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각시의 설 지내기

일이 각시2007.02.20
조회1,302

신방님들 설 잘 보내셨나요?

귀경길 귀향길에 고속도로에서 차 안에서 고생들은 안 하셨는지...

일이 각시는 결혼해서 처음 맞는 설 연휴 날짜가 어중간해서 친정에 못 가구 시댁서 보냈네요ㅜㅜ

몸도 무겁구 일요일에 연휴에 끼는 바람에 딱히 시간내서 서울까지 가기가 어려웠어요

 

추석에는 아버님이 저희 모르게 미리 표를 준비해 두셔서 다녀왔는데 이번엔 연휴라고 할 만큼

긴 날짜도 아니구 기차표 비행기표 모두 매진 된 터라 신랑이랑 차 가지고 몇 시간씩 가기도

무리가 좀 따르구 형님 부부(신랑 누나)도 연휴가 어중간 해서 못 온다고 하는데 저희 부부

제 친정에 가면 못해도 이틀은 다녀와야 할 텐데 어머님 아버님 두 분만 계시는 것도 맘에 걸리구

무튼 그래서 그냥 집에 있었다죠

 

저흰 아시다시피 기독교 집안인데다 아버님이 목회를 하시는 터라 딱히 설날 아침에

차례를 지낸다거나 하는 건 없어요 어찌보면 장만하는 게 좀 줄어서 차례 준비 하는 분들보다 여유가 좀 있죠 근데 이번 목요일에 이번 명절엔 좀 잘 해 볼려구 어머님께 음식 뭐 하면 되는지 여쭤볼려구 아침 먹고 시댁으로 갔죠 신랑 먼저 출근시키고 집 치워놓구 시댁까지 걸어서 10분이면 가는 터라

날씨도 포근하고 해서 뒤뚱 거리면서 걸어서 걸어서 갔죠 시댁에 갔더니 어머님 이 집 며눌에게

큰 숙제를 주시네요

 

일이 각시 :어머니~ 설에 음식 뭐뭐 하면 되요?

시어머님 :안 그래도 전화 할려고 했는데 잘 왔다

일이 각시 :ㅎㅎ

시어머님 :이번 설은 니가 한번 도맡아서 준비해 봐라

               차례 지내는 집도 아니고 하니까 니 나름대로 준비해보거라

일이 각시 :^^;; 어머님 저 아직은 안 되요 뭐 할 줄 아는 것도 없는데요...

시어머님 :그냥 느희 친정서 하는 것처럼 해 봐 전 부치고 나물 볶으고...

              느희 결혼 전에 어느 핸가 너 음식 해 온거 보니까 얌전하게 잘 했더라

              그거처럼 시장 조금씩 봐서 니가 한번 차려봐라

일이 각시 :어머니...

 

이렇게 해서 시장본다고 갔다가 얼떨결에 설 준비를 도맡게 된 이 집 며눌

그렇다구 손 윗 동서가 있어서 눈치로 봐 가면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구 외 며늘인 일이 각시

 

맛 없어도 괜찮다구 부담갖지 말구 능력껏(?) 해 보라구 설 시장비까지 며느리에게 맡기시네요

허나 결혼 전에 친정에서야 부침개가 안 이쁘구 볼 품 없어도 식구들이 먹는 거니까 흉이 안 되지만

시집에 와서 것두 첫 설에 모든 걸 도맡아서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떠 안아버린 이 집 각시

 

어머님이 주신 시장비 봉투를 빤히 쳐다만 보면서 뭘 어찌해야 할 지 넋 놓고 있는데 신랑이 일하다

시댁으로 올라오네요

 

일이 :각시야 왜 그러구 넋 놓고 있어?

각시 :응.. 어떻하지?

일이 :왜? 무슨 일 있어?

각시 :나 어머님한테 이쁨 받으려다가 대형 사고 칠 거 같어..

일이 :왜? 왜 그러는데.. 접시 깼니?

각시 :ㅡㅡ 내가 결혼해서 언제 그릇 깨 먹은 거 봤어요?

일이 :그러면 왜 그러는데..

각시 :어머님이 나 보고 설 준비 다 맡아서 하라셔 시장비까지 주셨어..

일이 :아.. 난 또

각시 :뭐예요 난 실수하면 어쩌나 걱정되서 죽겠는데...

일이 :뭐가 걱정이야 장모님 음식솜씨 물려받았는데 그 솜씨 발휘하면 되지..

각시 :것두 우리집에서 맛있다고 하는 거지

        어른들 입맛에 맛는단 보장도 없구 뭘 해야할지도 몰라

        어머님이 돈만 주시고 무조건 알아서 하라시고는 아버님하고 나가셨어 나 어떻해?

일이 :그냥 장모님하고 집에서 하던 거 처럼 그렇게 해 그러면 분명 칭찬받을꺼야

각시 :휴;;; 어머님이 하라시니까 하긴 하는데 걱정되..

일이 :걱정하지마 우리 각시 솜씨도 좋고 맘만 먹으면 차분하게 잘 하니까

       침착하게 해 그러면 되

 

이렇게 해서 설 모든 준비를 도맡게 된 이집 철없는 며눌

목요일 오후에 이것저것 친정서 엄마한테 신부수업 받으면서 언젠가 설에 엄마랑 시장보는 것 부터

이것저것 준비하는 거 듣고 배우고 전 부치고 하면서 틈틈히 메모 했던 걸 끄내놓구

또 외할머니가 설 준비하는 거 손수 적어놓으신 노트까지 끄내놓구 설 준비에 들어갔죠

 

토요일에 할머님이랑 작은 아버님 오시구 고모님들도 오시기로 했거든요

아버님이 8남매 중 둘째신데 큰 아버님도 목회를 하시는 터라 못 오시구 작은 아버님이랑 고모님들만

토요일 오전에 오셨다가 저녁에 가시구 월요일엔 큰 집 작은 집 형님들 동서들 아가씨들 오구요 

암튼 그래서 몸도 무겁구 어머님이 시장보라고 주신 돈 몽땅 다 쓰면 안 될 것 같아서 전 다섯가지랑 나물 이것저것 준비하고 과일 사고 해서 좀 부족하지만 나름대로 둘째네 며느리가 제일 솜씨 좋단

소리 듣고 싶어서 며느리 잘 봤단 소리 듣고 아버님 기분 좋게 해 드리고 싶어서 외할머니한테

물려받은 노트까지 꺼내놓구 시장목록 적어서 신랑이랑 같이 목요일 오후에 장 봐다가 시댁에

가져다 놓구 야채랑은 미리 다듬어 놓구 금요일 아침에 본격적으로 장만에 들어갔죠 완자전, 버섯전, 산적, 동태전, 녹두전(요건 제가 먹고 싶어서 ㅋㅋ)하구요 잡채는 토요일 아침에 할려구 준비만

해 놓구 나물도 고사리, 숙주, 글구 미리 말려놓았던 무청 나물이랑 해서 볶으고 무치고 나름 장만

했죠

 

시댁에서 전부치고 나물 볶으고 이것 저것 하는 동안 아버님과 심방 다녀오신 어머님..

며느리가 부담스러워할까봐 주방에 안 들어오시구 그 전날 야채만 다듬어 주셨어요 심방 갔다가

사우나까지 마치고 오신 아버님 부침개 하는 고소한 냄새에 끌리셔서는 주방에 들어오시네요

어머님은 저 뻘쭘하다고 얼른 나오라고 하시구요 그래도 배 불러서 혼자 이것저것 한다고 움직거리는 며느리가 기특하셨는지 몇 개 막 구워서 드린 부침개를 드리고 맛있다고 우리 며느리 솜씨가 최고라고 하시면서 칭찬만 가득해주시네요 그렇게 그날 하루 종일 부침개 부치구 이것저것 장만해서 놓구

할머님 오신다길래 한과도 만들었어요 예전에 외할머니한테 식혜랑 한과 만드는 것 만큼은 제대로

물려받았거든요 한과랑 식혜 만들어서 할머님 오실 때 내드렸더니 너무 맛있구 이걸 어찌 만들었냐구 고모님께 어른들께 칭찬만 많이 받았네요 처음 혼자서 하는거라 내심 긴장해서 아버님이 맛있다고

하셔서 다른 분들도 맛있다고하시긴 했지만 처음 준비라 어설픈게 많았는데 울 시아버님 어머님은

그저 맛있다고 잘 했다고 칭찬만 해 주시네요 그래서 토요일 오전에 어른들 오셨다가 저녁에 가시구요

 

할머님은 며칠 쉬었다 가시기로 했어요 월요일엔 큰 집 형님 부부랑 막내 아가씨랑 다녀갔는데요

점심 먹고 오후에 다 같이 나가서 바람도 쐬고 사진도 찍구 이쁜 커피숍 가서 과일 빙수도 먹고 나름 잘 지냈네요 목요일부터 어제 오후까지 시댁에서 장만하고 어른들 대접하고 나름대로 한다고 했어두 이 집 며늘은 음식 장만만 했지 설거지랑 다른 뒤치닥 거리는 어머님이 다 해주셨네요 첨으로 하는

설 준비라 힘도 들었구 어려운 것도 많았구 무엇보다 엄마랑 아빠보러 친정에 못 간게 맘에 걸렸긴

하지만 그래두 어른들께 칭찬도 많이 받구 월요일 하루는 모처럼 신랑과 계획에 없던 데이트를 해서 너무 좋게 잘 보냈네요

 

그래두 나름 무리를 좀 했는지 오늘 아침엔 감기 기운도 있어서 콜록 거리구 하는 터에 신랑이랑

병원에 다녀오구 덤으로 이삭이도 보구 왔어요 음력으로 시작하는 2007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아마 고향에 오고 가는 길에 차에서 보내느라 또 장만하느라 지치셔서 몸이 많이 힘드신 분들도

많으시죠 몸 관리 잘 하시구요 남은 하루도 즐겁게 행복하게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