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만나러 갑니다..

작은새2007.02.11
조회242

연인이면 누구나 겪는 말다툼..

서로 자존심이 너무나도 강한 그와 나..

 

3일전.. 그와 말다툼을 했어요.

우리의 말다툼은 언성이 높아지고, 서로의 감정을 쏟아내는 그런 말다툼이 아니랍니다.

아주..조용조용하게...

몇 마디 꺼내지도 않지요..

'오빠..난 이러저러해서 속이 상했던거야.. 그래서 서운했던 것일 뿐이야..'

'그래.. 너..참 대단하다... 너 참 똑똑한 애야..'

'무슨 뜻이야?'

'말 그대로야. 너 참 똑똑 부러진다. 넌 매사가 항상 그렇게 논리적으로 정리가 되니? 너 참 대단해.'

'....'

'...'

'오빠.. 참 너무한다.. 내가 뭘 그리 잘못했니? 서로 속상한게 있으면.. 서운한게 있으면..말하면 되는 거잖아.. 그래서.. 서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되는거잖아..뭐가 이렇게 어렵니..'

'.... 넌 모든게 다 그렇게 대화를 하면 다 되는줄 아니? 됐다... 그만하자.;

'오빠..'

'뭐...'

'왜... 항상 모를 소리를 하는거야.. 화가 나는게 있으면 말을 해.. 나는 신이 아니야..'

'됐다.. 내가 다 잘못했다. 됐니? 니가 원하는 답이 이거지?'

'내가 원하는 답이 어딨어? 왜 그런 생각을 하는거야? 나 한번도 그렇게 말한 적 없어.. 도대체..왜 이러는 거야?'

'그만하자.. 모든 걸 대화로 풀려고 하지마..'

 

 

우린.. 늘 이런식 이었습니다.

이유는 다들 그렇듯 늘 .. 사소하죠..

3일전.. 서로의 입장때문에 서로가 서로에게 서운했지요.

근데..그 과정에서.. 그가 갑자기 저런 소리를 하더군요.

나는.. 아무리 서운해도 그를 먼저 생각하고 이해하려 했는데..

그는.. 그것이 내가 자기를 길들이려 한다고 생각했나봐요..

참..우습네요.

화내고 앙탈부려도 제멋대로라고 욕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노력하면 고단수라고 머라하고..

한번도 화내고 앙탈부려본 적은 없어요..

어쩌면.. 그는 이런 모습을 바랬던 걸까요.

저는 화가나면 화를 누르고.. 삭힌 뒤.. 조근조근.. 서로의 입장을 얘기하고 이해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그는.. 그것이 이제 화가 나는가봐요.

 

늘상 이런 다툼은 가끔 있어왔지만.. 누구랄것도 없이.. 우린 다시 함께였지요.

서로가..서로를 많이 좋아하니까요.

그러고 1년이 지났네요.

그런데..3일전의 말다툼은.. 제가 많이 상처를 받았어요.

이유는... 그가 한 말들 중.. '너..참 대단하다.. 너 참.. 똑똑한 아이다. 너 참.. 무서운 사람이야..'

라는 그의 말 때문이었어요.

 

그와의 전화를 끊고 가장 친한 친구에게 나 자신에 대해 물어봤죠.

내가 정말 그렇게 모든 일에 논리적으로 따지고 드느냐고.. 내가 그러냐고..

아무리 아무리 객관적으로 나를 반추해봐도.. 그런식으로 말한적.. 없다고 생각해요.

친구가 그러더군요.

그런식은 아니라고.. 하지만.. 남자는 말이지.. 화날때 조근조근 말하는 걸 어쩔땐 짜증스러워한다고.

어차피 말싸움에서 남자는 여자를 당하기 힘든 법인데..

가뜩이나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 그 남자.. 아마도 그때문에 너와의 대화를 더 싫어하는지도 모른다고...남자는..똑똑한 여자보다 차라리 어디가 모자르는 여자를 더 좋아하는 법이라고..

그래서 자신이 보호할 수 있는 사람...

 

네... 이해하죠.

져주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난 단 한번도 그를 이기려고 한 적 없어요.

서로가 속상하고 서운하면 그 감정을 그저 얘기하자는 것 뿐..

단 한번도 그가 무조건 틀렸고 내가 옳다고 한적 없어요..

글쎄요.. 어쩌면.. 항상 져주는 듯 하면서도.. 항상 양보하고 이해하는 것 같으면서도.. 결국엔 그 남자가 잘못한 부분은 꼭 스스로 짚게끔 만들었던 면도 없지 않아 있었겠죠..

그게 크게 잘못된 거라곤 생각지 않았어요..

내가 잘못한 부분은 반드시 인정하고 사과하니까요..

 

난.. 부족한 사람이랍니다.

절대..논리정연.. 그런거 없어요.. 덜렁대고 실수도 많고.. 화가나면 입이 떨려 말이 먼저 나오지 못하고 숨만 꿀떡삼키는 심장도 약한 사람이에요..

그런데.. 그가 그러네요..

"너는 참 똑똑하다.. 대단하다.. 가르치려 들지마라.."

 

실은.. 제 직업상.. 그가 더 그런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죠.

그게...가장 싫었어요. 단지 성격일 뿐인데..직업을 들먹이며 그런식으로 말하는거...

요번 말다툼 이후.. 그에게 문자를 보냈어요.

"미안해.. 우리 당분간 시간을 갖자. 당분간만 연락하지 말아줘.. 상처가..생각보다 크네. 미안해"

 

그러고..3일이 지났지요.

제가 그 문자를 보낸 것은..

그에게 서운하기 때문이 아니에요.

그에게 화났기 때문도 아니에요.

그가 내 마음을 몰라주기 때문도 아니에요..

바로.. 그의 생각때문이죠.. 나에 대한..

나를...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는 거.. 나에 대한 편견이..1년동안 계속 저렇게 못 박혀 있다는 거..

첫인상 이란 거 무시 못한다고 하죠.

그 사람에게 나는 논리적인 사람, 똑똑한 사람.. 자존심 센 사람.. 등으로 박혀있나봐요.

몰랐는데.. 1년간 사귀면서 화를 낼때면 한두번씩..꼭 저런 말을 했었거든요.

생각해보니 그랬네요..

 

그 뒤론.. 무슨 대화만 할라치면.. 저런 생각이 먼저 드나봐요.

그러니..대화는 안되고.. 그는 제게 상처만 줍니다.

그러면서... 절대로.. 나랑 헤어질 생각은 없는 사람이면서..

끔찍히도 날 좋아한다고 표현하면서..

 

과연.. 아무리 사랑해도.. 나에대해 저런 선입견이 이미 박혀있는 사람과 결혼을 할 수 있을까..

갑자기 두려워진겁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조금이라도 서로 감정이 상하면 입을 다물테고..

답답한 저는 조금이라도 풀려고 말을 걸겠지요..

그럼..그는 또 저렇듯 말하겠지요.. 가르치려 들지마라..

이러면.. 관계가..과연 정상적일까요..

나는 상처받을 때로 받고.. 그는 며칠 후 아무일 없다는 듯 또 그렇게 넘어가겠지요..

이 반복... 내가 과연 평생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문득..갑자기 두려워진겁니다.

그래서..시간을 갖자고 했죠.. 그뒤.. 연락이 없다가...

몇시간 전..제가 연락을 했어요... 잠시 얼굴보자고.

 

사랑합니다. 그를..

그가 날 얼마나 생각하는지도.. 알구요.

돌아서면 남이라지만 아직은..서로.. 사랑해요.

그러면서도.. 이런 일이 터질때마다.. 서로가 상처를 받고 힘들지요..

제겐 해결책이 없어요.. 말을..그가 거부하니까요..

하지만.. 그와 헤어지고 싶지 않았죠.. 그래서 만나려구요.

만나서.. 그냥.. 편하게.. 평소처럼 대해야겠지요.. 처음으로.. 제가 이런식으로 그와 똑같이 화해를 청하는 군요.

 

이게 맞는 선택인지 모르겠습니다.

이게 맞는 방법인지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지나 더 후회하고 상처받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모든걸 그에게 맞춰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나에 대해 저런 생각을 박고 있는 그와... 앞으로 계속 잘 맞춰갈 자신이 내게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그와 만나러 갑니다.

처음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웃으며 대하면.. 날 이상하게 보겠지요.. 그러면서도..한편으론 안도할까요?

그리곤.. 우린 또 똑같은 연애를 이어나가겠지요..

아니면.. 또 조용히 왜 내게 그런 생각을 갖고 있냐고.. 물어볼까요..

그럼.. 그는 또 화가 날까요...?

 

명백한 것은.. 서로가 사랑한다는 것이고..

불명확 한 것은... 그와나의 생각차이네요.

친구는... 그 남자의 성격이다... 그거 다 받아줄 자신있음 만나고 아님 헤어져라.. 그러네요.

사랑은 맞추어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맞추려면.. 대화는 필요하죠..

하지만.. 그 사람은 화나면 대화를 싫어하고 날 저렇듯 매도합니다.

그 매도하고 비아냥 거리는 말투에.. 저는 점점 새까맣게 변해갑니다.

이대로.. 내 스스로가 참을 수 있을만큼만 상처를 받아야 하는 건가 봅니다.

그래도 머릿속은.. 오늘.. 그를 만나러 갈때.. 어떤 말들을 할까.. 네요.

방황하는 새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