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탕 꽃-제 11화 초병대장 이연종

임좌빈2007.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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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애의 머릿속에 온갖 갈등들이 부딪히고 있을 때 산원이가 슬슬

침대위에 내동댕이 쳐진 영애에게 한걸음씩 다가오고 있었다.

더이상 어떠한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본능적인 두려움에 

몸이 떨릴뿐이었다. 이윽고 산원이 침대위에 무릎으로 올라 서서는

영애를 벽쪽으로 몰았다. 벽때문에 더이상 물러설 곳도 없게 된

영애에겐 극한의 공포가 밀려왔다. 남편의 얼굴만 슬며시 떠올랐다.

'수경이 아빠..'

산원이는 단념이라도 한 듯 얼음처럼 얼어버려서 저항조차 하지 않는 영애의 윗도리와 브래지어를 양손으로 찢어내었고 그 안에서

아담한 봉우리가 수줍게 고개를 내밀었다.

"보기보다 몸매는 별로군..후우.."

영애는 마치 자신이 지금 죽었다고 믿고 싶다는 듯 기절을 한 것

처럼 몸에 힘이 쭉빠져 축 늘어져 있었다. 그냥 속으로 남편 만을

생각할 뿐이었다.

 

곧 산원이가 영애의 치마마저 두 손으로 휴지조각 찢어 버리듯이

양 갈래로 찢어버렸다. 그렇게 침대위에 놓여있는 한 송이 백합의 잎새가 하나씩 모두 벗기어져 버렸다.

 

 

"이봐 거기 뭐야! 초저녁에 왠 소란이야!"

초병대장 이연종.

울그락 불그락 험상 궂은 인상에 보답이라도 하듯 그의 키는 2미터하고도 30센티미터나 더 되고 덩치 역시 일본의 스모 선수들보다

더 커다란 덩치지만 그의 몸 어디하나 군살이 없는 그야말로 현대판 골리앗이다. 무술 또한 그 실력이 뛰어나 처음 그를 본 사람이라면

대부분이 눈빛만 보고도 금새 기세에 눌려 피하곤 했다.

한얼무술회 회장 김욱성은 그런 그를 한얼무술원의 대문을 지키는

초병들의 대장을 맡겼던 것이다.

 

관성수련원에서 수련자들과 심심함을 달래며 놀다가 돌아온 연종이

대문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자 고함을 쳤다.

그러자 옆에 젊은 사내 한명이 연종옆으로와 허리를 숙였다.

"대장님 오셨습니까. 아니 어떤 젊은 놈들 4명이서 환자 한명을

 데리고 와서는 다짜고짜 회장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그러지 뭡니까.

 미리 예약되어 있지 않으면 안된다고 그렇게 설명을 해도 자꾸만

 생때를 쓰는 바람에 아예 문을 잠그고 와버렸더니 저렇게.."

"음? 대체 어떤 놈들이길래 겁도 없이 여길 와서 큰소리를 치는게냐. 그 놈들 쌍판때기나 한번 보자."

"예 알겠습니다. 대장님"

연종이 초병을 데리고 문으로 걸어나갔다.

 

"야! 이 자식들아! 이 문좀 열어보라고! 아후..

아 글쎄 그냥 저거 다 부숴버리고 들어가자니까!"

철훈이 문너머로 소리를 지르다가 뒤를 돌아보며 답답한 가슴을

주먹으로 두드렸다.

"야 임마. 여기 회장은 사부님과 동문이야. 그렇게 무례하게 굴면

 실례야. 게다가 우리는 부탁하기 위해 왔다고."

사부를 등에 지고 있던 좌빈이 철훈을 나무랬다.

"지금 그딴게 문제야? 사부님은 아직 정신도 차리지 못했는데

 다시 그 괴물같은 자식이 우릴 공격하면.. 그땐 어쩔거야.

 사부님 다시 위험해지면 그럼 또다시 저번처럼 도망치고? 언제까

 지 이렇게 좀팽이 마냥 하나하나 따져면서 살꺼냐고!"

좌빈은 할말이 없어졌다. 지금 상황은 이도저도 할 수 없는 사면초가의 상황이었다. 그때 갑자기 철훈의 등뒤로 커다란 나무 대문이

끼이익하는 소리와 함께 안쪽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문 바로 앞에 서있었던 철훈은 뭔가의 큰 기세에 무의식적으로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이연종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