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옛날 이야기 들어보신 적이 언제인가요 "옛날 옛적에..." 하고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으시던 엄마의 시절을 거쳐 잠깐이었지만 저의 시절도 그러했답니다 우리 엄마가 그랬듯이 나 또한 어린 아이들 무릎에 앉히고 "엄마가 옛날이야기 하나 해 줄까?" 하던 때도 또 다시 물같이 흘러가 버리고 말았습니다만. 그래도 아련하게 그리워져 오는건 옛날이야기 한자락의 향수임은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눈이라도 많이 내려 호랑이가 더 무서운 날 밤엔 우리 엄마의 이야기는 더 길어지고 그 무서움을 떨쳐 버리려는 꼬마 정미는 의도적으로 이야기에 빠져들곤 하였지요 우리 엄마는 참 똑똑했었던 것 같아요 춘향전, 심청전, 장화홍련전등 그 당시의 고전들을 책을 읽어 내려가듯이 들려 주셨거든요 지금도 안타까움이 이는 건 그 때 울엄마의 옛 이야기들을 녹음이라도 해 놓았더라면 하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됩니다 오늘은 큰 마음먹고 수많은 이야기들 중에 기억에도 생생한 이야기 한자락 하려구요 이 이야기는 수십번도 더 들었었고 저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그 만큼의 숫자만큼 들려준 내용이기도 합니다 그러나...어머니 돌아가시기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어느날 그 이야기 다시 들려주실 것을 졸랐으나 울 엄마 전혀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시더군요 그 슬픔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더랬어요 내 이제 이만큼 나이먹고 언젠간 저도 엄마처럼 기억못하는 날이 오겠지요 그 날이 되기전에 글로 나마 옮겨놓고 싶은 마음이 들어지네요 삼십년이나 더 지난 이야기 시대상이 완전히 바뀌고 생각이 바뀐 이 싯점에 얼마만큼의 설득력이 주어질 지는 모르지만요 저는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그저 기억나는 대로 옮겨보겠지만 혹 이 글을 읽게 될 님들은 어쩜 고역이 될 지도 모르겠네요 웬 고리타분한 옛날 이야기냐구요 참 이상한 아줌마도 다 있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고 시간 낭비를 제공하는 절 원망하실지도 모르지만서도요 기대하시지도 마시고 단지 시간이 허락하신다면 편한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별 재미는 없겠고 마지막엔 한자락 웃음으로 흘려 질 내용이긴 하지만 순간 순간의 전개가 스릴을 조금은 가져다 준답니다 단지 저의 효심이 여러분의 마음을 감동시키리라 믿어요 제가 이 이야기를 접한지가 삼십년이 넘었구요 우리엄마가 환갑이 넘으신 연세에 들려주셨으니까 엄마도 이 내용을 아주 오래전부터 접하셨을 테고 거슬러 올라가면 반세기는 훨씬 지난 이야기일 수 있겠지요 도깨비 방망이 수중이라 생각하시면 될 거에요 그러나 전 이런 저런 이유 따지지 않고 세상에 한번 풀어 놔 보려구요 마치 이유없는 의무감같은 기분으로요 제목도 저자도 연도도 아무것도 모릅니다 전라도 어느 고을에 팔대째 진사를 지닌 한 집이 있었다 팔대 진사를 지내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자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이 집에 유일한 기대는 어서 아들이 과거를 급제하여 다시 집안을 일으키는 것이지만 워낙 집안이 어렵다 보니 재대로 뒷바침을 해 줄 형편이 못되었다 아내는 남편 공부를 위해 밤낮으로 품앗이를 하고 남편은 과거시험을 준비하던 중 드디어 과거시험 날짜가 정해지게 되었다 어려운 형편에 푼푼이 모아둔 최소한의 노자돈을 남편에게 건네주며 아울러 약하디 약한 말도 한필 구해와서 한양으로 떠나 보내게 되었다 먼 한양땅까지 가서 과거를 치르고 내려오는데 턱없이 부족한 노자도 문제지만 더 기가 막히는 것은 타고 가라고 마련해 준 말이 자신의 몸도 재대로 가누기 힘든 쇠약한 말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내가 어렵게 구해온 말인지라 내색은 하지 못하고 말을 끌고서 집을 나서게 되었다 꼭 급제하여 돌아오라고 이르는 가족들을 뒤로하고 먼 길을 떠난 것이다 한양땅을 향해 걷고 또 걷기 시작하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한낮의 태양빛이 뜨거운 지라 잠시 그늘에 쉬면서 아내가 마련해 준 주먹밥을 먹고 있었다 "과거시험도 시험이지만 이렇게 걸어서 그 먼 한양땅을 언제나 가려나" 한숨반 독백반으로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 때 갑자기 숲속에서 건장한 청년이 불쑥 나타나는게 아닌가 "도련님~ 저랑 같이 가시죠 저도 한양에 볼 일을 보러 가는 길입니다 저는 미천한 신분이라 도련님이라 부르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고삐를 잡을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말을 타십시요" 젊은이는 갑자기 어리둥절해서 할 말을 잃어버리고 멍하니 그 청년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이게 도대체 어찌된 영문이란 말인가 난데없이 도련님은 또 무엇이고 저렇게 비실거리는 말을 타라니.. 청년이 억지로 젊은이를 말 위에 태우려고 하자 걱정은 되었지만 말을 타게 되었다 "자 이제 한양땅으로 출발하는 겁니다" 청년이 말고삐를 잡자 정말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갑자기 말이 힘을 얻더니 마치 날듯이 달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말과 동행한 두 사람은 한번도 쉬지 않고 달려 달려 한양으로 향해 거침없이 나아갔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양이라는 곳이 며칠은 족히 걸리는 거리가 아닌가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날 해가 뉘엿 뉘엿 할 무렵에 한양땅에 도착을 한 것이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지만 그렇다고 청년에게 물어볼 엄두는 낼 수가 없었다 해는 저물고 이제 숙소를 찾아 들어가야 할 일만이 남은 것이다 젊은이는 갑자기 걱정이 되어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이렇게 빨리 한양에 도착을 했으니 과거시험을 보는 날짜까지 최소한의 경비로 어떻게 버티어 나갈 것인가 이런 저런 현실적인 문제로 고민에 빠져 있는 젊은이를 바라보며 청년이 말을 건넨다 "도련님~저를 믿으시고 가지신 돈을 전부 저에게 주십시요" 아내가 어렵게 마련해 준 돈을 빼앗기듯이 청년에게 건네주자 돈을 받아들고서는 한양에서 제일 좋은 여관으로 향하는게 아닌가 여관문 앞에 이르자 청년은 손에 든 돈을 모두 주인에게 건네주고서는 "제일 좋은 방을 주시요 그리고 말에게도 맛있는 먹이를 주시구요" 젊은이는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어 청년이 이끄는 대로 이젠 내 맡기는 수 밖에 별 도리가 없었다 그날밤 최고급방에서 진수성찬으로 배가 부른 젊은이는 곧바로 잠에 떨어져버렸다 얼마쯤 잠을 잤을까 초저녁에 잠이 든 젊은이는 한밤중이 되어서야 어렴풋이 잠에서 깨어났다 방 주위를 둘러보았다 잠들긴전에 옆에 있던 청년이 보이지를 않는 것이다 "야심한 밤에 어디를 간 것일까" 한참을 기다려보고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아도 청년의 모습은 눈에 띄지를 않는다 "영영 가버린 건 아닐까 만약에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면..." 갑자기 생각이 거기에 까지 미치자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햇다 내일 아침이면 이 여관에서 쫓겨날 테고 돈 한푼없이 이 한양땅에서 버틸 생각을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낮에 있었던 일들이 하나 둘 떠오르면서 후회가 되어 견딜 수가 없었다 "청년을 너무 믿었던 내가 바보였지" 지난 수년간의 과거공부가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자 고향에 있는 아내에게도 미안하고 자신의 처지도 불쌍하게 느껴지고 낙심된 마음을 가눌길이 없었다 갑자기 밖에서 발자국소리가 들리더니 방문이 덜컥 열리면서 그 청년이 들어서는게 아닌가 순간 반가움으로 소리라도 지를 뻔 했지만 이내 놀라움에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다 청년의 어깨에 관이 들려져 있는게 아닌가 "저 관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러나 물어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그저 가슴만 마구 뛰기 시작했다 이를 눈치챈 청년은 젊은이를 안심시켜 주려는 듯이 빙긋이 웃으며 태연하게 관을 바닥에 내려놓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유유히 관뚜껑을 열어 젖히는게 아닌가 "도련님~ 안을 한번 들여다 보십시요" 안을 들여다 본 순간 또 한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관속에는 아리따운 처녀가 잠자는 듯이 누워 있는게 아닌가 금방이라도 기지개를 켜면서 잠에서 깨어날 듯한 모습으로 말이다 도저히 죽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듯한 고운 처녀를 본 순간 가슴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왜 이 처녀는 이 나이에 죽어야 했으며 지금 이 자리에 누워있는지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지만 한마디도 물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저 넋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젊은이에게 청년이 한마디를 한다 "도련님~ 어려운 부탁하나 들어주십시요 지금 도련님께서 옷을 모두 벗으시고 이 처녀를 껴안고 있으셔야 합니다" 그 청년의 말은 단호했고 위엄이 서려 있었다 낮에 본 청년의 모습과 태도가 아니었고 거역할 수 없는 상황임을 짐작케 해 주었다 만약 말을 듣지 않는다고 이 청년이 관을 다시 들고 영영 가버리고 나면... 중요한것은 과거시험인데 모두 물거품이 되어버리게 되고... 생각이 이쯤에 미치자 갑자기 이상한 용기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 청년을 붙잡을 길은 이 길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자 서둘러 옷을 벗기 시작했다 젊은이는 시키는 대로 옷을 모두 벗고 시체를 껴안고 있게 되었다 죽은지 며칠이 지난 딱딱하고 찬 시체를 껴안고 있으려니 무서움에 온 몸이 소름이 돋았다 고향에 있는 아내와 금의 환향만을 기다리는 가족들이 머릿속에 오락가락하면서 견딜 수 있는 한도까지 이를 물고 참아냈다 그렇게 하기를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조금전까지만 해도 싸늘하기 그지 없던 시체의 몸이 조금씩 온기가 돌기 시작하는게 아닌가 그러더니 서서히 감겼던 눈을 뜨고 몸을 움직이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시체를 안고 있던 젊은이 화들짝 놀라 기절할 지경이었다 "여기가 어디에요? 제가 왜 여기에 있죠?" 이어서 청년이 대답을 해 주었다 "아씨님은 며칠전에 죽었었고 그래서 땅에 묻혔었지요 그런데 지금 이 도련님이 아씨를 다시 살리신 겁니다"믿기지 않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이 청년의 말에 다시 어안이 벙벙 해질수 밖에 없었다 내가 저 처녀를 살리다니...나는 단지 안고 있었던 사실밖에 없는데... "정말 저 도련님이 절 살리셨단 말인가요 이렇게 고마울데가..." 이 처녀를 소개하자면 지금의 교육부장관정도의 벼슬을 지닌 집안의 무남독녀입니다 그 당시 과거시험을 주관하고 벼슬을 내리는 관직을 가진 집안의 딸이었던 것이다 "저의 아버지께 속히 알리세요 그리고 저를 데려가라구요" 그 밤중에 처녀집으로 여관의 하인을 보냈다 깊은 밤에 대문을 두드리자 놀란 그 집 하인들이 달려 나오고 자초지종을 고하자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심부름 온 하인을 포박하는 것이었다 "우리딸이 죽은지가 여러 날이 지났거늘 이 밤중에 얼토당토않는 소리를 하러 오다니..." 기다려도 오지 않자 다시 사람을 보내고 그러기를 여러번 직접 청년이 찾아가서 딸의 살아 있음을 알리자 똑같이 포복을 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잠깐만요 어느 안전이라고 거짓을 고하리요 만약에 사실이 아니라면 어떠한 벌이라도 달게 받겠사오니 일단은 동행을 하심이 어떨까요" 그제서야 대감은 반신 반의 하면서 청년을 따라 나서게 되었다 여관에 도달하고 방문을 열자 꿈에도 잊지 못할 딸이 아버지를 반기는 게 아닌가 이게 꿈이냐 생시냐 믿기지 않는 사실앞에 아버지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도대체 어찌된 영문이란 말이냐 그리고 이 사람들은 또 누구냐?""저 도련님이 저를 살리신 은인이세요" 흥분의 순간이 지나고 자초지종을 전해들은 아버지는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렇게 고마운 사람들을 봤나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꼬"내일 사람을 시켜 다시 부르겠다고 약속하고 그 밤 부녀는 집으로 돌아갔다 이제 둘만이 남게 되었고 청년은 다시 조용히 젊은이에게 말을 건네온다 "도련님~ 내일 아침 도련님을 모시러 그집에서 사람이 올 겁니다 무슨 벼슬이라도 원하는대로 내릴 터이니 말해 보라고 하실 것인데 도련님은 단지 진사 한자리만 달라고 하십시요" 그말을 들은 젊은이는 갑자기 낙심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그동안 전개되는 상황을 말없이 지켜보면서 내심 욕심을 키우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 기껏 진사한자리라니 그러나 이미 거역할 수 없는 무엇을 눈치 챈 젊은이 더 이상 자기의 고집을 내 새울 수가 없음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날 아침 처녀의 집에서 전갈이 왔고 젊은이를 모셔가기에 이르렀다 "그래 그대가 원하는 벼슬을 말해 보게나 무엇이든지..." "진사자리를 주십시요" "아니 뭐라고 기껏 진사자리라니..." 그러나 워낙 젊은이의 주장이 확고하고 고집이 완강함을 깨달은 대감은 젊은이의 요구를 들어 줄 수 밖에 없었다 드디어 젊은이는 진사자리를 얻어 귀향을 하게 되었던 것이었던 것이다 집떠나 하룻만에 한양땅에 도달하고 다음날 진사가 되어 고향으로 향하는 그 길엔 다시 시작되는 우여곡절이 있었으니...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다음 이야기를 뒷바침해주는 전초전에 불과한 것이었으니 기대하시라 고대하시라 흥미진진 영양만점의 다음이야기가 곧 펼쳐집니다1
봄날, 옛날이야기 한자락 않 들으실래요?
마지막으로 옛날 이야기 들어보신 적이 언제인가요
"옛날 옛적에..." 하고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으시던 엄마의 시절을 거쳐
잠깐이었지만 저의 시절도 그러했답니다
우리 엄마가 그랬듯이 나 또한 어린 아이들 무릎에 앉히고
"엄마가 옛날이야기 하나 해 줄까?" 하던 때도 또 다시 물같이 흘러가 버리고 말았습니다만.
그래도 아련하게 그리워져 오는건 옛날이야기 한자락의 향수임은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눈이라도 많이 내려 호랑이가 더 무서운 날 밤엔 우리 엄마의 이야기는 더 길어지고
그 무서움을 떨쳐 버리려는 꼬마 정미는 의도적으로 이야기에 빠져들곤 하였지요
우리 엄마는 참 똑똑했었던 것 같아요
춘향전, 심청전, 장화홍련전등 그 당시의 고전들을 책을 읽어 내려가듯이 들려 주셨거든요
지금도 안타까움이 이는 건 그 때 울엄마의 옛 이야기들을 녹음이라도 해 놓았더라면
하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됩니다
오늘은 큰 마음먹고
수많은 이야기들 중에 기억에도 생생한 이야기 한자락 하려구요
이 이야기는 수십번도 더 들었었고 저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그 만큼의 숫자만큼 들려준 내용이기도
합니다
그러나...어머니 돌아가시기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어느날 그 이야기 다시 들려주실 것을 졸랐으나
울 엄마 전혀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시더군요
그 슬픔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더랬어요
내 이제 이만큼 나이먹고 언젠간 저도 엄마처럼 기억못하는 날이 오겠지요
그 날이 되기전에 글로 나마 옮겨놓고 싶은 마음이 들어지네요
삼십년이나 더 지난 이야기
시대상이 완전히 바뀌고 생각이 바뀐 이 싯점에
얼마만큼의 설득력이 주어질 지는 모르지만요
저는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그저 기억나는 대로 옮겨보겠지만
혹 이 글을 읽게 될 님들은 어쩜 고역이 될 지도 모르겠네요
웬 고리타분한 옛날 이야기냐구요
참 이상한 아줌마도 다 있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고
시간 낭비를 제공하는 절 원망하실지도 모르지만서도요
기대하시지도 마시고 단지 시간이 허락하신다면 편한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별 재미는 없겠고 마지막엔 한자락 웃음으로 흘려 질 내용이긴 하지만
순간 순간의 전개가 스릴을 조금은 가져다 준답니다
단지 저의 효심이 여러분의 마음을 감동시키리라 믿어요
제가 이 이야기를 접한지가 삼십년이 넘었구요
우리엄마가 환갑이 넘으신 연세에 들려주셨으니까 엄마도 이 내용을 아주 오래전부터
접하셨을 테고 거슬러 올라가면 반세기는 훨씬 지난 이야기일 수 있겠지요
도깨비 방망이 수중이라 생각하시면 될 거에요
그러나 전 이런 저런 이유 따지지 않고 세상에 한번 풀어 놔 보려구요
마치 이유없는 의무감같은 기분으로요
제목도 저자도 연도도 아무것도 모릅니다
전라도 어느 고을에 팔대째 진사를 지닌 한 집이 있었다
팔대 진사를 지내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자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이 집에 유일한 기대는 어서 아들이 과거를 급제하여 다시 집안을 일으키는 것이지만
워낙 집안이 어렵다 보니 재대로 뒷바침을 해 줄 형편이 못되었다
아내는 남편 공부를 위해 밤낮으로 품앗이를 하고 남편은 과거시험을 준비하던 중
드디어 과거시험 날짜가 정해지게 되었다
어려운 형편에 푼푼이 모아둔 최소한의 노자돈을 남편에게 건네주며 아울러 약하디 약한
말도 한필 구해와서 한양으로 떠나 보내게 되었다
먼 한양땅까지 가서 과거를 치르고 내려오는데 턱없이 부족한 노자도 문제지만
더 기가 막히는 것은 타고 가라고 마련해 준 말이 자신의 몸도 재대로 가누기 힘든
쇠약한 말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내가 어렵게 구해온 말인지라 내색은 하지 못하고 말을 끌고서 집을 나서게 되었다
꼭 급제하여 돌아오라고 이르는 가족들을 뒤로하고 먼 길을 떠난 것이다
한양땅을 향해 걷고 또 걷기 시작하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한낮의 태양빛이 뜨거운 지라 잠시 그늘에 쉬면서 아내가 마련해 준 주먹밥을 먹고 있었다
"과거시험도 시험이지만 이렇게 걸어서 그 먼 한양땅을 언제나 가려나"
한숨반 독백반으로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 때 갑자기 숲속에서 건장한 청년이 불쑥 나타나는게 아닌가
"도련님~ 저랑 같이 가시죠 저도 한양에 볼 일을 보러 가는 길입니다
저는 미천한 신분이라 도련님이라 부르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고삐를 잡을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말을 타십시요"
젊은이는 갑자기 어리둥절해서 할 말을 잃어버리고 멍하니 그 청년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이게 도대체 어찌된 영문이란 말인가
난데없이 도련님은 또 무엇이고 저렇게 비실거리는 말을 타라니..
청년이 억지로 젊은이를 말 위에 태우려고 하자 걱정은 되었지만 말을 타게 되었다
"자 이제 한양땅으로 출발하는 겁니다"
청년이 말고삐를 잡자 정말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갑자기 말이 힘을 얻더니 마치 날듯이 달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말과 동행한 두 사람은 한번도 쉬지 않고 달려 달려 한양으로 향해 거침없이 나아갔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양이라는 곳이 며칠은 족히 걸리는 거리가 아닌가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날 해가 뉘엿 뉘엿 할 무렵에 한양땅에 도착을 한 것이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지만 그렇다고 청년에게 물어볼 엄두는 낼 수가 없었다
해는 저물고 이제 숙소를 찾아 들어가야 할 일만이 남은 것이다
젊은이는 갑자기 걱정이 되어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이렇게 빨리 한양에 도착을 했으니 과거시험을 보는 날짜까지 최소한의 경비로
어떻게 버티어 나갈 것인가
이런 저런 현실적인 문제로 고민에 빠져 있는 젊은이를 바라보며 청년이 말을 건넨다
"도련님~저를 믿으시고 가지신 돈을 전부 저에게 주십시요"
아내가 어렵게 마련해 준 돈을 빼앗기듯이 청년에게 건네주자 돈을 받아들고서는
한양에서 제일 좋은 여관으로 향하는게 아닌가
여관문 앞에 이르자 청년은 손에 든 돈을 모두 주인에게 건네주고서는
"제일 좋은 방을 주시요 그리고 말에게도 맛있는 먹이를 주시구요"
젊은이는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어 청년이 이끄는 대로 이젠 내 맡기는 수 밖에 별 도리가 없었다
그날밤 최고급방에서 진수성찬으로 배가 부른 젊은이는 곧바로 잠에 떨어져버렸다
얼마쯤 잠을 잤을까
초저녁에 잠이 든 젊은이는 한밤중이 되어서야 어렴풋이 잠에서 깨어났다
방 주위를 둘러보았다 잠들긴전에 옆에 있던 청년이 보이지를 않는 것이다
"야심한 밤에 어디를 간 것일까"
한참을 기다려보고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아도 청년의 모습은 눈에 띄지를 않는다
"영영 가버린 건 아닐까 만약에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면..."
갑자기 생각이 거기에 까지 미치자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햇다
내일 아침이면 이 여관에서 쫓겨날 테고 돈 한푼없이 이 한양땅에서 버틸 생각을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낮에 있었던 일들이 하나 둘 떠오르면서 후회가 되어 견딜 수가 없었다
"청년을 너무 믿었던 내가 바보였지"
지난 수년간의 과거공부가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자
고향에 있는 아내에게도 미안하고 자신의 처지도 불쌍하게 느껴지고 낙심된 마음을
가눌길이 없었다
갑자기 밖에서 발자국소리가 들리더니
방문이 덜컥 열리면서 그 청년이 들어서는게 아닌가
순간 반가움으로 소리라도 지를 뻔 했지만 이내 놀라움에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다
청년의 어깨에 관이 들려져 있는게 아닌가
"저 관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러나
물어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그저 가슴만 마구 뛰기 시작했다
이를 눈치챈 청년은 젊은이를 안심시켜 주려는 듯이 빙긋이 웃으며 태연하게 관을 바닥에
내려놓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유유히 관뚜껑을 열어 젖히는게 아닌가
"도련님~ 안을 한번 들여다 보십시요"
안을 들여다 본 순간 또 한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관속에는 아리따운 처녀가 잠자는 듯이 누워 있는게 아닌가
금방이라도 기지개를 켜면서 잠에서 깨어날 듯한 모습으로 말이다
도저히 죽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듯한 고운 처녀를 본 순간 가슴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왜 이 처녀는 이 나이에 죽어야 했으며 지금 이 자리에 누워있는지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지만 한마디도 물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저 넋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젊은이에게 청년이 한마디를 한다
"도련님~ 어려운 부탁하나 들어주십시요
지금 도련님께서 옷을 모두 벗으시고 이 처녀를 껴안고 있으셔야 합니다"
그 청년의 말은 단호했고 위엄이 서려 있었다
낮에 본 청년의 모습과 태도가 아니었고 거역할 수 없는 상황임을 짐작케 해 주었다
만약 말을 듣지 않는다고 이 청년이 관을 다시 들고 영영 가버리고 나면...
중요한것은 과거시험인데 모두 물거품이 되어버리게 되고...
생각이 이쯤에 미치자 갑자기 이상한 용기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 청년을 붙잡을 길은 이 길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자 서둘러 옷을 벗기 시작했다
젊은이는 시키는 대로 옷을 모두 벗고 시체를 껴안고 있게 되었다
죽은지 며칠이 지난 딱딱하고 찬 시체를 껴안고 있으려니 무서움에 온 몸이 소름이 돋았다
고향에 있는 아내와 금의 환향만을 기다리는 가족들이 머릿속에 오락가락하면서
견딜 수 있는 한도까지 이를 물고 참아냈다
그렇게 하기를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조금전까지만 해도 싸늘하기 그지 없던 시체의 몸이 조금씩 온기가 돌기 시작하는게 아닌가
그러더니 서서히 감겼던 눈을 뜨고 몸을 움직이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시체를 안고 있던 젊은이 화들짝 놀라 기절할 지경이었다
"여기가 어디에요? 제가 왜 여기에 있죠?"
이어서 청년이 대답을 해 주었다
"아씨님은 며칠전에 죽었었고 그래서 땅에 묻혔었지요
그런데 지금 이 도련님이 아씨를 다시 살리신 겁니다"
믿기지 않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이 청년의 말에 다시 어안이 벙벙 해질수 밖에 없었다
내가 저 처녀를 살리다니...나는 단지 안고 있었던 사실밖에 없는데...
"정말 저 도련님이 절 살리셨단 말인가요
이렇게 고마울데가..."
이 처녀를 소개하자면
지금의 교육부장관정도의 벼슬을 지닌 집안의 무남독녀입니다
그 당시 과거시험을 주관하고 벼슬을 내리는 관직을 가진 집안의 딸이었던 것이다
"저의 아버지께 속히 알리세요 그리고 저를 데려가라구요"
그 밤중에 처녀집으로 여관의 하인을 보냈다
깊은 밤에 대문을 두드리자 놀란 그 집 하인들이 달려 나오고 자초지종을 고하자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심부름 온 하인을 포박하는 것이었다
"우리딸이 죽은지가 여러 날이 지났거늘 이 밤중에 얼토당토않는 소리를 하러 오다니..."
기다려도 오지 않자 다시 사람을 보내고 그러기를 여러번
직접 청년이 찾아가서 딸의 살아 있음을 알리자 똑같이 포복을 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잠깐만요 어느 안전이라고 거짓을 고하리요
만약에 사실이 아니라면 어떠한 벌이라도 달게 받겠사오니 일단은 동행을 하심이 어떨까요"
그제서야 대감은 반신 반의 하면서 청년을 따라 나서게 되었다
여관에 도달하고 방문을 열자 꿈에도 잊지 못할 딸이 아버지를 반기는 게 아닌가
이게 꿈이냐 생시냐 믿기지 않는 사실앞에 아버지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도대체 어찌된 영문이란 말이냐 그리고 이 사람들은 또 누구냐?"
"저 도련님이 저를 살리신 은인이세요"
흥분의 순간이 지나고 자초지종을 전해들은 아버지는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렇게 고마운 사람들을 봤나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꼬"
내일 사람을 시켜 다시 부르겠다고 약속하고 그 밤 부녀는 집으로 돌아갔다
이제 둘만이 남게 되었고 청년은 다시 조용히 젊은이에게 말을 건네온다
"도련님~ 내일 아침 도련님을 모시러 그집에서 사람이 올 겁니다
무슨 벼슬이라도 원하는대로 내릴 터이니 말해 보라고 하실 것인데
도련님은 단지 진사 한자리만 달라고 하십시요"
그말을 들은 젊은이는 갑자기 낙심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그동안 전개되는 상황을 말없이 지켜보면서 내심 욕심을 키우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 기껏 진사한자리라니
그러나 이미 거역할 수 없는 무엇을 눈치 챈 젊은이 더 이상 자기의 고집을 내 새울
수가 없음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날 아침 처녀의 집에서 전갈이 왔고 젊은이를 모셔가기에 이르렀다
"그래 그대가 원하는 벼슬을 말해 보게나 무엇이든지..."
"진사자리를 주십시요"
"아니 뭐라고 기껏 진사자리라니..."
그러나 워낙 젊은이의 주장이 확고하고 고집이 완강함을 깨달은 대감은 젊은이의 요구를 들어 줄
수 밖에 없었다
드디어 젊은이는 진사자리를 얻어 귀향을 하게 되었던 것이었던 것이다
집떠나 하룻만에 한양땅에 도달하고 다음날 진사가 되어 고향으로 향하는 그 길엔
다시 시작되는 우여곡절이 있었으니...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다음 이야기를 뒷바침해주는 전초전에 불과한 것이었으니
기대하시라 고대하시라 흥미진진 영양만점의 다음이야기가 곧 펼쳐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