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채팅의 충격..!!-_-

eros2007.01.23
조회1,620

화상채팅의 충격..!!-_-시간은 거꾸로 흐로고 흘러..때는 바야흐로 2000년..여름..

 

밀레니엄이다 뭐다 떠들썩한 한 해 였던 걸로 기억한다..

 

요즘에야 채팅도 거의 사라지고 화상채팅도 물 건너간지 오래지만

 

당시 화상채팅의 열기는 오늘 날 네이트나 싸이를 울리고도 남음이었다..

 

그 무렵 화상채팅에 얽힌 나의 소중했던(?) 두 가지 추억을 조심스레 꺼내 본다..

 

그때 난 학교 앞 피씨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충무로에 위치한)

 

우리  사장은 딴에는 머리를 쓴다고

 

피씨방과 비디오 방을 접목시켜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 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 어중간한 운영은결국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놓치게끔 만들었다..

 

파씨방엔 늘 파리만 날렸고..비디오방만이 간간이 운영 되는 정도였다..

 

그 날은 방학을 하는 날이었다..당시 난 21살로 대학교 2학년에 재학중이었다..(충무로에 위치한)

 

난 그간 제출하지 못한 레포트를 어떻게든 제출해 볼 요량으로 알바 중에도

 

컴퓨터 앞에 매달려 자판을 두들겨 대고 있었다..

 

밤 열 시쯤 되었을까? 한 여인네가 피씨방 문을 열며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휘잉~~~~

 

어디선가 바람이 일었다..찌는 무더위..바람 한 점 없는 나날이 계속되던 때였지만..

 

난 분명 그렇게 느꼈다..그 여자를 본 첫인상은 이랬다..

 

<하늘공주-->

 

머 그 여인네가 하늘에서 내려 온 선녀 같았다기 보다는 단지 그 여인네가 온 몸을 하늘색으로

 

휘감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하늘색 챙이 큰 모자에 하늘색 원피스..하늘색 옆으로 매는 코딱지만 한 가방에..하늘색 구두..

 

두둥--뭘까 이 여자의 정체는..

 

여자는 카운터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 오더니 내게 이렇게 말을 건넨다..

 

<저..여기..화상채팅 되나여?>

 

<에..다당연히 되죠>

 

우리 피씨방은 넓지도 않은 공간에 두 아이템을 접목해 놓은 터라 컴터는 14대..

 

비디오방은 5갠가..정도 밖에 되질 않았다..화상채팅이 되는 컴은 달랑 1대..

 

휙 둘러보니 꼬마 녀석 하나가 그 화상채팅이 되는 컴에서 스타크를 하고 있었다..

 

<이바 어린이..집에서 엄마가 찾는다..부디 집으로 돌아가 새나라의 새일꾼이 되어 주렴>

 

나는 냉큼 아이를 내쫓고 여인을 컴터로 안내했다..

 

여인은 익숙한 솜씨로 마우스를 클릭클릭 하더니 이내 화상채팅을 시작했다..

 

나도 곧 알바를 교대하고 그 여인네의 옆옆 자리에 앉아 레포트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그.런.데..두 시쯤 되었을까..어느덧 피씨방  손님은 모두들 집으로 돌아가고 가게 안에는 그 여자와 나

 

단 둘이 남게 되었다..몇 시간을 연신 화면만 들여다 보니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던 터라

 

잠시 기지개를 펴며 휴식을 취하려 했다..

 

사건은..이때 일어났다..

 

여지껏 귀에 들어오지 않던 화상채팅의 말 소리가 귓가에 내리 꽂히기 시작한다..

 

상대방남1: 하하하!! 진짜가? 그럼 함 보여줘바라! (경상도 남자였다)

 

하늘공주: 깔깔깔...타닥타닥(우리 티씨방엔 마이크가 없어 여인은 자판을 두들겨야 했다)

 

무슨 소리일까 궁금해졌다..뭐가 진짜고 뭘 보여 달라는 걸까..

 

순간 얼마전 보았던 뉴스가 생각났다..

 

채팅 음란화!! 채팅 음란화!! 원조교제!! 화상채팅서 서로 몸을 보여주며 음란한 대화..등등,,

 

<서..설마..지금 그게 혹시?>

 

감겨 오던 두 눈은 번쩍 뜨였고 귀는 쫑긋쫑긋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의 모든 관심이 그 쪽으로 집중 되었다..정말 무서운 집중력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갑자기 여자가 스윽 일어선다..나는 생각했다..

 

<아..여자가 기분이 나쁘니까..이제 집에 가려나 보다..>

 

아..하지만 나는 얼마나 순진했던가..ㅠㅠ

 

자리에서 일어난 여인은 나를 한 번 스윽 보더니 컴퓨터 위에 놓인 캠쪽으로 몸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카메라에 대고 원피스 앞섬을 스윽..내리는 것이 아닌가..!!

 

콰과광

 

<허거거거거걱!!!!>

 

잘 하면 눈알 튀어 나올 뻔 했다..

 

여인은 한참을 그러더니 다시 옷을 여미고 자리에 앉았다..

 

<경상도남1: 아따! 진짜네? 가스나 화끈하네!!>

 

<하늘공주: 깔깔깔..타닥타닥>

 

쿵쾅거리는 가슴을 도저히 진정할 수가 없었다..다시 레포트를 써보려 했지만

 

손가락이 후달거려 도무지 자판이 눌러지질 않았다..--*당시 난 21살의 순진한 남자였다..에헴..

 

채팅은 계속 되었다..

 

<경상도남!: 함 더 보이바라..더 화끈하게!! 응?>

 

여인의 반응을 지켜봤다..이 번엔 어떻게 나올까 어떻게 나올까..

 

여인은 다시 스윽 일어섰다..

 

<허걱..서설마 또?>

 

여인이 내 얼굴을 쳐다 본다..얼굴이 화끈거려 잽싸게 고개를 돌렸다..

 

다시금 카메라 앞에 선 여인은 이 번엔 정말 그 남자의 바람대로,,

 

(어쩌면 내 바람이었기도 한..)

 

더 과감하고 화끈하게..원피스 끈을 내렸다..그때 알았다..

 

아..정말..노브라 맞구나..ㅠㅠ

 

입을 떡 하니 벌린 채 여인을 쳐다봤다..이번에도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내가 황급히 고개를 숙이자 여인은 날 보며 박장대소를 했다..-.-;

 

<하늘공주: 깔깔깔!! 아우 재밌어 아하하하하!!>

 

뭐..뭐야 저 여자는 대체..ㅠㅠ

 

정말로 레포트를 쓰느라 고생하는 나를 위해 하늘이 내려주신 공주님이신가..

 

아님 순진한 나를 놀리기 위한 악마의 유혹인가..

 

머리 속은 온갖 망상으로 그득했다..

 

그때 아까완 다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경상도남2: 아따 가스나 완전 걸X네..야 이XX야!! 니가 어쩌고저쩌고 욕욕욕욕욕>

 

<경상도남1: 금마 거 지도 볼거 다 보고 와 지랄이고!!>

 

경상도남1의 반격이 이어졌다..결국 그때까지 흥미진진했던 화상채팅은

 

시시하고 시시한 남자들이 싸움으로 이어졌다..여인은 곧 따분함을 느꼈는지..

 

채팅창을 닫고 잠이 들었다..-_-

 

어떻게 잠이 들 수 있을까..신기할 따름이었다..

 

정말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저 여인을 깨워서..같이 술이라도 한 잔 하자고 할까..--;

 

하지만 주머니를 뒤지니 3000원 밖에 없었다..그냥 같이 놀자라고도 할까..

 

하지만..레포트를 써야 한다..이제 휴학하고 군대도 가야는데..최소한의 학점은 따야지 않는가..

 

크흑..난 볼펜으로 허벅지를 꾸욱꾸욱 눌러가며 간신히 맘을 다잡고 자판을 토닥이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놀라운 정신력이 아닌가 싶다..>

 

하긴 그땐 여자친구도 있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그랬다면 정말 쳐죽일 놈이지..암..

 

그렇게 나는 잠자는 하늘공주를 옆에 두고 내가 아는 온갖 잠언과 불경..찬송가와 찬불가를 암송하며

 

레포트를 완성해 나갔다..눈물이 다 났다..

 

아침이 되고 다시금 손님이 하나 둘 피씨방을 찾기 시작했다..손님들의 북적이는 소리에

 

잠이 깬 여인은 졸린 눈을 부비며..화상채팅을 시작했다..--

 

하지만 머 아침이고 접속자도 많지 않다보니 흥미를 잃은 여인은 이내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여인이 문을 열고 나설때 다시금 휙 하니 바람이 불었다..

 

순진했던 21살의 여름, 내 가슴에 그렇게 휑한 바람을 남기고 떠난 하늘 공주..

 

한동안 나는 그 충격에서 헤어나오질 못했고 급기야

 

나도 한 번 화상채팅을 해볼까  하는 맘까지 먹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게임을 하다 지친 나는 오늘 한 번 화상채팅을 해보자..는 맘으로

 

화상채팅 싸이트에 접속을 한다..두근 거리는 맘으로 기다리는데 누군가 일대일 대화 신청을 해 왔다..

 

마다할 리가 있겠는가? 당장 승낙을 하고 입장을 했다..

 

그런데..상대방의 얼굴이 있어야 할 화면엔 그저 검은 천이 드리워져 있을 따름이었다..

 

그냥 첨이라 쑥쓰러운가 보다 하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서로 말도 통하고 재밌는 대화가 이어졌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상대방의 얼굴이 궁금해 졌다..

 

<나: 그 쪽도 얼굴 좀 보여 주세요..(자판)>

 

<상대방: 아..저 그게 좀..지금은 좀 그래요..>

 

<나: 에이 뭐 어때요? 그냥 보여 줘요..>

 

<상대방: 지금은 좀 그런데..그런데요 그 쪽 정말 제 마음에 들거든요..얼굴도 맘에 들고..

 

말씀도 재밌게 잘 하시고..저랑 만나서 놀지 않을래요?>

 

<나: 에..그래도 만날람 저도 얼굴도 보고 그래야 하지 않나요?^^>

 

<상대방:제가 사정이 있어 그래요..아마 이해하기 힘드실 거에여..그냥 만나요..>

 

<나: 저..무슨 사정이 있으시길래..머 혹시 남자세요? (이때는 농담) 하하하>

 

<상대방: 네..사실..저 남자에여..>

 

두둥.....

 

<나: 에....>

 

<상대방: 역시 이해하기 힘드시죠? 죄송해요 속일 생각은 아니었는데..>

 

<나:ㅠㅠ..아..아닙니다..뭐 이해는 해요..그럴 수 있죠..용기 가지세요..>

 

<상대방: 고마워요..우리 만나요..돈은 제가 다 댈게요..연락처 가르쳐 주실래요?>

 

<나:-_-;..저 제가 지금 수업이 있어가지고요..죄송합니다..만나는 건 좀 그렇네요..그럼 힘내세요..>

 

후다닥..

 

난 눈물을 흘리며 채팅창을 닫고야 말았다..흑흑..어케 걸려도 이런 게 걸리냐..

 

아직 하늘공주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이런 메가톤급 충격이 또 다시 나를 후려치다니..

 

정말이지 정신을 차릴래야 차릴 수가 없었다..

 

난 <여자친구를 두고 나쁜 생각해 해 그런가 보다>..하고 후회를 하곤

 

그 뒤로 다시는 채팅을 하지 않았다..

 

이미 오랜 기억 속에 묻어 둔 케케묵은 이야기지만 이따금 꺼내볼 때마다 피식 웃음이 나곤 한다..

 

하늘공주는 잘 살고 있을까..검은천의 남자는 좋은 남자 만나 잘 살고 있을까..--

 

모두들 각자의 자리에서 좋은 모습으로 살아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