔치듯 건드린 그의 손에 놀란 수아는 반사적으로 입을 열었다. 그 틈을 타고 넘어간 석진의 혀가 수아의 혀 뿌리와 입안 곳곳을 훔치듯 돌아 다녔다. 수아는 반사적으로 눈이 떠졌다. 아.. 이 남자 감은 눈이 너무 예쁘다. 속눈썹도 길고... 무엇보다 이 달콤한 느낌이 자신에게서 떠나보내기가 싫었다. 달콤함... 달콤함이라니..내가.. 석진은 강한 인내력으로 수아를 자신에게서 떨어뜨렸다. 자신의 가슴에 고개를 대고  거친숨을 고르는라 가르랑 거리는 그녀의 몸짓이 좋았다. 자신의 입안에서 느껴지는 수아의 복숭아 향기가 다시금 그를 괴롭혔다.


“다시 키스 하면... 날 받아 줄껀가...?”


신음에 젖은 목소리로 힘겹게 석진이 수아에게 물었다.


“..당신이 날 큰 손아귀에 가두지만 않는 다면요...”


수아 역시 거친 숨을 고르느라 힘겹게 목소리를 쥐어짜듯 대답했다. 남자와의 스킨쉽이 이런건지 몰랐다. 한결과 했던 훔치듯 당했던 키스와는 느낌이 달랐다. 석진의 혀가 자신을 헤치지 않고 보호해 줄꺼라 다독이는 듯 했다.


“하....”


“........사랑해...”


사랑..? 사랑...사랑..음... 다시금 그의 입술이 자신의 얼굴에 떨어졌다. 이마에 코에.. 그리고 입술에.. 꽃을 찾아 나비가 앉듯 그렇게 그의 입술이 그녀에게로 떨어지듯 스며들었다.


[12]


머리랑 가슴이 따로 놀아요.

석진과 수아는 아무 말 없이 바다를 거닐었다. 석진은 수아의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을 위태로이 지켜보며.. 수아는 지금 자신에게 엄습해 오는 이 느낌을 강하게 거부하려 온몸으로 밀어낼 준비를 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왜 밀어 내는지는 자신도 몰랐다. 그저 그래야 자신이  숨을 쉬고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한참동안 석양을 바라보던 수아가 힘겹게 입을 땠다..


“석진씨... 당신 참 매력 적인 사람이에요.. 좋은 사람 인 것 같구..”


“............!!”


“그런데 난 당신을 받아들일 수 없어요.. 왜냐 하면 글쎄,, 내 온몸에서 당신을 거부해요.

아니 당신이 아니라 다른 어떤 남자도 당신을 거부해요..뇌세포 신경 세포 하나하나 모두가 당신을 밀어낼 준비를 하고 있다 구요.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석진씨..“


석진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힘이 든단다. 내가 사랑하는 여자가 난 이 여자 아님 않될 것 같은데.. 이 여자 하나만보겠다고 20년 전 이 자리에서 맹세 했었는데 이 여자 머리카락 한 올만 보아도 내 몸과 마음이 동하는데.. 이 가녀린 여자는 않된단다.. 그녀의 모든 것이 날 거부 한단다. 석진은 긴 한숨을 내쉰 후  입을 열었다.


“나 담배 하나 펴도 될까....?!”


담배? 이 남자가 담배를 피웠었나? 하긴 안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몰랐을 수도 있었겠다. 아까 키스 할 땐 냄새 안났었는데.. 아..키스... 순간 얼굴이 달아 오른 그녀는 대답대신 고개를 마냥 끄덕였다. 긴 담배를 입에 문 석진은 담배 연기를 허공에 뿌리며 웃으며 말을 이었다.


“담배 핀다는게 그렇게 좋아? 이 여자 큰일 날 여자네~ 보통 피지 말라 그러지 않나? 내 담배 피우는 모습이 보고 싶었나보지? 그렇게 열심히 고개를 끄떡이는 걸 보면.. 하하“


오잉? 내가 언제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고.. 이거 나 놀리는 거 맞지? 이 남자가 근데~!!

고개를 획 돌린 그녀는 무언가를 따질 듯 그를 쳐다보는 순간 헉~!! 눈에 들어 오는게 담배를 물고 있는 이 남자 입술 밖에 없다?! 아..심장이 아파온다. 백미터 달리기를 했을 때 보다 더 뛴다. 아프도록 뛴다. 심장이.. 우째 이런 일이... 흑흑.. 이 나쁜 놈아 순진했던 나로 되돌려 내란 말이다~!!! 담배를 비벼끈 석진이 먼저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가지 부모님이 걱정 하시겠어~”


자신의 감정변화에 괜시리 울컥 화가 치밀었던 수아는 욱하는 마음에 석진의 손을 잡아 끌 듯 일어났고, 무방비 상태에서 손을 뻗고 있던 석진은 순간 기우뚱했다. 다시 중심을 잡으며 같이 기우뚱거리는 수아의 허리를 낚아채 올렸다. 어..이게 아닌데? 헉?? 순간 중심을 바로 잡으며 수아는 본의 아니게 석진의  깊게 패인 니트 겉으로 드러난 목에 얼굴을 박는 꼴이 되어 버렸다.


“하..”


“헉”


석진은 황급히 그녀의 얼굴을 잡고 자신의 가슴에서 떼며 말했다.


“이봐 당신.. 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극적 이란 걸 알아 줬음 좋겠어. 지금 나 테스트 하는 거야?“


수아가 머뭇거리다 말을 이었다.


“당신도........ 가슴이 떨렸어요? 지금 당신의 심장이 콩닥거려요..많이..그래서..”


미쳤어 최수아... 머리는 미쳤다고 뭐하러 그런 걸 물어 보냐 하지만 마음이 달랐다. 물어 보고 싶었다. 석진은 수아의 머리를 헝클 듯 만지며 말했다.


“당연하지.. 아까 당신과 키스를 할 때는 물론 당신이 입만 열어도   난 가슴이 미친 듯 뛰어. 당신에게서 잘 익은 복숭아 냄새가 나.. 먹어도먹어도 또 먹고 싶은..“


“흑...흑흑,,,,”


“..............?!”


수아는 석진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 했다. 이 사람도 그렇단다. 왜 그러지? 응.. 이 사람은 날 사랑 한다 하는데,, 그럼 나도 사랑 이란 걸 하는 거야? 갑자기 자신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들이 모두 미워지기 시작했다. 한결과 이혼 했을 때도 이토록 마음이 아프진 않았다. 이 남자의 고백 아닌 고백을 들은 순간 너무 가슴이 아팠다 눈물이 났다. 머리론 이 사람을 밀어내려 방어를 하는데 가슴이 이상했다. 마음이 따로 노는 것 같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녀는 그저 하염없이 울기만 했다.


“가슴이..엉엉.. 나빠.. 석진씨.. 흑흑.. 머리랑...”


석진은 애가 탔다. 자신이 뭐라 그랬다고 저렇게 주저앉아 펑펑 우는 지. 달래려 감히 손을 뻗을 수도 없다 얼마나 원통하고 비통 하게 우는지.. 애도 타지만 한편으론 귀엽기 그지없다. 예전 어릴  때처럼  자신이 안아 주고 난 뒤 무겁다고 투덜거렸더니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저렇게 꼭 저런 표정으로 울었었다. 옛 생각이 나자 석진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 옆에 앉았다.


“왜 울어? 내가 말 잘못 한거야? 당신 힘들게 한거야? 그렇담 미안해.. 응? 난 내가 당신을 그렇게 아프고 힘들게 할꺼란 건 생각지 못했어. 미아...??“


“가슴이... 마음이... 머리랑 따로... 놀아요.. 흑흑.. 나 무서워요. 왜 무서운지 몰라서 너무 너무 답답해요.. 흑흑.. 당신이 책임져요...무심코 던진 돌맹이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 다는 말 알죠? 당신 너무 나빠요..흑흑...“


머리랑 가슴이 따로 논다? 왜? 뭐 때문에? 설마... 이여자도 날 좋아 하는?? 석진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 하고 있는 사이 수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나 이혼녀에요.. 결혼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남편에게.... 차인 이혼녀라구요. 난 28년을 살면서 그 누구도 가슴에...흑흑... 담은 적이 없어요. 결혼 했던 남자까지요. 흑흑... 그 누구도 내 주위에 맴돌게 두지 않았어요. 흑흑..엄마가 결혼 하라 셨고. 내 말을 가장 잘 들어 줄 것 같은 남자랑 결혼 했어요. 하지만 너무 힘들었어요.. 나 몰라요 그 하기 싫은 결혼을 할 때도 나 이렇게 무섭지 않았어요. 흑흑.. 흑흑.. 나 진짜 무서워요...“


석진은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해주는 그녀가 고맙고 안타깝고 사랑스러워 그녀의 이마에 키스를 해주고 그녀를 끌어안았다. 분명 무언가가 있다. 이 나약한 여자를 힘들게 만든 그 무언가가 있다. 내가 고치고 싸매 주면된다. 내가 하면 된다. 내가...


“그런말 이제 안해도 되. 당신이 한번 결혼 했다가 이혼한 사실에 난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을 만큼 당신을 사랑 한다구.. 처음이라.. 당신 말대로 이런 감정이 처음이라 그래서 그럴 꺼야. 쉿...이제 그만 울어.. 응? 너무 많이 울면 머리 아파. 얼굴도 아프고.. 난 당신이 아프고 힘들어하는 모습 보고 싶지 않아. 내가 옆에 있어 줄께. 저번처럼 자다가 무서운 꿈꾸면 나 불러. 내가 언제든지 달려올께. 응? 그러니 제발 그만 울어.“


저녁도 먹는 듯 마는 듯 한 그녀는 차에 타자마자 수면 안대를 찾았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 까? 얕은 코를 골며 잠에 떨어져 버렸다. 하하.. 석진은 웃음이 났다. 오늘 하루 자신의 심장을 움켜쥐며 가지고 논 그녀를 사랑 했다. 자신이 키스 할 때 달뜬 몸을 어쩌지 못해 어색해 하는 그런 그녀를 사랑했다. 자신이 한없이 뿌듯해지는 석진 이었다. 20년 전부터 이 사랑을 지켜온 자신에게 박수라도 보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집 앞에 온지 한 삼십 여분이 지난 것 같다. 수아를 깨워야 하는데 너무 곤히 자는 수아를 깨우기  뭐해 계속 그녀의 쌔근거리며 자는 그녀를 지켜볼 뿐이었다.


“으음...”


“일어났어? 잠꾸러기 아가씨? 쿡쿡..”


수아는 눈을 비비며 물었다.


“언제 도착 한거에요?”


“한 2~3분? 금방 도착해서 기지개 켜려는데 당신이 일어 난거야. 이제 어서 들어가 부모님 걱정 많으시겠다.“


“석진씨.... 우리 이제 만나지 말아요..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날 이해해 주기 힘들겠지만.. 나 그냥 당신 그만 만나구 싶어요.. 그만 만날래요.. 미안해요..“


수아가 정말 미안 하다는듯. 하지만 자기를 살려 달라는 듯 간절히 애원 아닌 애원을 했다. 그렇단 말이지? 그렇게 내가 다가 가는게 힘들단 말이지? 망할 여자.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내 심장 가지고 노는 걸 즐기는 여자라니까.. 그래.. 힘들다면,.,., 힘들다면... 이렇게 애원 하는데...그래...휴..............


“그래.. 미안하다. 당신이 정말 많이 힘들어하는 걸 보니.. 나도 힘들어. 이제 그럼 연락 하지 않을 게. 정말 미안했어. 나 때문에 당신이 너무 힘들어 진 것 같아 마음이 아파..  이제 당신을 찾아가거나 전화해서 귀찮게 하는 일 없을 꺼야..“


석진이 채념 한 듯 앞을 보며 담담히 말했다.


“죄송해요 내릴게요. 조심히 가세요”


괜시리 눈물이 날 것 같은 마음에 수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돌아갔다. 왜? 왜 눈물이 나는 건데 최수아? 이렇게 무섭고 겁이 나느니. 예전의 나로 돌아가자. 할 수 있을 꺼야. 아자아자 최수아 파이팅...


“다녀왔습니다...”


거실에서 다과를 들고 있던 송여사 부부는 눈이 퉁퉁 부어 떠지질 않는 딸을 바라보며 어안이 벙벙해졌다.


“니 눈이 나날이 부어 들온다? 어서 맞고 들왔냐?..아야 어째 꼬집어 싸쏘 아푸고마잉”


송여사가 눈살을 찌푸리며 영석을 째려보자 영석이 말했다.


“오늘도 일하느라 고생이 많았다. 얼른 들어가 자라.”


“아야~ 장서방 이랑 같이 있었냐? 늦었다??”


송 여사의 물음을 뒤로 한 채 수아는 자신의 방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속이시원할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듯 했다. 창문 너머로 석진의 차가 있나 보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 그냥 침대에 누웠다. 불현듯 자신의 입술에 닿았던 석진의 입술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깜짝 놀라 일어선 수아는 불을 켜고 화장실로 갔다.


한편 석진의 차 안에는 자욱한 담배 연기만이 가득했다. 수아의 방에 불이 켜지고도 석진의 차는 그 자리에서 길을 잃은 듯 미동도 않다가  자정이 넘어 새벽녘이 다 되어 서야 석진의 차에 시동이 켜졌다.


[13]

“안녕하십니까”


고개로 까딱 인사를 한 석진은 책상에 쌓인 산더미 같은 결제서류에 짜증이 몰려왔다.

박 비서가 커피를 들고 따라왔다. 박 비서가 타오는 커피는 항상 향이 좋았는데 오늘 따라 헤이즐넛의 향기가 석진의 속을 비트는 듯 했다.


“미국에 M&D회장님 전화 오셨었습니다. 그리구 한세련씨라고 전화 왔었구요. 중국 인창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사장님께서 직접 다녀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금방 말한 안건들의 세부사항을  책상위에 두었습니다.“


석진은 양미간을  누르며 말을 이었다.


“이따 점심 끝나고 중국으로 가는 항공 예약 해 놓아요. 임직원들 11시까지 소집해 주시고

점심 끝난 바로 뒤에 미국으로 전화 연결 좀 해주고 아 그리고 한세련 이란 여자한테 연락

오거든..아니요. 그건 제가 하죠 이만 나가 보세요.“


석진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당분간 그녈 잊고 지내고 싶어 한시라도 빨리 중국행을

서둘렀다. 같은 하늘에 있지 않으면 잠시라도 잊혀 질까 싶어서..


“삐... 사장님 회의 소집 됐습니다.”


“알겠습니다.”


막 일어 서려는 찰나 해대폰이 울렸다.


“네 장석진 입니다.”


“오빠 나 세련이에요”


순간 석진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나 지금 회의 들어 가봐야 해. 용건이 뭐야 빨리 말해.”


“왜 이렇게 빡빡하게 구실까 우리 오라버니 께서.. 후후.. 어제 바쁘다더니 회사에 출근도 안하구 무슨 일 있는 거야? 걱정 되서... 그나저나 오늘 저녁에 시간 있어? 나 오늘 이탈리안 돈까스가 먹고 싶은데. 오빠가 사주면 않되?“


언제나 그랬다. 그녀는 빛 한줄기가 들어올 틈이라도 있으면 언제나 그 옆에 비집고 들어오려 했었다. 언제나 석진은 진실로 진실로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고 말했지만 세련은 그 말을 진실로 들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그깟 사진 한 장 가지구 뭐야... 내가 사진 속 그 꼬맹이 보다 오빠를 더 사랑 한단 말이야!“ 이  한마디면 세련은 뭐든 만사형통인 아이처럼 굴었다.

한세련


자신의 아버지의 둘도 없는 친구의 무남독녀 외동딸이다. 아버지의 친구는 자신이 미국에서 공부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키워 주다 시피 한 M&D의 사장 한창진 이란 사람이었다. 자신에게 한없이 따듯했으며 석진을 자식 대하듯 세련 보다 더욱 아껴 주는 사람이었다. 세련은 분명 귀엽고 충분히 매력 적인 여자다. 하지만 자신은 그녀 아니면 않되는 걸 자신도 어쩔수 없는 문제였다.


“나 오늘 중국 들어 간다. 2주 넘어야 올꺼야. 그러니 다녀와서 보자. 회의 늦었다 나중에 통화 하자.”


딸깍.

이렇게 끊지 않으면 언제까지 저 녀석의 수다를 들어 주고 있어야 할지 자신도 모르는 일이었다. 똑같이 수다스럽다는 점에서 수아가 떠올랐지만 이내 고개를 저은 뒤 석진은 자리를 털 듯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또 이런 식 으로 끊겼다. 언제나 이런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한없이 다정 하지만 아니 자신에게만 냉정하게 구는 사람. 아니다 사실대로 이야기 하자면 세련이 그런 일을 저지르지만 않았어도 아직 석진과 세련은 둘도 없는 오누이 사이가 되었을 지도 몰랐다.


“오빠... 여자 친구 있어?”


마주 앉은 세련이 석진을 향해 물었다. 석진은 햄버거를 한입 베어 먹으려다 말고 대답을 했다.


“응 있어.”


확고한 대답이었다. 뜸들임 전혀 없이. 아주 확신에 차 있는 대답이라고나 할까? 너무 빨리 대답을 하자 세련은 순간 당황을 했지만 석진 정도의 외모에 여자친구가 없다면 오히려 그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한국에 두고 온거야? 언제 사겼어? 얼마나 오래 됐어?”


석진이 웃으며 대답 했다.


“왜 그렇게 관심이 많아? 나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좋아 하는 여자애야.”

풋~ 세련은 웃음이 났다. 뭐야 그냥 짝사랑 하는 거 였잖아?


“오빠 나 오빠 좋아 해 많이 많이 그니깐 오빠도 나만 좋아 해야해 응? 그 여자애 오빠가 어른이 되어서 돌아갈 그땐 오빨 다 잊었을 지도 몰라 오빠가 지금 15살인데 어떻게 그때 까지 그 여자만 좋아 할 수가 있겠어? 내가 쭈욱 어른이 될 때까지 오빠만 좋아 하고 있을 테니깐 그때 나한테 와 응?“


석진은 아무 대답도 없이 햄버거만 먹기 시작 했다. 아무 대답도 없는 석진의 태도에 화가 난 세련은 석진의 방으로 뛰어 올라갔다. 그의 책상위에 항상 있는 석진이 누군갈 업고 찍은 사진 한 장. 화가난 세련은 그 액자를 벽에 던져 버렸다. 산산조각이 난 액자. 놀라 뛰쳐 올라 온 석진은 세련을 밀치고 그 사진부터 주웠다. 그리고 아찔할 만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난 네 수 많은 장난감 중에 하나가 아니야. 니 마음대로 하려고 하지마. 앞으로 내방에 들어와 내 물건 마음대로 손대는 거 절대 용납 못해 알았어? 얼른 나가.”


세련은 울먹 거리며 뛰쳐 나갔다. 뭐라고 반박 해야 했지만 아마 자신의 부모님이나 다른 사람 이었다면 물건을 더 집어 던지며 자신의 기분이 풀릴때 까지 화를 냈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석진에게는 그럴수가 없었다.


회의실 안.

벌써 한 시간 째다. 여느때와 다름 없는 회의 였지만 임직원들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언제나 적당한 표정으로 회의에 임하고 모든 일에 처리를 했던 사장이 오늘은 어째 분위기가 살벌 했다. 석진 에게 무슨 일이 생겼구나 하는 것은 지나가던 초등학생이 봐도 한 눈에 알만했다.


“우리 우향은 앞으로 중국지사 인창에 많은 투자를 하면서 연간 수 십 억원을 벌어들일 계획이 이제 실행이 되고 있습니다. 다 여러분들 덕분이라 생각 합니다. 제가 오늘 중국지사  인창으로 출장을 갑니다. 여기 모이신 분들이 제가 없는 동안 더욱 분발해 일을 해 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그리고 기획실 박 팀장은 나와 함께 중국으로 들어갈 준비를 해 주십시오. 박 실장과 최 비서와 함께 동행 할 예정 입니다.  그럼 오늘 회의는 이만 마치겠습니다.“


석진은 미끄러지듯 자리를 빠져나왔다. 점심시간에 두올. 수아의 아버지와 점심약속이 잡혀 있었다. 이번 하청업체 선정 때문에 두올과의 끝내야 할 계약이 있었던 터였다. 일본의 전통 음악이 흘러 나오는 이곳은 단아한 일식집이다. 좀 앉아 있으니 두올의 영석이 들어온다.


“어서오십시오”


석진이 일어나 정중히 그를 맞았다.

“제가 좀 늦었소.”


고개를 숙여 인사하던 석진이 황급히 말을 이었다.


“아닙니다 아버님. 말씀 낮추십시오. 수아씨 아버님인데..”


“아니오. 공과사는 확실히 구별 해야지요. 나는 인맥으로 내 밥그릇 챙기고 싶은 사람 아닙니다. 허허”


석진은 영석을 보며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지어졌다. 비록 작은 중소기업을 운영 하지만 석진이 본 영석은 정말 땀흘려 일한 만큼 버는 사람이었다. 뒷돈을 챙겨 돈을 더 번다거나, 누구의 뒤를 봐주고 권을 더 가지려 애쓴 다거나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의 아버좌는 좀 다른 그런 모습에 어려서부터 자신의 아버지 보단 좀더 다정하며 인간미 넘치는 사람 일꺼라는 생각을 했었었다.


“그럼 이번 계약건은 마무리 된 걸로 알겠습니다. 그런데 항간의 소문을 듣자 하니... 한진이랑 합병을 하실 꺼라는 소문이 돌던데요?“


“벌써 장 사장 귀에 까지 들어갔소?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소. 나는 지금 두올이 딱 적당하다 생각 하는데 우리 식구들도 늘어나고 하니 늘려야 할 것 같단 생각이 들어서요..허허”


석진은 떠본 듯 말을 꺼냈지만 대답하는 영석의 표정을 보았다. 뭔가 분명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 분명 무언가가 있다. 석진이 조금 알아 본 바로는 영석의 오른팔 노릇을 하고 있는 손 상무라는 사람이 이 합병을 거세게 추진 중이라 했다. 손 상무라는 사람이 두올이 처음 시작 할 때부터 영석과 같이 일궈 나간 회사라 부사장이나 다름없는 위치에 잇는 사람이라 했다. 알아봐야겠군. 석진이 화재를 돌릴 생각으로 말을 꺼냈다.


“내일 저희 회사 쪽에서 계약서를 가지고 두올로 찾아 갈껍니다. 계약서에 싸인만 해 주시면 됩니다. 제가 끝까지 성사를 시켜야 하는데 중국 지사에 다녀와야 할 것 같아서요”


영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 했다.


“그렇게 합시다 그럼.”


영석은 생각 했다. 수아와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닐 까 하고...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자꾸 석진은 안절부절 했다. 아무래도 수아의 이야기를 묻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모른척 한 영석은 입을 닦으며 이야기 했다.


“내가 젊은 사람 시간을 너무 뺐은 건 아닌지 모르겠소. 그래 중국은 언제 가는 겁니까?”


석진이 다른 생각에 잡혀 있다 깜짝 놀라며 말을 했다. 넌지시 수아에게 들어갈 좋은 기회라 생각 하며 말이다.


“예. 이따 오후 세시 비행기 입니다.”


영석이 시계를 보며 말했다.


“이런... 늦었네. 이만 나갑시다. 아 그리고 수아 에게는 내 모른 척 하리다. 어제 수아 그놈을 보니 둘이 싸우고 들어 온 모양이던데... 가끔은 싸움도 필요 하거든. 그래야 쑥쑥 크는 법이지 하하.“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수아 에게 넌지시 자신이 중국에 갔다는 걸 알리게 된 기회라 생각 한 석진은 순간 어안이 벙벙해졌다.  석진이 중국은커녕 지구 정반대편으로 들어간다 그래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을 그녀인데... 휴 사랑은 참 멀고도 험한 것이다 생각 하며 힘없이 일어서는 석진 이었다. 한편 수아는 지독한 감기몸살에 걸려 힘겨워 하고 있었다.


“아야 이것이 뭔 일이다냐? 갑자기 아 아프고 난리데? 오메 열이 안떨어 진다잉. 뭣을 좀 묵어야 쓸 것 아니냐? 전복죽 좀 쒀주리?“


송 여사가 걱정으로 가득한 얼굴로 수아의 이마를 훔치며 말을 건넨다. 수아는 송여사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아니야 엄마 나 자고 싶어 요새 너무 바빠서 내가 이번에 맡은 프로젝트 끝나고 나니깐 긴장이 풀렸나봐요. 나 잘게. 혼자 있고 싶어요.“


갈라지고 메마른 입술로 수아는 힘없이 입을 딸싹였다. 그런 딸의 모습을 지켜보던 송 여사는 혼잣말을 하며 방을 나갔다.


“그랑께 놈의 회사 가가꼬 멋한다고 일을 배우고 앉았다냐. 느그 아부지 회사 자리 하나 꽤 차고앉아서 적당히 일 하다 시집이나 가제. 찰흙 쪼물딱 거리는 것이 뭣이 좋다고 하기사 평양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 이라고 안하디야~ “


엄마의 푸념 아닌 푸념을 들으며 수아의 얼굴에 얕은 미소가 그려졌다. 찰흙 쪼물딱 거리는 일. 이것이 송여사가 말하는 수아의 직업이다. 클레이 애니메이션 정확히 말하면 이것이다. 하지만 요새 생겨난 직업 이라고 할 수도 있어 약간 어르신들은 그 직업을 이해 못하는 듯 했다. 이번에 MBS와 계약을 성사 시킨 수아는 매일 아침 8시에 진행되는 어린이 프로그램의 5분짜리 동화를 만들게 되었다. 5분 이라고는 하나 클레이로 일일이 찍고 만들고 해야 해서 하루에 혼자서 할 경우 대여섯 시간을 그것에 투자 했었다. 저번주 토요일 부로  8개월간의 대장정을 끝내고 막을 내렸던 것이다. 그 일이 막바지에 더욱 바빠지면서 또 석진과의 만남이 생기면서 심한 스트레스를 겪은 수아는 기어이 몸이 고장 나고 말았던 것이다.


“자고싶은데.....”


수아는 자고 싶은데 쉽사리 눈을 감지 못했다. 또 그 꿈을 꿀까봐... 요새 같이 마음이 편하지 않은 날들은 꼭 그 꿈을 꾸곤 했었다. 하지만 이제 그 꿈에 장석진 그 사람이 나온다. 마음이 참 이상했다. 자신이 먼저 이별 아닌 이별을 고하고 돌아 섰으면서도 뭔가가 내내 야속하고 서운 했다. 아마도 자신을 잡아 주지 않는 석진이 야속한 것 같았다. 자신이 석진에 대한 감정이 이렇다는 걸 알게 된데는 채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석진과 그렇게 헤어지고 돌아온 그날 저녁부터 그 꿈을 내리 꾸게 되었고  그 꿈 끝에는 항상 석진이 그 무시무시한 손아귀에서 그녈 구해주었다. 석진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사랑일지도 모른 다는 생각을 하는 데 너무 너무 두렵고 무서운 수아였다. 무엇이 무섭고 무엇이 두려운지 수아는 몰랐지만 그런 무섭고 두려운 마음들이 엄습했다.


“잘했다...잘했어 잘한거야 최수아 잘한거다 잘한거다 잘한거다.... 잘...”


또 주책맞은 눈물이 흘러나오려는 기미가 보이자 수아는 얼른 베개에 얼굴을 박고 잠을 자려 애를 썼다.


비행기 기내 안.

석진은 수면 안대를 한 뒤 잠을 자려 애를 썼지만 결국 이래 저래 뒤치닥 거리다 상하이 공항에 도착 했다.


“최비서, 오늘 저녁 인창 임직원들과 만찬준비 해줘. 그리고 내일부터 스케쥴을 타이트 하게 짜도록 해. 2주 예상은 하고 왔지만 우향에서 처리 해야 할 일도 만만치 않잖아.”


“네 알겠습니다.”


석진은 피곤이 싸여 충열된 눈을 마시지 하듯 풀며 이야기를 했다. 얼마간의 잠이 든 것 같다. 조심스레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최비서의 목소리에 흠짓놀란 석진은 박실장이 먼저 내리는 것을 보고 최비서에게 이야기를 했다.


“숙소 도착 한뒤 내 방으로 잠깐 와.”


체크인은 되어 있었고 방에 숙소에 도착한 석진은 넓은 침대를 보자 몸이 끌리는 것을 느꼈다. 그럴 만도 했다. 수아와 그렇게 해어진 후 석진은 주위 모든 사람들이 걱정을 할 정도로 일에 쌓여 살았다.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일을 하다 쓰러져 한 두시간 잠이 들었고 일어나면 다시 일을 했다. 수아...최수아... 보고싶다. 쉴새 없이 쫑알 거리던 그 입술 도.. 한가에서 바람 결에 흩날리던 그 머리칼도.. 다리를 모으고 울고 있던 가엾어 보이던 그 몸짓도... 다 보고 싶었다. 보고 싶었다.


“띵동..띵동..”


“들어와.”

최 비서가 들어오며 말했다.


“찾으셨습니까. 사장님”


“음 앉지.”


벨소리에 정신을 차린 석진은 이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와 쇼파에 앉아 있었다.


“다른게 아니라 우리 하청업체 두올 말 인데 지금 한진 이라는 회사와 합병을 생각 중이라지? 두올 오너와 만나서 이야기 해본 바론 오너는 합병 할 생각이 없는 듯 하던데 뭔가가 있는 것 같아. 그 회사 손 상무라는 사람도 좀 알아보고.”


“예 알겠습니다 사장님.”


“다른 임직원들이 눈치 체지 못하게 조용히 알아 보도록 해. 뭐 필요 하다면 사람을 심어도 좋아.”


“사장님. 외람된 말씀일지도 모르나 이번 하청업체 선정 때문에 그러시는 거라면 지금

한국 본사에 알려서 계약을 보류하시는 것이..“


“아니야. 개인 적인 일이야. 개인적인 친분문제야. 그러니 더욱 밖으로 세지 않도록 조심 해.”


최 비서는 알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곧 알겠다는 말을 남기며 나갔다. 석진은 담배를 물고 테라스로 갔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별이 떠있지는 않았다. 중국 하늘... 그녀와 내가 다른 하늘 아래 있다. 혹시 전화 할수도 있지 않을 까? 혹시.. 그럴수도 있을 꺼라 생각 했다. 그녀가 혹시 또 무서운 꿈을 꿔 자신에게 전화를 걸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석진은 마음이 다급해 졌다. 최비서에게 자신의 휴대폰 자동 로밍을 시킨 석진은 이내 흡족해 하다 너털 웃음을 지었다. 자신은 뭐든 자신이 있었다. 일도 공부도 사업도... 하지만 사랑.. 이것 하나가 자신의 발목을 잡았다. 사랑이라는 것이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을 한적이 없었다. 자신의 사랑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여자가 어떤 마음이건 그냥 자신의 사랑이면 되는 줄 알았다. 미국에서의 석진을 지켜준 건 단 하나. 그녀의 씽긋거리는 미소와 한 없이 서럽게 울던 그녀의 눈물 이었다. 비록 초등학교4학년을 마지막으로 긴 시간 동안 보지 못했지만... 어쩜 자신은 기나긴 첫사랑을 아직도 끝내지 못한 풋내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알고 싶었다. 그녀가 뭘 그렇게 두려워 하는지... 그녀가 그 무서워하는 꿈도안꾸게 되고 모둔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생안경 끼지 않고 바로 볼수만 있데 된다면 자신에게 수아가 꼭 오지 않더라도 그 모습만 본다 해도 행복 할 것 같은 석진이었다. 그녀가 보고 싶다.


[14] 지독한 여자...이 망할 여자 같으니라구..

석진의 뒤를 따르는 박 팀장은 아무도 들리지 않게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본사에 그렇게 한 일이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석진은 늘 조급해 하며 빨리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 뒤를 따르는 최 비서 또한 평소랑 다른 석진의 행동을 보며 의아해 했다. 자신이 오너를 모시게 된지 일년이 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석진은 그동안 단 한번도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었다. 오너가 불안하고 초조해 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한국에 뭘 두고 온 것처럼 어서 일을 끝내라고 다그쳤다. 잠도 자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한국에서 이곳 중국으로 넘어오기 몇칠 전 부터 지금 까지 계속 이런 식이었다. 일에 파묻혀 있는 일중독자 같았다. 태풍 전야의 고요함처럼 석진은 불안 하고 위태로워 보였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언능 댕겨온나. 니가 맡은 프로젝튼가 뭐신가도 끝났다메 연차 쓰고 집에서 좀 쉬랑께는 가이네 말도 징글맞게는 안듣는다. 대한민국 돈 니가 다 긁냐?”


딸이 안쓰러워 출근하는 딸의 어깨를 털어주며 말을 되받아 친다. 아무대꾸도 하지 않는 수아를 지켜보던 영석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밝은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론 한없이 약한 자신의 딸의 짝으로 석진이 제격인 것 같아 두 번째 결혼 이긴 하지만  내심 마음에 안심이 갔었는데 요즘 저 녀석을 보니 그것도 잘 않돠는 모양이었다. 영석 혼자 상념에 빠져 있는 사이 송 여사가 녹차를 내오며 말을 했다.


“오늘은 박 여사 한번 만나봐야 것어라. 어째 석진이를 만나는 것 같지도 않고 요새 저것 얼굴이 어디 사람 얼굴이요? 몇칠새에 부쩍 살이 빠져부렀당게요. 해골이 따로 없당께”


송 여사가 한숨을 쉬며 푸념 했다. 점심시간에 간단한 토스트를 먹은 수아는 양치질을 하기 위해 화장실을 갔다. 무심코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 본 수아는 깜짝 놀랐다. 세상에 자신의 얼굴이 판다곰 같이 보이는 게 아닌가? 살은 쏙 빠져 마치 해골 모양을 보는 듯 했다. 눈 주위에 다크써클은 화장을 한다고 했어도 그것을 가리기엔 역부족이었다. 한숨이 굳게 다문 입술 사이로 비집고 나왔다. 자신의 얼굴을 쓸어 보던 수아는 문득 입술을 쓸었다. 다 트고 갈라져서 정말 볼품이 없어 보였다. 문득 석진이 생각났다. 내게서 복숭아 향기가 난다고 했었나? 복숭아 복숭아..코끝이 아려왔다. 뭐...할까? 일하고 있겠지? 야 장석진! 나는 너 가끔 생각난다. 너는 나 가끔 생각나니?? 이 나뿐놈아 내 입술 돌려내!! 문 듯 선진이 생각나자 눈물이 차오르는 걸 느낀 그녀는 자신을 위로하듯 석진 에게 모든 잘못을 돌리며 씩씩하게 화장실을 나섰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몰랐다.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고 있는데 누군가 자신의 등을 가볍게 친다. 그제서야 구브리고 일했던 허리를 피며 기지개를 켰다.


“언니 요새 왜 그래요?”


인정이 자신을 염려 하는 얼굴로 커피를 건넸다. 커피를 마시며 수아가 인정의 시선을 피하듯 화재를 바꾼다.


“인정씨 이번에 이 캐릭터 어때? SBM  가을 개편 때 쓰려고 하는데 말이야?”


인정이 한숨을 쉬며 말을 이어갔다.


“요새 언니 너무 넋이 나간 사람 같아요. 일중독자 같다니깐? 진짜 무슨 일 있어요? 나랑 오늘 술 한잔 할래요???“


일 중독자 일 중독자.. 그 사람도 나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었는데... 석진...씨..

수아는 고개를 힘차게 가로 저었다 인정이 있다는 생각을 못하고 상념을 떨쳐 버리려 고개를 끄덕거린 것인데 인정은 자신이랑 술 한잔 하기 싫다는 소리로 알아듣고 볼멘 소리를 했다.


“언니.. 그렇게 싫어요?? 훙~ 너무 한거 아니에요?”


수아가 뒤늦게 상황이 어떻게 된건지 깨닳은 수아는 당황했다.


“아니야 인정씨 다른 생각 좀 하느라구.. 술? 좋지? 안그래도 요새 술이 많이 고팠어~ 이따 퇴근 하고 술 한잔 하자. 오랜만에~”


수아가 말을 하자 인정은 다시 새초롬한 표정이 되어 말한다.


“언니가 쏘는 거에요~~쿠쿡~”


인삼차의 향기가 코끝을 맴돈다. 송여사와 박여사가 근심어린 표정을 하며 마주 하고 앉아 있다. 후루룩 송여사가 인삼차 한모금을 마시고 난뒤 말을 이었다.


“난 씨방 이것이 어떻게 된것인가 알수가 없다야. 그랑께 그 담날 석진이가 중국으로 가부렀다고야? 이것들이 도대체 먼일이다냐”


“수아가 그렇게 아팠다고? 세상에 가엾은 것 원래도 작은데 몸이 축나면 않될텐데.. 우리 석진이도 요새 말이 아니래 비서 말이 자도 안잔다고 하는 것 같아. 얘네들 헤어 진거 아니니?“


송여사가 고개를 갸우뚱 하며 말을 이었다.


“둘이 사귀기나 했간이? 그냥 만나는 거라 그러는 것 같든디? 수아 그런이야기 나한티 하나도 빼놓지 않자녀. 저번에 물어 본께는 좋은 호감 가꼬 만난다고 항시롱 딴 야그는 없든디.. 둘이 하는 것을 봉께는 먼일이 있는 것 같기는 하다만은..”


박여사가 곰곰이 송여사의 이야기를 듣던 중 넌지시 이야기를 꺼냈다.


“너 우리  석진이 사위 삼을 생각 있어??”


마시던 인삼차잔을 내려 놓으며 송여사가 되받아 쳤다.


“있다 마다 말이라고 하냐 씨방~!! 내가 할일 없이 비싼 인삼차나 마실라고 왔건냐?”


박 여사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대답 했다.


“그럼 우리 석진이 중국지사에 오거든 같이 저녁이나 한끼 하자. 자연스레 만나면 지들고 풀어지든 쪽박이 깨지든 하겠지...안그러니? 호호호호“


박여사의 집 테라스에서 그들은 차를 마시며 수아와 석진의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한편 석진은 이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넉넉잡아 2주로 예상하고 온 출장은 예상외로 길어졌다. 밤낮 안가리고 일을 했어도 3주재가 다 되어가고 있다. 다급했다. 걱정되고 불안 했다. 그녀와 자신이 같은 땅의 하늘 아래 있지 않다는 사실이 그를 다급하고 조급하게 만들었다. 무신코 자신의 휴대폰을 내려다 보던 석진은 쓰게 웃었다. 혹시 수아가 전화가 올지도 모른 다는 생각에 급하게 로밍을 했던 자신이 떠오르자 웃음이 났다. 쓴웃음이..


“지독한 여자...이 망할 여자 같으니라구.. 쳇”


핸드폰을 던지듯 침대로 팽개쳤다. 양주 한 모금을 마신 석진은 곧 자신의 휴대폰을 다시 가져와 자신의 손에 꼭 쥐었다.   고요했다 호텔... 이 무료한 고요함이 싫어 더욱 일에 몰두 했는지도 몰랐다. 자신의 생각 차이겠지만 그래도 같은 땅에 있을땐 바람결에 그녀의 향기라도 전해 실려 오는 듯 했다. 그러나 이곳 중국은 지독한 황사만이 가득 할 뿐 점점 그녀의 향기가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것 같았다. 이런 저런 생각에 빠진 석진은  의자에 깊에 몸을 기댄체 얕은 잠에 빠졌다.


“드르르륵“


얼마나 잤을 까? 석진의 손에 쥐어진 핸드폰이 힘차게 울려댔다. 번쩍 눈을 뜬 석진이 전화를 받았다.


“네 장석진...”


“오빠 나 여기 로비에요. 무턱대고 올라가면 오빠가 화낼 것 같아 전화 먼저 해요. 내려 올래요? 내가 올라갈까요?“


순간 석진은 미간을 주무르며 말했다.


“거기가 어딘데? 나 중국 와있다니깐. 왜 사람 말을 못믿어? ”


“후훗.. 내가 올라갈께요.”


“뭐야 너 설마... 중국이야?”


석진이 순간 벌떡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미 석진이 반문을 했을 때는 전화는 끊어지고

난 후였다. 석진이 꽤 불쾌 한 표정으로 담배 한 개피를 피우고 있는 사이 초인종이 울렸다.


“딸깍”


“문 열렸으니 들어와.”


그의 대답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말을 하고 있는 사이 문이 열리며 경쾌한 구둣발 소리가 났다.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석진이 말했다.


“어떻게 온거야?”


세련은 그런 그에게 얕게 눈을 흘기고는 곧 그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그의 넓은 어깨를 보자 껴안지 않고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음~ 좋아 역시 예나 지금이나 오빠 냄새는 좋아. 그치만 담배는 너무 해. 그만 펴요

몸에 좋지도 않은데.. 왜 자꾸 피고 그래요?“


담배... 그녀 앞에서도 이렇게 담배를 폈었다. 다른 생각 하다 담배를 피라고 힘차게 고개를 그떡 거리던 그녀 생각.. 그리고 곧 그녀의 입술.. 자신을 아찔하게 만들었던 복숭아 향기..

석진은 털어내듯 뒤에서 자신을 안고 있는 세련을 밀어내며 말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어린 아이 같은 짓만 할꺼야? 한국 잠깐 다니러 간거면 미국에 부모님들 걱정 하시는 데 다시 미국으로  들어가지 않고 뭐하는 거야. ”


세련이 쇼파에 앉으며 대답 했다.


“그러지 말고 오빠도 이리 와요. 예나 지금이나 어쩜 그렇게 오빤 고지식 한지 몰라. 오빠가 나 만나주지도 않고 내가 전화해도 받지도 않고 그러니깐 이 몸이 직접 행차를 한거죠~”


말대꾸 하기가 귀찮아 진 석진은 화재를 돌렸다.


“나 술한잔 할껀데 너도 한잔 할래?”


세련은 쉼없이 쫑알댔다. 거의 석진은 고개를 끄덕 거리기만 했고 간간이 대답을 해 주며 술을 마셨다. 수아.. 그녀도 이렇게 쫑알거리기를 좋아 하는 여자였다. 이렇게 연예인이나 명품이야기 재벌 2세들의 뒷담화 이런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생각을 그녀는 그렇게 쫑알대곤 했었는데... 술이 한잔 들어가니 몸에 긴장이 풀리면서 수아 생각이 자꾸나서 석진은 마음이 아팠다. 세련은 또 자신이 석진을 좋아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번에 한국에 나온 것도 석진의 부모님에게 이야기를 알리러 왔다는 것 같았다. 대충 대충 이야기를 흘려듣던 석진은 어느 순간 잠에 빠져버렸다.


“후후훗.. 오빠 내가 왜 왔는지 알아요? 오빠 내남자로 만들려구요.. 그럴려구 왔어요. 얼굴을 보니 밤낮 일만 한 것 같네요. 내가 그 여자 보다 못한게 없다는 거 보여 줄께요. 그깟 여자 잊게 해 줄께요.“


세련은 석진을 부축해 침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선 석진의 속옷만 남기고 다 벗기고는 물수건을 빨아와 얼굴과 손과 발을 닦아 주기 시작 했다. 그리고선 곧 자신도 한올 한올 옷을 벗었다.


[15]


“인정씨.. 나 나이트 싫어 하는 거 알지? 남자들 치근덕 거리는 거 보기 싫어 안가잖아.

알아서 잘 선택 하셔~~쿠쿡“


퇴근하자마자 팔짱을 끼며 나이트 가자고 은근히 졸라대는 인정에게 수아는 쐐기를 밖듯

말했다. 분위기 조용한 호프집에 도착했다. 술이 한잔씩 오가고 나른하게 술기운이 올라 올 때 쯔음 인정이 머뭇거리다 말을 했다.


“언니 진짜 무슨 일 있어요? 요새 얼굴이 너무 안좋아요. 그때 회사 앞에 왔던 그분이랑 잘 않되는 거에요?”


술을 마시고 있던 수아는 깜짝 놀라 잔을 내리며 이야기 했다.  


“어떻게 알아?”


“에이.. 그때 경비아저씨랑 이야기 하던 그분 저두 보구 사람들 많이 봤어요.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사람 우향 사장이라면서요?”


갑작스런 석진의 이름 제기에 가슴이 찡해짐을 느끼는 수아다.


“인정씨.. 사랑 하면 무슨 느낌이야? 내 친구 이야긴데 말이야.. 그 사람 생각을 안하려고 밀어 내려 하면 할수록 자꾸만 더 생각 나고 문득 그사람이 생각 나면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서 아프기도 했다가 또 djEJf땐 가슴 한켠이 따듯해 지기도 한데.. 이게 사랑인가?”


수아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인정이 웃으며 이야기 했다.


“혹시.. 그거 언니 얘기 아니에요? 왜 그분이랑 싸웠어요?? 내가 알기론 그게 사랑 맞을 껄요? 그런 마음 까지 들정도면 푹 빠진거 같은데?”


사랑... 사랑이란다. 내가 그 사람 사랑 한단다. 그 사람도 나에게 사랑 한다 고백 했었는데.. 연락이 한통도 없다.. 내가 먼저 연락해도 되는 걸까?  혹시나 만에 하나 나중에 내 이런 감정이 잠깐 스치는 감정이었음 어떡하지? 그럼 그땐 나 또 한결 선배에게 했던 것처럼 상처를 주고 말텐데... 수아 혼자 상념에 빠져 있을 사이 인정이 말을 이었다.


“언니 그 남자 좋아 하죠? 그 우향 사장 말이에요? 그럼 이것저것 잴 것 없이 그 순간 그 마음에 충실 하는 거에요! 사랑만 하고 살아도 시간이 모자른데 그 사람 에게로 마음이 정해졌음 그렇게 하는 거지~ 이것저것 신경 쓰지 마요.”


그래.. 어쩜 인정이 이야기가 맞을 지도 몰라! 정말 사랑만 하고 살아도 모자른 시간에... 일단 내 마음이 하라는 대로 해 보자.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내 마음 내 마음? 보고 싶다 지금 당장. 보고 싶다. 손에 있던 술잔에 술을 벌컥 벌컥 마신 수아는 두 주먹을 불끈 쥔채 인정에게 말했다.


“인정씨 고마워.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해볼게. 내일 회사에서 보자. 그동안 이것 저것 따지느라 보고 싶어도 참았거든.”


수아는 정말 오랜만에 수아다운 환한 미소를 지은채 술집을 빠져 나갔다. 막상 전화기를 든 수아는 또 망설였다. 벌써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일하고 피곤에 찌들어 잠이 들어버렸으면 어쩌나 하고 버튼을 누르는 손길이 느려졌다. 또다시 감성과 이성 사이에서 고민하던 수아는 손을 힘없이 느러 뜨린채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딱딱딱딱“


“탁탁탁탁탁”


택시에 내려서 부터인가? 자꾸 지신을 쫒아 오는 듯한 발자국 소리. 걸음을 빨리 했다. 자신을 따라오는 걸음소리 또한 빨라진다. 본능처럼 온몸에 위협을 느낀 순간 석진이 떠올랐다.


“아가씨.. 이쁜데? 뒤태가 아주 섹시해서 여기까지 따라왔는데 어때? 잠깐 나랑 놀다 갈래?”


자꾸 자신을 벽족으로 몰아 부치는 이남자. 삐... 머리에서 경고 음이 들린다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 석진씨.. 석진씨....


“왜 그렇게 겁먹은 얼굴을 하고 그래. 누가 잡아 먹는데? 그냥 잠깐 같이 즐기자는데. 우리 술이나 같이 한잔 할까?”


온몸이 덜덜 떨려 그 남자 하는 대로 두고 보던 수아는 저멀리서 남자 하나가 걸어오는게 보였다. 하나 둘 셋 하면 이 변태 밀고 뛰는 거야. 하나 둘 셋.


“석진씨~”


있는 힘껏 그 남자를 밀고 저 만치서 달려오는 남자에게 뛰어갔다. 그리곤 뒤도 안돌아 보고 그남자 팔짱을 끼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저 남자가 자꾸 추근덕 거려서요 죄송한데 저기 골목 까지만...”


남자는 내심 당황 하는 듯 했지만 이내 연기를 하기 시작 했다.


“어떤놈이 내 여자를 건들어? 이봐 거기 넘어져 있는 당신이야?”


갑작스런 수아의 기습에 중심을 잃은 남자는 땅바닥에서 일어날 줄을 몰랐다. 수아와 남자가 다가가자 그 남자는 얼른 일어나 비틀거리며 도망치기 시작 했다. 그 남자가 멀리 도망친 것을 본 남자는 수아 에게 말을 했다.


“이 늦은 시간에 여자 혼자 무섭지도 않아요? 어? 이봐요?”


그 남자가 도망치는 것을 본 수아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버렸다. 그리곤 기억이 없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수아는 어스름하게 눈을 떴다. 눈앞에 뭐가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 확인도 하기 전에 자신의 팔에 느껴지는 따가움..


“아...”


“이놈의 가시네야 도대체 언제가지 이 늙은 애미 심장에다 난도질을 할라냐? 엉? 12시가 다된 시간에 미쳤다고 그시간 까지 안 들어 오고..“


화가나서 수아를 혼내고 있는 송여사를 영석이 말렸다.


“안그래도 놀란 애를 고만좀 허소. 수아야 많이 놀랐냐? 어떤 청년이 너를 구해줬담 서?

이 근처 어디 대학 댕기는 청년이라 하드라. 이만 쉬어라 아부지는 내려가 볼란다.“


안쓰러운 듯 딸 얼굴을 한번 쓸어준 영석은 수아방을 빠져나갔다. 아버지에게 희미한 미소를 지어준 수아는 몸을 일으켜 세우며 송여사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거에요?


“그 청년 말로는 자기가 쩌쪽 골목서 오는디 니가 석진씨 그럼서 뛰어갔다고 하드라. 그라드만 여차저차 해서 이라고 되았응게 니좀 살려달라 해서 같이 연기를 해줬더니 그 놈은 도망 가고 그질로 니가 쓰러져부러가꼬 주민등록증 보고 찾아 왔다고 함서 너 들쳐 업고 안왔냐.“


“그래요...? 알았어요 그만 쉴게요 나가서 일 보세요 엄마.”


뭔가 더 말을 하려 머뭇거리던 송 여사는 힘겹게 눕는 수아를 보며 입을 다물었다. 어깨까지 이불을 끌어 올려 덮어준뒤 불을 끄며 방을 빠져나갔다. 석진씨...최석진... 석진이 보고 싶었다. 한편 석진은 세상모르고 잠이 들었다. 힘겨운지 인장을 쓰고 잠이 들어있는 석진을 본 세련은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선 곧 입을 열었다.


“석진씨... 이제 내가 당신을 행복 하게 해 줄게요 후훗..”


세련은 자신의 도발적인 빨간 입술로 그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그리고선 곧 벗겨진 그를 애무하기 시작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석진이 흥분에 겨운지 신음 소릴 냈다.


“음... 하.. 수아야.. 이리와. 수아야...”


열심히 석진을 애무 하던 세련은 석진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듣고 화가 치밀었지만 꾹 참았다. 조금 있으면 내 남자가 될 사람. 오늘을 위해서 27년간 고이 지켜온 자신의 순결이 이제 곧 빛을 발할 시간 이다. 산부인과에서 오늘이 배란적정일 이라는 판단 까지 받고 중국으로 건너온 그녀였다. 이제 앞으로 열달 있음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석진을 닮은 예쁜 아이가 생겨 날 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렴풋이 눈을 떴다. 자신의 몸이 붕뜨는 것 같았다. 익숙지 않은 이 느낌 아래를 내려보니...수아였다. 수아구나. 내가 얼마나 니가 그리웠는지 아니? 수아라는 확신이 들자 석진은 자신의 배를 애무하고 있는 세련을 확 끌어 당겨 침대에 눕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흙 같이 어두운 밤. 석진이 세련의 입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수아의 입술이 뜨거웠다. 너무 쉽게 자신을 기다렸다는 듯  받아들이는 그녀. 이렇게 빨리 받아 들일 그녀가 아니라는 듯 석진은 세련의 잇몸을 살며시 쓸었다. 석진은 두눈을 번쩍 떴다. 아니었다 수아가 아니였다. 수아의 향기가 아니었다.  이 여자 누구지? 세련이 자신과 술을 먹고 이렇게 되었을 꺼라곤 생각지 못한 석진은 자신에게 엉키듯 달려드는 세련을  확 떼어낸 채 몸을 일으켰다.


[16] 너에 대한 배려는 여기까지야.


“이게 지금 뭐하는 짓거리야”


석진이 버럭 화를 냈다. 세련은 그 정도쯤은 생각 하고 있었다는 듯이 알 듯 모를듯한 미소를 지으며 일어섰다. 둘 다 속옷만 걸친채 나체로 마주 보고 섰다. 석진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지독히도 경멸 스러운 눈동자. 세련을 째려보고 있던 석진은 담배를 찾기위해 몸을 돌렸다. 담배를 찾아 한 개피 문 뒤 연기를 허공에 날리며 몸을 돌린 순간 석진은 깜짝 놀랐다. 세련이 위의 속못 마져 벗긴 뒤 자신에게 다가 오고 있었던 것이다. 석진은 몸을 다시 돌린 뒤 외쳤다.


“니가 아무리 벌거벗고 요부를 떨어대도 난 꿈쩍 안해. 너에 대해 질린다. 넌 나를 너무 과소평가 했어. 니가 그렇게 벗고 나오면 내가 눈을 어디다 둘지 모를 만큼, 아니면 좋아서 너에게 환장하듯 달라 들지 알았나 보지? 착각 하지마 한세련. 나 다신 너 안본다. 니가 생각하는 것처럼 나 어리숙 하지 않아.


세련의 어깨가 가늘게 덜리는 것을 보았지만 석진은 모른척 시선을 돌렸다. 세련은 처음으로 자기 몸이 추하다는 것을 느끼고 오열 했다. 하지만 기필코 마음으로 피눈물을 삼키되 내색 하지 않으려 애썼다. 여기서 울고 뛰쳐 나가면 니가 지는 거야 한세련. 정신차리고 눈 똑바로 뜨자. 저까짓 모욕에 오빨 포기 할 순 없잖아. 세련은 마음을 다잡은 뒤 가슴을  움켜쥐며 석진 에게 한발자국 다가갔다. 석진은 세련이 올 걸 알고 있었다는 듯 다시금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돌렸다. 아버지 친구의 딸이고 자신이 20년 가까이 신세 져온 분의 딸이었다. 자신도 사랑 이란걸 해봐서 그런지 동병상련의 마음도 있었다. 그것뿐이었다. 발가벗은 여자를 두고 나가지 않고 독설로라도 세련을 설득 시키려는 마지막 베려 였다.


“....?!...”


세련이 그의 등을 유혹하듯 쓰다듬었다. 그의 등에 자신의 가슴 정점을 대고 애무 하듯 몸을 움직였다. 그의 몸이 경직 되듯 굳었다. 다시 흥분이 되는 거라 느낀 세련은 그의 옆꾸리를 간질이듯 쓰다듬었다.


“너에 대한 베려는 여기까지다. 내가 다시 나온 뒤에 네에 대한 모든 것이 여기서 사라 졌음 좋겠군. 제발 바람처럼 사라지길 바래.”


석진은 몸을 돌려 그녀를 지독히 노려본 뒤 화장실로 들어갔다. 젠장. 석진은 거울로 보이는 자신을 보며 주먹을 벽에 내리 꽃앗다. 이것밖에 않되는 놈인가 내가?? 어저면 세련을 수아로 착각 하고 안을 생각을 하는지..이게 다 이 망할 최수아 때문이라고!! 내일 당장 석진은 서울로 돌아가 그녀를 만나야겠다고 다짐했다. 마음을 정리 하려고 이렇게 무리를 해서 중국에 있었지만 되질 않았다. 같은 하늘이 아니면 보고파도 쫒아 갈수 없으니까 잊혀 지려니 했다. 결국 이번일일을 계기로 그동안 자신이 수아를 잊으려고 애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지만 하나는 확실 했다. 이여자 아니면 않된다는 것. 이여자가 내 영혼을 훔쳐가버렸다는 것을 ... 잠시후 석진은 샤워를 하는 듯 물소리가 났다. 세련은 털썩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를 앙다물었다. 모자란 것 없이 태어나 빵빵한 집안에 높은 학력과 지성과 외모는 보너스로 가지고 있었다. 모든게 완벽했고 자신 주위에 있는 남자들은 언제나 그런 자신의 손이라도 한번 잡아보길 애썼다. 그런 그녀에게 석진은 신선한 충격이었으며, 가질 수 없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면서도 자꾸만 그의 사랑을 갈구 하게 되었다. 수아는 꿈을 헤메고 있다. 어딘지 몰랐다. 도대체 여기가 어딘지 한참 또 한참을 비상구로 향해 움직였지만 미로에 갖힌 듯 길이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여기 저기서 손들이 그녀를 향해 뻗혀져 왔다. 자신은 아무리 갖은 애를 써도 뿌리칠수 없는 손. 그 손이 먹잇감을 노리듯 덥썩 자신을 잡았다. 언제나 그렇듯 아주 조심스레 자신의 옷을 하나씩 벗겨갔다. 아주 느믈 거리는 손놀림이었다. 어찌된 일인지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몸으로 손으로 그 손을 밀어낼뿐.

무서웠다. 석진이 보고 싶었다 그리움에 사무치기 직전 까지 되었다. 너무 그립고 또 이손이 무서웠다. 갑자기 저쪽에서 빛이 나타났다. 비상구 같은데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석진..?! 석진 같았다...


“하~~~!”


수아는 튕기듯 침대에서 앉았다. 석진 이다. 갑자기 가슴 한쪽부터 싸한 느낌이 들었다.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눈물에 그리움이 묻어난다. 가슴이 아팠다. 이도저도 생각 할 것 없이 바로 석진의 휴대폰으로 연락을 했다. 연락 한번 안한다고 되지도 않는 투정을 부려볼 심산 이었다.


“흑흑...여보세요...? 흑흑..”


“....................?!”


“뭐야. 당신 아무 때나 내가 원하면 언제든 달려온다 그래놓고 자는 거에요? 거짓말쟁이 그럴 줄 알았어 말뿐일줄 알았어 이씨..흑흑..”


아무말없이 자신의 말만 듣고 있는 걸로 오해한 수아는 전화기를 신경질 적으로 던져 버렸다. 옷을 다시 입은 후 쇼파에 앉아 화장실로 간 석진이 다 씻고 나오길 기다리던 세련은 전화 소리에 휴대폰을 찾았다.


[수아]


수아? 혹시...그 수아? 세련은 훅 하는 마음에 수화기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간헐적으로 우는 듯한 상대의 목소리에 순간 놀라 아무 말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선 조용히 자신의 핸드폰을 집어 들어 수아의 연락처를 저장시키기 시작 했다. 저장확인 버튼을 누를 무렵 석진이 화장실에서 나왔다.


“탁”


세련은 도둑질이라도 하다 들킨 사람처럼 놀란 나머지 석진의 휴대폰을 떨어트렸다.


“뭐하는 거야? 전화 왔었어?”


세련이 떨어진 휴대폰을 던지듯 석진 에게 주고는 몸을 돌렸다.


“나 피곤해서 그만 들어가...잘래요. 아침에 식사나 같이 해요...”


세련은 고개를 빳빳히 들었다. 몸이 떨려 왔지만 꾹 참았다. 괜찮아 그 여자 연락처를 알았으니 만나서 해결 보겠어. 세련의 얼굴에 대단한 각오가 서려 있었다. 세련이 나가는 것을무심히 지켜보던 석진은 자신의 손에 들려진 휴대폰을 쥐어 들었다. 창밖으로 나갔다. 아직도 머리가 개운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수아야..최수아.. 이제 고집 그만 부려라....”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별을 보니 수아 생각이 더욱 간절했다. 보고싶었다. 사무치도록.. 얼굴을 보지 못한 다면 그녀의 복숭아 향이라도 느끼고 싶었다. 오랫동안 고국을 떠나 살아 그런지 고국에 대한 그리움은 없는 편이었다. 하지만 지금 중국에 있는 석진은 고국이 그리워 미칠 것 같았다. 아니 자세히 이야기 하지면 수아. 그녀가 그리워 미칠 것만 같았다. 창문을 닫고 다시 침대로 간 석진은 흐트러진 자신의 침실을 보고는 이내 이불을 걷어 내버렸다.아주 불쾌했다. 자신을 그리 만만하게 본 세련도, 그렇게 무너지려 했던 자신도, 자신을 이렇게 까지 만든 수아도 화가 났다. 낚아채듯 수화기를 들어  프론트에 전화를 걸어 이부자릴 갈아 줄 것을 요구 하고 쇼파에 주저앉듯 앉았다. 핸드폰을 보던 석진은 그녀의 사진 한 장 찍어 놓지 않았던 자신을 한탄했다. 최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 아침 서울로 가는 표를 구해달라기 위해 통화목록을 보던 석진은 두눈이 번쩍 뜨였다.


[수아]


[17] 제가 고치고 싸매 보겠습니다.

수아? 최수아? 그녀가 전화를 걸었다. 또 무슨 무서운 꿈을 꾼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설마 내가 샤워를 하고 있을 사이에 전화를 건거야? 설마 세련이가 무슨 말을 잘못 한건 아니겠지? 막상 전화를 걸어 볼까 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녀가 혹시나 세련에게 상처를 받지 않았을 까 싶었다. 답답했다.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이 수아의 얼굴을 간질이듯 쓰다듬었다. 눈이 부셔 일어난 수아는 간밤에 자신이 석진 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것을 생각해 내고 경악했다. 미쳤다 최수아 도대체 그 사람이 널 뭐라 생각 하겠냐? 응? 니가 아프더니 정신이 나갔구나 미쳐미쳐... 혼잣말로 자신을  질책하던 수아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씻고 출근 준비를 했다. 화장대에 앉아 거울로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던 수아는 문득 석진 생각이 났다.


“야 너는 너 할일 좀 해 하루 종일 그렇게 시계 대역만 할래?”


화장대 위에 놓여진 핸드폰을 쳐다보며 석진 에게 하고픈 말을 핸드폰에 대신 화풀이 하는 듯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를 일이었다. 왜 전화를 걸었냐고!!! 미쳤나 부다 미쳤어. 고개를 가로 저은 수아는 화장대에 머리를 박고 자학 하기 시작했다. 너 미쳤지? 니가 먼저 헤어지자 해놓고 전화는 왜 한 거냐고!! 바보 바보 전화 해서 뭐라고 한 것 같은데... 술도 안먹었는데 왜 생각이 안나는 거야.. 화장대에 머리를 박고 자학 하는 사이 송여사가 들어와 수아를 보더니 놀라 물었다.


“아야 아가 너 머리 아푸냐? 내가 회사다가 전화 할라 하는디 그라고 아프믄 병원부터 가야 쓸것인디  어째 머리를 박고 있냐”


송 여사가 들어온 것을 안 수아는 힘없이 일어나 말한다.


“엄마 나 출근 할께요.”


송여사가 두눈이 휘둥그레지며 수아 등짝을 내리쳤다.


“찰싹~”


“아.. 아퍼 엄마 왜그래요”


“왜그래? 왜그래야? 이놈 가시네야 지금 니가 술먹고 댕길 근본이냐? 응? 그때 그 청년 아니었음 어짤뻔 했냐? 니가 아주 내 애간장을 태울라고 작정을 했다야. 그놈의 찰흙 쪼물딱 거리는 회사 관둬라잉. 니가 안벌어도 시집 갈 때 혼수 쩍벌어지게 해 줄것잉께. 오늘부터 앉아서 십자수나 비즈 공예 같은 것 이나 하고 앉았어라잉 회사 가기만 갔담 봐라 아주 니죽고 나죽고 할것잉께“


송여사가 휙 돌아 방을 나가버렸다. 어쩐다 이번에 새로 할 프로젝트도 있는데... 그런데 아닌게아니라 진짜 몸이 안좋다. 어제... 나쁜 변태 자식! 순간 그 변태가 생각 나자 수아는 화가 불같이 일었다. 그런데  그 사람 누굴까? 학생 같았는데.. 이런 저런 상념에 빠져 있는 사이 노크 소리가 났다.


“똑똑”


“네 들어오세요”


노크를 하고 들어오는 사람은 아빠 아니면 아줌마 였다. 노크소리에 송여사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수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나 영석이 들어왔다.


“이것이 어제 그 청년 연락처라 하는 갑드라 그 청년 아니믄  너 큰일 날뻔 했다 아부지는

생각만 해도 가심이 떨려서 잠을 못자. 일단 느그 엄니도 화가 많이 나고 항께 오늘 낼 이틀 쉼서 니가 꼭 그 회사만 가야 하것능가 잘 생각 해 봐라. 느그엄니가 그런다고 너무 서운해 허지 말어. 세상에서 느그 엄니 만큼 니 위해 주는 사람도 없잉께.“


“알겠어요 걱정 끼쳐드려 죄송해요 아빠. 저 그럼 좀 더 잘께요.”


영석은 수아가 안쓰럽다는 듯이 쳐다 보곤 한마디 더 일렀다.


“그래. 피곤하면 쉬어야제. 그라고 난중에라도 저 연락처 보고 그 청년 집에서라도 밥이나 한번 먹자 혀라. 어찌보믄 생명의 은인 아니냐.“


수아가 침대로 들어가 누우며 말했다.


“알겠어요 저 잘께요.”


인천공항으로 가기 위한 비행기 안. 석진의 마음이 싱숭생숭 했다. 수아 에게 연락을 해야 하는데 자신이 없었다. 자신이 어떤 일에 이렇게 약하고 작게 느껴지긴 처음 이었다. 이 생각 저 생각에 빠진 석진은 이내 수면 안대를 신경질 적으로 쓰곤 잠에 빠졌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곧 창륙한다는 안내 멘트가 나왔다. 곧바로 사무실로 가야 하지만 석진의 머릿속엔 온통 수아 생각으로 가득 했다. 잠시 수아를 만나고 회사로 간다 하여도 별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아직 본가에도 그리고 회사에도 자신이 귀국 한다는 소린 하지 않았으니까.

석진은 인천공항을 빠져 나와 하늘을 쳐다 보았다. 높고 아주 푸르렀다. 피식 웃음이 났다.

벌써부터 바람 결에 그녀의 복숭아 향기가 바람을 타고 자신의 코를 간질이는 듯 했다.


“미친놈...훗”


자신을 질책하듯 다시 옷 매무새를 가다듬은 뒤 석진은 결심했다는 듯 수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있어...]


석진은 시계를 보았다. 이제 막 10시를 넘기고 있었다. 일하느라 베터리가 나간걸 모르나보다고 생각한 석진은   수아가 일하는 챨밍으로 전화를 걸었다.


[감사합니다 챨밍입니다]


[수고하십니다 최수아씨 부탁 합니다]


석진은 성적이 나왔을때도 이보다 더 떨렸던 가 싶었다. 수아를 찾으면서 기다리세요 라는 말이 나오기 까지가 한 십년쯤은 된다고 생각 하고 있는 찰나.


[최수아씨 오늘 안나오셨는데요 누구시라고 전해 드릴 까요?]


석진은 택시를 잡으러 발걸음을 돌리던 도중 깜짝 놀라 제자리에 서버렸다.


[안나오다뇨? 무슨일 있습니까?]


[글쎄요 그냥 몇칠 병결로 휴가 낸다는 것만 들었습니다. 중요한 용무이시면


제가..]


[아닙니다 됐습니다.]


역시 아팠나보다 석진은 수아가 아파 회사도 가지 못했단 말을 듣고 마음이 다급해 졌다. 또 다시 자신을 질책하기 시작 했다. 병신 머저리 같은 놈. 어제라도 용기를 내서 전화를 했어야 하는데.. 수아의 집에 전화를 해야 하지만 번호를 모르고 있었다. 뛰어가 택시를 잡은 석진은 수아네 집으로 향했다. 초인종 앞에서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옷매무새를 단정히 했다.


[딩동]


“누구셔요?”


송여사의 소리가 들리지 석진은 반가운 마음에 말했다.


“어머님 저 석진입니다”


“오메? 누구여? 석진이..? 장서방이여? 오메 이사람아 우째 인자 오는가.. 어쨌든 얼른 들오게”


석진은 대문으로 들어가면서 수아만날 생각에 마음만 바빠 과일 하나 사오지 못한 자신을 탓하면서 들어갔다. 모든 것이 수아 때문이라는 비판아닌 비판을 하면서 말이다. 들어가자 마자 송여사가 와서 반긴다.


“오메 장서방 어째 인자 오는 가 우리 수아는 지금 잔다네. 그랑께 중국에 갓었드라고? 자네 어머님 만나가꼬 이야기 들었다네. 자네 이리 좀 앉아 보소 당체 수아 저것이 멋을 물어보믄 말을 해줘야 알제. 나 아주 그간 폭폭해 죽는지 알았네.“


석진은 쇼파에 앉으며 말을 이었다.


“잘 지내셨어요? 어머님 그간 더 얼굴이 좋아 보이십니다. 아버님두요. 그런데 수아씨는 어디가 안좋아서 출근 까지 못한 겁니까?”


석진의 얼굴에 걱정이 가득 했다.


“장사장은 인자 중국서 오는 모양인갑네?”


영석이 알듯 모를 듯한 미소를 혼자 지으며 물었다.


“예 아버님 지금 바로 귀국 했습니다 그나저나 수아씨는...”


“아이고 우리 수아 말도 하지 말랑께잉...”


“어이 장사장. 내 그간 말은 안했네 만은 둘이 사이가 조금 안좋은 것 같길래 수아 헌티도자네 중국 갔다고 말 안했다네. 지금 잘꺼이네 만은 한번 올라가 보소”


송 여사가 이야기 하려는 것을 막은 영석은 석진 보고 올라가라 했다. 무언가를 더 말할 려고 했던 송여사는 차를 준비 한 다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이층오로 향하는 석진의 뒤통수에 대고 영성이 한마디 했다.


“진실된 마음만큼 중요한 것은 없네. 우리 수아가 장사장 자네를 좀 힘들게 했었는가는 몰라도 그아도 자네 없는 동안 많이 힘들어했네. 둘이 잘 이야기 해 보게.”


계단을 올라가다 석진이 고개를 돌려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아버님.”


하나, 둘, 셋, 넷,,,,,

이 계단을 하나씩 오르며 석진은 생각 했다. 한달 남짓 기다려왔단 순간이다. 이제 이 문만 열면 그녀가 있다. 수아가 있다 수아가.. 그리워 사무치던 수아가 있다...


[똑똑]


석진은 문 앞에서 노크를 했지만 대답이 없었다. 조금 머뭇거리던 그가 슬며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한눈에 보이는 작은 그녀의 체구. CLAEDNL에 누워 자신보다 더 커보이는 인형일 끌어안고 쌔근 거리며 자고 있었다. 방에 한발을 들였다. 문을 열때부터 자신의 코를 자극 시키던 복숭아 향기가 그를 울컥 눈물이 나게 했다.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지만 아랫입술을 깨물며 한발 한발 그녀 앞으로 다가갔다. 오랜 기다림의 끝이었다. 비록 그녈 잊으러 했던 한달 남짓한 시간들이 다 수포로 돌아 갔지만 그는 그 시간을 주고 얻어 낸 것이 있었다. 영혼의 이끌림. 이것이었다. 아무리 지우려 애를 써도 지워지지 않는.. 가족의 천륜보다 더 짙은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사람. 이여자 최수아. 책상의자를 끌어다 침대 앞에 앉은 석진은 그녀 얼굴을 쓰다듬었다. 원래도 작은 얼굴이 반쪽이 되었다. 약간 통통하고 핑크빛이 감돌았던 얼굴은 온대간대 없고 꺼칠어진 피부와 쏙 빠져 버린 얼굴 하나가 있었다.  광대뼈 있는 쪽은 어디서 다쳤는지 까져서 딱지가 앉아 있었다.


“나 떠나가라 하고 고작 넌 이렇게 살려고 나 가라 그랬어?”


석진은 목이 메여 오는 것을 느끼고 시선을 돌려 천장을 쳐다보았다.


“똑똑”


송여사가 주스를 가지고 왔다.


“자네 인자 중국서 왔으면 아침도 아직 못먹지 않았는가? 수아 자게 내버려 두고 아침 먹게 내려 오게 찬은 없어도...”

석진이 주스 잔을 내려 받으며 대답 했다.


“아닙니다 기내식 먹고 오는 길입니다 걱정 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어머님 수아씨 얼굴을 보니  어디 다친 것 같은 데 무슨 일 있습니까?”


“어저끄 어떤 미친놈한테 우리수아 봉변 당할 뻔 했다네.. 그란디 어떤 청년 하나가 우리 수아를 구해줘가꼬 들쳐 없고 안왔능가. 그 청년 아니었으믄 아직도 생각 하면 등꼴이 오싹 오싹 하당께 하늘이 도왔제 하늘이 도왔어. 그라믄 수아 깨워서 이야기라도 하게. 난 내려 가 볼라네.”


송여사가 한숨을 쉬며 나갔다.


“이 바보야 어쩌다 그런 거야..”


석진이 안쓰러워 하며 수아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잠시 수아 얼굴을 보고 있던 석진은 이내 무슨 결심을 한 듯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버님 어머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난을 손질 하고 있던 영석에게 석진이 말했다. 송여사가 차를 내오고 앉자 석진이 이야기를 꺼냈다.


“어머님 아버님 수아씨 저 주십시오. 제가 행복 하게 해 줄 자신이 있습니다.”


석진의 말을 들은 송여사는 입이 귀에 걸리는 듯 했다. 역석이 아무 말 없이 차를 마시는 모습을 본 석진이 말을 이어나갔다.


“어머님 아버님 께서도 눈치 채셨는지 모르지만 저희 한달 전쯤에 헤어졌었습니다. 수아씨가 제가 좋은데 헤어지고 싶다고 했습니다. 제가 부담스러웠나 봅니다. 그래서 저도 수아씨를 놓아 줄 생각으로 중국으로 출장을 갔던 겁니다. 한달 동안 잊으려 많이 했는데 잊을 수 없어서 다시 돌아 왔습니다. 수아씨가 이혼한 사유는 모르나 이혼 한 사실 또한 알지만 저 그런 거 가지고 째재하게 고민 할 놈 아닙니다. 어머님 아버님 수아씨 저 주십시오.“


송여사가 신이나서 말을 이으려는 것을 손으로 제지한 영석이 말을 이었다.


“우리 수아 애비로써 부끄러운 말이지만 남자편력증이 조금 있는 것 같네. 그래서 아마 자네도 거부를 한 것일 꺼구만. 자네 그것도 아는가?”


“네 압니다 아버님 하지만 그것도 저로 인해서 고쳐질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저에게 수아씨 모든 것을 맡겨 주십시오 제가 고치고 싸매 보겠습니다. 저 어린 나이에 미국 가서도 줄곳 수아 생각만 햇습니다, 다른 여자 보지도 않았습니다. 저 수아 행복하게 진정으로 웃을 수있게 해주고 싶습니다. 도와 주십시오.”


묵묵히 차를 마시던 영석이 입을 열었다.


“사람 마음이 어디 뜻대로 될성 부르면 뭐시 걱정이겄는가. 하지만 자네가 그렇게 자신있다고 하고 또 내가 그동안 수아를 지켜 본 결과 수아도 약간은 자네에게 마음이 있어 보이더구만. 둘이 좋은 교제 해보게.”


석진이 영석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벌떡 일어나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아버님 감사합니다 어머님.”


“우린 첨 부텀 자네를 사우 삼을 라고 안했등가~ 자네가 미국서 아예 안온다고 항께는 우리가 부랴 부랴 먼저 혼사를 치러 부렀제. 그것은 우리가 미안 하게 생각 하네.“


송여사가 미안한 듯 말을 했다. 하지만 석진은 과거는 신경쓰지 않는 다는 말로 송여사의 미안함을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했다.


“아버님 어머님 부탁이 있습니다.”


“말해 보소”


“수아씨 일어나는 대로 저희 청평에 있는 별장으로 가게하고 십습니다. 물론 저와 함께 가려고 합니다. 어머님께 못된일도 겼었다고 들었고, 그동안 저와의 문제 때문에 아까 보니 얼굴이 말이 아닙니다. 말씀드리기 죄송한데 제가 수아씨 대리고 좋은 공기 마시게 하고 몸에 좋은 음식들 먹게 해서 조금이나마 나아진 모습으로 돌아 오겠습니다.”


석진을 사위 삼고 싶은 송여사 이지만 둘이 여행을 간다는 말에는 주춤 했다. 영석은 석진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 보기 시작 했다. 석진 또한 영석의 눈을 쳐다 보았다. 한동안 둘의 눈싸움 아닌 눈싸움이 계속 되었다.


“좋네. 그렇게 하소”


영석의 허락이 떨어졌다.


“감사합니다 아버님 어머님. 저 그럼 이층 올라가서 수아씨 한번 깨워 보겠습니다.”


이층으로 올라가는 석진의 뒷모습을 본 송여사는 말을 이었다.


“여보 둘이.... 괜찮을 까라? 그라고... 둘이.. 결혼 허것지라잉?”


송여사는 내심 둘이 여행을 보낸 다는 것이 찝찝하여 입을 열었다. 송여사의 말에는 대꾸를 하지 않은 영석이 입을 열었다.


“차나 더 주소”


다시 수아 방에 올라간 석진은 수아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 했다.


“수아야.. 수아야.. 최수아..”


수아는 꿈을 꾸고 있었다. 넓은 들판에서 자신과 석진이 술래 잡기를 하는 듯 했다.


“수아야.. 수아야.. 최수아..”


애타는 석진의 소리가 들렸다. 어렴풋이 잠이 깨려 하는 찰나 누구가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엄마의 느낌은 아니구.. 아빠? 슬며시 눈을 뜬 수아는 이내 번쩍 눈이 뜨였다.


“다..당신이 어떻게...?”


석진이 그의 특유인 한쪽 입고리를 말아 올린 웃음을 자신에게 날리며 입을 열었다.


“잘잤어? 누리 지금 청평 가야 하니깐 이제 그만 일어나자. 당신 차에 가면서 더 자도 되잖아. 잠보 아가씨 훗~”


수아는 어안이 벙벙했다. 꼭 어제 만나고 헤어진 사람처럼 석진은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볼을 살며시 꼬집었다. 곧 잠이 깨면서 이게 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닳은 수아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눈물을 보이기 싫은 수아는 이불을 뜰어당겨 다시 누으며 말했다.


“당신 얼굴 목소리 다 듣기 싫으니까 내방에서 어서 나가요 흑흑..”


왜 눈물이 나느지 몰랐다. 아무래도 눈물샘이 약먹을 시간이 지났나 이유없이 이렇게 눈물이 났다. 꿈결에서 그를 봐도 가슴이 아릿 했는데... 눈을 떴는데 그가 있었다 꿈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눈을 비빈후 그가 맞다는 것을 깨닿자 그 순간 심장이 단칼에 베인 것처럼 아릿해 져 왔다.


“흑흑..나가요 나가라구요.. 흑흑...”


[18]


한동안 이불 속에서 흐느끼는 수아를 지켜보던 석진은 천천히 이불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나가서 이야기 하지. 부모님께 이미 허락을 다 받아놨어. 어서 짐 챙겨. 다른 이야기는 다 나가서 하고.. 일단은 내말들어.. 수아야..”


수아가 벌떡 일어나 말했다.


“지금 당신을 믿으라구요? 천만에요! 한달만에 나타난 당신을 믿으라구요? 당신을요? 하.. 천만에요 난 절대 그렇게 못해요. 흑흑.. 내가 지금 왜 우는지 나도 잘은 모르지만요. 이보세요 장석진씨. 나를 당신 마음대로 하려고 하지....읍읍...흠...“


언제나 수아는 입을 막아야 조용 했다. 아니 어쩌면 수아가 쫑알거리기를 기다렸을 지도 몰랐다. 그 핑계로 이 방에 들어 올 때부터 자신을 유혹 했던 이 복숭아 향을 다 잡아 삼켜 버리고 싶은 마음에.. 머리가 텅빈 느낌.. 아득해 진다. 머리가 멍 해지면서 생각 잡념들이 사라지는 느낌. 이 남자를 밀어 내야 한다 하면서도 이 남자의 혀가 자신의 잇몸 사이 사이를 치아를 쓸고 지나 갈 때마다 수아는 몸을 떨었다. 간혈적인 신음이 입술을 비집고 나왔다.


“하아 하아... 하아..”


석진은 이 복숭아 향내를 참기가 어려웠었다. 그리웠었다. 얼마나 그리워 했는지 한달동안 그녀 생각에 고통 받던 자신의 심신을 위로 해 주고 싶었다. 입술을 떼자 자신의 목덜미에서 숨을 고르느라 가르랑 거리는 그녀의 숨소리가 어미 품에 잠을 자는 새끼 사자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의 더운 입김이 그의 성욕을 또 자극 한다. 초 인내적인 힘으로 그녀를 살짝 떨어뜨린 석진은 말을 했다.


“수아야 이러다 부모님 올라 오시겠다. 우리 나가서 이야기 하자. 앞으로 싸울 시간도 많고 해명 할 시간도 많아. 나가자. 내려와. 나 나가서 어머님 아버님께 말씀 드릴께.”


석진은 수아의 이야기를 들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혼잣말을 하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석진의 문닫는 소리에 정신이 든 수아는 생각 했다. 그래 까짓 꺼 어떻게 되는 해보자. 하고도 후회 하고 안하고도 후회 한다는 데 그냥 까짓껏 해보자. 해보자구 최수아. 어쩜 너도 은근히 바랬 을지도 모르는 일이잖아? 마음이 가는대로 해보자. 마음이 가는대로.. 자신을 다잡고 있는데 방문이 열렸다. 송여사였다.


“아야 언능 챙겨라 장서방 나갔다. 시상에 저런 물건 다시 또 없다. 니가 알아서 잘 혀라.

엄마는 이제 암말 안할란다. 또 내가 밀어 부쳐 가꼬 혼사 했다는 말도 듣기 싫고 니가 뭔 맘에 남자가 실은 것인가는 나는 모리것다 만은 니 맴이 가는 대로 해라.엄마가 살아본께 그렇더라. 웃고만 살아도 시월이 총알 같이 흘러 가는디 찡그리고는 살지 말아야제.“


수아는 옷가지를 챙기며 송여사의 말에 대답했다.


“엄마 나 이번에 해결 하고 오고 싶은 일들이 있어요. 걱정 마시구.. 석진씨랑 같이 가는 거니까 안심 하세요. 허튼짓 할 사람 아니에요. 나를 찾아 오고 싶어요.”


“나는 차라리 장서방이 니를 확 덥쳐 부렀으믄... 아니다. 이것이 애미가 되야가꼬 할 소리가 아니다 언능 준비 혀라”


부리나케 방을 빠져 나가는 송여사를 보며 수아는 미소를 지었다. 방을 빠져 나가며 송여사는 생각 했다. 수아 이것아 니가 그런 생각을 혔다는 것 부터가 달라져 가고 있는 거이다.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송여사는 유유히 계단을 내려갔다. 석진이 시동을 켜고 차에 올랐다.


“어머님 아버님 도착해서 전화 드리겠습니다. 염려 마십시오”


석진은 골목을 미끄럽게 빠져 나가면서 아무 말 없이 수아에게 수면 안대를 줬다. 수아 또한 아무 말 없이 수면안대를 쓰고 잠을 청하려다 벌떡 일어났다.


“이봐요 장석진씨 왜 이렇게 제멋대로 에요? 회사 사장은 그렇게 멋대로 굴어도 되는 건가 보죠? 내가 당신 회사 비서쯤으로 생각 하고 있는 거에요? 엄마 계셔서 아무 말 안하고 따라 나온 건데. 도대체 당신 뭐에요?”


석진이 피식 웃으며 대답 했다


“당신을 마음대로 끌고 나와도 되구.. 내가 당신에게 키스 한건 왜 말안 하지? 왜 느낌이 좋았나 보지? 쿠쿡”


키스... 헉.. 흠..흠.. 수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안에 침이 고이면서 입이 벌어지는 것을 느꼈다. 않되 최 수아 정신 차리자. 응? 힘차게 돌이 질을 친 수아는 이내 다시 잠에 빠졌다. 오랜만의 운전이라 그런지 눈이 빡빡했다. 좀 쉬었다 가려고 갓길에 차를 세웠다. 고개를 돌려 수아를 보니 새삼 모르고 자고 있었다.


“하여간 잠 하나는 끝내주게 자요 치...”


괜한 투정을 부리고픈 석진은 베시시 웃으며 수아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완전 장석진이 이게 뭐냐~~ 미친놈처럼 웃기나 하고.. 그래도 좋았다. 그래도 그녀가 내 옆에서 쌔근거리는 그녀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으스러지도록 끌어안아 주고 싶었다. 꿈에서 무슨 이야기라도 하는 듯 입술을 쭈삣 거렸다. 석진은 손을 뻗어 그녀의 갸름하다 못해 말라서 까칠한 그녀의 얼굴을 슬며시 쓰다듬었다.


“무서운 꿈꾸지 말구 꿈에서도 외롭지마. 내가 옆에 있잖아.”


별장은 미리 관리인한테 연락을 해 두어서 인지 미리 정리가 되어있는 듯 했다. 2층으로 올라가 수아가 쓸 방을 정해주고 내려오는데 관리인 한집사 부부가 점심 준비를 끝냈다고 나오라는 말을 전했다. 고요 하다 못해 적막이 흐르는 식사 였다. 구수한 된장찌개를 한번 떠먹은 수아는 수저를 이내 내려놓았다.


“왜 그만 먹어 더먹어야지 오는 내내 아무것도 안먹고 잠만 잤잖아”


석진이 눈을 마주치지도 않은 채 이야기 했다. 수아는 무슨 말인가 하려 했지만 이내 말았다.


“더 먹으면 체할 것 같아서요. 마저 식사해요”


수아는 밖으로 나왔다. 역시 공기가 너무 상쾌했다. 햇빛은 강하지만 공기의 신선함이 피부로 느껴졌다. 집앞에 있는 커다란 호수의 잔잔한 고요함에 빠져 있을 무렵 석진이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저벅 저벅 저벅..”


아스팔트나 도로 블록 위를 걸을 땐 몰랐던 그의 발소리가 수풀을 밟고 와서 그런지 다정하게 들려왔다. 수아는 도리질을 쳤다. 너무 아름다운 곳에 있다 보니 자신이 너무 감성적으로 변하는 듯 했다. 자신의 옆에 덜썩 앉는 석진을 고개 돌려 보고 싶지만 참았다. 이 사람 내가 쳐다보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웃을 꺼고... 그 모습이 이 햇빛에 비추어 혹시 멋지게 보일 지도 몰라. 석진은 수아 옆에 앉으며 생각 했다. 이 여자 이곳과 참 어울리는 여자다. 참 알수 없는 오묘함이 있는 여자다. 도심 한가운데 있을 땐 도심 속에 물들어 그 곳에서 영향을 미치고, 또 이렇게 자연에 와서는 자연과 한때 어우려져 너무 순수하게 보였다. 석진이 담배 한개피를 물며 수아에게 말했다.


“여기서 좋은 공기 마시고 며칠 쉬다 가지.”


이 남자가 도대체 보자보자 하니깐 하루에 담배 얼마나 피는 거야!! 담배가 얼마나 몸에 해로운데.. 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수아는 석진을 훽 돌아 보았다. 그리구선 그가 물고 있는 담배를 휙 잡아 당겼다.


“앗 뜨거”


그녀가 벌떡 일어났다. 담배에 불을 붙였을 꺼란 생각은 미쳐 하지 못했던 그녀는 그만 손바닥에 담뱃불을 데이고 말았다.


“이 여자가 겁도 없이 불붙여 놓을 걸. 어디 봐”


석진도 벌떡 일어났다. 그리곤 그녀의 손을 휙 잡아 당겨선 손을 폈다. 손바닥에 빨간 점이 생기고  수포가 생기려 준비하는 것 같았다. 아프고 뜨거운 것도 잠시 석진이 계속 자신의 손을 잡고 주무르자 머쓱 해진 수아가 손을 쑥 빼며 말했다.


“그러게 누가 담배를 그렇게 피우래요?! 나 당신 때문에 간접흡연으로 빨리 죽고 싶지 않다구요. 담배 또 한 번 피우면 그땐... 그땐... 확~ 한 갑 입에 다 물려 버릴 꺼에요.”


외치듯 말을 하고는 몸을 돌려 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멍하니 그녀를 쳐다보고 있던 석진은  이내 큰 소리로 웃었다.


“걱정이라... 걱정이지?”


석진은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 저으며 수아를 따라 집으로 들어갔다. 그사이 한집사가 약을 사다 수아의 손바닥 상처에 약을 발라 주고 있었다.


“어쩌다 이라고 돼부렀대유~ 이거 껍질 벗겨 지믄 않됭게 거즈로 손바닥좀 감아야 쓰것구만요”


석진이 그들에게 가까이 가며 물었다.


“병원은 안가도 되겠습니까?”


석진이 물었다. 한집사가 손사래를 치며 대답 했다.


“이 정도눈 병원 안가도 되아유. 내가 잘 칠 해놓았응게 아침 저녁으로 약만 잘 발라 주믄 되는 구만요. 아 사장님이 시수좀 시켜 주고 머리좀 갬겨 주면 되야유...”


거즈를 두세바퀴 돌린뒤 반창고를 붙여준 한집사는 이내 저녁 거리를 준비 한다며 밖으로 나갔다. 마주 앉은 수아와 석진. 두 사람 다 미동도 없고 대화도 없다. 수아는 꽤 불편 할꺼라 생각 했지만 이 시간이 무료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지만 서로 눈을 쳐다보진 못했다. 슬쩍 곁눈질로 보니 이제야 자신이 그의 얼굴이 자신의 눈에 들어왔다. 많이 상했다. 통통하진 않았지만 지금처럼 보기 나쁠 정도로 마르진 않았었는데.. 그의 얼굴을 힐끔힐끔 구석구석 쳐다 본 그녀는 입술에서 눈이 머물렀다. 갑자기 그와의 키스가 생각났다. 자신의 잠을 단번에 몰아 내버린 그의 입술. 이번 그의 키스를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아찔했다. 갑자기 그와의 키스가 떠오르자 자신도 모르게 입술이 벌어지며 자신의 몸의 모든 피가 얼굴로 몰리는 것 같이 화끈 거렸다. 내가 왜 이러지? 정신 차리자 정신. 석진이 그녀의 얼굴을 만지러 손을 뻗었다. 머리칼 몇가닥이 립글로즈를 바른 그녀의 입술에 붙어 있었다. 다친 손 쪽이여서 불편 할 것 같아 손을 뻗어 머리칼을 떼어내 주려 하자 수아가 놀라 몸을 뒤로 빼며 말 했다.


“난 이제 키스 안해요...헉?”


“..............무슨 말이야? 키스라니?”


석진이 그녀의 입술에서 머리카락을 떼어내 주며 그가 놀라 물었다. 수아가 벌떡 일어나 말했다.


“나..나 좀 잘께요”


석진은 당황 하듯 올라가 버리는 그녀를 보고 무슨 일인가 알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나다”


“어머니?”


석진이 놀라 물었다.


“그래 내가 네 애미 인줄은 알고 있다니? 어쩜 그리 애가 무심하다니? 중국에서 왔으면 왔다 그래야지. 한집사 한테 청평에서 물건 구할게 있어서 전화 했더니 글쎄 네가 와 있다 하지 뭐니? 어떤 여자랑 있다고 하더니.. 누구니? 세련이니?”


“아니오. 미리 연락 드렸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어머니. 수아에요. 수아가 안좋은 일을 좀 당해서 며칠 머리좀 식힐 까 하구요. 저도 중국에서 힘들었고 해서 겸사겸사 내려왔습니다.”


“어머? 수아? 수아가 왜? 무슨 일을 또 당했다니 응?”


석진은 순간 괜히 이야기를 꺼냈다 싶었다.


“아니오 그냥 저희 둘이 그동안 안좋아서 바람좀 쐬이고 싶어서요. 걱정 마세요. 어머니

한 3~4일 후면 갑니다. 가서 자세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끊습니다“


자신이 뭐라고 말 할 새도 없이 전화가 끊겼다. 무정한 자식. 이래서 남자는 키우면 맛이 안난다고 했나보다. 그나저나 수아랑 같이 있다고? 수아 생각을 하니 또 얼굴에 스멀스멀 웃음이 올랐다. 어려서부터 워낙 사람을 잘 따르고 아줌마 아줌마 하며 자신을 따라다니곤 했었다. 어찌나 앙증맞고 예쁘던지. 자신이 몸만 건강 했어도 수아처럼 이쁜 딸을 꼭 낳고 싶었다. 그러나 자궁 쪽도 약하고 선천적으로 몸이 약해 석진이 하나 낳고 자연히 임신이 되지 않았다.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친구인 송여사에게 미리 다짐을 받아 놓았었다. 서로 사돈지간 하자고.. 그런데 석진이 미국에서 경영수업을 너무 오래 받다 보니 송 여사가 이러다 서른 줄에 자기 딸 앉히게 생겼다며 부랴부랴 결혼식을 서두르는 듯 했다. 아쉽긴 했지만 석진이 지금은 들어갈 수 없는 중요한 시기라는데 굳이 수아와 결혼 하란 말은 하지 않았다. 석진은 아직도 그때 왜 자신을 들어올라고 했는지 자세히는 몰랐다. 그저 두 분이 지내시기에 적적하니 들어오라는 정도로 생각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자신도 굳이 말을 하지 않았고.. 박여사는 지난날을 회상하다 문득 좋은 생각이라는 듯 송여사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 했다.


“여보세요?”


“응 나야”


“어 박여사 어쩐일이대?”


“수아 아팠다며?”


박여사가 조심 스레 말을 꺼낸다.


“어떻게 알았대? 누가 그려?”


“우리 석진이가 그러던걸? 아까 청평에 전화 걸 일이 있어서 전화 했더니 글쎄 한집사가

석진이 놈이랑 어떤 여자가 와 있다는 거야 그래서 놀라서 전화를 걸었더니 수아랑 있다고 하더라구.. 그말끝에 이야기가 잠깐 나왔어. 무슨 일 있어?“


“아니 일은 무슨. 치한을 좀 만났었나벼. 그래가꼬 우리 장서방이 청평인가로 바람쏘여 준다고 대고 갔제.”


송여사가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 주말에 우리가 거기 가서 분위기좀 보고 오면 어때? 둘이 허락받고 그런데 갈 정도면 어느정도 진전이 있는거 아닐까? 나 빨리 손주 보고 싶어~~호호”


“박여사야 니는 너무 김칫국부텀 먹는 경향이있다야  호호 그나저나 이번 주말? 우리 영감한테 이야기 한번 해 보고 아마 된다 할꺼여. 같이 가서 그것들 동태좀 보고 오자야. 우리가 언능 언능 해야제 그것들 보고 앉았을랑께 날새는줄 모른당께“


전화를 끊은 송여사는 영석이 있는 서재로 홍차를 들고 들어갔다. 석진에게 괜한 소리를 한 수아는 침대에 누워 자신의 입을 한없이 때리고 있었다. 미쳤지 최수아. 너 정신이 이상있는 거 아니야? 석진씨가 뭘 어쨌다고 니가 키스를 하네 마네 하는 거야. 웃겨웃겨.  수아는 벌떡 일어났다. 아니지!! 그러게 누가 담배를 그렇게 피워대래? 담배가 그렇게 몸에 나쁜 걸 모르나? 사장이면 뭐하냐고 자기 몸 관리 하나 못하면서.. 아니지. 그 사람 몸이 걱정 되는 게 아니라.. 내.. 내몸 말이야 내 옆에서 그렇게 담배를 피워 대니 간접흡연이 않되? 그리고 그 담배 핀 입으로 키스 할 땐 어떻구!! 헉~ 수아는 누구에게 자신의 마음을 들키기라도 한 듯 다시 침대에 벌러덩 누워 얼굴을 이불로 가렸다. 아 몰라 몰라 몰라. 알 수가 없다 내가 왜 이러는지.. 그쯤 석진은 낚시 가방을 메고 앞 강가로 나가 낚시를 하기 시작 했다. 내일 쯤 자신의 생각을 수아 에게 말할 생각 이었다. 자신이 그녀를 얼마나 사랑 하는 지를.. 수아 얼굴이 저렇게 상한 대는 적어도 자신이 어느 정도 영향은 미쳤을 꺼란 생각이 들자 둘 다 이렇게 시간만 보내고 있는 것이 아깝게 느껴지기 시작 했다. 어렸을 때부터 생각이

다. 자신이 준 구슬 하며 자신이 수아를 업고 다니던 생각 하며..

역시 낚시만큼 자신의 철저한 혼자만의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드물다는 생각을 한 석진은 그물망에 잡힌 메기를 보고 흐믓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벌써 어둑어둑 해졌다. 얼른 가서 한 집사에게 부탁해 맛있는 매운탕을 수아와 둘이 먹고 싶었다. 아까 점심도 먹는 둥 마는 둥 했는데 저녁마저 그렇게 먹일 수는 없다 생각 하자 집으로 향하는 석진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집으로 돌아온 석진은 한집사에게 메기를 요리해 줄 것을 부탁을 하고는 아직 수아가 자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수아를 깨우러 올라갔다.

여기 청평 별장은 집 뒤로 난 조그마한 시골길이 지금 이 시간에 걷기에 딱 좋은 시간이었다. 매미소리 풀벌레 소리들이 장관을 이룰 것이었다.


[똑똑]


석진이 수아 방 앞에서 노크를 했다 대답이 없었다.


“도대체 이 여자는 노크에 대답하는 걸 들은 기억이 없군 쿡쿡”


문고리를 살며시 돌리며 들어갔다. 기다란 베게 위에 올려진 그녀의 손이 눈에 들어오자 마음이 아팠다. 침대에 앉아 자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슬며시 쓸었다. 그녀가 이내 눈을 떴다.  너무 놀라그런지 벌떡 일어나다 석진이 미쳐 피할 새도 없이 머리를 박았다.


“아”


“아야”


“하하하하하하하”


“뭐가 웃겨요? 풋.... 하하하”


그녀가 웃었다. 우리 수아가 웃는 다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나 보다 웃는 걸 보니. 석진이 말했다.


“얼른 일어나 이렇게 꼼지락 거리다간 멋진 잔관을 놓칠수도 있다구..”


수아가 머리를 정리 하며 이야기 했다.


“이보세요 장석진씨 아무리 내가 지금 당신에게 신세지고 있다고 하지만 아무렇게나 내가 자고 있는 곳에 불쑥 들어와도 되는 거에요? 우리집에서도 이야기 하려 했는데 말이죠...?”


석진이 문을 열고 나가다 한마디 한다.


“어이 거기 입술이 탐스러운 아가씨. 자꾸 쫑알 거리면 또 당신 입술을 먹어 버리는 수가 있어 쿡쿡”


석진이 말을 마치고 수아에게 말아올린 미소를 지어주며 밖으로 갔다. 수아는 정리 하던 머리칼을 쥐어 뜯으며 발끈 했다.


“우와.. 저 변태 어쩜 저런 말을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하냐! 이 변태야 나뿐놈아!!!”


아래층으로 내려오니 석진이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수아는 다시금 뾰루퉁 해져서는 퉁퉁거리며 석진의 뒤를 따랐다. 석진이 앞장을 섰고 그 뒤에 수아가 뒤에서 걸어가고 있다. 아까 뾰루뚱해 있었던 건 그새 다 잊었는지 수아가 석진에게 말했다.


“우와.. 노을이 너무 예뻐요. 하늘도 너무 예쁘고 풀 벌레들 소리도 너무 듣기 좋네요. 여기 오기 잘 한것같아요. 우와. 정말 좋다. 좋아.”


수아가 어린 아이 같이 좋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자 석진은 마음이 흐믓했다. 감사했다. 이 아름다운 광경을 자신이 사랑 하는 수아와 함께 볼 수 있다는 것에. 신이 있다면 수아와 같이 지낼 수 있는 이 시간들에 대해서도 감사 하고 싶었다. 수아가 초롱 초롱 한 눈망울로 이곳 저곳을 두리번 거리고 있을 때 석진이 그녀를 끌어다 앉혔다.


“업어 줄까?”


“예? 나요? 미쳤어요? 내가 얼마나 무거운데.. 아마 석진씨 업다가 앞으로 처박힐 껄요”


수아가 신이 나서 재잘거린다.


“이런 말라깽이가 뭐가 무거워서.. 쿡쿡 예전에 우리 어렸을 때  정동진 가서 업어줬던 기억이 나서 말해본거야.”


석진의 말에 수아가 안타까움을 비추어 냈다.


“어.. 저기 나는 전에 말 했었죠? 어릴 때 기억 잘 못한 다고... 그래서... 음.. 미안해요”


힘없이 말하는 수아를 보며 석진은 괜히 이야기를 꺼냈구나 싶었다.


“그래? 그럼 기억을 못한다 이 말이지? 그럼 벌을 받아야지. 두가지중에 한 가지 택일 하기야? 하나는 나를 업고 집까지 갈 것 아니면 또 하나는 당신이 나에게 업힐 것 ”


유심히 이야기를 듣던 수아가 웃으며 이야기 했다.


“그런 말도 않되는 벌이 어딨어요. 벌이니깐 내가 석진씨 업어야 하는데 난 당신 때문에

담뱃불에 대어서 지금 밥도 못먹을 지경이라구요“


수아가 진짜로 석진을 업을 생각을 했는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하하하하하. 거봐 그럼 내게 업혀. 벌 안받으면 나 또 어떤 벌을 내릴지 몰라. 아마도 키스....“


수아가 벌덕 일어나며 말했다.


“알았어요 업혀요 업힌다고요. 맨날 한다는 소리가.. 변태 장씨!!”


수아에게 허락을 받은 석진은 그녀 앞에 쭈그리고 앉아 등을 내밀었다. 수아는 석진이 왜 이러는지 몰랐다 무거운데 왜 업는 다고 난린지. 수아를 업은 석진은 일어나면서 다리가 후들거리는 연기를 했다.


“어이 최씨 당신 살좀 빼야겠어. 어째 이리 무거워.”


“뭐라고요? 이 변태 장씨가 진짜! 내려요 내려 달라구요”


수아가 석진의 말을 듣고 석진의 등에서 발을 굴렀다. 그 발에 맞추어 석진이 이리 저리 휘청이면서 앞으로 나갔다. 수아는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석진의 등에 업혀 있는데.. 이상하게 가슴이 터질 것 같아 그의 등에서 자신의 가슴을 멀찌기 떨어드렸다. 혹시라도 자신의 심장의 반란을 그가 알아채지 못하게... 석진은 눈물이 나오려했다. 왜 눈물이 나려 하는지 몰랐다. 20년 가끼이 만에 자신의 사랑을 다시 업었다. 예전엔 그녈 업기가 무척 힘들었으나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수아를 한번 업은 것 뿐인데 자신의 그동안에 사랑에 대가를 보상 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또르륵]


기어이 눈물 한방울이 떨어졌다. 그 눈물 앞에 수아를 업고 다시금 맹세 했다. 다시는 그녀 곁을 떠나 그녀를 힘들게 하지 않겠다고. 평생 그녀 하나만 바라보며 살아가겠다고. 산 너머로 해가 지며 하늘 주위에 빠알간 노을이 물들었다. 석진의 등에 업혀 있던 수아는 생각 했다.자신이 석진을 사랑 할지는 미지수지만 그에게 저 하늘처럼 물들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수아는 알지 못했다. 물들어 가는 게 사랑 이라는 것을 말이다. 수아를 업고 집으로 돌아가는 석진의 발걸음이 경쾌 했다.


[19] 당신이 언제부터 내 심장 관리 했어요?

집에 도착 하자 한 집사 부부가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집사님. 저희 때문에 고생 많으십니다. 오늘 저녁 까지만 해 주시고 내일 아침부턴 저희가 해 먹겠습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석진이 공손히 말을 하자 신발을 벗고 들어오던 수아가 말을 이었다.


“네 이제 저희가 알아서 차려 먹을 테니 걱정 마세요. 그리고 석진씨. 우리 저녁 먹고 가까운 마트 있으면 좀 나갔다 와요.”


말을 마친 수아가 화장실로 들어갔다. 대충 왼손을 닦고 나온 수아는 주방으로 들어가 수저를 놓기 시작 했다.


“같이 식사 하시고 가세요.”


수아가 한집사 내외에게 말을 건넸다.


“한집사가 손사래를 치며 답한다.


“아니어유. 우리는 아래에 우리집 있어유 거기 가서 먹어야쥬. 저녁 드시고 시장 가신담서 얼렁 얼렁 드셔유. 그럼 우리는 이만 가볼라네유”


거실에 앉아 있던 석진은 갸우뚱 했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분명 어머니가 수아랑 같이 있는 걸 아니 둘만 시간을 갖도록 한집사 내외에게 이야기를 해두었을 것이다. 어머니에게 감사의 전화라도 한통 드리고 싶은 심정이다. 그가 흐뭇하게 미소 짓고 있는데 수아의 목소리가 그의 귓가를 때린다.


“어이 거기 아저씨. 이리와 물잔 이라도 좀 놓죠? 나 한쪽에 거즈 감고 있는 거 안보이나요? 저 아저씨 이제 보니 철면피네? 내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


수아가 한쪽 팔을 허리에 짚고 따질 기새로 물었다. 그러나 석진은 그 말을 듣지도 못했다는 듯 능글거리는 미소로 일어서며 말했다.  


“이야. 우리 자기 음식 솜씨 죽이는데? 냄새만 맡아도 알겠어. 처자식 때문에 열심히 일하고 온 사람인데 그렇게 까지 구박할게 뭐 있나. 아이들은 자? 오랜만에 애들이 일찍 자는데? 오늘 우리 저녁 먹고 가볍게 부르스 어때? 싸모님?”


어쩜 저러니? 사람이? 저렇게 넉살이 좋아~!!! 뭐라는 거야 저사람!!! 상종하지 말자. 변태 장씨! 신경 쓰지 말자 생각 한 수아는 석진의 말에 일언반구 대꾸도 않은 체 주방으로 고개를 돌렸다. 쿵쾅 쿵쾅 심장이 미친 듯 뛰기 시작 했다. 어찌나 뛰는지 등짝이 다 아플정도 였다. 그러나 표정엔 이내 아무렇지 않은 듯  물주전자를 찾는 순간 석진이 뒤에서 덥썩 앉았다.


“아잉. 여보야~ 내가 어제 굿 나잇 키스 안하고 잤다고 삐진거야? 어제 술먹고 들어와서 냄새 날까봐 그랬지. 오늘은 찐한 밤을..헉”

수아는 참다가 몸을 돌려 그의 정강이를 확 걷어 차버렸다.


“이 남자가 진짜!”


“아야. 그렇다고 그렇게 까지 때릴 필요 있어! 매몰차긴. 아이구 아파라”


빗맞은 것 같은데 석진은 맞아서 아프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어찌나 넉살이 좋은지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였다.


“....?!....”


수아는 웃음이 났다. 왜 석진이 뒤에서 자신을 끌어안을 때 화가 나지 않았을까? 글쎄... 화가 났다기 보다는 뭐랄까. 순간 심장이 덜컹 하는 느낌? 우씽.. 싫다.


“이봐요 변태 원조 장씨. 당신이 언제부터 내 심장 관리 했어요? 그렇게 황당한 행동 하나 할때 마다 내 심장을 당신이 쥐어짜고 던지고 꼭 가지고 노는 것 같단 말이에요 흑흑.. 나도 내가 왜 이러는 지 모르겠다구요.!! 당신 만나구 나서 모든게 뒤죽박죽 이야.“


석진은 드디어 올것이 온거라 생각 했다. 수아는 지금 자신의 심경에 온 변화를 두려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동진에서 돌아온 후에도 그때 그 차안에서도 자신이 그녀를 좀 더 강하게 어필했다면 그녀는 좀더 자신의 감정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을 텐데..


“흑흑흑.. 엉엉.. 엄마아...흑흑 나뿐놈 장석진 나뿐놈... 이 나쁜 변태 놈아...흑흑”


수아는 너무 화가 났다. 밥먹으러 주방에서 이 뭔 짓인가? 다른 분위기 있는 곳도 아니고 주방에서 주전자 들어 식탁에 놓으려다 내가 저 인간을 사랑한다는 걸 느끼다니. 이런 어이없는 일이 또 있을 까 싶었다. 억울하고 또 억울했다. 입을 찍고 싶었다. 그냥 맘속으로만 생각 하고 있을걸. 뭐 한다고 저 사람 들리게 입밖으로 꺼내놓니? 바보 최수아.

어린 아이처럼 주저앉아 울고 있는 수아를 말없이 지켜보던 석진은 만감이 교차했다. 드디어 자신의 사랑이 빛을 발하는 순간 이었다. 자신에게 기립박수라도 보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토록 오래 기다리더니 드디어 이 여자가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린 것이다. 석진은 주저 없이 수아 에게 다가가 그녀를 들어 올려 거실 쇼파로 나갔다. 그리고선 오디오에 분위기 있는 음악을 선택하곤,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눈높이를 같이했다. 뭔가 모를 불만에 가득 싸여 입술이 뾰루뚱 하게 내민채 울고 있는 그녀를 보자 웃음이 났지만 이젠 그녀의 마음에 생긴 변화에 종지부를 찍어 주고 싶었다. 그녀의 눈을 말없이 바라보다 엄지손으로 그녀의 눈물을 닦았다. 뭐가 그리 원통 한지 수아는 꺼억 꺼억 울어댔다.


“흑흑흑.. 앙앙... 엄마... 흑흑... 나 집에 갈래.. 훌쩍 훌쩍.”


석진이 웃음을 참고 억지로 입을 땠다.


“이봐 아가씨!! 당신이 지금 이제 스물아홉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나이란 것만 알아두라구!

쿡쿡. 그만 울고 내 이야기 좀 들어봐. 당신에게 꼭 해줄 말이 있어.“


석진의 말을 듣고 뭔가 발끈 해 이야기를 하려 했지만 수아는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으려 어깨가 심하게 들썩였다. 왜 눈물이 나는지는 모르지만 뭔가 무척 원통하고 비통했다. 마냥 석진의 잘못인 것 같기만 했다. 미워 죽을 것 같았다. 아무도 안보는 데 가서 신나게 실컷 때려 주고 싶었다. 자신이 왜 눈물이 나는지.. 단지 지금 자신의 심경이라 말 할수 있는 것은 왠지 자신이 엄청 밑지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뭔가 계속 고집 부리다가 어쩔 수 없이 인정하고 마는 그런 기분이었다.

석진은 그녀의 어깨를 지그시 눌러주었다. 입가로 살짜기 미소를 머금고 그녀를 쳐다 보았다. 원망의 눈초리가 있었지만 곧 그의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로 그 원망이 사라지는 듯 보였다. 여러 가지 표정이 복잡하게 얽힌 표정. 뭐라 딱히 말로 할 수 없는...

여러 가지 복잡한 표정이 그녀를 힘들게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지금 굳게 다짐을 하고 쐐기를 박지 않으면 그녀는 또 어느 작은 틈으로 빠져 나가 버릴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흠!”


그가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수아야. 내가 너 사랑하는 거 아니...? 내가 널 사랑 하고 이 가슴 속에 너 하나만 20년 가까이 묻어 두고 있었던 거 아니? 느껴져? 내 가슴에 사랑이 느껴져?“


수아가 그만히 그를 올려다보더니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끄덕 끄덕.

아주 희미하게 보일 듯 말 듯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최수아 잘하고 있어. 그냥 마음 내키는 대로 해보자. 응? 두려워하지 말고 겁내지 말고. 그래 잘하고 있어 잘하고 있는 거야 수아야. 파이팅이다  파이팅!!   석진이 말을 이었다.


“수아야. 내가 부탁이 있어. 내가 보기에는 당신도 나를 사랑 하는 것 같은데 아직 잘 모르는 것 같아. 다그치려고 하는 거 아니니깐 다른 생각 하지말구. 부탁할게 뭐냐면 내가 이제 당신에게 애정표현도 많이 하고 그럴꺼야. 이런 내가 부담스럽다면 너무 많이 뒷걸음질 치지는 말아줘. 응? 당신도 나를 좋아 한다는 걸 이제 느꼈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 하는 거야.“


수아가 석진의 말을 막았다.


“하필 왜 내가 당신을 사랑 한다는게 주전자 들다가 그런 생각이 나냐구! 으아아앙... 흑흑

왜 하필 그때... 흑흑..“


수아가 다시 통곡을 했다. 석진은 머리를 망치로 한대 맞은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이 여자는 지금 울고 있는 게 이유가 뭐란 말인가? 자신의 심경 변화가 자신을 울게 한 것이 아니라 그런 상황에 자신의 사랑을 깨닳은 것이 서러웠다고?! 정말 알수 없는 여자다. 최수아란 여자.


“하하하하하하”


“........?!............”


수아는 울다가 눈물이 뚝그쳐졌다. 그가 좀 전 과는 다른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어어? 다가 온다 다가온다. 그의 얼굴이...흠.... 석진은 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그녀를 사랑했다. 이세상의 어떤 단어로도 그녈 향한 자신의 사랑을 표현 할 수 있는 길이 없다 느껴 몸으로 마음으로 진실된 밀어로 사랑을 전하고 싶었다. 석진이 흥분하여 약간 쉰듯한 허스키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껴봐....”


“흡”


수아는 그가 문밖에서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아까 흐르던 원통함의 눈물과는 달리 마음 깊은 곳에서 쓰라림의 눈물이 흘렀다. 꿀을 서너 스푼 먹고 나면 뱃속에서 느껴지는 아릿함이라 해야 하나? 수아는 그의 입술을 받아 드리면서 아직도 세상엔 말로 다 표현 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는 걸 공감 했다.

석진은 좀처럼 멈출 수가 없었다. 늘  그를 애태우던 그녀였는데 진심으로 그의 입술을 받아들이는 그녀를 대하자 자제력에 한계를 느꼈다. 수아가 자신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석진은 더욱 그녀의 허리를 끌어당기며 더욱 더 깊이 그녀를 음미 했다.


“하..하..하... 잠.. 잠깐만요 석진씨.. 후.....”


수아의 다급한 목소리가 그의 자제력을 겨우 불러 일으켰다.


“....왜..? 후...후...”


그녀가 얼굴을 보기 창피한 듯 그의 가슴깨로 얼굴을 묻으며 말했다.


“숨을.. 언제 쉬어야 하는 거에요. 하..하... 숨막혀 죽는 줄 알았어요...후....”


석진이 그녀의 숨이 고르게 쉬어질때 까지 그녀를 가슴에 묻고 조용히 머리칼을 쓸어 주었다. 그녀가 어느정도 안정이 되자 석진은 수아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우리 일단 밥부터 먹지? 내가 잡아온 메기로 한집사님이 매운탕을 끌어 주셨어. 아주 맛있을 꺼야.”


수아가 그를 따라 주방으로 들어가며 볼멘 소리를 했다.


“세상에 메기 매운탕 앞에서 사랑 고백 받는 여잔 나밖에 없을 꺼에요. 후훗..”


석진이 잡아온 메기라 그런지 수아는 정말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빈 그릇을 설거지통에 넣은 그녀는 주방을 나왔다. 문득 쇼파에 앉아 그를 쳐다 보니 듬직한 보습이 아주 좋았다. 떡 벌어진 어깨 하며 단정하게 잘린 머리카락. 긴 다리. 무엇 하나 빠질 것 없는 남자가 자신을 20년 가까이 사랑 했단다. 그런데 자신은 정작 아무것도 생각 나지 않았다.  문득 처음 그들이 선보기 전 지하철에서 만났을 때의 일이 생각나 웃음이 났다. 수아는 석진에게 다가갔다.


“수아야. 뒤에서 앉아 줘. 원래영화나 드라마 같은 데서 보면 여자가 설거지 하면 남자 안아 주던데 우린 지금 수아가 손을 다쳤으니깐 수아가 날 안아 주는 거야”


수아의 손이그의 양쪽 허리춤에서 머뭇 거린다. 그런 수아가 사랑스러운 석진이다. 누군가가 그랬다. 남녀간의 문제는 그 당사자들 밖에 모르는 거라고... 세상 사람들 아무도 몰라 준다 그래도 석진은 행복 했다. 이토록 변한 수아의 모습을 보면서... 충분한 사랑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이 여자가 어릴때의 무슨 기억인지 남자를 거부 했다. 스킨십 거부가 아니라 남자란 성을 거부했다. 그러나 자신의 사랑의 노력으로 이만큼 변화된 그녀를 바라 보며 감사했다. 정말 절이라도 하고 싶었다. 요즘 이놈의 주책맞은 눈물이 왜 자꾸 나는 건지 모르겠지만 수아 앞에서라면 수아 때문이라면 팔불출이 되어도 좋고 울보가 되어도 좋았다. 한편으로 석진은 자신을 자제 시키기 시작 했다. 그녀가 놀라 뒷걸음질치지 않게 조심히 조심히 그녀에게 다가가야 함을 자신의 뇌리에 각인 시키듯 주문을 외우는 그였다. 이유가 없었다. 한때 세련이 그랬었다. 어디가 좋냐고 뭐가 마음에 드냐고... 혼자 미국 생활을 할때 그 것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을 했었다. 그러나 정답은 그냥 수아 였다, 최수아. 그 이상의 것도 이하의 것도 아니었다. 세련이 자신도 정말 사랑 하는 사람을 만나다면 지금 자신의 감정을 이해 할 수 있으리라 생각 했다. 석진이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 있는 데 수아가 이야기를 꺼냈다. 어느새 석진을 껴안고 있는 수아였다.


“나 또 언제 마음 바뀔지 모르는 데 괜찮아요? 나 또 언제 변덕 부릴지 모르는 데 괜찮아요? 당신 나 때문에 힘들어 질수도 있는 데 됀찮아요?”


막 설거지를 끝낸 석진이 몸을 돌려 수아를 껴안으며 대답 했다.


“괜찮아 다 괜찮아 내가 그럴 일 없도록 당신 마음 어디로 새어 나가지 못하게 잡을 께. 당신은 내 등에 느껴 주었던 그 뛰는 심장 소리만 변함이 없으면 되. 날 보고 뛰는 그 심장 소리만...


[20]

“푸웁”


“왜 웃어?”


수아가 이 분위기에 웃었던 자신이 멋쩍어 머쓱 거리며 이야기를 했다.


“우리... 이 주방 좀 벗어나서 무슨 이야기든 해도 할 수 없나요?”


“하하하. 그러자. 다 끝났으니 그만 나가자구.”


거실로 가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수아가 화장실을 간다고 일어섰다. 일어섬과 동시에 전화가 왔다. 가만히 핸드폰의 액정만을 쳐다보고 있는 석진을 수아가 어서 받아 보라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여보세요. 장석진입니다.”


모르는 번호라 석진은 의아 했다. 이 사생활로 쓰는 폰 번호를 알고 있는 사람은 정말 친한 친구들 이외에는 몰랐기 때문이다.


“석진이 맞구나. 창근이 한테 연락처 물어봤어. 나 한결 이야. 오 한결”


석진은 이제야 생각이 난다는 듯 벌떡 일어나며 반가워했다.


“짜식. 얼마만이야? 반갑다. 하필 나 나오면서 니가 들어가는 바람에 너만 얼굴 못봤구나. 안그래도 창근이 한테 너랑 연락 되면  내 번호 알려 달라고 했었다.“


석진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예 들어 온거지? 언제 한번 봐야 하는데. 지금 내가 사정이 있어 지방으로 내려왔어.”


한결이 웃음을 터트리며 이야기 했다. 언제나 들어도 상대방을 상쾌하게 하는 웃음이었다.


“우리 얼마 만에 보는 거지? 너 대학 때 잠깐씩 들어온 이후로는 처음이지? 이야. 아무튼 반갑다야. 지방에 있다고? 하여간 이 자식 돈은 너 혼자 다버냐 임마. 어쩔 수 없지. 다음주말쯤 보자 어때?“


석진이 입을 말아 올리며 이야기 했다.


“그래 그러자. 이게 니 번호냐? 저장 한다.”


“그래 또 연락 하자”


석진은 전화를 끊은 후 한결의 핸드폰 번호를 저장 했다. 참 좋은 친구였다. 대학교때 친구 창근이의 소개로 만난 친구였다. 처음 만나 자리에서 의 형제를 맺을 만큼 대화가 잘 통하는 놈이었다. 창근이나 다른 친구들은 만나지 못하더라도 한국에 간간히 나오면 꼭 한결은 보고 다시 미국으로 들어가곤 했었다. 그런 친구 놈 이었는데 결혼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이혼을 했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한국으로 들어 올 때 쯤 상처를 치료 하려고 했는지 홀연히 미국으로 들어가 버렸었다. 너무 빠르게 결혼을 해서 미쳐 표를 구할 새도 없이 결혼식 날짜가 지나버려 들어오지도 못했었다. 한결을 생각 하자 씁쓸한 기운이 감돈 석진은 습관적으로 담배를 찾았다. 막 담배에 불을 붙이려고 하는 순간 뒤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진다.


“않돼!!”


“쿡쿡.. 뭐라고?”


수아가 어느새 나왔는지 뒤에서 살기어린 미소를 지으며 걸어오고 있었다.


“이거 이거.. 이 아저씨 못쓰겠네?”


“하하하하하”


석진은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느긋한 시선으로 그녀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걸 보고 있었다.

사랑스러운.. 사랑받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여자였다. 자신이 너무나도 사랑하는 최수아 이기 때문에... 수아가 다가와 그의 손에 들려 있던 담배를 거칠게 빼앗았다.


“담배가 그렇게 싫어?”


졸지에 담배를 빼앗긴 석진이 수아 에게 볼멘소리를 했다.


“말이라구요? 이 이 담배 때문에 내 손바닥이 지금 이렇게 되었는데 담배를 또 핀단 말이에요? 말도 않되지! 그리고 담배가 얼마나 몸에 해로운 건지 알지 않아요? 백해무익 한거라구요. 앞으로 날 만나려면 말이죠. 당신! 장씨 아저씨  손에서 몸에서..에... 또... 흠흠 암튼 담배 냄새나면 그날로 끝이란 걸 명심 해 두라구요!“


수아가 순간 그와의 키스가 생각나 가슴이 홍두깨질을 하는 것 같았지만 애써 생각을 바꾸며 이야기 했다. 석진은 이 여자가 너무나 사랑스러워 미칠 것만 같았다. 가슴 가득한 벅참과 감동이 이 여자를 볼 때 마다 새록새록 더해갔다. 말은 저렇게 해도 자신의 건강을 염려해서 저런 말을 하는 거라는 것을 누구 보다 잘 알고 있는 석진은 웃으며 수아를 자신의 무릎에 앉혔다.


“왜이래요. 장씨 아저씨!! 난 담배 냄새나는 사람 싫다고요. 흥!”


수아가 냉정히 말했다.


“내가 지금 당장 끊는 다는 말은 못하지만 서서히 줄여 나갈게. 한번만 봐줘? 응?“


석진은 그녀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얼굴을 그녀의 어깨로 묻었다. 향긋한 복숭아 향기가

자신의 폐부속 으로 스미어 들어오는 것 같았다.


“미안”


수아가 뭐라 말할 새도 없이 석진이 미안 하단 말을 한마디 하곤 수아를 으스러지도록 힘을 주어 끌어안았다.


“으아아.. 헉. 석진씨 아파요. 숨막히다구요”


수아가 거의 죽어 나가는 소리를 했다. 순간 놀란 석진이 수아를 풀어 주며 놀라 물었다.


“수아야? 괜찮아?? 응? 미안해.”


석진이 자신을 풀어주자 그대로 의자 및 잔디로 쓸어 지던 수아는 석진이 걱정하는 표정이 영력 하자 살짝 눈을 뜨더니 이내 벌떡 일어난다.


“메롱! 속았지? 장씨 아저씨. 쿠쿡”


수아가 멀리 도망을 갔다. 순간 당황했던 석진이 이내 수아를 잡으러 쫒아갔다. 이내 70년대 춘파극의 한 장면을 한창 선보이던 수아와 석진은 그만 털썩 잔디에 누웠다. 턱까치 찼던 숨이 고르게 쉬어지자 수아가 말한다.


“나.. 이런 행복감 처음 느껴 봐요. 이래도 되는 건지 한편으로 무서워요.”


석진이 수아의 머리를 들어 자신의 팔로 베게를 삼아 주며 이야기 했다.


“나 믿을 수 있어?”


수아가 새까만 까만 눈동자로 그를 올려다본다. 석진의 눈에 빛나는 별이 박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수아다. 이 남자면.. 믿을 수 있을까? 믿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래..

내가 시작 했고 내가 선택한 사람이야. 이제 내 사람이야.. 내 사람.. 내 사람이란 생각에 괜스레 눈시울이 붉어진 수아는 새빨개진 눈으로 말했다.


“네... 믿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석진은 수아가 아기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자신을 믿어 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자신을 올려다보더니 이내 눈시울이 새빨개지면서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석진은 생각 했다. 이 사슴의 눈동자처럼 맑고 큰 눈망울을 영원히 지켜 주고 싶었다. 석진은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를 끌어당겨 자심의 가슴에 묻었다.


“내 사랑으로 다가와 줘서 고마워... 사랑해.”


석진의 말을 들은 수아는 눈을 감았다. 이 남자의 콩닥거리는 심장 소리가 자신의 온 몸을 뒤 흔들었다. 세포 하나하나에 자신이 사랑 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심장 소리였다. 석진의 심장 소리가 듣기 좋다고 고백 하려고 눈을 뜬 수아는 이내 다시 꼭 감았다. 석진의 얼굴이 자신의 코앞에 있었던 것이다.


“확인 하고 싶어. 눈 떠봐. 수아야. 키스...해도되?”


석진은 수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늘 먼저 했었는데... 그냥 어린 아이처럼 확인이 하고 싶었다. 이 여자도 날 원하는구나 하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싶었다. 수아는 얼굴에 빠알간 홍조가 피었다. 뭔지 모를 두려움이 찾아왔지만 이내 수아는 그 마음을 밀어냈다. 당당하게 맞서고 싶었다.


“네. 나 당신이 나 사랑해 주고 있단 거 느끼고 싶어요...”


수아가 눈을 내리 깔며 이야기 했다. 그의 얼굴이 다시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 수아는 눈을 감았다. 그냥 지금 이순간이 마냥 행복하고 좋았다.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석진은 수아가 블랙홀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언제나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어버린다. 그녀의 입술을 가지려 생각하면 이성이 늘 그에게 속삭인다. 여린 여자야. 아프지 않게 다치지 않게.. 조심히 조심히... 그러나 그의 입안으로 퍼지듯 스미어 들어오는 그녀의 복숭아 향기가 그의 이성의 끊을 놓아 버리게 만든다. 언제나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석진은 이번만큼은 소중한 보물을 다루듯 어린 아이를 다루듯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다가갔다. 간간히 그녀가 숨을 쉴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하늘이 높고 별이 반짝였다. 풀벌레 소리가 그들의 사랑을 축복해 주는 듯 했다. 수아가 석진을 밀어냈다. 그제서야 수아를 놓아준 석진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붉게 홍조를 띈 수아의 얼굴이 잘 익은 복숭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입술을 슬며시 엄지손으로 쓸어 주었다. 이내 수아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흐른다. 수아의 얼굴이 석진 에게 다가오는 듯싶더니 그의 입술에 살포시 그녀의 입술이 포개졌다. 석진은 깜짝 놀랐지만 이내 그녀를 다시 끌어안았다. 막상 수아는 석진 에게 입술로 다가가긴 했지만 더 이상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살짝 입술을 뗀 석진이 그녀를 향해 한번 웃어주곤 무섭게 그녀에게로 들어왔다. 아까의 다정다감했던 자신을 위로 해 주던 석진 과는 또 달랐다. 자신을  빨아들이는 듯한 그의 입술이 그녀를 아찔하게 만들었다.


“헉.”


그의 손이 그녀의 가슴 언저리에 살며시 내려앉았다. 밀어 내야 한다 생각 했지만 너무 아찔해 통제가 되지 않았다. 그의 손이 자꾸만 수아의 가슴을 만지듯 쓰다듬었다.

수아는 당황했다 갑자기 몸에서 열이 나기 시작 하면서 어찌 해야 할 줄을 몰랐다. 그녀의 가슴언저리를 쓰다듬는 것 같더니 이내 허리춤 그녀의 티셔츠 속으로 그의 손이 들어온다. 석진이 그녀의 배꼽주위를 슬며시 쓸었다. 깜짝 놀란 수아가 힘을 다해 그를 밀어냈다.


“하아 하아... 후... 후...”


“미안해...”


석진의 작은 목소리가 귓가로 들리는 듯 했지만 수아는 대답 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 할 수가 없었다. 숨을 고르고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키기에도 급급했다. 석진은 속으로 또 자신을 나무랐다. 미친놈. 수아가 니놈을 받아들인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부터 자제를 하지 못하냐? 남자를 믿지 못하는 여자잖아. 너 그렇게 밝히는 놈이었어? 변변찮은 놈. 석진은 벌떡 일어나 앉았다. 석진의 찡그린 얼굴을 본 수아는 이내 따라 일어나 머뭇 거리며 이야기를 한다. 자신이 그를 밀쳐서 석진이 기분이 나빠졌다고 생각 한 수아다.


“어.. 음.. 미안해요.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께요.. 그러니까 난... 음... 좀...무서웠...”


석진이 손을 뻗어 수아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아니야 수아야. 내가 미안해. 아직 당신 나 하나 받아들이기도 힘들 텐데.. 미안해. 미안해.. 내가 너무 변변찮아서 당신에게 미안해”


수아는 그의 가슴에 안겨 가슴이 찡해 짐을 느꼈다. 이 남자. 장석진이라는 이사람... 나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해 주고 있어. 진심은 통한다더니... 말 한마디로 그의 마음이 자신에게 전달되는 듯 했다. 수아를 너무 사랑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석진과 자신이 석진 에게 너무나 사랑 받는 한 여인이라는 사실이 반갑고 행복하면서도 아직도 가슴 밑바닥에 뭔가 모를 두려움이 엄습하는 것을 느끼는 수아와 석진의 별장에서의 첫날밤은 그렇게 저물어 가고 있었다.

 

 

하루 하루 쓸대는 얼마 되지 않아 보였는데

묶어서 올리려니 많네요^^;;

예전에 맨날 짤막 하게 올린다고 이야기 들었었는데^^;;

예전꺼 얼른 올리고 다시 시작 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