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있어 이 세상은 살만합니다...^^

one day2007.02.02
조회477

네이트 온을 사용하다 보면, 늘 뜨는 팝업에, 호기심을 유발하는 기사들...

그 제목들에 혹해서 네이트 톡을 두리번 거릴 때마다

참 많이 웃기도 하고, 모니터 앞에서 어이없어 하기도 하고... 때론 분노의 주먹을 불끈 쥐기도 하고...

때로는 훈훈해진 가슴으로 미소를 짓게 되는...

그런게 바로 우리네 사는 삶이 아닐까 합니다.

 

아, 서론이 너무 길었나요?^-^;

항상 글을 읽기만 하다가,

나는 저런 경험들이 없었나? 생각하던 중에 떠오른 사건이 있어 이렇게 몇자 적어봅니다...

제 기억에서 잊혀지기 전에 공유하고 싶어서요...ㅎㅎ

 

때는 2-3년 전인듯 합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저는 그날도 지하철에 몸을 싣고 학교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뭐, 1교시 수업이 아니라, 아침 지옥철 타임을 지나고,

약간은 한산한, 그런 지하철이었습니다.

자리가 나서 앉아 음악을 들으며 가고 있었는데,

지하철 문이 열리며 한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청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다부진 체격에 강한 눈매...

그리고 좀... 이런말 하긴 뭣하지만 조폭을 하면 어울리겠다 싶은 인상...(죄송합니다.ㅠ)

괜히 이런사람과 눈 마주치면 좋을 일 없겠다 싶어 전 시선을 다른데로 옮겼습니다.

자리는 띄엄띄엄 있었는데, 이 남자분은 앉질 않더군요...

의자와 의자 사이의 기둥에 몸을 기대어 가방에서 책을 꺼내는 것이었습니다.

첫인상이 건달삘이었던 사람이 가방에서 책을 꺼내니 내심 궁금하기도 해서 관심없는 척 하면서도 힐끗 쳐다보았습니다.

놀랍게도... 그 책은 성경책이었습니다...

 

이.럴.수.가...!!

건달이 지하철에서 성경책을??

그저 매치가 잘 안되는 이미지에 흥미를 느낀 것도 잠시,

'역시 사람은 외모로 판단하면 안돼~'

속으로 되뇌이면서 다시 음악감상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약간 다투는 소리(?!)가 나더니,

심하게 역한 냄새가 올라왔습니다.

무슨일인가 싶어 이어폰을 빼고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노약자석에 앉아있던 한 젊은 아주머니와 꼬마 아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고통스러워 하는 아이 앞 바닥엔...

먹은지 얼마 안 된듯한, 아직 소화효소에 제압당하기 전의 음식물들이 널부러져 있었습니다.

아마, 우유를 먹었던 듯, 질퍽한 그 오바X트에서는 특유의 강한 냄새가 열차칸을 진동시켰습니다.

 

ㅣ-----------]-d-o-o-r-[----------------------------------

ㅣ ( O )  (O)   l                    l   ( O ) <- 나    ( O )           ( O )

ㅣ----------                      ---------------------------------

ㅣ   ~~874532 ~~                      

 l

ㅣ----------              [ l ]   ---------------------------------

ㅣ 노약자석    l            ( O )  l  ( O )  ( 0 )            ( O )

ㅣ-----------]-d-o-o-r-[---------------------------------

 

 

ㅎㅎ 뭐, 이해를 돕자고 그려봤는데, 영~ㅋ

암튼 저런 상황이었습니다.

열차 안을 진동시키는 역한 냄새에,

어머니는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애 등을 두드리며 닥달을...

열차에 탄 사람들은 불쾌한 냄새에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나무랄 수는 없는...

뭐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때, 저의 가슴이 철컹 내려앉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아가 그 건달삘의 청년이 그 앞으로 다다가는 거 아니겠습니까?

저는 막나가는 요즘 젊은이들의 행태를 (뭐, 아직 저도 젊은이입니다만...ㅡ,.ㅡ;)

두 눈으로 목격하게 되는건 아닌가 하며 주변을 살피고 있었습니다...

그 때, 그 청년이 주위를 둘러보더니, 열차 안에 있는 선반 (짐 싣는곧, 손잡이 위에... 아시죠?^^)에,

사람들이 보다 남겨놓은 일간 신문지들을 모으는게 아니겠습니까?

그는 모아진 신문을 꾸깃꾸깃 펼치더니 꼬마가 실례한 그 오바X트를 훔치더군요...

냄새 때문에 웅성이던 열차 내 분위기는 순간 숙연해졌습니다.

그 때 제 눈에 맺힌 건... 그 청년의 손에 흐른 오바X트...

신문 사이를 비집고 나온 그 오바X트가 손에 묻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 닦아낸 그 청년은,

꼬마와 어머니를 향해 씽긋 웃어주고는

마침 열린 열차 문으로 빠져나갔습니다.

말을 잃고 그의 행동을 바라보고 있던 저는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잽싸게 가까이 있는 쓰레기통에 그 신문들을 버리고는 열차문이 닫히기 전에 황급히 타는게 아니겠습니까?

방금 자신이 나갔던 문이 아니라, 저만치 떨어진 문으로...

아마, 자신이 내릴 역이 아니었던듯,

멀찍이...

그러니까 O-1 문으로 나가 O-4 문으로 돌아온 그는,

자신의 손의 냄새를 맡아보더니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 닦고 있었습니다.

힐끗 이쪽을 쳐다보는 그의 표정에는, 어떠한 보상도, 어떠한 칭찬도 없었지만,

평온한 미소만 감돌 뿐이었습니다...

 

5분도 채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어느 평범한 날, 제 눈앞에 다가온 이 사건은 참...

한층 절 성숙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되뇌었습니다.

대가도, 보상도, 인정도 바라지 않는 도움의 손길...

저런 사람들이 있기에...

이 세상은 아직 살만한 거라고...

우리네 인생은 아름다운 거라고...

 

두서없이 써 내려간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면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미소를 짓고 계시다면...

그런 아름다운 감성을 가지고 계신 당신...

당신이 있기에 이 세상은 아름다운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분, 첫인상으로 조폭으로 단정지어서... 죄송합니다.

잊을 수 없는 그 미소로... 이 세상을 더, 살만한 세상으로 만들어 주시길...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이쪽 게시판이 더 어울리는 것 같아 공개일기장에서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