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꾸로 사랑하기(3)

이정대200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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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수업 끝났는데요.”

  잠시 졸고 있었나 보다, 길수는 시를 발표하지도 못하고 교실 밖으로 나온다.

  ‘아~~~~, 이제 끝인가.’ 길수는 이것이 다시 시작임을 알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기만 하다.

  “ 한 선생, 방학 때 뭐하나!!”

  “ 수업준비 해야지요, 내가 워낙에 영어를 못해서”

  한 선생은 영어담당이지만 자신이 영어를 못한다고 늘 생각한다. 그래서 한 선생은 늘 영어공부를 하고 방학 때도 그렇게 계획을 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늘 자신감이 차있는 여성이기도 하다. 가끔은 차가운 말소리에 모두들 섬듯하기도 하지만......

  “ 안녕하세요.”

  “ 네~~~~, 한 선생님 오늘 기분 안 좋은 일이라도?”

  “ 아니요.”

   조금 딱딱한 목소리의 한 선생은 무엇인가 찾고 있는 것 같다.

  “ 뭘 찾나요? ”

   길수는 궁금해진다.

  “ 네. 대학교 친구 만나려고 전화번호 찾고 있는데, 제가 정신이 없어서, 오래간만에 만나는 친구에요. 대학교땐 친했는데 친구가 결혼하고 뭐 그러니깐 통 만나질 못해서요.”

  “ 그럼 저 먼저 갑니다.”

  길수는 자신의 공간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저 멀리서 다가오는 햇살이, 따사로움이 길수를 슈퍼마켓에 들려 아이스크림 하나를 고르게 하고 어린아이 마냥 즐거워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지만 방안에 들어와서는 버릇처럼 들었던 음악도 틀지 않고 이내 방 한 구석에 누워 잠이 들고 만다. 길수의 평온한 잠을 깨우는 것은 남규의 전화한통의 벨 소리였다. 오랜 친구이자 길수의 사랑하는 친구였던 남규는 길수에게 술한잔을 권하는 삶의 여유였고, 다시 잠시나마 옛 어린시절로 되돌아 갈수 있는 자그마한 공간이 되어주는 친구이다. 서로에 대해 잘 안 것도 벌써 15년째가 넘어서서 마음까지 통하고 서로 위로해주는 유일한 사람이었기에 길수는 잠자는 눈을 비비며 동네 어귀에 있는 작은 술집으로 향한다. 벌써 마음은 남규와 함께 있는 듯 술 한잔과 지난 옛이야기들로 서로 웃고 때론 위안하며 서로 각자 삶의 자리에서 주절대고 있다.

  남규는 큰 전자회사에서 반도체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남들은 남규의 사회생활을 성공적이라 생각하곤 한다. 일류대학에 좋은 학과출신, 남자답게생긴 외모, 때론 너무 고지식해서 여자들에게는 인기가 없지만 대기업 유망회사에 능력 있는 인재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항상 그런 자신이 불만인 냥, 남규는 회사이야기만 나오면 불평불만이 많다. 길수가 알아듣지도 못하는 반도체 생산분야시스템이나, 연구 분야니, 국가경제방향이나, 정치니...... 길수는 그래도 그 소리들이 싫지는 않다. 왜냐하면 길수가 유일하게 남규를 통해서 국가경제니, 산업분야니 하는 것들이 나아갈 방향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참동안 그런 이야기를 하고 나면 언제나 남규는 여자 이야기로 화재를 바꾸곤 한다. 그럼 한바탕 웃음으로 남규와의 만남을 정리하고, 서로 기약 없는 약속을 다시금 하면서 자기의 자리로 되돌아온다.

  파스칼의 팡세에서 인생에 가장 위험한 유희는 연극이라 하였던가. 남규와 이야기를 나누면 우린 항상 연극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일들을 매일 반복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남규와 함께 있으면 연극을 하지 않아도 되니 너무나 원시적이지 아닌가... 본능에게로의 회귀는 너무나 즐거운 일이다. 

  길수는 음악 CD를 하나 고르고 또 고르고 있다. 그리고는 방으로 돌아와서 CD를 다 꺼내어 놓고선 하나씩 하나씩 정리해 나간다. 많지 않은 CD이지만 길수에겐 더없이 소중한 물건이기에 가끔 잘 놓여져 있는 CD를 한번씩 정리하는 버릇이 있다. 반젤리스의 ‘사랑의 테마’를 틀고서 목화향이 가득 남겨 있는 커피한잔에 지하방 창문사이로 또 하나의 보이지 않는 별을 찾아 애써 본다.

“하늘을 날아보고 싶다”