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백수와 고아--(마지막)★★

상문2003.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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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5일 어린이날. 놀이터엔 애들이 하나도 없을꺼란 생각에...그리고

그 아이도 오늘만은 없을꺼란 생각에 아이스크림을 하나만 사들고 놀이터로

갔는데 내 여자친구 은미가 혼자 벤취에 앉아 있는것이 아닌가.

백수 : 오늘 어린이날인데...?

아이 : 엄마아빠가 바쁘셔...

백수 : 그렇구나...

아이 : 오늘은 한개네?

백수 : 아..응. 니꺼야. 난 오늘 배가 불러서...

아이 : 같이 먹어 그럼.

백수 : 그러자! (활짝^^)

아이는 내손을 잡고 연신 행복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내가 같이 있어주는것만으로도 내 애인을 행복하게 해준다는 사실이

나로써도 기쁜일이었다.

백수 : 우리 대공원갈까?

아이 : 정말?

아이를 기다리라고 해놓고 쏜살같이 은행으로 튀어갔다.

10만원을 인출했다. 잔액 1630원....까마득했다.

시골에 계시는 공포의 마더얼굴이 떠올랐다.

"네 이 우라질 녀석! 서울가서 대통령이 되어 오겠다고 소팔아서 올라가더니

다섯살짜리 지집에게 홀려 애미 피땀흘려 보낸 돈까지 다 말아먹는거냐!"

"마마...그게 아니예요..그게...그게..."

난 심하게 머리를 휘젓고 있었다.

은행 안 경비원이 가스총을 찬채 바닥에 떨어지는 내 비듬들을 쓸고 있었다...ㅡㅡ;

휘젓던 머리를 추스리고 은행을 빠져나왔다.

애인 은미를 목마태우고 대공원으로 향했다.

놀이기구를 타며 행복한 웃음을 활짝지어보이는 내 애인 은미를 보며

사뭇 흐뭇했다.

"아...오늘은 체력의 한계다. 더이상 걷지도 못하겠어"

놀이터 벤취까지 은미를 업어와서는 턱 주저 앉았다.

은미가 내 곁에 다가오더니 내 볼에 살며시 입맞춤하는것이 아닌가.

볼을 어루만지며 멍하니 은미를 바라보고 있자니 은미도 부끄러운지 얼굴이

붉어진체로 "아저씨 오늘 재미있었어. 내일봐" 라며 손을 흔들며 사라진다.

집으로 돌아오는길에 볼에서 손을 뗄수가 없었다.

인생의 행복이란걸 느꼈다.

 

 

마지막편---------------------------------------------

 

어머니께 전화가 왔다.

어머니 : 다음달까지 직장 못구하면 당장 시골로 잡아들일테다.

백수 : 어머니 제발 자식의 꿈을 그런식으로 .....

어머니 : 꿈이고 나발이고 사발이고 니 통장 오늘 조회해봤더니 1630원

남았더구나. 알아서해라. 이번주엔 돈도 안부칠테니까..!

백수 : 어머니... 니..니..니...

난 수화기에다 대고 침을 튀겨가며 절규했지만 이미 NO CARRIOR 된 상태였다.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잘쓰면 한달도 버틸수 있는 거금 10만원. 어제 하루사이에 다 썼으니....

이것참 살길이 막막하다.

게다가 애인 은미는 바라는 것이 점점 더 많아진다.

저 멀리편에서 한남자가 여자에게 꽃을 선물하는걸 보구선..

아이 : 아저씨. 아쩌신 애인 은미 한테 꽃 안사줘?

그리고 아이스크림도 더 고급을 원하기 시작했다.

구구콘도 아닌.....

아이 : 아저씨 우리 이제 구구크러스트...응? 구구크러스트...

내가 지금 뭘하고 있는걸까...한낮 어린 아이한테 정신이 팔려서 내인생의

몇페이지를 말아먹고 있는건 아닐까....

구들장에 머리를 쳐박고 하루종일 고민해봤다.

다음날 난 놀이터로 향했다. 손엔 아무것도 들리우지 않은채로.

아이 : 아저씨 안녕.

백수 : 그래 안녕

아이 : 어? 아이스크림은?

백수 : 이제 안사.

아이 : 왜?

애인 은미는 잔뜩 긴장한 눈치였다.

애써 냉정한 표정을 흐리지 않은채로 입을 열었다.

백수 : 우리 헤어져.

은미는 이럴순 없다며 땅을 치며 통곡했다.

나 역시 가슴이 아팠지만 냉정하게 뒤돌아서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요며칠 놀이터는 커녕 밖에조차 나가지 않고 방구석에 쳐박혀 병든 병아리새끼

마냥 겔겔거리고 있다.

눈을 감으면 은미의 활짝웃는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은미는 어떻게 지낼까...그 아이 감기나 걸리진 않았는지...

은미는 내 인생에 있어 한낮 장난에 지나지 않는 아이가 아니었다.

오히려 삭막했던 내 인생에 끈끈한 정과 사랑을 알려준 작은 천사였다.

여자와 이별후 힘들어하는 한 남자의 유치한 괴로움이 싫어 여자도 멀리했던

내가 은미로 인해 사랑에 눈을 뜨게 된것이다.

퍼뜩 신문을 펴 들었다. "인부모집. 일당 65000원..."

이틀간 노가다를 뛰었다. 플라워 Ъ에서 튤립을 몇송이 사고 가게에 들러

구구크러스트를 하나 사 들고 놀이터로 향했다.

뜻밖에도 은미는 벤취에 앉아 있었다. 요 며칠 내가 안온사이에도 계속

나왔는가보다.

가까이 가니 인기척을 느낀 은미가 고개를 들어 날 바라본다.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진 은미가 울먹거리며 내게 달려와 안긴다.

미처 앉아주지 못한탓에 은미는 내 가슴팍에 안기지 못하고 무릎에 매달려

징징 운다. 내 무릎이 촉촉해져옴을 느꼈다.

백수 : 은미야 선물.

뒤에 감추었던 튤립 몇송이와 구구크러스트를 은미앞에 내밀었다.

그리곤 키를 낮춰 울고 있는 은미의 눈을 소매로 훔쳐주고 가슴으로

안아주었다.

"다신 떠나지 않을꺼지?"

"그럼..."

벤취에 나란히 앉은 우리위로 붉은 노을이 졌다.

그날 이후 은미를 고아원에서 인계받아 우리집에서 같이 살게 됐다.

지금 대학생인 아내 은미와의 첫만남을 서툰 글솜씨로나마 적어봤다.

난 내가 죽는날까지 이몸하나 다 바쳐 은미를 사랑할것이다..^^

앗...은미 학교갔다 올시간이다. 밥 앉혀놔야 하는데... ^v^    끝.

 

 

끝까지 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솨합니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