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처지였음.

아스피린2007.01.30
조회515

여지간하면 눈팅만 하는데 글 쓰게 되네요.

 

저의 경우 님과 아주 동일한(?) 처지였습니다. 아니 더 심했죠.

전 2년간을 시댁에서 살아야 했거든요.

집 없고 더부살이 하니 심리적 위축도 위축이지만 주변서도 알아서 무시 하는 것도 크더만요.

거기다 주변 식구들이 어머님의 힘들다,,,,죽겠다 소리에 저만 아주 못된 년 취급하더만요.

남편은 사주에도 나와있는 마마보이였구요.

거기다 애는 그 집안의 첫손주라서 만인의 사랑을 받았다는...(엄마 입장에서 대략 괴로운 면이죠.)

 

어머님이 하도 죽겠다 소리 하셔서 전 별 수 다 썼습니다.

사람 붙여드리겠다 -> 싫다

어린이집 오전반 보내겠다 -> 싫다

 

그러면서 머리 싸매고 죽겠다고 하시길래 (이미 식구들에게 왕따 당하는 중이었음.)

대놓고 그랬죠. 친정에 맡기겠다고...

자기 수고를 욕보이는 행동이라고 길길이 뛰시더이다.

그때 식구들이 이 상황에 대해 명확하게 알게 되었죠.

어머님이 타협을 원한게 아니라 제가 돈 번다고 나가는 게 싫으셨다는 것을...

(집에서 애도 보고 돈도 벌고...<-어머님이 바라시는 바임..

차라리 그럴 거면 나도 남편만큼 버는 데 나가서 벌자. 거기다 지금 커리어 유지 못하면

내 능력은 그대로 사장될 판이다...<-제 입장)

시동생과 아버님이 제 편을 들어주더라구요.

그 덕에 애는 사회성을 기르기 위한 명목으로 반나절만 어린이집에 맡기기로 하였습니다.

그때가 애 돌 조금 전이었죠.

 

저의 경우 만약 님과 같은 처지라면 그리도 불운(?)하게 살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 당시 저희 부부는 갈 곳도 없었고 막말로 부모님이 맘에 안 들어서 나가라면

꼼짝없이 쫓겨나야 할 처지였었죠.

그러니 당근 눈치 보고 납작 엎드릴 수 밖에 없었죠.

뭐...애 맡긴 죄인이니 어쩔 수 없던 점도 있었구요.

 

2년 넘은 지금은 분가해서 잘 먹고 잘 살고 있습니다.

지금 도보 10분 거리에 살고 애는 어린이집->시댁->집의 코스를 경유하고 있죠.

저희 시어머님...2년동안 저희 부부한테 데어서인지 애 델러 오면 제까닥 "가라~"입니다.

제가 시댁에서 스트레스 너무 받다가 막판에 배째라 뻔뻔모드로 나가면서

시부모님이 속 좀 꽤나 썩으셨거든요.

시어머님은 완벽주의자, 철인 등등인데 게으른 저는 도저히 그 방식을 못 따르겠더라구요.

그렇게 되다보니 몸은 편해지더만요. ^^

제가 얼마나 뻔뻔해졌냐면 제 뒷담화를 고스란히 옮겨주는 남편에게

(사람 좋다지만 철도 없고 완전 애기입니다...우리 큰 아들...-_-;)

한마디 쏘아붙였죠.

"당신이 말 안 해도 시부모님이 나 못마땅해하는 것 다 알거든...

괜히 그 말 옮기는 수고 할 필요 없네요~ 사람 말 옮기는 인간이 가장 가볍고 별 볼일 없더라~"

그리고 주말도 부부끼리 애랑 오붓하게 보냅니다.

시어머님이 가끔 금쪽같은 손주 걱정에 집에도 들르시고 전화도 불 나게 하시는데...

"예~예~"하고 적당히 잊어버립니다. 안 잊어버리면 말씀하신데로 하구요.

 

이건 저의 경험담이고 우선 님에게 물을께요.

 

1. 우선 님이 직장을 다니시는 데 불가항력이나 의지는 무엇인가요?

직장 다녀야 할 필연적 사유(돈이 주 이유인 경우가 많죠.)나 의지(사회생활에 대한 미련?)등이 약한 상태라면 님이 그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직장을 그만 둘 가망성이 매우 커질 듯 합니다.

만약 전자이고 그 원인 제공이 시댁 및 남편 측이라면 님은 훨씬 유리한 입장입니다.

베플처럼 직장 그만둔다고 펄펄 뛰면 바로 상황 역전입니다.

 

만약 후자라면 정말 많은 것을 감수해야 합니다.

시어머님이 생색 내든 뭐라고 하던 다른 데 맡기지 못할 정도라면 님이 무조건 참으셔야 합니다.

그냥 간, 쓸개 빼놨다고 생각하고 시어머님 비위 맞추기가 1순위가 되어야 하죠.

(저는 지금도 이런 비굴(?) 모드로 살고 있습니다. 여우 연기가 꽤나 늘었죠.)

그래도 몇가지 님이 애엄마로서 몇가지 원칙을 가지고 계셔야 합니다.

 

1. 애엄마로서의 기본적인 의무를 하나는 꼭 해야 합니다.

저의 경우 그걸 밤에 꼭 애 데리고 자는 것으로 정했습니다만...

제가 애랑 하루종일 같이 못 있어주고 먹이는 것, 놀아주는 것은 다 할머니가 하지만

할머니가 못하는 한 가지를 애엄마인 제가 가지고 있어야 하더군요.

저희 어머님도 애가 첫손주고 낳을때부터 계셔서 정이 남다릅니다.

애가 아프다고 하면 직장생활 하는 데 힘들거라고 데리고 주무신다고 합니다.

전 그때마다 제 애고 볼 시간도 얼마 없으니 제가 데리고 잔다고 했습니다.

쉬운 일이 아니었고(늘상 수면부족) 가끔 애 맡기고 주말에 찾아가는 사람들도 부러워지려 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정말 제가 잘 한 일이더라구요.

최소한 애 재우는 것은 어머님보다 더 잘 할 수 있었거든요.

님도 그런 일을 최소한 하나 이상 만들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정말 누가 애 엄마고 누가 남인지 역할이 안 되는 거죠.

저의 경우도 어머님이 애를 보시면서 제가 포기한 부분도 많고

상대적으로 애 엄마로서 박탈감이 큰 점도 있었지만 아주 끌려다니지만은 않았죠.

 

제가 보기에 님은 시댁서 잠시 애 보고 도로 집으로 오나봐요?

친정부모님이나 애 봐주는 다른 분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시어머님이 봐줄 때 그런다면 님은 정말 할 말이 없어지는 겁니다.

거리가 먼 것도 아닌데 님도 최소한 애엄마로서의 기본을 행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집에 안 데려다주고 시댁을 들락날락거리면서 님이 육아에 목소리 내기는 거의 힘들다고 봅니다.

님 딴에는 시댁 가서 집안일도 하고 애도 보고 이중 삼중 괴로웠지만 말짱 헛일이죠.

다른 사람들이 님 보면 거저 애 키웠다고 팔자 늘어졌다고 할 걸요?(저도 그 소리 참 많이 들었습니다.) 거기다 애랑 정서적 교감을 나눌 시간도 별로 없을걸요? 시댁 잡일 하느라고...

 

전 그나마 애를 밤에 꼭 데리고 자서 고생은 했어도 애와의 교감은 충분히 있었고(-제 생각입니다만)

최소한 애가 뭘 원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 지 알 수 있죠.

 

거기다 주말에는 친정에서도 이 녀석이 첫손자라서 시부모님 쉬라는 명목으로 친정 갔어요.

저도 쉬고 맘 편히 두다리 뻗고 있고 친정부모님도 애를 너무 보고 싶어 하셔서요.

처음에 시부모님 반대가 무던하게 심했죠.

친정에 강아지가 있어서 안 된다. -> 나중에 그 개때문에 좋은 점이 더 많았는데

친정어머니가 당뇨가 있어서 안 된다. <- 시어머님이 건강 결벽 등이 좀 있었어요...

애가 어려서 찬 바람 쐬면 안 된다. <- 제길...울 부모님 눈은 눈도 아닌감...차 타고 잠깐 가는데..

근데 남편을 들들 볶았더니 안 되는 게 없더만요.

(주말에라도 숨 좀 쉬자..나 죽게 생겼다. 넌 니마눌 불쌍치도 않냐 등등의 협박과 눈물 등등..)

남편이 장인, 장모도 애들 보고 싶어하고 주말에 잠시 부모님도 쉬시라고 잘라 말하니

바로 친정 갈 수 있게 되더라구요.

나중에 애 크고는 애기 자연학습 목적+시부모님 휴식 명목으로 싸돌아다녔죠.

실제로 주말에나마 눈에 안 보이면 피곤하다는 소리가 확실히 덜 합니다.

시댁에 쳐박혀서 애 보는 대신 친정이든 밖이든(날  풀리면) 나가세요.

 

그리 되려면 님이 애 엄마로서의 자각을 가지고 기준을 뚜렷이 세우고

무리한 시어머님의 요구에 일일히 부응하지 마세요.

저 역시 애 맡긴다고 완전 보모, 따까리 다 했고

니가 한 일이 뭐 있냐는 둥의 의지 꺾이는 소리 많이 들었지만

적당히 비위맞춘다 싶을 때 듣고 했어도

정도가 지나치고 아니다 싶을 때는 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거 안 하면 님은 시어머님한테 애엄마가 아닌

애 낳아주고 따까리해주는 보모 신세밖에 되지 않습니다.

확실하게 애엄마로서의 생각을 안 가지시면

 님은 애를 볼모로 끝도 없이 기 센 시어머님한테 끌려다닐 듯 합니다.

그리고 남편 분에게도 애 아빠로서 자각을 가지도록 지금부터 교육 시키세요.

그 교육의 효과가 늦더라도 나타나긴 나타납니다.

남편에게 님의 그런 점에 대해 시어머님의 험담이 아닌 힘든 상황 토로 식으로 이야기 하고

이해해달라고 틈틈히 이야기해야 하구요.

그러면 나중에 방패로서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직장 생활하면서 애 키우는 것이 정말 힘들어요.

애 맡기고 찾아오는 것 역시 쉽지 않죠.

그래도 님의 기본적인 권리를 위해서 집에 데려오고 맡기고 하는 식으로 하시길 바랍니다.

처음에 힘들고 귀찮아도 계속 하면 다 됩니다.

안 되면 차라도 한 대 구입하시길 바래요.

그렇게 애 찾아오고 애 엄마로서 이렇다는 모습을 보이면 시어머님도

지금처럼 함부로 못하실 겁니다.

어머님 의견을 무조건 따르는 것과 어머님을 배려해서 내 생각을 양보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도 명심하시구요. 그럴려면 님이 목소리를 낼만한 명분이 있어야 합니다.

남편에게도 도움을 구해서 꼭 그리 하시길 바래요.

그게 나중에 시부모님이 육아에 손 떼시고 님네가 자립하실 때도 도움이 됩니다.

보통 애 크고 데려온다고 해도 의존도가 지금처럼 크면 한동안 고생하면서 후회합니다.

님네는 형편이 되니까 힘들어도 꼭 하시길 바랄께요.

 

장황하게 글이 길었습니다. 제 예전 생각이 나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