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스타] '거울 속으로' 유지태

이지원2003.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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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 스타] '거울 속으로' 유지태
거울 속의 공포를 쏴라

생생 스타] '거울 속으로' 유지태

2년 전 멜로 영화 '봄날은 간다'를 끝낸 유지태(27)는 "앞으론 슬픈 얼굴을 버리겠다"고 선언했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란 애절한 대사를 남겼던 그가 이번엔 공포 스릴러 '거울 속으로'(감독 김성호)에서 무기력한 백화점 보안실장을 맡았다. .이 영화에선 그의 등록 상표인 '깊은 미소'가 나오지 않는다. 1m87㎝의 훤칠한 키에서 쏟아지는 부드러운 눈매와 향긋한 봄내음처럼 울려나오는 목소리로 여성팬을 사로잡았던 그가 자신의 최고 매력을 지운 채 실패한 인생의 전형으로 그려진다. .옷도 단색조의 백화점 유니폼 정도다. 얼굴은 까칠하고, 매사에 자신이 없다. 술에 취해 벌컥 화를 내지만 다 못난 자신에 대한 푸념에 불과하다. .-갑자기 왜 변했나. ."변신이란 상투적 단어는 쓰지 않겠다. 기존의 커머셜한(상업적인) 얼굴을 잊겠다는 뜻이다." .-망가지는 게 유행인데. ."코미디 쪽 얘기다. 연기폭을 넓힌다는 생각뿐이다. 큰 도전이다." .-도전이라면. ."사람들은 멋진 꿈만 꾼다. 세상이 그런가? 못 생긴 사람이 더 많다. 연기하긴 더 어렵다." .- '가위'에 이어 두번째 공포물인데…. ."장르 영화를 얼마나 잘 소화할 수 있을지 알고 싶다. 공포의 성격도 전작과 판이하다." .#장면 1 .지난주 '거울 속으로'촬영장이 차려진 중앙일보 지하 3층, 어두운 복도. 한쪽 벽면에 거울이 붙은 길다란 복도에서 유지태가 무언가를 쫓아간다. 음습한 복도를 따라 놓인 마네킹이 꽤나 스산하다. 유지태가 갈 곳을 잃은 듯 서성거린다. 곤혹스런 표정이다. .#장면 2 .다음날 같은 건물 지하1층, 중앙감시실. 유지태가 10여대의 모니터를 지켜보며 감시 카메라 설치 장소를 지시한다. 그런데 자주 말을 바꾼다. "왼쪽으로, 아니 오른쪽으로." 판단에 자신이 없는 것이다. .'거울 속으로'는 연쇄 살인사건을 다룬 호러영화다. 나이트 클럽 거울에 비친 마약사범을 오인해 동료를 죽게 한 엘리트 형사 우영민(유지태)은 자괴감에 빠진다. 경찰복을 벗고 백화점 보안실장으로 취직하나, 그곳에서 의문의 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옛날의 실책에 괴로워하며 거울 앞에만 서면 혼란스러운 우영민, 한때 최고의 사격수였던 그는 미궁의 사건과 씨름을 벌이는데…. ."어느날 거울에 자기 아닌 다른 사람의 얼굴이 비친다면, 정말 끔찍하겠죠. '세면대에 비친 얼굴이 과연 나일까'라는 의심이 든 적은 없나요. 이 영화는 그런 근원적 공포를 다룹니다. 정체성의 혼란, 혹은 자기 분열을 그리는 거죠. 피가 뚝뚝 떨어지거나 "으악"하는 비명이 나올만한 잔혹한 부분도 없진 않지만 마음을 옥죄는 심리적 공포가 주된 요소입니다." .유지태는 독특한 마력이 있다. .목소리는 낮지만 스펀지처럼 듣는 사람을 빨아들인다. 감독은 "외유내강형이다. 남성적 파워는 부족하나 부드러우면서도 끈질긴 집념으로 뭉쳤다"고 평했다. .그런데도 유지태는 "스스로 견고해질 필요를 느낀다"고 말했다. 때문에 작품 선택도 갈수록 신중해진다. 한때 불록버스터가 유행하더니 지금은 코미디만 양산되는 등 한쪽으로만 질주하는 충무로에서 배우가 살아남기 위한 방편이란다. 이미 촬영을 마치고도 아직 개봉 날짜를 알 수 없는 SF 액션 '내츄럴 시티'(감독 민병천)를 의식한 것일까. 하여튼 현재 70% 정도 진행된 '거울 속으로'는 올 여름 극장가에 찾아온다. .-지난해 일본에 다녀왔는데…. ."일본 영화계를 둘러봤다. 작은 영화를 상영하는 배급망이 탄탄했다. 때문에 일본영화는 한국보다 훨씬 다양하다." .-제작자로 나서나. ."언감생심? 다만 대안영화 연출엔 관심이 있다. 최근 디지털 영화 '자전거 소년'을 완성했다." .-감독이 목표인가. ."아니다. 학생 때부터 습작을 만들었다. 예전엔 혼자 보았으나 이번엔 일반에 공개한다. 올 가을 부산 아시아단편영화제 상영작으로 뽑혔다." .-무슨 내용인가 ."사랑에 눈떠가는 초등학생 얘기다. 작업 중 정말 행복했다. 공부도 많이 했다." .-독립영화 감독과 스타 배우, 자기 분열이 심하겠다. 영화처럼 말이다. ."아니다. 본업은 배우다. 상업영화 연출은 내 분야가 아니다. 자연스런 연기, 연기 같지 않은 연기를 추구하는 내 꿈의 두 얼굴로 이해해주면 좋겠다." .글=박정호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jhlog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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